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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首 신비여인(神秘女人) (7/113)

第五首  신비여인(神秘女人)

-냉운장을 찾아가다.

기인이사(奇人異士)가 도처에서 나타나다.

 오후.

 새벽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풍치(風致).

 송림을 이용하여 벌여진 진세가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그 진세에 힘들여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감천형과 천무가 송림에 도달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예의 그 홍수라는 도동이 나타나 그들을 맞았기 때문이다.

 도동은 여전히 어린아이답지 않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맞았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떡여 눈인사를 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사부님께서는 폐관에 드시면서 두 분은 그냥 돌아가도록 전갈하라 하셨습니다."

 "그건……."

 "궁금한 것은 냉운장(冷雲莊)으로 가서 홍 낭랑(紅娘娘)을 만나서 물어보십시오."

 "홍 낭랑?"

 "예. 그분을 만나면 어떤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부님께서 그분에 대하여 알려준 것은 절대로 발설치 말라고 당부하셨으니 명심하십시오. 그럼!"

 도동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려 진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뭐 저런 놈이 있냐?"

 채 뭐라고 하기도 전에 도동의 모습이 사라져 버리자 천무는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아니, 그냥 냉운장이라면 어디 가서 찾아? 도대체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금방이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진세 속으로 뛰어들 것 같은 태도, 하지만 감천형이 그를 말리기도 전에 냉랭한 음성이 송림 안에서 들려왔다.

 "냉운장은 낙양성중에 있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참……."

 천무가 다시 어이없는 듯 뭐라고 말을 할 듯했지만 감천형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 정도로 알고도 찾지 못한다면 천하무림맹이 너무 한심하지 않겠느냐? 되었다."

 말과 함께 그는 송림을 향해 길게 읍하였다.

 "천형이 사백께 폐를 끼쳤습니다."

 당연히 대답은 없다.

 송림 속에서 새 울음소리만이 들릴 따름이다.

 그렇게 감천형은 송림을 등졌다.

*   *   *

 어둠이 사위를 뒤덮어갈 무렵.

 감천형과 천무는 낙양성 외곽에 자리한 한 채의 장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냉운장(冷雲莊).

 지난날에는 화려했을 그 편액은 이미 빛이 바래 세월의 흐름을 말하는 듯했고, 오늘 밤에는 크나큰 의미로써 감천형의 앞에 자리했다.

 "냉운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변 누구와도 왕래를 하지 않아서…… 간혹 사람들이 드나든다고 하지만 거의 문이 닫혀 있다고 하는군요. 설왕설래 추측은 난무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을 이곳까지 안내한 순찰당의 향주(香主)인 응조(鷹爪) 조익(趙翼)의 말이다.

 그는 순찰당의 직계구향(直系九香) 가운데 하나로써 사람됨이 민첩할 뿐 아니라, 낙양성의 지리를 손바닥 보듯 아는 사람이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서 그는 명령을 받은 지 채 한 시진이 되지 않아서 냉운장을 찾아내었다.

 이미 이 장원의 주위에는 순찰당의 위사 10여 명이 흩어져 감시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당도할 때까지 별다른 동정은 없었다는 보고였다.

 탕탕탕…….

 감천형이 고개를 끄떡이자 응조 조익은 굳게 닫힌 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커다란 문고리를 들어 두드려 안에다 신호했다.

 이미 제법 어두워지고 있던 터라 그 소리는 상당히 크게 주위를 울렸다.

 하지만 그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나와보는 사람조차 없었다.

 응조 조익이 감천형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는지 묻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귀를 거슬리는 음향을 내면서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문은 활짝 열린 것이 아니라, 한쪽이 조금 열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한 사람이 머리를 내밀었다.

 이런 장원의 문지기라면 힘깨나 쓰는 장정인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서 그들을 쳐다보는 것은 자다가 깬 듯 부스스한 눈을 찡그린 노인이었다.

 나이가 칠순은 족히 됨직했다.

 "……."

 그는 누구라도 문을 열고 먼저 묻기 마련인 물음도 없이 그저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는 천하무림맹 총타에서 나온 사람들이오. 일이 있어 귀 장의 주인을 뵙고자 하오."

 참다못해 응조 조익이 한 걸음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품에서 배첩(拜帖)을 꺼내 내밀었다. 배첩이라고 하는 것은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자신의 신분 등을 적어 주인에게 예를 표하는 일종의 예를 갖춘 명함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노인은 천하무림맹 총타에서 나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지 미간을 찡그린 채 머리를 저었다. 응조 조익을 쳐다보는 얼굴에는 귀찮다는 빛이 역력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폐주인은 외부인과 만나지 않으시오. 그러니 돌아가시오."

 말만 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문은 닫고 사라져 버렸다.

 "……?"

 천하무림맹이란 이름으로 이런 대우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응조 조익은 어이가 없어 멍청히 서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감천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다시 통보하도록 하시오."

 탕탕…….

 문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일었다.

 하지만 이젠 문도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응조 조익이 난감한 빛으로 감천형의 의견을 구했다.

 "잠시 기다려 봅시다. 사람이 나와 안내할지도 모르니……."

 감천형의 말에는 응조 조익뿐만 아니라, 옆에서 묵묵히 일이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 있던 천무도 의아한 빛을 띠었다.

 하지만 그 의혹은 이내 해소되었다.

 정말로 문이 열리고 그 노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침잠한 눈으로 그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느 분이 무림맹의 총당주이시오?"

 "나요."

 감천형이 말하자 노인은 앞장서며 말했다.

 "따라오시오."

 장원 안은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황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잘 가꾸어진 것으로 보아 사람이 돌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제법 넓은 장원의 뜰을 가로질러 대청으로 들어설 때까지, 앞서 휘적휘적 걷고 있는 노인을 제외하고는 전혀 사람을 볼 수 없어서 어딘지 모르게 괴이하기 이를 데 없다.

 대청에 안내된 감천형과 천무는 하릴없이 그렇게 기다려야 했다.

 시녀 하나가 나와서 차를 내놓고는 종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찻잔은 쳐다보지도 않고 앉아 있던 천무가 문득 전음으로 물었다.

 '좀 전에 그 영감이 어떻게 나올 걸 아셨습니까?'

 감천형은 미미하게 웃어 보였다.

 '간단한 일이지. 내가 진기전성의 수법으로 장원의 안쪽에다 무림맹의 총당주가 홍 낭랑을 만나러 왔다고 소리쳤었거든.'

 그 말에 천무는 아,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 말에 반응하여 그들을 이곳까지 안내했다는 것은 여기에 홍 낭랑이 있다는 의미임을 깨닫는 것은 그리 시간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맑은 패옥(佩玉)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녀 둘의 부축을 받으며 한 여인이 대청에서 안쪽으로 통하는 문을 통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전신에 타는 듯 붉은 옷을 입었다.

 나이는 한 30대? 얼굴 생김은 미목이 수려하여 보기 드문 미인인데 붉은 옷과는 대조적으로 안색은 얼음처럼 차가워 대조적이었다.

 특이하여 쉽게 잊기 힘든 사람이란 뜻이다.

 그녀는 감천형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시녀들의 부축을 받아 주인석에 앉더니 그제서야 눈을 들어 감천형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무림맹의 총당주인가요?"

 "그렇습니다. 불쑥 찾아와 결례를 했습니다. 양해하여 주십시오."

 홍의여인은 코웃음 쳤다.

 "내가 양해하지 못하겠다면요?"

 그녀의 물음에 일순 당황한 빛이 감천형의 눈에 스쳐 갔다.

 이런 류의 말은 대체로 예의를 차리기 위한 것이다. 주인 또한 의례적인 말로 대꾸함이 보통인데 이렇게 따져 물을 것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까닭이다.

 "죄송합니다. 하나 예의를 차릴 상황이 아니라 무례를 무릅쓴 것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말과 함께 그는 그 홍의여인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낭랑께서는 소생의 사부이시자, 당금 무림맹의 맹주이신 건곤무적 독고해. 그분께서 돌아가신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그의 돌연한 질문에 홍 낭랑의 안색이 돌변했다.

 은어처럼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찻잔을 들고서 태연하고도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감천형의 말에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손을 떨어 찻물을 엎지르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했죠?"

 "사부님께서는 얼마 전 적의 암격(暗擊)을 받아 돌아가셨습니다."

 "그, 그런……."

 그렇지 않아도 얼음 같았던 그녀의 얼굴은 아예 하얗게 변한 것이 눈에 드러날 정도였다.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급서했다는 정도의 놀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예전부터 그녀는 건곤무적 독고해를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감천형은 문득 난감해졌다.

 그는 얼마 전까지 자신이 사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며칠 동안 그는 사부에 대해서 그가 아는 것이 너무 없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지만, 평소 그의 성품을 잘 아는 그로서는 대체 사부가 왜 이렇게 일을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도 했다.

 "누가…… 그를 해친 거죠?"

 잠시 입술을 물고 있던 그녀는 손에 들었던 찻잔을 탁자에 올려놓고서 물었다.

 "그것을 홍 낭랑께 물어보고자 여기 왔습니다."

 "나한테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사부님의 죽음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것이 너무 없습니다. 일반적인 척도로는 알아낼 수 있는 한계가 있어서,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서 낭랑을 찾아온 것입니다."

 "……."

 잠시 침묵하고 있던 그녀가 다시 물었다.

 "나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

 "그건……."

 "설마 그가 죽기 전에 나에 대해서 말했을 리도 없을 테고…… 누구죠? 누가 나를 찾아가라고 한 건가요?"

 그녀의 말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감천형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야 했다.

 과연 그녀가 누구인지…… 사부와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젊은 그녀. 하지만 평배(平輩)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투는 그를 자못 혼란케 하기에 족한 것이다.

 그때, 홍 낭랑이 냉소를 터뜨렸다.

 "흥! 그가 아니라면 당대 무림 중에서 나의 거처를 알아낼 사람은 없지. 혼자 도학자인 척하면서 자신은 뒤로 물러나고 나를 시비의 와중으로 끌어들이려 하다니……."

 어둠이 촛불에 찢겨 흐늘거렸다.

 "……."

 감천형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믿기 힘들군…… 그가 당하다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녀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감천형을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라면 모르겠지만 당신 사부의 얼굴을 봐서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지요."

 "감사합니다, 낭랑."

 "사흘 뒤, 이 시간쯤 이곳으로 다시 찾아오세요."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놀림은 중국 여인 특유의 살랑거림이 깃들어 있어서 아마도 전족을 한 듯했다. 전족을 한 여인은 혼자 걷기 힘들어 시녀의 부축을 받는다.

 하지만 무림 중의 여인은 전족을 잘 하지 않는다.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자면 홍 낭랑은 더 더욱 신비롭다.

 겨우 30대로 보여 감천형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듯한데, 말투는 전배(前輩)와 같고, 무공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또 전혀 모르는 여인인 것 같기도 하니…….

 감천형은 그녀를 찾아왔다가 의문만 늘었다.

 감천형과 천무는 예의 노인에게 안내를 받아 냉운장을 떠났다. 말이 안내이지, 따라오든 말든 앞에서 휘적휘적 걸어갈 따름.

 약간의 사단은 그들이 문을 나서기 전에 일어났다.

 천무가 갑자기 그 노인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눈을 부릅뜬 것이다.

 "당신,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요?"

 그가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노인은 괴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요?"

 "갑자기 숨이 답답한데, 당신이 내게 손을 쓴 게 아니오?"

 천무가 그를 노려보면서 고함쳤다.

 "시비를 거는 게요?"

 노인이 귀찮은 듯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야말로 고목 나무에 매미가 붙은 듯한 형국인데도 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인의 눈을 쏘아보고 있던 천무는 문득 사납게 그를 놓아버리면서 몸을 돌렸다.

 "나이를 봐서 참지!"

 그가 성큼성큼 걸어서 문을 나서는 걸 보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감천형은 노인을 향해 물었다.

 "혹, 다치지는 않았소? 내 사제가 성격이 급하여……."

 여전히 대답은 없다.

 쾅!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노인이 귀찮다는 듯 냅다 닫아버린 대문뿐.

 감천형은 어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대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천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땠느냐?"

 걸어가면서 감천형이 천무에게 물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천무가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다.

 "네가 공연히 시비를 걸 리가 있겠느냐?"

 감천형의 말에 천무는 쓴웃음을 짓더니 미간을 굳혔다.

 "그 노인 고수입니다."

 "어느 정도로?"

 "얼마나 싸워야 이길 수 있을는지 확신을 하지 못하겠더군요. 첨에는 3할, 나중에는 7할까지 힘을 쏟았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

 감천형이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그 정도라면 뜻밖이다.

 거령신권 천무라면 무림맹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다. 더구나 그는 무공이라면 침식을 잊을 정도로 몰두하여 실제로 그의 무공은 알려진 것보다 더 높았다. 그런 그가 그렇게 평가를 했다면…….

 감천형은 부지중에 냉운장을 돌아보았다.

 냉운장.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더구나 낙양은 천하무림맹의 총타가 있는 곳. 말하자면 무림맹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곳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비로소 감천형은 절감한다.

 그간 무림맹이 무림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음을, 그것이 겉으로 보이는 허울뿐이었음을…….

 하긴 그것은 건곤무적 독고해의 신념과도 관련이 있을 터이다. 무림 중의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되, 군림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

 그러했기에 무림은 그간 평온했는지도 몰랐다.

 응조 조익의 지시 하에 몇 사람이 그 자리에 남았다. 냉운장의 움직임을 암중에 지켜보기 위해서다.

*   *   *

 무림맹 총타로 돌아온 감천형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뭔가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듯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맹주부 밖으로 나간 위사들은 하나둘 소식이 끊겼다. 조사하기 위해 나간 위사들마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흉흉해지기 마련이고, 그러한 상황을 위사들이 알지 못할 리가 없다.

 이런 상태로 무작정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당주는 언제 돌아올 것 같소?"

 감천형이 옆에 앉아 있는 날카로운 눈의 중년인에게 물었다.

 철필서생(鐵筆書生) 옥문진(玉文鎭).

 무림맹의 신기당 부당주인 그는 신기당의 당주가 없는 지금, 신기당의 전권을 맡고 있었다.

 "마지막 연락으로써는 3일에서 늦어도 5일 후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뒤로는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당주님만 계셨다면 이런 수모는……."

 옥문진이 굳은 얼굴로 입술을 물었다.

 신기당은 무림맹의 정보력을 의미하는 곳이다. 무림중의 동태와 갖가지 일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맹주에게 알려주는 일을 한다.

 당대의 신기당주인 금안신조(金眼神雕) 조건(曺建)은 지난 20년 간이나 건곤무적 독고해를 따른 중견고수일 뿐 아니라, 무림맹의 눈이고 귀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지금은 그가 여기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감천형의 명을 받고 강호로 나갔기 때문이다.

 사부이자, 맹주인 건곤무적 독고해가 돌아오지 않자 감천형이 은밀히 그에게 맹주의 행방을 조사하도록 부탁했다. 그리하여 금안신조 조건은 신기당의 주력을 이끌고 강호로 나갔다. 그것이 한 달여 전이었다.

 그가 지금 여기에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적의 움직임에 대해서 피동일 리는 없었을 터이다.

 무림맹은 지난 수십 년 간 그냥 무림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연락이 온 게 언제인가?"

 천외유자 곽도광이 물었다.

 "이틀 전입니다."

 감천형 등이 미간을 굳혔다.

 그렇다면 내일이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소리…….

 "이 사제, 그를 맞이할 차비를 해라. 그마저 잃어버리면 우리는 정말 눈 감고 귀를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감천형의 말에 좌백은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이틀 간 잠시 폐관을 할 터이니, 특별한 일이 아니면 네가 곽 장로님과 상의하여 처리하도록 해라."

 감천형의 말에 천외유자 곽도광이 놀란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폐관이라니?"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사부께서 알려주신 신공 하나를 속성(速成)코자 합니다. 길어야 이틀이면 될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천형이 그를 향해 머리를 숙여 보였다.

 사람들의 의문을 뒤로하고, 감천형은 그날 밤 아무도 몰래 천무와 함께 맹주부를 떠났다.

 그가 맹주부를 떠난 것을 아는 사람은 천외유자 곽도광과 천수단혼 좌백 등, 몇 사람에 불과했다. 사매인 독고경도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간신히 타일러서 맹주부에 남아 있도록 할 수 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사부가 남긴 지도에 있는 중조산 무우곡이다.

 이번 길은 어쩌면 향후 정국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감천형은 될 수 있는 한 모든 사람들에게 맹주부를 떠난 것을 알리지 않았다. 맹주부 내에서조차 그가 신공 연수를 위해서 폐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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