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30 章 偉大한 사랑의 終末
대륙천자 혁리혼과 마황제일존 갈무좌의 역사적인 대격돌.
그것은 무려 일천초에 달하고 있었다.
막상막하의 대격돌.
그것은 무림개사(武林開史) 이래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천동지할 대격돌이었다.
대륙천자 혁리혼.
‘과연 만마의 위대한 주인으로서 그다운...... 엄청난 절학이다!’
그는 마황제일존 갈무좌의 엄청난 절학에 내심 경탄을 금치 못했다.
갈무좌.
‘으으...... 이놈의 무학이 어느새 이 정도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그는 내심 어금니 저린 신음성을 내뱉었다.
무려 천초의 격돌을 했지만 혁리혼은 조금도 피로한 기색 따위는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이 상태로 몇 년만 더 지난다면...... 그 누구도 놈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수중의 흡마혈황인을 무섭게 움켜쥐었다.
‘오늘...... 반드시 놈을 죽리리라!’
살심이 더욱 무섭게 지글지글 타올랐다.
팟!
그의 신형이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후후후...... 지금부터 흡마혈황인의 진정한 정화를 보여 주마!”
마황제일존 갈무좌는 자신의 정화인 흡마혈황인이 지닌 죽음의 이식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비천혈겁(飛天血劫)― 괴(乖)― 흡(吸)―!”
츄쐐액― 쐐쐐쇄액―!
일곱 개의 기이한 날을 지닌 흡마혈황인.
그것이 허공을 무섭게 쪼개며 가공무비한 혈광과 치떨리는 막대한 경력의 회오리 돌풍을 일으켰다.
‘대단하다!’
혁리혼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휙―!
그의 신형이 허공을 엇비스듬히 갈랐다.
“마검파천황(魔劍破天皇)―!”
그것은 바로 급류가 지닌 초자연의...... 쾌의 묘!
거대한 대자연을 향한 도전으로 하여 깨우칠 수 있었던 가공할 검예!
그것이 마침내 혁리혼의 검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카카카카아...... 카아.......
쾌(快)! 쾌!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만들어 놓을 수조차 없는 수천 가닥의 쾌광(快光)이 허공을 갈가리 쪼개며 터졌다.
꽈꽈꽈꽈꽝―!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츄리리리리링......!
공간의 모든 공기들이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파파― 파― 팟!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마군총 중앙의 황금정이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헉!”
“크으...... 가...... 가공하다!”
주위에 몰려 있던 고수들의 입에서 심장을 찢는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진정 표현이 따로 없는 가공할 대격돌이었다.
“으윽!”
대격돌의 와중에서 한 소리 답답한 신음이 터졌다.
잠시 허공을 가두는 혼돈이 가라앉으며 장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황제일존 갈무좌.
그는 앞가슴이 피투성이가 되어 연신 비틀거렸다.
대륙천자 혁리혼.
그는 의연한 자세로 안색만 가볍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으.......”
갈무좌는 자신의 피투성이 가슴을 내려다보며 안색을 일그러뜨렸다.
‘으으...... 이럴 수가......!’
그는 전신을 엄습해 드는 전율을 느끼고 말았다.
상대.
너무도 강했다.
‘허나...... 나는 마황제일존이다! 마도무림사상(魔道武林史上) 가장 위대한 고수...... 나 갈무좌이다!’
문득 갈무좌는 혁리혼을 향해 무서운 혈광을 두 눈에서 뿜어냈다.
번― 쩌― 억!
보는 이의 피조차 말릴 가공할 핏빛의 안광!
“크흐흐흐흣...... 나는 이 순간 한 인간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후후...... 너 갈무좌가 원망을 해야 할 사람이 있다니? 뜻밖인데?”
혁리혼은 아주 차가운 웃음을 베어물었고, 갈무좌는 음악한 눈빛으로 혁리혼을 노려보았다.
“그자는...... 바로 너를 이 순간까지 살아 존재케 한 사교대존황 갈극척이 바로 내가 원망하는 자다!”
사교대존황 갈극척―!
그는 영원히 혁리혼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꼽추노인!
순간 혁리혼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갈무좌, 네놈의 더러운 입으로 그분을 모욕하지 마라! 그분은 나 혁리혼에게 있어 다시없는 부모와도 같은 분이다!”
파아.......
혁리혼의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짓터져 나왔다.
순간 갈무좌의 입에서 처절한 광소가 터져 나왔다.
“크아하하하핫...... 핫...... 그가 네놈에게 그런 관계라면 이 갈무좌에게는 아버지가 되는 사람이다! 혁리혼, 너는 아느냐? 아버지의 손에 살아온 네놈에 의해서 나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이 고통을!”
“뭐...... 뭐......!”
혁리혼의 안색은 순간 극도의 경악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 아버지!
그렇다.
사교대존황 갈극척!
그는 바로 갈무좌의 아버지가 아니던가?
다만 혁리혼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갈극척은 그 사실을 혁리혼에게 숨겨왔었으므로.......
혁리혼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채 뒷걸음질쳤다.
비틀.......
그리고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네...... 네가...... 할아범의...... 아들이라고...... 너...... 갈무좌가?”
충격!
그것은 너무나 뜻밖이고도 엄청난 충격으로 혁리혼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그때였다.
“나 갈무좌는 그런 네놈과 나의 아버지인 그를 증오하고 미워한다......! 혁리혼―!”
증오와 한 서린 외침이 갈무좌의 입에서 터짐과 동시!
파스...... 으.......
갈무좌의 신형은 재차 허공 위로 솟구쳐 올랐다.
“흡마혈황인의 마지막 죽음의 초식이다! 이것으로 네놈의 목을 거둘 것이다......! 사사(邪邪)― 대혈흡(大血吸)― 막(幕)―!”
흡마혈황인의 죽음의 삼식 중 마지막 사사대혈흡막!
마침내 그것이 터진 것이다.
카아아아...... 카아...... 카.......
번쩍! 번― 쩍―!
보라!
빛!
그것은 빛의 폭발이었다.
삼라만상을 뒤덮는 가공하고도 가장 아름다운.......
허나 혁리혼은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망연히 덮쳐드는 갈무좌의 죽음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범이...... 그의 아버지라고......? 갈무좌...... 가......!’
절체절명―!
쐐쐐쐐쐐쐐― 쐐액―!
수천만 가닥의 검기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혁리혼의 몸을 난도분시해 들었다.
“아― 앗!”
“아아...... 왕야......!”
천왕제군대척 등 무수한 고수들의 입에서 절망과 처절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들은 갈무좌의 검이 혁리혼의 몸을 조각내는 것을 환각처럼 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끝...... 끝이다!’
‘크으.......’
바로 그때였다.
“안― 돼!”
한마디 다급하고도 경악에 찬 외침이 중인들 속에서 터짐과 동시.......
파아아아.......
한 줄기 인영이 불가사의한 속도로 혁리혼의 앞을 가로막으며 동시에 갈무좌의 검을 받아 갔다.
찰나!
꽈꽈꽈꽈꽈!
고오오...... 오오오.......
“크아아아악―!”
“커― 헉!”
무지막대한 폭발과 함께 두 마디 비명이 공간을 짓찢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가?
콰아...... 콰아...... 콰아.......
아주 꽤나 오랫동안 주위를 뒤집는 경풍의 회오리가 휘몰아쳤고, 또다시 한참이나 되어서야 흐릿하게 경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
마황제일존 갈무좌와 죽마인예 영목태랑!
그들은 서로의 가슴에 깊숙이 칼을 맞박은 채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혁리혼의 죽음 속으로 대신 뛰어든 자!
그는 바로 죽마인예 영목태랑이었다.
비틀...... 비...... 틀.......
“크으...... 끄으...... 죽마인예...... 네놈이......!”
“으으.......”
순간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혁리혼의 입에서 격동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태...... 태랑! 그...... 그대가...... 그대가.......”
휘― 익!
혁리혼은 급히 신형을 날려 영목태랑의 옆에 내려섰다.
순간이다.
“크윽......!”
“끄...... 으.......”
마황제일존 갈무좌와 죽마인예 영목태랑의 몸이 동시에 썩은 고목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즉사!
갈무좌는 정확히 영목태랑의 죽검을 심장에 박은 채 즉사해 버리고 말았다.
“태...... 태랑......!”
혁리혼은 격한 외침을 터뜨리며 죽마인예를 부둥켜안았다.
죽마인예 영목태랑은 힘겹게 눈까풀을 떨며 입을 열었다.
“후후...... 혁리혼.......”
죽마인예 영목태랑!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무엇을 위하여.......
허나 그 시각, 또 다른 죽음은 무서운 기세로 혁리혼을 향해 치달려오고 있었다.
* * *
쾅―!
박살!
피의 덩어리인가?
슈아아아앙―!
폭우 속을 가르며 무서운 기세로 달리는 인영.
그는 완전히 육괴덩어리처럼 피를 흩뿌리며 쏘아져 가고 있었다.
부딪히는 것은 모조리 가루로 화하여 흩어졌다.
“으으...... 가야 한다...... 크으...... 허나 온몸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무서운 기세로 달리고 있는 자.
후두두둑...... 툭.......
그의 몸이 쏘아져 가는 뒤로 그림자처럼 내장 부스러기와 핏물이 따라가고 있었다.
“으으...... 너무도 무섭게 강한...... 놈들이다...... 나의 능력으로도...... 피하지 못했다...... 놈들의 저지를...... 나 우황조차도.......”
우황―!
폭우 속을 달려가는 자가......?
파아아아...... 파아.......
“나의 발 끝에 달려 있다...... 천왕제군대척의 모든...... 생사는...... 으으...... 어서...... 가야 한다...... 왕야...... 크으.......”
쏴아아아...... 쏴아아아.......
미친 듯이 대지를 휩쓸고 있는 폭우 속으로 또 하나의 죽음이 달려가고 있었다.
* * *
혁리혼과 갈무좌의 숙명적 대결이 종식되는 그 순간.
이곳 천왕제군대척에도 엄청난 혈풍이 서서히 그 처절한 종식을 거두어 가고 있었다.
금황제운―!
그가 일백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고수들을 이끌고 천왕제군대척을 휘몰아쳐 든 것이다.
천륭(天隆) 팔년(八年) 구월(九月) 초닷새에 벌어진 가공할 천하대혈전(天下大血戰)!
무림사 천년 이래 가장 엄청난 혈풍의 대회전(大會戰)으로 기록될 것이다.
피의 대폭풍이여―!
<첨황대(尖皇臺)>
천왕제군대척에서 가장 높은 십층의 석탑이다.
첨황대의 맨 꼭대기.
그곳에는 아주 추한 여인...... 추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수중에는 한 개의 삼각기가 들려 있었다.
“.......”
그녀는 탑 위에서 전후좌우를 훑어보며 수중의 삼각기를 기묘하게 흔들었다.
그녀의 옆에는 천왕제군대척의 초극강고수 이십여 명이 철통같이 그녀를 에워싼 채 보호하고 있었다.
아니.......
그들은 천왕제군대척의 고수들과는 꽤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군(天軍)>
그들의 가슴에는 천왕이 아닌 그런 두 글자가 색다르게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천― 군―!
환공이 추명에게 남긴 환공의 영원한 마지막 보루의 세력― 바로 그들이었다.
천왕제군대척.
“크아아악!”
“커― 억!”
콰아아...... 콰아.......
비명과 핏줄기가 소름 끼치게 터지고 뻗치며 천지혼돈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왕제군대척의 고수들과 천군의 합세.
그들과 덮쳐드는 금황제운의 일백만 고수들은 첨황대를 중심으로 무서운 피보라를 터뜨리며 맞닥뜨려 있었다.
이미 혈향은 수십 리 밖까지 뻗치고, 시신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처절함이 극에 달한 아수라대혈전!
천군과 천왕제군대척의 고수들.
그들은 추명의 깃발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적들을 맞아 대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추명은 깃발 하나로 근 일백만에 달하는 고수들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했다.
주위는 이미 서서히 짙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
문득 추명의 시선이 첨황대 아래 어느 한곳에 머물러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첨황대에서 약 이십여 장쯤 떨어진 곳.
한 명 무상의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한 제왕의 기도를 지닌 자가 태사의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그는 바로 무섭도록 거대한 야망의 칼을 품은 금황제운, 바로 그였다.
그는 태사의에 앉은 채 자신의 수하들이 벌이는 대접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추명의 아주 추괴한 얼굴에 미묘한 빛이 떠올랐다.
‘저자다! 바로 천기에 나타나던 그 거대한 핏빛의 성좌는!’
직감이었을까?
그녀는 그를 보는 순간 강렬한 직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신비무쌍한 빛을 뿌렸다.
‘과연 대단한 자다! 풍기는 기도가 결코...... 왕야, 그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인물이다......!’
헌데 그녀의 시선이 금황제운 곁에 이르러 반짝 기광을 뿌렸다.
금황제운의 태사의 곁.
실로 감탄이 저절로 나는 미려한 용모의 미유생(美儒生)이 서 있었다.
대략 이십여 세 가량 되었을까?
흡사 아름다운 여인을 닮은 사내.
금황예강!
바로 그였다.
‘저자는......! 그렇다! 거대한 핏빛의 거성과 함께 빛을 발하던 또 하나의 지다성...... 바로 그다!’
추명은 놀라움의 외침을 내심 터뜨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흘렸다.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 그들의 일백만 고수들은 모두 저 나약한 유생의 지휘 아래 아주 조직적이고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금황제운은 침중한 음성으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으음...... 천왕제군대척! 거의 대부분의 세력이 마교로 빠져 나간 지금...... 이들의 저력이 이렇듯 강할 줄이야......!”
시선을 우뚝 서 있는 첨황대 위로 던졌다.
“저 추괴한 여인...... 정말 무서운 여인이다!”
그의 음성에는 진심으로 경복한 기색이 역력히 내포되어 있었다.
“혁리혼......! 그에게 저런 지략가(智略家)가 있었다니......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그는 천왕제군대척을 몇 시진 안에 몽땅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추명......!
그녀의 치밀한 안배에 걸려 오히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때 금황예강이 아주 침중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대형!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들을 칠 수가 없습니다.”
그의 얼굴에 난색의 빛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이 펼치고 있는 공세는 바로 전설이 말하고 있는 죽음의 천라회회강멸진쇄(天羅回回 滅陣殺)라는 것입니다.”
천라회회강멸진쇄!
금황예강은 얼굴이 은은한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아...... 이런 놀라운 재간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니......!’
그의 얼굴이 첨황대 위의 추명에게로 향했다.
금황제운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약점은 없느냐?”
“약점은 있습니다...... 허나 저 추괴한 여인이 있는 한...... 그 약점은 무서운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어 그는 주위의 정세를 대충 훑어보다가 또다시 추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추명 역시 금황예강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
추명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수중의 깃발을 들어 알은체를 했다.
순간 금황예강은 눈빛을 아주 미묘하게 빛냈다.
“저 여인......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 진정 존경할 만한 여인입니다.......”
그는 문득 탄식성을 발했다.
“흐음...... 천하에 나 금황예강의 능력에 당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은 그의 목구멍 안에서만 터진 기이한 중얼거림이었다.
헌데 그때였다.
“대황부!”
금황제운의 면전에 한 인물이 깊숙이 부복했다.
“천왕제군대척은 도저히 뚫을 수가 없습니다.”
오순 가량의 극히 냉막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금황제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째서......?”
중년인은 황송하다는 듯 더욱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천왕제군대척의 주위에는 수백 군데의 기관이 설치되어 있고...... 더구나 천왕제군대척을 수호하고 있는 천군이라는 자들의 가공한 능력에 번번이 우리가 저지를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
죽음의 기관.
바로 추명이 만들어 놓은 두 가지 안배 중 하나와 또 하나의 안배 천군의 힘에 의해 사상자만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금황제운의 전신에 아주 미미한 진동이 일어났다.
“어리석은......!”
돌연 그는 은은한 분노를 터뜨렸다.
“겨우 이 따위 성 하나 뚫지 못하다니...... 그러고도 자금성을 뚫자고 했더란 말이냐?”
드디어 금황제운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벌떡!
그는 태사의에서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겁사(劫邪)! 그대는 십만의 힘으로 우회시켜 좌면(左面)을 치게 하라!”
“대황부의 명을 받드오이다!”
“그리고...... 또다시 십만의 힘으로 우면(右面)을 공격하고...... 겁사, 그대는 직접 나머지 세력으로 첨황대를 밀어 버려라!”
번갯불 같은 지시가 떨어졌다.
순간 금황예강의 얼굴이 급변하여 외쳤다.
“대형! 그것은 안 됩니다! 그것은 너무도 잔인한 방법입니다!”
금황제운은 검미를 꿈틀거렸다.
“예강, 다른 생각이 있느냐?”
“그...... 것...... 은.......”
금황제운은 지그시 입술을 물며 두 눈에서 뇌의 빛을 쏘아냈다.
“방법은 이것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부복해 있는 중년인 겁사에게 영을 내렸다.
“겁사! 가라!”
“존명!”
겁사의 입에서 대답이 흘러 나옴과 동시, 그의 신형은 공간 속에서 흩어지듯 사라져 갔다.
첨황대 위.
추명은 옆에 시립해 있는 신태비범의 노인에게 물었다.
“노조, 저 제왕의 기도를 지닌 자...... 금황제운이라는 인물과 이야기를 나눈 자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그녀는 금황제운과 금황예강의 동태를 예리하게 주시해 온 터였다.
노인 노조는 익히 그를 알고 있는 듯 대답했다.
“우리가 조사해 온 바에 의하면...... 그는 금황제운이라는 자의 수하 중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의 추혼검대(追魂劍隊)라고 불려지는 오십만 살막천마대(殺幕天魔隊)의 수뇌 인물입니다, 화후......!”
순간 추명의 안색이 꽤나 미묘하게 변했다.
이어 그녀는 아주 조용한 웃음을 떠올렸다.
“후훗...... 이로써 싸움은 끝났어요. 호호......!”
동시에 그녀는 수중의 삼각기를 높이 치켜 들었다.
싸움은 끝난다?
허나 이때였다.
꽈꽈꽈꽈꽈꽝―!
콰아아아...... 쾅!
폭발!
천왕제군대척을 모조리 날려 버릴 듯한 엄청난 대폭발이 터져 올랐다.
보라!
천왕제군대척의 후면이 모조리 폭죽 튀듯 파괴되며 무너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헉―!”
추명의 안색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그녀의 입술이 이지러졌다.
“소...... 속았다! 아아...... 저들은 나의 이목을 혼란시키고...... 후면에 남겨둔 자신들의 수하들과 함께 화약을 폭발시키다니...... 이럴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이 무슨 무서운 말인가?
그렇다!
금황제운!
그는 앞에서 추명의 이목을 혼란시킨 뒤 후면에 머물러 있는 십만의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모조리 폭발을 시켜 버린 것이다.
추명의 생각―자신의 수하가 있는데 결코 폭약 따위는 사용할 수 없으리라. 자신의 수하 십만의 목숨도 같이 사라질 테니까―을 모조리 뒤집어 버리는 그야말로 극악한 계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꽈르르르― 릉―!
쾅! 쾅! 쾅!
수십 군데에서 무섭게 화광과 함께 허공으로 뻗쳐 오르는 불기둥......!
비틀.......
추명은 몸을 휘청였다.
“아아...... 끝났다...... 모든 것은.......”
* * *
천왕제군대척이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그 시각.
혁리혼은 하나의 주검을 끌어안고 격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태...... 태랑.......”
죽마인예는 이미 아득한 죽음의 나락으로 침몰해 들고 있었다.
파르르......!
그의 손이 아주 심한 진동을 일으키며 혁리혼의 손을 힘겹게 잡았다.
꽈...... 악!
“리혼...... 후후...... 지금은...... 슬픈 시간이...... 아니다...... 나는 기쁘다...... 왠지...... 아느냐?”
“누구도 네 마음을 모르나 나 혁리혼은 안다!”
혁리혼은 처참한 심정으로 입술을 떼었고, 죽마인예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혁리혼은 느꼈다.
“후...... 으...... 나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행복을...... 더 오랫동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리혼...... 부탁이다...... 미랑을...... 그 불쌍한 여인을...... 행복하게...... 해...... 다오.......”
부르르......!
혁리혼은 참을 수 없는 격동을 터뜨리고 말았다.
“태랑, 너와 약속한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순간 영목태랑의 머리는 뒤로 꺾어졌고, 그의 입가에는 아주 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가 천천히 지워지고 있었다.
“후...... 흐...... 리혼...... 고맙...... 다...... 너는...... 좋은...... 녀석...... 이다.......”
턱......!
영목태랑의 몸은 이내 혁리혼의 품속에서 힘없이 늘어지고 말았다.
죽은 것이다.
“태...... 태― 랑―!”
쏴쏴쏴...... 쏴...... 아.......
폭우는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혁리혼의 격정에 떠는 몸을 감싸며.......
영목태랑의 싸늘한 몸을 더욱 차갑게 식혀 버리고 있었다.
운명적으로 한 화녀를 사랑했고, 그는 이내 자신이 사랑했던 그 화녀의 딸을 위해 폭우 속에서 마지막 죽음을 마치나니.......
“태랑......!”
혁리혼은 천천히 영목태랑의 몸을 끌어안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는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반드시...... 그대의 말을 지키리라. 아니...... 그러기 이전에 나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소...... 미랑을......!”
그때였다.
꽝―!
마교의 누각이 허리 부분에서 그대로 박살이 나며 하나의 잔영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들었다.
“......!”
“......!”
순간 군웅들의 안색이 일변했고, 한당의 입에서 경악과 격동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우...... 우황―!”
그랬다.
마교의 한쪽을 가로막은 누각을 파괴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쏘아져 들어온 자.
그는 천왕제군대척에서 죽음을 불사하며 탈출해 온 우황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는 무서운 죽음을 밀쳐내며 장장 일만리를 쏘아져 온 것이다.
“크으...... 하...... 한당...... 나를 왕야께.......”
비틀.......
우황의 몸이 기우뚱하는가 싶자 우황의 복부에서 조각난 내장 부스러기와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후두둑...... 후두둑.......
그의 얼굴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짙은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다.
혈인.
그는 자신의 피로 전신을 뒤집어쓴 채 진저리쳐지는 혈인이 되어 있었다.
슷......!
“우황!”
혁리혼이 대경한 신색으로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우황의 몸을 부여잡았다.
퍼― 억!
순간 우황은 아주 무력하게 혁리혼의 품속으로 쓰러져 갔다.
“이제...... 나의 일은 끝났다...... 크크.......”
“무...... 무슨 일이냐? 우황!”
혁리혼은 안면을 떨며 경악의 외침을 터뜨렸다.
우황은 짙은 죽음이 드리워진 시선을 혁리혼에게 주며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와...... 왕야...... 어서 돌아가십시오...... 천왕제군대척은 이 순간......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화후께서 그것을 막고...... 있으나...... 아아...... 어서...... 어...... 서......!”
툭!
우황은 채 가쁜 말을 잇지 못하고 혁리혼의 품에서 쓰러져 버렸다.
죽었다.
장장 일만여 리를 죽음을 불사하며 오직 천왕제군대척의 생존을 위해 달려온 자 우황......!
“우...... 우황―!”
혁리혼은 격하게 몸을 떨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우황의 이 죽음은 무엇이고...... 천왕제군대척이 붕괴된다니......?
당금 무림에 그 누가 있어서 말인가?
흑뇌마자가 격동하고 있는 혁리혼을 향해 급격히 허리를 접었다.
“천자―! 어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지금은 감정에 치우쳐 있을 시간이 아닙니다. 우황의 죽음을 위해서라도......!”
* * *
첨황대.
그곳은 이미 모조리 파괴가 되기 직전이었다.
“아...... 아.......”
추명.
그녀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잘게 몸을 떨었다.
“이젠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잘강.......
그녀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음인가?
그녀의 두 눈에서는 아주 강렬하고도 참담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 이 되리라.......’
문득 그녀는 옆에 침중히 굳은 안색으로 서 있는 노인을 돌아보았다.
“노조.......”
“화후! 명하십시오.”
“모두 퇴각하라 하세요. 더 이상 생명을 없앤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부질없는 짓입니다.”
“퇴...... 퇴각하라심은......?”
노조는 흠칫 추명을 올려다보다가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입술을 파리하게 떨며 더듬거렸다.
“화...... 화후! 설마...... 아직 미완성에 이른 세 번째 안배를......?”
미완성의 세 번째 안배―!
그것은 또 무엇인가?
추명은 처연한 시선으로 하늘을 본다.
“어쩔 수가 없어요...... 이대로라면...... 곧 천왕제군대척은 붕괴되어 버리고 금황제운, 그의 승산으로 굳혀집니다.......”
“......!”
“그리고 이제 돌아오게 될 그분의 세력은...... 금황제운이라는 자에게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허를 찔리는 꼴이 되기에.......”
순간 노조는 몸을 떨었다.
그러다 두 눈을 빛내며 오연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 번째 안배는 속하가 할 것입니다!”
허나 추명의 말은 그 순간 꽤나 차가웠다.
“안 돼요! 그대는 천군과 천왕제군대척의 살아 남은 고수들을 이미 지정해 놓은 지하밀전(地下密殿)으로 대피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습니다. 그곳은 안전할 것입니다.”
“화후―!”
“이것은 본녀가 그대에게 하는 최후의 명령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노조는 격렬하게 몸을 떨며 털썩 무릎을 꺾고 말았다.
“왜...... 왜......? 화후께서는 그 무서운 일을 자청하십니까? 왜―?”
허나 그녀는 천천히 첨황대에 따로 마련된 하나의 밀실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 어떤 대답도 없이.......
허나 노조는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 아래로 그녀의 눈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을.......
‘아아...... 그분을 향한 사랑이 저분에게는 한처럼 맺혀 있다...... 그분은 화후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지 못하나...... 아아...... 위대한 사랑이여......! 화후...... 당신은 위대한 여인이십니다...... 화후.......’
노조는 몸을 떨며 마침내 격동의 외침을 터뜨렸다.
“화...... 화후이시여―!”
콰직―! 콱......!
이마가 피 터지도록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
그리고 두 번의 재배(再拜).......
그것은 죽은 이를 향한 배례이다.
* * *
밀실.
그곳에는 아주 난해한 기관장치가 만들어져 있었다.
추명.
그녀는 기관장치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기관을 잡아당기게 되면...... 이제 이곳은 모조리 폭파되고 만다. 천왕제군대척은...... 지하밀실만을 제외한 채......!’
모조리 폭파라니?
‘허나 지하밀실조차 온전할지는 의문이다. 애초 이 안배는 미완성이었으니까!’
세 번째 안배―!
그렇다면 그것은......!
쏴아아아...... 쏴아.......
창 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빗물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축축한 물기가 그녀의 두 눈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왕야...... 아니, 이제 당신을 마지막으로 리혼이라 부르겠어요...... 리혼.......’
찰랑이던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이내 주루룩 흘러내렸다.
‘리혼...... 당신을 사랑...... 했어요...... 진심입니다...... 리혼.......’
쏴아아아...... 쏴아아아.......
촤촤촤촤.......
폭우는 아예 미쳐 있었다.
그 폭우의 음률에 따라 한 줄기 가슴을 찌르는 아픔의 나직한 음성이 밀실을 메운다.
있다면 추악하게 태어난 것이...... 죄이지요.......
있다면 당신을 사랑한 것이 죄이지요.......
하지만 원망을 하지는 않으렵니다.......
추명은.......
당신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이지요...... 리혼.......
아아...... 나의 사랑하는 님이시여.......
눈물이 범벅이 되어 추명은 허공에 하나의 잔상을 그린다.
사내.
그녀의 영혼이 사라진다 해도 잊지 못할 사내.......
파르르......!
그녀의 떨리는 손이 이내 천천히 기관의 중심부에 만들어져 있는 하나의 용각을 잡아 갔다.
리혼.......
모든 것은 이제 끝이에요.......
모든 것은.......
‘리...... 혼...... 안...... 녕.......’
그녀는 용각을 떨리는 손으로 잡아당겼다.
* * *
파아...... 파아.......
혁리혼은 미친 듯이 폭우 속을 치달렸다.
“바...... 바보...... 추명...... 안 돼―! 너는 바보다...... 너는 바보......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추명.......”
혁리혼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인가, 빗물인가.......
그의 몸은 빗속을 뚫고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뇌리 속으로 사무향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 아...... 안 돼요! 리혼...... 추명, 그분이 죽어서는 안 됩니다! 그분은 오직 당신만을 위해 살아온 분...... 소녀가 마교에 들어온 것도...... 모두 그분의 지시에 의한 것입니다...... 바로 당신을 위한......!
― 그분은 첨황대에 하나의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기관을 설치하고 계십니다...... 아아...... 이제야 그분의 깊은 뜻을 알 것만...... 같아요...... 그분은 리혼, 당신이 모르고 있는 또 하나의 세력을...... 상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당신을 사랑한다는 그 한 가지만으로...... 아아...... 그분의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바...... 바보―! 추명...... 오오...... 조금만 기다려...... 다오...... 제발......!”
파아아...... 파아.......
혁리혼의 신형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한순간 그의 눈빛이 반짝 빛을 뿌렸다.
‘다...... 왔다!’
파양호!
그의 눈 아래 펼쳐져 있는 것이다.
헌데 그때였다.
꽈꽈꽈꽈꽈!
콰아아아아...... 쾅―!
보라......!
파양호를 일시에 날려 버리는 엄청 가공할 대폭발!
“헉―!”
혁리혼은 한순간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천왕제군대척!
그 찬연한 웅자를 드러내고 있던 거대한 황금성이 이 순간 모조리 박살나며 허공 수백 장 위로 치솟고 있는 것이 아닌가!
꽈꽈꽈꽈― 꽈꽈―!
쿠와와와― 왕―!
순간 혁리혼은 미친 듯이 신형을 날리며 피 토하는 절규를 외쳤다.
“추― 명―! 이 바보―! 오오...... 이럴 수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것을...... 추명......!”
파아아...... 파아...... 파아.......
타오른다.......
사라진다.......
하나의 영혼이...... 하나의 사랑이.......
한줌 재가 되어 사라진다.......
있다면 추악하게 태어난 것이...... 죄이지요.......
있다면 당신을 사랑한 것이 죄이지요.......
하지만 원망은...... 하지 않으렵니다.......
추명은.......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였기 때문이지요.......
아아.......
나의 사랑하는...... 님이시여.......
어서 오시어요.......
<大尾: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