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03년 초 미국은 서방 대부분의 나라가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 이라크를 무력으로
침공하여 굴복시켰다. 개전한지 두 달도 안된 시점에서의 승리에 미국 민들은
열광했고, 그것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종전 선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뜻밖의 사태에
직면한다.
바로 후세인 잔당들의 게릴라식 저항이었다. 후세인 잔당들의 저항은 격렬했다.
매일 매일 죽어나가는 미군이 속출했으며, 이라크 주둔 미군들은 하루 하루를 공포
속에 지내야 했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질지 몰랐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이렇게 게릴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급기야는 미국 내
여론의 움직임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의 여론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대
분위기로 급선회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점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그것은 부시 행정부에게는
치명타와 같았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그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또 다른 전쟁을 계획하는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북한이었다.
자국이 전쟁 중일 때 미국인들이 항상 단결된 힘을 과시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해진 여론과 다가올 대선을 위해서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선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 미국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한국 정부였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그리고 미 본토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간파한 한국 정부는
미국을 도와 북한과의 전쟁을 수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과 협조하여 미국을
물리칠 수도 없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전쟁이 벌어지면 나라안이 온통
쑥대밭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어렵게 일어서고 있는 경제에는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인구의 기형적인 밀집 상황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예고하고 있었다.
통일을 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수백만의 희생과 더불어 자칫하면 한국전쟁
후의 처참했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영원히 미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함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치여 영원히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시간원정이었다.
시간원정은 포항공대에 재직하고 있는 이론 물리학의 세계적인 대가 김순태 박사가
입안한 계획인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태풍이 발생할 시에 수반하는 강력한 에너지에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더한다면 알 수 없는 에너지의 상승작용이 발생해서 그
권역에 있는 물질은 순식간에 다른 과거의 시간대로 시간이동을 한다는 이론이었다.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김순태 박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초에 자신의 이런
시간원정 이론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원장에게 설명하고 극비리에 각종 시뮬레이션
실험을 완료한 상태였다. 실험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전쟁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외교적 노력으로 분주한 한국 정부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원정이라는 극약처방을 준비하는데 먼저, 시간원정에 참가할
기함으로 해군이 최초로 진수한 KDX-2 계획의 첫 번째 함정인 이순신 함의
추진기관을 원자력 추진으로 교체하였고, 태풍의 권역에 발생시킬 인위적인 에너지를
위해서는 카자흐스탄에서 밀수한 소형 핵무기를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하도록 개수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원정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전쟁만은 피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그런 노무현 대통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기정 사실로 굳어 가는데...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한국 정부에서는 드디어 시간원정을 결정하고,
시간원정의 최초 입안자인 김순태 박사의 막내아들인 김영훈 특전사 소령을 중령으로
진급시키면서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사령관인 김영훈 중령을 포함해서 총 인원 1534명의 지원자로 구성된 시간 원정단은
이순신 함과 민간에서 징발한 30만 톤급 컨테이너선 청해진 함과 역시 민간에서
징발한 15만 톤급 컨테이너선 삼별초 함, 이렇게 세 척의 함선에 나누어 타고,
인류가 그동안 이룩한 모든 과학적인 업적과 모든 지식 기반을 입력한 슈퍼컴퓨터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비와 함께 원정을 출발하였는데 미국의 감시가 삼엄하던 때라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환송식도 없었고, 충분할 만큼의 장비의 탑재도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출발이었다.
이렇게 출발하는 시간원정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원정단이
과거로의 시간원정에 성공하더라도 현재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원정단을 구성할 때도 이런 사항을 고려하여 모든
원정대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받아서 원정단을 구성해야만 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정확히 어느 시점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시뮬레이션 실험을 거쳐서 대략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지만 과연 어느 임금의 시대로 갈지 알 수 없었고,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원정단은 제주도 화순 해군기지를 출발하여 태풍이 몰아치는
해역을 향해 돌진했고 원정단을 태운 함대가 태풍의 눈에 진입하는 순간 잠수함에서
발사된 핵미사일이 태풍의 눈 상공에서 터졌다.
그리고는... 아무도 몰랐다. 원정단을 태운 함대는 순식간에 알 수 없는 무엇인가로
빨려들어 갔고, 결국은 사라져 버렸다.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매서운 겨울 바람을 갑판에서 맞는 것은 천하의 강골(强骨)인 김영훈에게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김영훈이 이렇게 자신이 지휘하는 원정단의 지난날을 생각하며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데 멀리서 하나의 점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섬인 듯 싶었다. 섬은 점점 다가왔다.
김영훈은 나는 듯 뛰어서 함교로 들어갔다.
"사령관 님, 전방에 제주도로 추정되는 섬이 나타났습니다.."
"나도 봤어요.. 근데 함장, 저기를 보세요. 아무래도 한라산인 것 같은데요."
"그렇군요... 저 섬이 제주도가 맞는다면 일단 제주시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규모 부대를 상륙 시켜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는 것이 좋겠군."
김영훈이 함장의 말에 대답을 하며 선실로 연결된 마이크를 붙잡았다. 그리고 특수
수색대의 행정 보급 관에게 1개 분대를 상륙 준비시킬 것을 지시하는 순간 다시
함장의 음성이 들렸다.
"사령관 님 저기를 보십시오. 전방에 고깃배가 있습니다."
"그 배를 세우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