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륙천자-0화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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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1) 五千年 亂世의 主役들

위이이이잉― 위잉―!

살을 얼리고 뼈를 바수는 무서운 삭풍(朔風)이 분다.

북해(北海)의 밤.

카아.......

휘리리리링...... 휘링......!

삭풍은 아예 눈보라를 뒤섞어 미친 듯이 어둠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 어둠을 갈가리 찢는 삭풍 속에서 심장을 짓잡아뜯는 마풍(魔風)이 불고 있었다.

“크크크큿...... 나는 하늘이 그리 높은 줄 알았다! 하늘이 아주 넓은 줄 알았다......!”

노인(老人).

허연 서리 묻은 수염을 발치까지 끌고, 다 떨어진 너덜한 폐포를 걸치고 빙각(氷角)의 첨봉(尖峰)에서 칠흑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은 노인.

흡사 노인은 초야(草野)에 묻혀 사는 아주 평범한 야인과도 같다.

허나 그의 두 눈에서 쏟아져 하늘을 뚫고 있는 것은 무지막대한 뇌(雷)의 빛!

버― 언― 쩍!

두 줄기 무시무시한 뇌광은 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암천(暗天)을 조각내고 있었다.

“허나 하늘은 그렇게 나 조화노옹(造化老翁)이 생각했던 것처럼 높지도, 넓지도 않았다!”

나직하나 강한 힘이 실린 노인의 음성은 허허로운 북해의 밤 속으로 흩어져 올랐다.

조화노옹!

그는 문득 천천히 두 손을 어둠의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꽤나 주름지고 보잘것없이 커다란 손.

허나 노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이란 것은 광오하기 그지없었다.

“크하핫핫핫핫...... 핫...... 보라! 하늘은 모조리 나의 손안에 있지 않은가!”

이 무슨 엄청난 말인가?

그는 미쳐 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꽈― 악!

조화노옹은 일순 거세게 두 손을 어둠 속에서 거머쥐었다.

동시에 조화노옹의 입에서 심장 짓떨리는 차디찬 음성이 피어올랐다.

“이제 나의 손안에 있는 이 하늘을 쥐리라!”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움켜쥐는 손......!

“크크크...... 아핫핫핫...... 하늘은 이제 영원히 나 조화노옹의 손안에 존재하게 되리라! 나 조화노옹의 손안에......!”

카아...... 캇......!

북해의 어둠과 삭풍은 무섭도록 진저리치는 전율을 터뜨리며 조화노옹의 몸을 피해 갔다.

너무도 그의 기세가 가공스러웠던 때문일까?

저벅.......

조화노옹은 어둠을 밟으며 서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중원대륙(中原大陸).......

그리고 어둠을 씹어 삼키는 전율할 광소가 아주 나직하게 삭풍을 휘말아 올리고 있었다.

“크크크...... 크...... 나의 야망의 칼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이제 중원을 난도질하고 말리라! 아무도 나 조화노옹의 앞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크크...... 아무도......!”

북해의 밤은 이미 깊어 간 채 조화노옹의 몸을 삼켜 버리고 있었다.

하나의 야망의 칼을......!

* * *

쏴아아...... 쏴아...... 쏴.......

폭우(暴雨).

북망산을 뒤덮고 쏟아져 내리는 폭우는 귀신의 숨통조차 끊어 버리는 악마의 숨결을 담고 있었다.

희뿌연 잿빛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수백 리에 이르러 널려 있는 공동묘지는 소름 끼치도록 오싹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었다.

뭉클.......

죽음의 잿빛 안개.

그것은 흡사 아무도 없는 이 죽음의 땅에 악마의 숨결처럼 토해지고 있었다.

헌데 그 악마의 숨결과도 같은 잿빛의 물안개를 전신에 덮으며 한 인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스스...... 스.......

그가 인간인가?

전신은 치렁한 머리가 산발되어 흩어진 채, 두 눈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몸서리쳐지는 잿빛의 기운.......

스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전신에서는 무서운 죽음의 냄새가 끼쳐 나오고 있었다.

오직 살아 있는 것은 그의 품속에서 번들거리며 차디찬 한광(寒光)을 뿜어내고 있는 칼.

아니, 그 칼에서는 오히려 숨막히는 죽음의 기운이 뿌려지고 있었다.

잿빛의 물안개와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하얗게 드러나는 사내의 치아.......

“검(劍)이...... 죽음을 부른다...... 크흐흐...... 큿...... 죽음의 혼을......!”

사악했다.

악마의 웃음처럼 그의 웃음은 아주 차갑고 사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죽음을 부르기 위해 나의 평생을 바쳐 왔다...... 허나...... 크흐흐...... 흣...... 이제는 간다. 죽음을 가지러......!”

번― 쩍!

죽음의 빛이 파르스름하게 칼에서 쏟아져 나왔다.

스슷.......

그리고 사내는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며 자꾸만 중원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 귀황제검군(鬼皇帝劍君)이 중원으로 간다...... 크크...... 죽음을 가지러!”

귀황제검군!

쏴아아...... 쏴아.......

폭우는 미쳐 있었고, 그 폭우는 한 미쳐 버린 사내를 삼켜 버리고 있었다.

또 하나 무서운 야망의 귀검(鬼劍)!

그것은 폭우 속을 뚫고 북망산을 거쳐 중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죽음을 안은 채.......

* * *

그와 같은 시각.

미친 듯한 폭우는 중원으로 드는 옥문관(玉門關)에 이르러 아예 혼돈을 일으키며 퍼부어지고 있었다.

“호호...... 보이느냐? 저곳이 바로 중원이다!”

네 명의 여인에 의해 들려진 태사거(太師車)에 오연하게 앉아 있는 여인.

여인은 아주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은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숨막히는 요기로 인하여 온몸 구석구석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태사거의 뒤.

일견하기에도 수십만여 명에 이르는 여인들이 마상(馬上)에 올라앉아 폭우 속으로 보이는 중원을 굽어보고 있었다.

여인의 것이라기에는 감당키 어려운 무서운 안광들.

그 빛만으로도 족히 중원을 수천만참으로 도륙을 내고도 남을 가공한 것이다.

태사거에 오만스럽게 앉아 옥문관 너머로 보이는 중원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입에서는 자꾸만 요소(妖笑)가 흘러 나온다.

“호호...... 홋...... 나는 믿지 않는다. 사내의 힘이 영원히 여인의 위에 있을 것이라고는...... 호홋...... 증명해 보이리라...... 여인의 힘을!”

쏴아아...... 쏴아......!

미쳐 버린 폭우는 얇은 나삼으로 감싼 여인의 몸을 애무하듯 핥아 내렸고, 사내의 심혼조차 바수어 버릴 듯한 여인의 굴곡과 환히 들여다보이는 몸매는 한 마리 꽃뱀처럼 꿈틀거린다.

“수천년 이래 무림은 사내들이 군림해 왔다. 허나 이제 바뀌리라! 나 요화대천작(妖花大天爵)의 힘을 막을 수 있는 사내는 없을 테니까.”

스― 윽!

태사거는 폭우 속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요화대천작의 요요로운 교소는 중원을 향해 이어지고 있었다.

“오호호홋...... 저 광대한 대륙을 이제 나 요화대천작은 치마폭에 주워담으리라. 단 열흘 안에!”

열흘!

이 얼마나 무섭고도 광망한 말인가?

세 번째 야망의 칼!

그것은 한 여인의 입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 *

낙엽과 바람.

사르륵.......

휘링...... 휘리리리.......

노인은 꽤나 오랫동안 십만대산(十萬大山)의 첨봉이라는 혈인극봉(血刃極峰) 위에 선 채 떨어져 날리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고독한 빛이 앙금처럼 침잠해 있는 한 쌍의 유심한 눈.

그 고독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고독스러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고독은 노인의 전신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는 아주 강한 기운에 섞여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저...... 광활한 대륙을 바라보며 나는 삼백 년 이상을 고독, 하나만으로 일관하며 살아왔다.”

삼백 년?

발치 아래로 굽어보이는 대륙을 바라보는 노인의 입꼬리가 잔떨림으로 이지러졌다.

“으으...... 고독이라니! 이것은 하늘의 저주다! 나로 하여금 하늘 아래 가장 최강의 힘을 하늘은 갖게 했거니와.......”

놀라운 말이다.

이 보잘것없고 나약한 유생(儒生)의 모습을 하고 있는 노인이?

허나 노인의 나약함 속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기운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로 하늘을 보는 듯한 미증유의 거력과도 같은 힘이......!

“나를 위해 하늘은 진정한 적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우후후후...... 아무도 모른다. 본좌 대륙천자(大陸天子)의 고통스러운 고독...... 그 삼백 년을......!”

고독을 하나의 삶처럼 지키며 살아온 자.

그는 칼끝처럼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점차 격앙된 음성을 터뜨렸다.

“더 이상 강(强)할 수 없기에 지상 위에 나의 적은 없었고, 그러하기에 이 저주스러운 고독은 나의 삼백 평생을 갉아먹어 왔다. 나의 혼(魂)을...... 흐흣...... 훗......!”

꽈― 악!

그의 오른손은 문득 허리춤의 칼을 무섭게 움켜쥐었다.

이미 붉디붉게 녹이 슬어 버린 한 자루의 고검(古劍).

자신을 일컬어 대륙천자라 한 노인의 입술 끝이 격렬한 진동에 의해 일그러져 버렸다.

우르르...... 릉!

무시무시한 강기의 폭풍이 그의 전신에서 쏟아져 나왔다.

파파파― 팟! 팟!

찰나 주위에 존재해 있던 초목과 거대한 바위가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강기에 의해 통째로 바수어지고 뽑혀져 날아가 버렸다.

무섭도록 가공할 기세!

대륙천자의 입에서 일순 고독에 응어리진 음성이 짓터져 나왔다.

“허나 이제 진정 시험해 보리라! 이 광활한 대륙 위에 진정한 나의 적수가 없는가를...... 만약 없다면 조용히 죽음 속으로 사라져 버리리라!”

순간 그의 손에 잡힌 녹슨 고검이 불가해한 빠름으로 뽑혀 올려졌다.

카아아...... 카아.......

찰나 녹슨 고검의 녹은 허공 중에 흩뿌려지며 떨어져 나갔고, 고검은 이제까지 숨기고 있던 가공할 빛을 뿌렸다.

버― 언― 쩍!

또 하나의 야망의 칼이 뽑히고 있었다.

* * *

폭풍!

그것은 가히 무림개사(武林開史) 이래 전무후무(前無後無)했던 하나의 거대한 폭풍의 도래였다.

네 자루의 칼!

네 사람의 절대자(絶對者)!

― 대륙천자!

― 조화노옹!

― 귀황제검군!

― 요화대천작!

피[血]...... 피[血]...... 피[血]......!

시체는 하늘에 닿았고 피는 흘러 대륙을 물들였다.

― 아무도 막지 못한다! 이 난세혈풍(亂世血風)은.......

― 무림은 이제 곧 혼돈의 암흑기(暗黑期)로 빠져들고 말리라!

중원은 이 느닷없이 몰아치기 시작한 가공할 대혈사(大血史)를 향해 치를 떨었고, 엄청난 공포 속으로 절망과 함께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네 명의 절대자가 뽑아든 야망의 칼에 의해서.

허나 이것은 운명이었으리라!

그들이 어느 날 한곳에 이르러 만나게 된 것은.......

번들거리는 야망의 칼과 불길을 뿜어내는 한 쌍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닥뜨리는 순간!

무림개사 이래 무력(武歷)에 기록되어질 이 가공할 대격돌이여!

하늘을 뒤덮고 태산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뿌리째 날아갔다.

인간 이상의 능력자들.

그들의 진정한 힘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허나 시작이 있으면 귀결(歸結)은 반드시 있는 법.

일백주야(一白晝夜)의 대혈투!

그 속에서 네 사람은 모조리 동패구상(同敗具傷)이 되고 말았다.

너무도 강했고, 너무도 야망이 컸기에.......

어쩌면 그 귀결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피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각각 동(東), 서(西), 남(南), 북(北)으로 사라져 갔다.

처절한 한마디를 남긴 채.......

― 하늘[天]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그곳에 나의 영혼을 묻을지니...... 훗날 나의 후예는 영원히 패하지 않으리라!

― 바다[海]에 나의 모든 것을 남길 것이다. 크흐흐...... 그리고 기다릴 것이다. 나의 진정한 후예가 나타나기를!

― 대륙의 끝......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나 귀황제검군은 악마를 심어 놓으리라. 중원이여! 흐흐흣...... 그 악마가 깨어나는 날을 기다릴지어다...... 그날...... 중원은 나의 후예에 의해서 파괴될지니...... 크하하하핫.......

― 호호호홋...... 가리라! 섬광(閃光)과 비[雨]가 시작되는 그곳에...... 저주를 심어 놓고 말 것이다...... 사(邪)의 저주를......!

무섭도록 엄청난 저주여!

가공할 난세의 대혈겁은 멈추었으나 무서운 저주가 대륙의 곳곳에 뿌리를 남겼다.

하늘과.......

바다와.......

대륙의 끝, 바람이 시작되는 곳.......

섬광과 비가 시작되는 그곳에.......

무림의 최대혈사(最大血史)로 기록되어진 거대한 난세!

무림은 그것을 네 개의 죽어 버린 힘...... 사황검류대척(四皇劍流大 )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사람은 가고 세월은 머무르지만은 않는 것처럼, 그 전설은 오천 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 네 개의 저주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말았으니.......

허나 아무도 모른다.

그 전설이 오천 년의 시공(時空)을 초월해 아주 작게 잉태되어 가고 있음을.......

들리지 않는가?

대륙의 저편으로부터 불어오는 소름 끼치는 피의 바람과...... 숨결이......!

序章(2) 大陸天子의 到來

하늘과 땅이 나뉘어진 이래 가장 가공할 힘이 대륙 위에 숨쉬고 있었다.

아주 강했고, 무섭도록 패도굴강의 기세를 지닌 마성(魔城).

― 십대천세(十大天勢)!

이 마명이야말로 당금 무림의 역사를 움켜쥐고 뒤흔드는 무력의 대명사이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힘.

아무도 감히 마주할 수조차 없는 세력.

중원은 언제부터인가 이 가공할 세력을 향해 한마디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 대륙에는 아홉 개의 하늘이 있다.

아홉 개의 하늘[九天]에는 또 하나의 하늘이 군림하노니.......

그 하나의 하늘[天外天]을 업신여기는 자.......

대륙의 아홉 개 하늘일지라도 목을 잘리고 말리라.

대륙의 아홉 개 하늘은 곧 십대천세를 이루고 있는 가문의 주인, 바로 구천세군(九天勢君)을 이름이다.

또한 오직 하나의 하늘.

그는 구천세군 위에 고고히 군림하는 십대천세주(十大天勢主) 대군(大君)을 일컬음이니.......

대륙의 영원한 집권자가 바로 그 군림좌(君臨座)이다.

대군(大君) 혁파후(赫巴侯)―!

그의 한마디는 곧 대륙을 뒤흔들었고, 그의 한마디 결정은 곧 중원 십팔만리의 생사(生死)를 결정한다.

그것이 바로 십대천세의 힘[力]이다.

헌데 영원히 거세되지 않을 것이라던 이 마성(魔城)이......!

어느 날 가공할 피보라에 덧없이 무너져 버렸다.

대군 혁파후의 몸은 천만분시(千萬分屍)되어 대지 위에 나뒹굴어 버린 채.......

도대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악지사(驚愕之事)였다.

누가......?

왜......?

어떻게......?

아무도 몰랐다.

그 누구도, 왜, 누구에 의해서...... 십대천세가 대군 혁파후와 함께 무너져 내렸는지!

이것이 바로 시작이었다.

이 광활한 대륙 위에 금자탑처럼 군림하게 될 한 사람!

야수(野獸)!

대륙천자의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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