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륙천자-23화 (24/31)

第 23 章 환상의 人間內丹- 人魂七彩舍利

“이것은 나의 아버님이 늘 지니시던 것으로 그분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오.”

혁리혼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미랑을 바라보며 하나의 옥적(玉笛)을 건네주었다.

옥적.

그것은 하나의 눈처럼 하얀 옥으로 만든 피리였다.

“이 속에는 어떤 가공할 것이 숨겨져 있다 하나...... 나는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소. 이제 나는 이것을 그대에게 줄 것이오. 그대와 나의 만남의 연으로.......”

아름다운 여인.

아주 깨끗한 영혼을 지닌 여인.......

그녀는 무릎을 단정히 구부린 채 앉아 있다가 혁리혼의 그 한마디에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아아.......”

그것은 기쁨이다.

한 사내의 사랑을 얻었다는.......

“리혼......!”

미랑은 감격의 눈빛을 발하며 혁리혼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혁리혼은 그런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품속에서 또 하나의 물건을 꺼내어 들었다.

팔찌.

그것은 하나의 푸른 벽록의 빛을 띠고 있는 기이한 팔찌였다.

“또한 이것은 나의 어머님이 지니고 계시던 것...... 나보다 여인인 그대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주는 것이오.”

“......!”

“이것은 참으로 기이한 물건이오. 가볍게 내력을 주입시키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오.”

“......!”

“그대는 이제 빙정을 복용함으로써 근 백년 이상의 가공할 내력을 은연중 지니게 되었소. 그대에게 꽤나 괜찮은 물건이 될 것이오.......”

“......?”

의혹의 시선으로 팔찌를 바라보고 있는 미랑을 보고 혁리혼은 희미한 웃음을 떠올렸다.

“자, 보시겠소?”

이어 그는 팔찌에 가볍게 내력을 주입시켰다.

순간이었다.

찌르르르르르― 릉―!

팔찌에서 심장을 짓잡아뜯는 전율할 쇳소리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어억......?”

“앗!”

미랑은 물론 혁리혼까지도 순간 안색이 크게 변하고 말았다.

내력을 주입하게 되면 아름다운 빛을 발하던 팔찌.

헌데 이 순간 내력을 주입하자 놀랍게도 하나의 옥륜(玉輪)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날카로운 낭아(狼牙)와 같은 날을 수십 개 지니고 있는 하나의 옥륜!

툭!

옥륜이 나타남과 동시, 팔찌 속으로부터 하나의 돌돌 말린 서찰이 튀어나왔다.

혁리혼은 일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서찰을 집어들었다.

<이 혈정마황륜(血精魔皇輪)은 최소한 십 갑자의 내력을 일신에 지녀 그 성취가 등봉조극지경(騰峰造極之境)에 이르러야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먼 훗날 나의 어린 아들이 이것을 발견하게 되기를...... 혈정마황륜이 지니고 있는 마혈파천황(魔血破天荒)의 최후초식과 함께 남긴다.

애자(愛子) 리혼에게>

서찰 아래에는 하나의 난해한 구결이 빽빽이 기록되어 있었다.

― 마혈파천황!

말 그대로 죽음의 피가 하늘을 뒤덮고 천지를 말살하는 죽음의 초식이다.

가가가가― 캉!

혈정마황륜이 허공을 가르며 나는 순간 존재하고 있는 것은 모조리 수천 토막이 나며 사라진다는 악마의 륜!

그것은 인간이 창출할 수 있는 무(武)의 능력을 완전히 뒤집는 개세극악(蓋世極惡)의 초식이었다.

혁리혼은 아주 잘게 전신을 진동시켰다.

‘혈정마황륜......! 이것은 악마의 이빨, 악마의 소유물이다! 아주 가공한......!’

악마의 이빨!

‘십 갑자의 내력...... 등봉조극지경이 되면 나타난다고......? 그럼 내가......?’

혁리혼은 격동과 전율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있었다.

십 갑자!

이 얼마나 가공한 내력인가?

그리고 등봉조극지경이라니......!

그것은 이미 그 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수십 배 초월하여 신의 능력조차 넘어서고 있음을 나타내는 경지를 이름이 아니던가?

‘빙정......! 빙극우혈화의 빙정이......!’

그랬다.

빙극우혈화의 빙정!

그것을 복용한 미랑과의 결합에 있어 혁리혼은 엄청난 기연을 얻게 된 것이다.

혁리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까지 부모의 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그에게.......

어머니로부터의 이 뜻하지 않은 선물은 그에게 꽤나 미묘한 격정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어...... 머...... 니......!’

* * *

호수.

하늘 아래 아름다운 호수가 참으로 많으나 이 호수만큼은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꽤나 운치 있고 신비를 지닌 호수가 많으나 이 천화무연(天花無淵)만큼은 절대로 신비하고 운치가 없을 것이다.

늘 자욱한 운무가 넘실거리고 헤아릴 수도 없는 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해 있는 호수.

호수의 수면은 아주 맑았고, 맑은 밤하늘에 떠 있는 편월이 담기기라도 한다면 호수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고야 만다.

“카카...... 네 주인은 좋겠는데?”

반들한 대머리에 술병의 주둥아리를 입 안에 처박고 있는 자.

중은 중이되, 그는 돌중이다.

자칭 부타성승이라고 부르는 자.

그는 천화무연의 호변에 앉아 침을 튀기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혈오와 백상을 향해.......

혈오와 백상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일시 머리를 갸웃거리는 등 포효를 터뜨렸다.

캬아아아...... 오오―!

부타성승.

그는 괜스레 신이 나서 술을 퍼마셔대며 게트림을 했다.

벌컥...... 벌컥.......

“끄윽...... 이 벌건 대낮까지 신이 났을 테니까. 크크.......”

꽤나 미묘한 말이다.

혈오는 그의 말을 못 알아듣는 듯 욕설을 터뜨렸다.

― 까까...... 이 돌중놈아! 배고프다. 무어라도 훔쳐먹어야 될 게 아니냐?

벌러덩.......

부타성승은 백상의 허리춤을 베고 나자빠지며 얄궂은 웃음을 터뜨렸다.

“배고프냐?”

―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이 돼지 같은 중놈아! 이틀 동안 네놈이 우리가 먹을 것까지 몽땅 처먹어 버렸잖아!

그랬나?

부타성승은 뻔뻔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크크...... 나도 배고픈데...... 그럼 같이 굶도록 하자. 그리고 정 배가 고프면 네놈을 잡아 백상과 나누어 먹을 테다.”

― 에― 엑!

혈오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하도록 놀라고 말았다.

부타성승은 혈오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맛있겠는데? 불에 구워먹으면...... 쩝......!”

혈오는 악이 받쳐 이를 갈았다.

― 벼락이나 맞아라!

그때였다.

스스― 슷!

꿈틀.......

천화무연을 싸고 있는 운무가 뭉클거리며 한 줄기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큿...... 주객전도가 되어도 유분수지.”

한 사람.

일신에는 하늘을 닮은 청의를 입었고, 이마에는 산뜻한 백색의 유건을 단정히 동인 서생이 느릿하게 부타성승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가에는 고혹적이고도 퇴폐적인 미소를 머금은 채 늘 야수 같은 냄새를 지니고 다니는 자, 혁리혼.

그는 백상을 향해 꽤나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백상, 네놈은 언제부터 남의 베개 노릇을 그렇게 충실히 하고 있었느냐?”

움찔......!

백상은 혁리혼의 말에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크르르르...... 르.......

허나 부타성승이 백상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눈을 사납게 부라렸다.

콰― 악!

“가만있어라, 이놈!”

끄응...... 으으으.......

백상은 그만 기가 콱 죽어 부타성승과 혁리혼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부타성승은 기상하게 웃어댔다.

“크크...... 좋아, 좋아! 어쩌면 이제 진짜 네 주인이 내가 될지도 모르니...... 확실히 행동해라, 이놈!”

부타성승은 주먹을 쥐어 휘둘러 보이며 공갈을 쳐댔다.

헌데 백상의 진짜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니?

순간 혁리혼의 눈빛이 아주 미묘한 빛을 떠올렸다.

그는 차게 웃었다.

“마뢰사불!”

그는 조그맣게 뇌까리듯 말을 했고 부타성승의 얼굴은 순간 시꺼멓게 변하고 말았다.

“......!”

혁리혼은 천천히 부타성승의 앞으로 다가섰다.

“첫번째로 나 혁리혼을 지목했는가?”

“네...... 네놈은 이미 알고 있었구나.”

“후후...... 오천 년 난세의 주역...... 비[雨]와 뇌(雷)가 시작되는 곳의 힘...... 그 후예인 최대의 세기적 승부사 마뢰사불!”

마뢰사불이라니.......

부타성승이?

부타성승, 아니 마뢰사불의 얼굴이 한순간 시퍼런 뇌의 빛으로 물들었다.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귀사스러운 모습.

그 변화는 정녕 평시의 그와는 너무도 엄청난 대조적 변화였다.

혁리혼은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그대는 원래 팔황대마성좌의 허리를 모조리 꺾어 버리겠다는 승부를 갖고 중원으로 오지 않았던가?”

혁리혼.

그는 이미 추명으로부터 팔황대마성좌에 관해 상세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순간 마뢰사불의 전신에서 무섭도록 가공할 극사의 강기가 요동을 치며 폭출되어 나왔다.

우르르르르― 릉―!

“크카카...... 네놈은 아주 많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내숭을 떨고 있었군.”

음성.

듣는 자의 심장조차 짓잡아뜯는 극사의 음성이었다.

“후훗.......”

혁리혼은 꽤나 의미 있는 웃음을 입술에 매달았고, 마뢰사불은 두 눈에 무시무시한 뇌광을 담았다.

“크크...... 좋아, 좋아...... 어차피 본 불은 팔황대마성좌를 모조리 꺾어 과거 오천 년 난세의 주역 중 본 세(本勢)가 가장 강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

“허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

“팔황대마성좌 중 본 불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자로 평가되는 너와 마황제일존...... 그 두 사람만 꺾기로! 그들을 꺾음은 곧 팔황대마성좌 모두를 꺾은 것과 같으니까......! 그중에도 첫 번째로 본 불은 너를 지목했다! 바로 지금!”

“......!”

한순간 천화무연의 주위는 숨막히는 극도의 긴장으로 팽배되었다.

스슷.......

마뢰사불은 흐르는 듯 신형을 움직여 혁리혼의 삼 장여 앞에 몸을 세웠다.

우우우우― 우웅!

무시무시한 뇌의 빛!

마뢰사불의 전신은 하나의 발광체처럼 가공할 뇌의 빛을 폭출시키고 있었다.

혁리혼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그는 조그맣게 뇌까렸다.

“상상 밖이로군. 이렇듯 강한 힘이 숨겨져 있었다니?”

“크크...... 혁리혼, 아직은 시작일 뿐이다...... 크크...... 보겠느냐? 뇌의 힘을?”

찰나 마뢰사불은 천중결(天中訣)과 지중결(地中訣)을 동시에 양손으로 점하며 피를 말리고 심장을 가르는 극악한 사음을 터뜨렸다.

“카카...... 카...... 만상의 가장 강한 힘은 오직 뇌의 기운뿐이다! 뇌의 기운은 모조리 나 마뢰사불의 몸으로!”

순간이다.

버― 언― 쩍!

마뢰사불을 중심으로 한 가닥 가공할 섬전이 천중을 가르며 내리꽂혔다.

꽝!

천지혼돈의 가공할 뇌폭!

그것은 마뢰사불의 전신을 박살내듯 그의 전신을 쪼개었는데.......

보라!

마뢰사불의 몸은 뇌의 기운을 받아 무시무시한 섬광의 빛을 뿌리며 두 눈에서는 가공할 뇌광이 쭈욱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치리리리릿― 치릿―!

뇌인(雷人)!

그는 전신이 뇌의 빛으로 뒤덮인 뇌의 인간의 모습이다.

그 가공하고 귀기무쌍한 모습이라니.......

우르르르― 릉!

주위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으로도 천번지복의 진동을 일으켰다.

파파파― 팟!

주위의 땅거죽이 폭죽 터지듯 솟구쳐 올랐다.

‘너무도 엄청난 기세다!’

혁리혼은 입꼬리를 아주 잘게 떨었다.

그때였다.

마뢰사불의 얼굴이 시퍼런 빛으로 물드는가 싶자 그의 신형이 허공 삼십여 장 위로 비등해 올랐다.

스으으으...... 스으...... 스으.......

“크카카캇...... 캇캇...... 오라, 리혼! 나 마뢰사불은 팔황대마성좌 중 첫번째, 너를 꺾어 오천 년 난세의 주역 중 최강의 위대함을 보여 주리라!”

장엄했다.

아니, 그 속에는 극렬하도록 사악한 기운이 담겨 있어 오히려 모골을 송연케 하는 저주가 담겨 있었다.

혁리혼의 입가에 순간 차가운 웃음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마뢰사불, 나는 가장 짧은 시간에 너의 허리를 꺾어 놓겠다!”

“......!”

“너에게 뇌의 강함이 있다면 나에게는 칠절(七絶)의 강한 힘이 있다. 그중 뇌의 기운도 있거니와...... 그것은 아주 하찮은 것이지!”

“......!”

“그 가장 하찮은 것으로 너를 상대해 주마!”

동시에 혁리혼의 신형 역시 엇비슷 허공을 쪼개며 솟구쳐 올랐다.

슈슈슈슈...... 슈.......

찰나 기다렸다는 듯이 마뢰사불의 신형이 혁리혼을 쪼개며 쏘아져 들었다.

“크카카...... 카...... 약속한다. 네 무덤 하나는 하늘 아래 가장 멋진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

치리리릿― 치릿!

버― 언― 쩍!

가공하기 그지없는 수백 가닥의 뇌!

그것이 순식간 마뢰사불의 전신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와 거의 같은 순간 혁리혼은 양손을 허공으로 치켜 올림과 동시 마뢰사불의 몸을 향해 홱 뿌렸다.

“후후후...... 받으시게, 마뢰사불!”

찰나 혁리혼의 십지에서부터 천지말살의 가공한 뇌강이 쏟아져 나왔다.

쩌르르르르릉...... 쩌릉―!

꽈꽈꽈꽈― 꽝!

격돌!

오천 년 시공을 초월한 난세 주역의 대격돌.

그것은 하늘을 쪼개는 뇌의 빛으로 시작되었다.

꽈꽈꽈꽝!

고막을 갈가리 찢어 버리는 폭음과 함께 수만 가닥의 경기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동시에 혁리혼은 경악의 눈을 부릅뜨며 재차 신형을 뒤집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우웃―! 굉장하다!’

그리고.......

고오오...... 오오.......

꽈― 앙―!

두 번째 뇌광이 허공을 조각내며 땅거죽이 모조리 뒤집혀 하늘로 치솟았다.

허나 두 사람은 허공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속도로 신형을 꺾고 뒤집으며 재차 맞부딪쳐 가고 있었다.

그 엄청난 기세와 빠름!

자칫 한눈을 팔면 그대로 피떡이 되어 날아가 버릴 가공할 격전이었다.

콰아...... 콰아...... 콰아아.......

치리리릿― 치릿―!

실로 엄청난 살인적인 격전이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단 한 번의 부딪침에 일백여덟식의 죽음의 초식이 교환되며, 단 한 번의 움직임에 삼백육십변의 신형이 번뜩이고 있음을......!

― 일천초(一千招)!

그들의 대격돌은 눈 깜짝할 순간에 일천초를 넘어서고 있었다.

혁리혼.

그는 어느새 옷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고, 전신에는 극렬한 통증이 엄습해 들었다.

‘우우...... 만약 내가 빙극우혈화의 빙정을 취하기 전이라면...... 반드시 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전율!

혁리혼의 전신을 가르는 전율이 있었다.

마뢰사불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능력은 가히 미증유의 것이었다.

허나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호신강기는 마뢰사불의 접근을 한시도 용납하지 않았다.

마뢰사불.

옷이 걸레처럼 찢겨져 나간 채 섬광처럼 신형을 움직이는 그의 얼굴에는 뚜렷한 경악의 빛이 서려 있었다.

‘믿을 수 없다. 그의 강함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 아닌가......!’

그의 놀라움은 이루 형용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문득 그는 안색을 시퍼렇게 굳혔다.

‘좋아! 그렇다면......!’

생각과 동시에 그의 초식이 급변을 일으켰다.

카카카아...... 카아...... 카아.......

쩌르르르릉―!

놀라운 경기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마뢰사불의 머리 위에서 푸른 둥근 환(丸)이 아주 느리게 떠올랐다.

그것은 수십, 수백 개에 달했다.

혁리혼은 경황중에 그것을 발견하며 흠칫 입꼬리를 떨었다.

‘전설의 마환벽뢰쇄(魔幻闢雷鎖)! 그 누구도 완성하지 못하고 실전되었다는 저 악마의 사공(邪功)을 완성했다니......!’

그 순간이다.

버― 언― 쩍!

고오오오...... 고오.......

마뢰사불의 머리 위로 떠오르며 나타나는 수백 개의 뇌환(雷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혁리혼을 향해 쏘아져 왔다.

아...... 그 가공할 기세여!

찰나 혁리혼의 신형이 공간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슷......!

동시에 그의 사라져 버린 모습 대신 하나의 백색 구(球)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은은한 일곱 가지의 빛을 뿜어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우우우― 우웅― 우웅―!

“헉!”

순간 그것을 발견한 마뢰사불의 얼굴이 시꺼멓게 변하고 말았다.

“저...... 저것은 인혼칠채사리! 환상의 인간내단―!”

환상의 인간내단!

그렇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하여 마침내는 탄생한다는 인간의 내단 인혼칠채사리......!

파괴!

천지간의 그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것으로도 파괴당하지 않는.......

전설의 칠절성좌류의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불가사의한 것.

바로 인혼칠채사리였다.

찰나!

콰아― 콰아아― 콰―!

꽝!

혁리혼을 향해 쏘아 오던 수백 개의 뇌환은 인혼칠채사리가 뿜어내는 일곱 가지 무지갯살 같은 빛에 부딪히며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

“크으으...... 윽......!”

마뢰사불은 너무도 어이없이 십여 장 밖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의 입가.

실낱 같은 핏물이 흘러내렸고, 안색은 시체의 그것처럼 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스스스...... 스으.......

허공에서 사라졌던 혁리혼의 모습이 드러났다.

카― 앗―!

빛을 뿌리며 인혼칠채사리가 혁리혼의 입 속으로 쏘아져 들어가 버렸다.

완전히 넋을 잃어버린 마뢰사불.

“......!”

슷.......

그의 앞으로 혁리혼이 아주 느릿하게 내려섰다.

“시...... 실수다! 네놈을 빙정의 능력을 완전히 흡수하기 전인...... 어제 꺾었어야 했는데......!”

마뢰사불은 얼굴이 시꺼멓게 변해 버린 채 이를 갈았다.

“네놈이...... 칠절성좌류의 인간이었고, 빙정을 흡수할 줄이야...... 아깝다! 하루 전이었다면 네놈을 어찌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땅을 치며 통곡을 해도 속이 시원치 않은 듯 이를 악물었다.

혁리혼은 꽤나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어쨌든...... 후훗...... 분명한 사실은 그대가 패했다는 것이오!”

패배!

오천 년 시공을 초월한 패배라는 한 가지 사실은...... 마뢰사불의 전신에 잔진동을 일으키게 하고 말았다.

“으으.......”

“.......”

“패배라니...... 빌어먹을!”

그는 문득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주 씁쓸한 표정을 떠올리며 혁리혼을 바라보았다.

“내가...... 졌다.”

그 한마디뿐, 그는 이내 몸을 돌렸다.

혁리혼은 그의 등을 바라보며 야릇하게 웃었다.

“어디로 가려 하오?”

“크크...... 패배한 이상 중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마뢰사불은 승부의 강한 집념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에게 패배란 꽤나 강한 충격을 준 것이다.

혁리혼은 말했다.

“허나 잊어야 하오, 마뢰사불!”

“강요하는 것이냐?”

마뢰사불은 입꼬리를 이지러뜨렸다.

혁리혼은 빙긋 웃음을 입가에 담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

스스.......

혁리혼은 마뢰사불의 앞으로 신형을 움직여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나를 도와주시지 않겠소?”

“미...... 미친놈!”

마뢰사불은 두 눈을 부릅뜨며 혁리혼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네놈은 지금 돌팔이 중한테 갈 곳 없도록 법당을 빼앗고, 그것마저 모자라 종이 되라는 것이냐?”

마뢰사불은 두 눈에서 불을 뿜어내며 펄펄 뛰었고, 혁리혼은 어깨를 추켜 올리며 조금은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람이오. 내가 이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은 진정 처음 있는 일이오.”

순간 꽤나 미묘한 빛을 뿜어내는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아주 강하게.......

그것은 강한 자만이 지니고, 또 느낄 수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빛이다.

특히 강한 사내들만이 소유하고 있는.......

그때였다.

쓰윽...... 쓰윽.......

카르르르...... 릉.......

백상이 마뢰사불의 손을 혀로 핥았다.

퍼― 억!

순간 마뢰사불은 백상의 배때기를 발길로 걷어차며 씨부렁거렸다.

“빌어먹을타불...... 이 죽일 놈아! 꼬드기지 마라! 그렇다고 네놈의 주인과 손을 잡을 것 같으냐?”

끄으으...... 응.......

백상은 마뢰사불의 눈치를 보며 얼른 옆으로 물러서며 괴상한 울음을 터뜨렸다.

이미 꽤나 오랫동안 마뢰사불과 두 영물은 은근히 정이 들어 버렸던 것이다.

마뢰사불은 이를 갈았다.

“모조리 음흉한 놈들이다. 네놈들이나...... 주인이라는 저놈이나......!”

“......!”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죽마인예도 꼬드겨 놓고!”

순간 혈오가 날개를 퍼덕이며 아부했다.

― 까까...... 나는 그래도 돌중이 제일 좋더라. 음식도 훔쳐오고...... 까까......!

“이 구워서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

마뢰사불은 주먹을 쥐어 허공에 대고 휘두르며 두 눈을 부라렸다.

그러다가 그는 혁리혼을 향해 씹어뱉듯 한마디를 던졌다.

“크크...... 중원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평생 네놈의 뒤를 따라다니며 네놈이 하는 일에 재를 뿌려 놓을 테다! 낄낄...... 내 심보가 어떤 심본데.......”

이어 그는 혁리혼이 뭐라 하기도 전에 휘적휘적 저만치 걸음을 옮겨 사라져 갔다.

그런 마뢰사불을 멍하니 바라보던 혈오가 혁리혼에게 주둥이를 나풀거렸다.

― 주인아, 저 돌중이 정말 재를 뿌릴까?

혁리혼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큿...... 그는 재를 뿌리는 대신 평생 잿밥을 만들 것이다.”

묘한 말.

허나 혈오는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날개를 퍼덕거리며 좋아했다.

― 까까...... 그럼 이제부터는 굶지는 않겠는데?

* * *

파다다닥......!

퍼드득......!

세 마리의 비둘기.

발목에는 각각 하나의 철통을 달아맨 비둘기 세 마리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으으...... 가공할 일이다. 마존의 계책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혁리혼이란 자에 의해서......!”

사내.

분명 그는 천극마분도 사람의 복장을 하고 있으나 그는 알 수 없게도 마존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알려야 한다!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면 마존은 그분 자신의 계책에 의해서 역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마교의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

문득 하늘로 솟아오르는 세 마리 전서구를 바라보는 사내의 입가에 흉물스러운 미소가 번져 올랐다.

“크크...... 허나 저 전서구가 마존에게 닿기만 하면...... 혁리혼이라는 자, 크크...... 중원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고혼이 되고 말 것이다. 마황제일존의 이름 아래!”

마황제일존!

그럼......?

그들의 첩자들.

그들은 아주 깊숙이까지 무림 곳곳에 숨어들어 있었다.

천극마분도에 숨어들어 있는 이자처럼......!

“그리고 혁리혼...... 그놈이 펼칠 계책은 모조리 무산된다!”

그가 꽤나 득의한 웃음을 흘릴 때였다.

카― 윽!

파드드득......!

돌연 하늘로 솟구쳐 오르던 세 마리 전서구가 짧은 비명을 터뜨리며 아주 빠른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헉―! 누...... 누가......?”

사내의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어 버렸다.

동시에 그는 전서구가 떨어지는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팟......!

그때였다.

“갈 필요 없다.”

심장을 떨리게 하는 무감동한 음성이 그의 목줄을 휘감아 잡았다.

‘헉―!’

그는 신형을 날리다가 자지러질 듯 놀라 눈을 돌렸다.

일 장 앞.

한 인물이 기괴롭도록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 눈이 파여 버린 채 휑하니 눈알 없는 동공을 갖고, 난도질당한 듯 무수한 검흔을 얼굴에 지니고 있는 자.......

그는 바로 반로였다.

‘드...... 들켰다! 모든 것이...... 탄로난 것이다!’

사내는 안색을 시꺼멓게 굳히며 허리춤에서 한 자루 칼을 뽑아들었다.

슈각―!

허나 그가 채 칼을 뽑아들기도 전!

번― 쩍!

빠르다.

형용조차 할 수 없는 빠름의 빛이 그의 정수리를 불로 지진 듯 화끈한 충격과 함께 파고들었다.

“칵―!”

너무도 빠른 기세에 사내는 채 비명조차 터뜨리지 못했고, 그의 몸은 정수리로부터 사타구니까지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져 무너져 버렸다.

퍼― 퍽!

촤촤촤...... 촤아.......

섬뜩한 핏물이 쏟아져 오른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난 뒤였다.

무섭도록 잔인한 수법.

그때였다.

스스스...... 스으.......

휘리리리릭!

사내의 주검을 밟으며 두 개의 환영이 안개가 모이듯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어지러운 행색에 난봉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유생과 전신에 숨막히는 요기와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여인.

광유자와 화사.

그들이었다.

그들의 수중에는 세 마리 전서구가 잡혀 있는데, 광유자가 그 전서구를 내려다보며 으스스한 웃음을 터뜨렸다.

“우후후...... 왕야의 추측은 한치의 틀림도 없이 맞아떨어지는데?”

그는 비둘기 다리에 묶인 철통을 떼어 반로에게 건넸다.

서찰.

그곳에는 꽤나 다급하게 휘갈겨 쓴 졸필의 글씨가 간략하게 쓰여져 있었다.

<마존......! 천극마분도에 도착한 육황대마성좌는 본 교의 계산처럼 양패구상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계책은 틀어졌습니다. 그들은 약간의 피를 쏟기는 했으나 모조리 혁리혼이란 자의 힘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산에 변경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 마리 전서구.

세 통의 서찰.

서찰의 내용은 똑같았다.

확실한 전달을 기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호호...... 그러나 이렇게 하면?”

화사는 품속에서 세 통의 서찰을 꺼내들었다.

그녀가 꺼내든 서찰.

<마존, 우리의 계산은 한치의 틀림도 없습니다. 육황대마성좌는 모조리 양패구상하여 원래 힘의 대부분을 잃고...... 결국 이들 육황대마성좌는 칠 일 후, 중원으로 돌아갈 듯한 기미를 보입니다. 마존이시여! 이 순간을 놓치시면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원래의 서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그 서찰은 이내 전서구의 철통 속에 원래의 것과 바뀌어 매달렸고, 전서구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파드드드득...... 파득.......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

그들은 소름 끼치도록 새하얀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크크...... 재미있겠는데?”

“호호...... 홋...... 마황제일존, 놈은 저 전서구를 받고 축배를 들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죽음을 찬미하는 축배인지도 모르고!”

* * *

혁리혼은 그 시각 한 칸의 은밀한 서재에 홀로 있었다.

그는 무언가 신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 골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황제일존 갈무좌! 그는 대단한 위인이다. 금세기 최강의 힘을 지닌 효웅! 그는 첩자만을 이용하는 그런 간단한 계책을 만들고 득의할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는 최소한......!’

잘강.......

혁리혼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은 그가 고심할 때에만 나타나는 이상한 습관 같은 것이었다.

그는 문득 태사의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래, 그것을 노렸단 말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는 상당히 격동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 랑.......

청아한 요령 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무언가?

떼구르르.......

한 쌍의 방울이 그의 품속에서 떨어져 내렸다.

악마의 괴상(怪像)이 빽빽이 새겨져 있는 방울.......

‘파천마상령......!’

혁리혼의 눈가에 한 가닥 빛이 떠올랐다.

파천마상령!

그것은 과거 금적산노 황금충이 혁리혼에게 주었던 것이 아닌가?

혁리혼은 얼떨결에 그것을 주워들며 새삼 묘한 감동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나는...... 꽤나 오랫동안 그를 잊고...... 있었구나.......’

문득 그의 뇌리 속으로 한마디 무뚝뚝하지만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고독해 보이는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 리혼, 흔들어라...... 마구 흔들어라! 그리하면...... 너는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크크...... 크......!

바로 금적산노 황금충이 혁리혼을 향해 던지던 의미 있는 한마디!

‘흔들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혁리혼의 눈가에 일순 기묘한 빛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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