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3화 (11/318)

8.

지금은 시화호 방조제가 들어서서 제 모습을 잃었지만 남양부 일대는 조선 중기

때까지 만해도 삼도수군통어영이 있던 화량진(*1)을 중심으로 하여 번성하였던

지방이었다. 당시의 남양부의 모습을 설명한 남양군읍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있다.

[선조 8년(1575)에 화량진(花梁鎭)을 창설하여 수군절도사를 두었다. 인조 7년(1629)

진영을 교동으로 옮기고, 다시 첨사(僉使)를 두었다. 성의 둘레가 2,707척이며,

관문으로부터 서쪽으로 30리 거리이다. 전선(戰船) 1척, 방패선(防牌船) 1척, 병선(

兵船) 1척, 사후선(伺候船: 척후선) 1척,

급수선(급수선) 2척이 주둔하였다. 화량진에 수사가 있을 때 둘레가 3,777척의 옛

성이 있었으나 무너져 내려 옛 자취만 있을 뿐이다 …"라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화량진의 진장은 서북쪽에 있는 형도와 서남의 길목인 제부도에 간봉을 축조하여

해상 방위에 주력하였다.]

이런 곳이었으나 다시 삼도수군통어영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자 남양부는 다시금

활기를 띠는 식읍(食邑)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시화호 방조제가 들어서서 옛 모습을 살필 수는 없지만 방조제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화량진을 중심으로 동북에 해운산 해봉 봉수대과 형도 간봉

봉수대, 동남에 당성 봉수대과 염불산 해봉 봉수대, 서남에는 제부도-지금의 대부도-

간봉 봉수대가 축조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요충지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남양에 위치한 해군학교는 아직 정식으로 법률에 근거한 출범은 없었지만 임시로

이순함의 함장이자 삼도수군통어영 수군 통제사인 김종완의 명과 섭정공 김영훈의

지원으로 출범한지 벌써 6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김종완은 해군학교와 조선소를

오가면서 훈련생들을 교육하고, 조선소의 건설과 새로 만들고 있는 증기선에 대해

신경 쓰느라 지난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냈다.

지금 김종완은 화량진에 위치한 해군학교의 한 교육실에 전 교육생을 모아 두고 일장

훈시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새로 건조하는 증기선의 진수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여기 있는 모든

교육생들도 잘 아시겠지만 내일의 진수식에는 주상전하께서

친히 왕림하신다고 합니다. 우리 모든 교육생은 내일의 진수식과 시험 항해를 위해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내일의

시험항해에 최선을 다해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자신보다 나이 많은 교육생이 대부부인지라 김종완의 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난 6개월 동안 동거동락(同居同樂)한 사이라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 알겠소이다. 절도사 대감!"

하며 여기저기서 교육생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한 가지 질문이 있사옵니다. 절도사 대감."

김종완이 쳐다보니 전(前) 황해병사(黃海兵使) 이원희였다.

"말씀하세요."

이원희라면 김종완 자신도 존경해마지 않는 이순신의 후예이자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兵馬節度使)와 우포장을 역임하다 지난 1860년 철종 9년에 파직되었다가 황해병사로

복직된 역전의 용장이었다. 그리고 이원희는 이번에 진수하는 조선 최초의 증기선

풍백함(風伯艦)의 함장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동안 대감을 비롯한 천군 교수(敎授) 나으리들의 훈육으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생겼사오나 정녕 소장들만의 힘으로 가능 하겠사오이까?"

이원희가 약간은 걱정이 된다는 듯 얘기하였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만의 시험

항해였다.

"왜요? 자신이 없으십니까?"

김종완이 싱글거리며 이렇게 반문하자,

"자신이 없지는 않소이다. 다만 약간의 걱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여러 분들은 모든 교육을 이수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희 사관들이 승선하여 지도를 하게될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김종완은 이렇게 답하며 다음 질문이 없는지 한 번 더 묻는다.

더 이상의 질문이 없자 해산할 것을 명령하고, 모든 교육생들이 하나 둘씩 교육실을

빠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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