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화 (1/318)

1.

김영훈 중령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태풍의 눈에 진입하고 나서 따라오던 209급 잠수함 이순신 함에 미사일 발사를

요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사일은 발사되었다. 그리고 피어 오른 버섯구름...

그 버섯구름이 이순신 함을 강타하기 전에 무언가가 이순신 함을 비롯한 보급선들을

빨아들일 듯 끌어올린 것을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었다.

시간 원정단의 사령관인 김영훈 중령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기분에 머리를 이리

저리 흔들어 보았다. 아직까지 함장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리 저리 둘러보던 김영훈 중령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벽걸이 시계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이상 없이 잘도 가고 있었다.

11시가 조금 넘었다. 김영훈 중령은 일어나서 밖을 한번 돌아보았다. 밖은 한

낮이었다.

그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김영훈 중령은 이순신 함의 함장인 김종완 소령에게 다가가서 흔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안아 김종완 소령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이 서서히 깨어났다.

"으으으... 우리가 어떻게 된 겁니까? 사령관 님?"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소. 분명한 것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무언가가

우리 배를 끌어 당겼다는 것이오..."

"그럼 우리가 과거에 도착한 것입니까?"

김영훈 중령은 할 말을 잃었다.

그도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함장보다 5분 먼저 깨어났다고 다 알 수는 없지 않는가.

"나도 모르겠소. 우선 우리의 위치가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파악을 하고 다른

함정들과의 통신이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소."

"알겠습니다. 통신 사관! 삼별초 함과 청해진 함과의 통신을 시도해 보도록,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해작사와의 통신도 시도해 봐."

함장인 김종완 소령의 명령이 있자 통신사관이 각각 15만 톤과 30만 톤의

컨테이너선인 삼별초 함과 청해진 함을 호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함에서 연락이 왔다.

"함장 님! 삼별초와 청해진은 무사하답니다."

"그래. 그럼 우선 두 함에게 탑승한 인원과 탑재한 물자의 안전을 점검하라고 명령을

내려. 아울러서 부상자가 있다면 그것도 파악해서 조치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통신사관인 장현덕 대위는 헤드셑에 연결된 마이크를 손으로 가리고 대답을 한다.

이순심 함의 함장 김종완 소령은 이순신 함이 진수하고 시험운항을 할 때부터 줄곧

이순신 함의 부 함장으로 근무하였던 베테랑 해군 사관이다. 그러던 그에게

시간원정은 하나의 기회로 다가왔다. 정부에서 시간원정을 기획하고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지원한 해군 사관이 바로 김종완이었다. 가능하면

젊고 미혼의 유능한 대원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한국정부로서는 원정단의

기함인 이순신 함 함장에 김종완 소령을 발령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장현덕 대위는 김종완 소령의 해사 후배로 이순신 함의 진수 때부터 통신 사관을

맡아오고 있는 장교로 해박한 역사 지식을 자랑하는 엘리트 해군 장교이다.

"아! 그리고 해작사와의 통신은 연결이 됐나?"

"그게 아무런 응답도 없습니다. 해작사는 물론이고 우리 함대이외에 아무런 전파

신호도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과거로 오기는 온 모양입니다."

"GPS를 통한 우리 위치 확인은 어떻게 됐어?"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아무런 위성 신호도 포착되지 않습니다. 깨끗합니다."

"그럼, 그동안 준비한대로 자이로와 컴퍼스를 통한 위치 확인을 시도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함장 님."

잠시 후 장현덕 대위의 말이 다시 들린다.

"함장 님. 자이로에 의한 위치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정확한 위치는

북위 32도 삼십, 동경 32도 칠십 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 남쪽 약 140Km

지점입니다."

두 사람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영훈 중령이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장 대위 말대로 우리가 과거로 온 모양이오. 일단 각 함들과 통신은 계속 유지를

하고 우리 함대의 진로를 제주도 쪽으로 잡아서 북상하도록 하세요."

"제주도 쪽이라면...?"

"우리가 과거로 온 게 틀림없고,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과거에 도착했다면 육지로

가서 무언가 정보를 얻어야 하지 않겠소? 일단 제주도에 상륙을 해서 정보를

얻어봅시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령관 님."

"아, 그런데 말이오, 두 사람은 좀 추운 느낌이 들지 안나요?"

"저도 아까부터 좀 춥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우리가 함교에 있기 때문 아닐까요?

함교는 각종 전자 장비 때문에 항상 에어콘을 가동시키느라 좀 춥습니다만..."

"아무래도 이상한데... 즉시 실외 온도를 측정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사령관 님."

사령관인 김영훈 중령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김영훈의 복장은 처음 출발할 때와 똑 같았다.

얼룩무늬 전투복 위에 항공점퍼만 착용한 상태였다.

출발했을 때는 별로 춥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사령관 님! 지금 실외 온도가 영하 2도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겨울철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출발할 때는 분명히 초가을이었는데 겨울이라니..."

"내 느낌이 맞았군. 즉시 각 함들에 연락해서 대원들에게 방한복을 지급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선실에 히터를 가동시키도록 하고...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방사능 잔류 검사를 한 번 실시해 보세요. 만에 하나 방사능에 우리 배가 노출이

되었다면 큰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사령관 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