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0화 (18/318)

15.

재경부에서는 그동안 준비했던 신화폐의 유통이 정초부터 실시되게 되니

모든 것이 그동안 조선 팔도에 세운 조선은행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신화폐의 유통은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큰 소요 없이 진행되었는데 이미 오랜 기간을

홍보에 주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재경부에서는 기존 조선에서 통용되던 모든 화폐를 신화폐로 1:1로 환전(換錢)해주는

기간을 2 개월으로 잡고 그 기간이 지나도록 환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더 이상의 환전을 불허한다는 공표를 하게 되니,

돈을 광이나 땅속에 묻어 두고 살던 양반들은 너도나도 광속에 있는 돈을 꺼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재경부에서는 오천원 이상의 돈을 환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환전액의 3할을

조선은행에 예치하도록 명을 내리니 나라의 재정이 피폐(疲弊)한대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화폐의 건전한 유통과 통화 신용정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사실 지금 조선은 크지는 않지만 천군이 집권한 후로 청국과 왜국과의 교역을 통한

이득이 점점 증대되고 있었기에 그렇게 나라 살림이 쪼들리지도 않았다.

아직 안동 김씨 일파에게 몰수한 재산이 엄청나게 남았으며, 지난 번 양식보총 수출

대금의 유입으로 인한 재정의 충실함도 역대 어느 임금 시절보다도 낫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조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확충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돈 많은

양반들을 대상으로 그런 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재경부에서는 기존의

조세제도(租稅制度)를 정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기존 양반 사대부의 반발을

염려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재경부가 바쁘게 된 또 하나의 일은 바로 108조의 개혁안에 언급한 "이도(吏道)의

문란을 혁파하기 위한, 실질 녹봉(祿俸)의 인상에 대한 문제"

라는 관리의 실질 녹봉의 인상과 그에 따른 대책을 언급한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대로 재경부에서는 관리들의 부정을 막기 위한 조치로 생활해 나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실질적인 녹봉의 인상을 추진했다. 재경부에서는

하급관헌이나 지방 관아의 관리들이 부정과 부패(腐敗)에 물이 드는 이유를 거기에서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으로 녹봉의 인상을 추진하였다. 이 안은

하급관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았는데 그동안 그들의 궁핍했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짐작하게 했다. 또한

재경부에서는 세제를 개편하여 관리와 양반 사대부를 포함한 모든 백성들에게 소득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세법을 추진하였는데, 가장 먼저 적용된 대상이

관리와 상인들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약 3할이 넘는 녹봉의 인상이었으나, 세금의 원천징수로 인하여 실질

인상률은 약 1할 5푼 정도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녹봉의 인상은

기분 좋은 일임이 분명했다.

김정호가 대신으로 있는 건교부도 새해가 되면서 더욱 분주해갔다.

그동안 각종 광산의 개발과 도로망 확충 사업을 시행하느라, 해양대신 이기동과 함께

가장 지방 출장이 많은 대신으로 꼽히는 김정호였지만 새해가 되어서도 그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지난 갑자년보다 지방 출장의 빈도는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우정국(郵政局)의 설치에 기인한다.

원래 국방부-구(舊) 병조(兵曹)-의 관할인 역참(驛站)을 확충하여, 우정국으로

개편하고 우정국의 소속을 건교부로 이관한 것이 지난 정초였다.

나라의 명령과 공문서의 전달, 변경의 군사정보, 사신의 영송(迎送)과 접대 등을

위해 마련된 교통통신기관이 바로 역참이었으니, 기존 조선의 역참은 오로지 나라의

군사정보와 공문서 송달의 임무만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역참을

개편, 확충하여 일반 백성들의 서신과 소포의 왕래를 위한 근대적인 통신제도의

시발점이 바로 우정국이었으니,

나중에 조선이 개국하고 외국과 우편물교환협정을 체결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역참과 함께 조선의 대표적인 통신 수단인 봉수대(烽燧臺)는 아직 양이(洋夷)의

도발이 상존(常存)하는 관계로 그대로 국방부에서 관리를 계속한다. 만일 이

봉수대마저 건교부로 이관되었다면 그렇지 않아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던

김정호는 아마도 대신 자리를 사임하였을지도 몰랐다.

섭정공 김영훈은 앞에서 언급한 "백도혁신(百度革新)을 위하여 백폐(百弊)를 삼제(

芟除)하는 건" 중 도로망 확충을 위한 지침도 포함하였는데, 제58조 이하에서 '대로(

大路)를 각 동리로 하여금 분장(分掌)하여 각근(恪勤)히 수축(修築)할 것' (제58조),'

도수(導水)의 수리, 제초(除草), 전참(塡塹,구덩이 메우기) 등의 작업은 농시(農時)

에도 불구하고 수시 시행하여 요세림월(**歲霖月,비가 많이 내리는 해와 장마철)

일지라도 왕래하는 사람이 발섭(跋涉)하는데 편하도록 할 것'(제59조), '봇물(洑水)

이 도로에 넘쳐흐르지 않도록 할 것'(제60조) 등 도로의 유지관리와 나루터에서의

편의성, 그리고 교량의 설치에 대해 7개항의 조문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로망

확충사업의 실질적인 관리, 감독 부서로서의 건교부의 위상은 이로써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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