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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60화 (완결) (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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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60화]

第二十五章 삼 년 후에 보자 (7)

두 사람은 검을 들고 마주 섰다.

한 사람은 오제의 무공을 합일 시켰다고 추측되는 초강고수다.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무적의 고수다. 또 한 사람은 염왕의 무공을 익혔다고 알려진 신진고수다. 염왕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무거운 비중을 안겨준다.

파팟! 파파팟!

련주의 몸에서 바늘처럼 날카로운 강기가 솟구쳤다.

사람 몸에서 가시가 돋는다. 수십 자루의 칼이 뻗어 나온다. 몸 안에서 밖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일천(一天)!”

“……”

“이 공부의 명칭이다.”

“좋은 공부군요.”

야뇌슬은 가시처럼 돋아난 강기에서 절대로 부셔지지 않을 강함을 봤다.

강하다고 해서 베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몸이 아무리 강해도 철검의 날카로움에는 비길 수가 없다.

검으로 베면 어디든 벨 수 있다.

그가 느낀 강함이란 베이고도 베어지지 않는 정신력을 말한다.

련주는 벨 수 있지만 정신력은 베지 못한다.

팔을 벨 수 있다. 그에 뭐 어떻다는 것인가? 팔을 가져가거라. 벨 수 있으면 베어가라. 난 아무렇지도 않다. 그까짓 팔 하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련주의 몸에서는 아주 강한 죽음이 피어난다.

상대를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줄 수 있다는 미치광이의 모습이 묻어난다.

이런 강함은 깰 수 없다. 오로지 죽일 수 있을 뿐이다.

야뇌슬은 일심불광을 피워냈다.

파앗!

가슴에서 심등이 켜진다. 작을 불꽃이 피어난다.

불꽃은 가슴에서 미간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전신으로 확! 번져갔다.

그의 모습은 무위(無爲)를 표현한다.

그도 련주처럼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듯이 온 몸을 열어놓는다. 다만 그의 열어놓음은 반격을 위한 열어놓음이 아니다. 완전한 텅빔을 표현한다.

팟!

야뇌슬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의 모습은 그대로 있지만 련주의 눈에는 마치 허공으로 꺼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공(空)! 허(虛)!

수식이 필요치 않다.

어떤 공이다. 어떤 허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한 마디라도 덧붙이면 바로 공이나 허가 깨진다. 입을 열지 못하고 가만히 보기만 하라는 공허다.

두 사람은 모두 칠 곳이 있다.

그들 정도의 고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검을 쓴다는 사람이라면 당장 달려들 정도로 텅 빈 구석이 많다.

련주를 치면 최소한 피는 볼 수 있다.

야뇌슬을 치면 눈 깜짝할 순간에 목을 떨궈낼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든다.

전신이 텅 빈 구석인 것은 맞는데, 표현하는 방법은 정반대다.

련주를 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련주를 벨 수 있지만 대가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내가 크게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야뇌슬은 무조건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를 치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스읏!

련주의 검이 꿈틀거렸다.

야수 우함은 두 사람의 접전이 이십여 초는 끌 것이라고 했다.

천만에! 잘못 생각해도 아주 크게 잘못 생각했다.

야뇌슬과는 일초 승부다. 야뇌슬이 이초를 허용한다면 련주가 이길 공산이 높다. 반면에 일초 승부로 끝난다면 서로 상잔될 가능성이 높다.

“후후후! 후후후후! 일심불광…… 일심불광…… 정말 부처의 현신이구나. 하하하!”

련주가 웃었다. 아주 크게 웃었다.

야뇌슬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련주가 흔들린다. 극강을 표현했지만 공허로 대답하자 부동심이 깨지고 있다.

련주는 동귀어진(同歸於盡) 수법을 펼쳤다.

염왕의 무공을 아주 크게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한 수를 두었다. 헌데 공허로 대답하자…… 손해가 크다는 생각을 한다. 허나 이래도 동귀어진, 저래도 동귀어진…… 동귀어진에서 손을 뺄 수가 없다.

‘가장 빠른 수! 신뢰추앙월!’

오제의 무공 중에서 가장 빠른 수법은 혈우마검의 신법 신뢰추앙월이다. 하지만 그 수를 쓴다는 게 아니다. 그 수보다 적어도 두 배, 세 배는 빠른 수가 터져 나온다는 의미다. 그 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추앙월을 떠올린 것이다.

쒜엑!

빛이 뿜어졌다.

온몸에 돋아난 수백 개의 가시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불행히도 일심불광은 가시가 터져나오기 전에 사단이 있을 것을 알았다. 피할 곳도 알았다. 그래서 피했다. 그리고 가시 강기 사이로 검을 쓱 밀어 넣었다.

까앙!

검과 검이 부딪쳤다.

일심불광은 이 사건도 알아냈다.

련주의 검이 흘러온다. 정면으로 부딪칠 것이다. 련주가 혼신을 다해서 진기를 뿜어낼 것이고, 그 힘은 검을 밀어내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진기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련주의 진기는 천하최강이다. 일심불광으로도 상대할 수 없다.

그래서 비켜선다. 검이 밀어오면 밀려간다. 옆으로 밀리면서…… 밀리는 힘을 이용하여 쓸어 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검이 쳐올 때,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 있어야 한다. 련주는 달려올 것이고, 쓸어 치는 검은 옆구리를 타격할 게다.

그는 생각한 적이 없다. 일심불광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퍼억! 후두둑!

검에 묵직한 느낌이 얹혔다.

갈비뼈가 잘려나간다. 내장이 잘린다. 살점이 잘린다. 피가 솟구친다.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죽일 거라면 회등직자(回騰直刺), 몸이 엇비켜 지나갈 때 상대의 등에 올라타듯이 돌아서면서 검을 찔러내면 된다. 지금의 위치라면 왼쪽으로 한 발만 옮기면 가능하다.

살릴 것이라면 옆으로 세 걸음 빠져나가라.

일심불광이 다음 수를 말한다.

야뇌슬은 본능적으로 이 두 수를 생각했고, 또 본능에 따라서 한 수를 선택했다.

슥! 쒝! 퍼억!

뒤로 돌아간 검이 련주의 척추를 꿰뚫었다.

뚜둑!

척추뼈가 잘려나갔다.

련주의 허리가 풀썩 숙여지면서 그대로 꼬꾸라졌다.

“커억!”

련주가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야뇌슬은 손에 사정을 담지 않았다.

이것이 련주가 살아온 길이다. 너무 강한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다. 이긴 자는 돌아갈 곳이 있어도 진 자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그는 련주를 생각해서 살수를 썼다.

아버지의 복수?

이상하다. 마음이 개운치 않다.

련주는 오제의 무공을 합일 시켰다. 우선 심공을 합일 시켰다. 그래서 일천이라는 공부를 만들어냈다.

그래봤자 공부(功夫)다.

일천이나 소림사의 부동명심공이나 다를 바 없다.

련주는 오제의 무공을 연구하여 가장 빠른 수를 찾아냈다. 천왕구도의 음도도 가미시켰다. 검을 쓸 때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음도의 영향이다.

그의 검에는 현현비격술도 포함되어 있다.

검이 쏘아져 오는 동안 휘르릉 회전을 일으켰다. 이 보 밖에 안 되는 지극히 짧은 거리를 지쳐오면서 무려 백여 번에 이르는 회전력을 일으켰다.

그 힘은 막강하다.

정면에서 그 힘을 맞받아칠 수 있는 공부는 없다.

련주의 빠름도 감당할 수 없다.

미리 알고 미리 피하지 않는 이상, 련주에게 당한다. 그것이 정상이다.

련주는 무인들 중에 최강이다.

만약 얼마 전에, 련주와 부딪쳤을 때, 련주가 이런 공부를 보였다면 그 순간부로 목숨이 날아갔을 게다.

어린놈이라고 가벼이 대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휴우!‘

야뇌슬은 뒤늦게 한숨을 쉬었다.

그제야 싸움의 전율이, 련주의 힘이 절절이 느껴졌다.

휘이잉!

찬바람이 강가를 쓸고 지나간다.

***

푸륵! 푸륵! 푸르르르륵!

돛단배가 바람을 안고 바다로 나아간다.

중원 대륙이 시커먼 암석더미처럼 보이더니 끝내는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말없이 바다만 쳐다봤다.

노모보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미와빙의 충격도 매우 크다. 탁태자와 미루극, 노염백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신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죽었다.

이건 예상 밖이다.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나야 한다. 련주가 야뇌슬을 죽여야 한다.

야뇌슬을 죽인 대가만 생각했지, 련주가 쓰러질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심한 상처라면 객잔에서 나눈 당부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심하지 않은 상처라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빈산릉은 움찔거리지도 못한다.

처음…… 야뇌슬의 기수식을 봤을 때는 련주의 승리를 장담했다.

련주에 비해서 야뇌슬은 얼마나 약해 보였는가. 그런데 련주가 당했다. 마치 련주 스스로 자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뇌슬의 검에 몸을 내맡기는 것처럼 보였다.

련주가 그럴 분은 아니다. 염왕의 무공이 그런 식이다.

“우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미와빙이 힘겹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정도는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중원에 남겨진 도련 무인들은 한 명, 두 명 적암도로 흘러들 것이다. 중원에서 쫓겨난 그들이 돌아갈 곳은 적암도밖에 없으니까. 그것도 운이 좋은 사람에 한해서겠지만.

거의 대부분 중원 무인들에게 도륙당할 것이다.

수라도주? 그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왕이 되어서 싸우다가 죽을 것이다.

빈산릉? 그는 왕이 되지 않는다. 야뇌슬이 련주를 꺾은 이상 도련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귀주 무림이 무너지듯이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을 내줘야 한다.

빈산릉은 살 길을 모색할 게다. 그 속에 도련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계획은 들어있지 않다. 도련과 함께 하면 멸절될 것이 뻔한데 그런 길을 가겠나.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미와빙이 말했다.

“적암도에 련주께서 남겨놓은 게 있어. 그리고…… 우리가 잊은 게 있어.”

모두들 그녀를 쳐다봤다.

“마록타! 마록타가 거주하던 곳! 그곳이 일심불광의 근거지야. 염왕이 자신의 유전을 남겨놓은 곳이야. 그곳을 찾아야 해. 그곳만 찾으면 염왕이 될 수 있어.”

“바다속 어디라고 했는데…… 찾을 수 있을까?”

“호호호호! 호호호! 그래봤자 적암도야.”

“하기는……”

“호호! 난 어디쯤인지 벌써 생각났는걸. 섬에 가깝고, 우리가 따라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호호호!”

미와빙이 웃었다.

노모보의 눈에서 광채가 어렸다.

오제…… 오제의 무공으로는 안 된다. 그것은 아버지가 증명했다.

염왕의 무공을 얻으면?

“하하하! 하하하하하!”

노모보가 크게 웃었다.

그렇다. 아버지가 말한 것이 이것이다. 오제의 무공은 없다. 섬을 떠날 때 모두 파괴했다. 섬에는 자신들이 손대지 않은 것, 부수지 않은 것, 물 속 깊숙이에 숨겨져 있는 것, 염왕의 무공만 있다.

“야뇌슬! 기다려라! 기다려! 삼 년! 삼 년만 기다려라! 삼 년 후에 보자! 하하하하!”

노모보가 온 힘을 다해서 망망대해에 소리쳤다.

[도검무안]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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