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4화 (12/318)

9.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 이곳은 남양만에 위치한 남양조선소다.

원래는 지난 10월에 장갑함의 건조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약간의 공정 지연으로

인해 11월인 지금 진수식이 거행되게 되었다.

음력으로 11월이면 양력으로는 12월인 셈이니 상당히 쌀쌀한 날씨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날씨에 어린 임금이 친히 문무백관(文武百官)과 대소신료(大小臣僚)

들을 대동하고 납신 것은 하나의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조정의 원로 대신들은 보령(寶齡) 유충(幼沖)하신 주상전하께서 친히 남양에

납신다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였고, 섭정공 김영훈도 임금의 행차에 소요될

경비와 동원될 백성들을 염려하여 반대하였다.

그러나 어린 임금의 백성들을 동원하지 않고 천군이 보유한 봉황(鳳凰)을 타고 가면

될 것 아니냐는 당돌한 명에 의해, 최종적으로 어린 임금과

조정의 중신들은 봉황을 타고 당일 아침에 이동을 하고, 그에 따른 하급관료와

수행원들은 며칠 전에 남양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일은 지난날 흥선과 함께 봉황과 이순신함에 승선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이순신함에 승선하여 며칠 묵을 계획까지 몰래 세우고 있는

어린 임금의 숨은 계책이었으니, 누구도 어린 임금의 그와 같은 뜻을 꺽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린 임금은 이미 곤룡포 안에 신기도감의 섬유공장에서 생산된 보온

내의(內衣)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쌀쌀한 날씨에 대한 나름의 대비를 하였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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