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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58화 (15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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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58화]

第二十五章 삼 년 후에 보자 (5)

“신기가 사라진 무당은…… 종족을 파멸로 이끈다. 네가 그래. 앞으로 네가 하는 말은 좋지 않은 말들이야. 차라리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하고 있어.”

“아아아……!”

우암은 이미 검 자루가 닿을 정도로 깊이 박힌 장검을 쳐다봤다.

검을 잡은 손이 천천히 떼어진다.

검을 그의 심장에 쑤셔놓고 손을 뗀다.

“영…… 광이었습니다.”

“그래.”

“련주께선…… 이기실 겁니다.”

“그래.”

“빈산릉…… 빈산릉을…… 조심……”

우암이 앉은 채 숨을 거뒀다.

장홍주는 우암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도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놀라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들은 련주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련주의 호법은 련주가 무슨 행동을 하건, 설혹 그 행동이 미친 짓이라고 할지라도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인다는 감정조차도 없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감정이 있을 수 없다.

“수습해라.”

“네.”

장홍주가 우암의 시신을 안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날씨가 매우 좋다.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기는 하지만…… 가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날씨다.

“야야! 이제 그만 낚싯대 거둬!”

“왜?”

“련주가 마을로 들어왔다.”

“흠! 빨리 왔군. 조금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야뇌슬은 낚싯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련주의 일거수일투족이 소문이라는 요물에 실려서 그의 귀에 전해진다.

마록타가 모든 소문을 물어온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련주의 동정을 모두 알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는 오늘을 예감했다. 오늘쯤이면 련주가 마을로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 싸워야 하나?

그건 불공평하다. 련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노독에 지쳐있지 않겠나.

그를 위해서 며칠 시간을 준다.

몸을 풀고, 정신을 가다듬고…… 최상의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상승고수에게 이런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 있지만, 상승고수일수록 아주 조그마한 불편함도 없어야 한다. 손에 난 상채가 하나가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준비는 해뒀어?”

“네 말대로 하기는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어차피 죽일 놈인데!”

“그럼 됐어.”

야뇌슬은 낚싯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안으로 드십시오. 염왕께서 가장 좋은 객실을 예약해 놓으셨습니다.”

련주가 종강에 닿기 무섭게 점소이가 달려와 부복하며 말했다.

“그래? 염왕이?”

“푹 쉬신 후에…… 생각이 있으실 때……”

점소이는 말을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쭈빗거렸다.

마록타가 전하라고 한 말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

쉴 만큼 쉬고 배때기에 기름기 좀 꼈으면 슬슬 기어나오라고 말했다. 뒈질 준비가 되었으면 기어나오라고 했다. 한 두어 시진 쉬면 되냐고 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호의를 받아들이지. 가자.”

련주는 장홍주를 이끌고 객잔으로 들어섰다.

하루, 이틀……

두 사람은 한 마을에 머물렀지만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

야뇌슬은 강가에서 낚시를 했고, 련주는 객잔에서 정원을 산책하며 편안한 일상을 보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갔다.

***

도련주 노갹충은 뒷짐을 지고 객잔 정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그의 곁에는 장홍주가 있다.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 급습에 대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다.

급습을 가할 사람은 없다.

련주가 야뇌슬과 싸우러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감히 련주와 검을 맞댈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급습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한 가지, 야뇌슬을 믿을 수 있다.

그는 객잔을 통째로 빌렸다. 련주를 위해서 최상의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다.

물론 야뇌슬이 제공한 것은 아니다. 그의 바람을 독고금이 들어주었다. 그래서 시골 객잔에서 볼 수 없는 비단금침이 침상에 깔렸다. 기름진 음식이 올라온다.

이렇게까지 해놓고 기습을 할 리는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 싸움에 서로의 자존심을 걸었다.

이 싸움은 중원 무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남무림을 걸고 싸우는 백척간두의 싸움이 아니다.

도주의 복수!

아주 간단한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싸움이다.

도련주도 야뇌슬도 중원 무림이 어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련주는 나흘 째 객잔에서 머물렀다.

여독은 벌써 풀렸다. 사실 련주 같은 고수에게 여독을 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런 말은 련주를 희롱하는 말이나 진배없다.

그래도 련주는 야뇌슬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객잔에서 나흘씩이나 머물렀다.

이 밤이 지나면 닷새째로 접어든다.

그래도 련주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느 때처럼 뒷짐을 지고 태연히 산택을 한다. 그때,

슥!

커다란 나무 뒤에서 검을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 련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슥! 스으읏!

장홍주는 즉각 활을 들어올렸다. 나무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얼씬 거리는 순간, 벌써 시위가 당겨졌다. 그러나 쏘지는 않았다. 나타난 사람을 안다.

검은 그림자는 련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련주는 나타난 사람을 봤다. 묵묵히, 표정 없는 얼굴로 지켜봤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잘 자냈습니다.”

“잘 지낼 수는 없겠지. 일어서거라.”

검은 그림자, 노모보가 일어섰다.

오랜만의 만남이다.

시교혈랑대에게 추여룡을 암살하라고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린 다음 처음 만나는 자리다.

“쯧! 추여룡만 죽이라고 했더니 대화금장 장주까지 죽였더구나.”

“도련을 희롱한 대가입니다.”

“잘 했다. 그런데…… 그랬으면 독고금도 죽였어야지.”

“죄송합니다.”

노모보가 머리를 숙였다.

“쯧!”

련주는 혀를 찼다.

사내는 맺고 끊음이 분명해야 한다. 손에 넣을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독고금을 안아야 할 때, 미와빙은 거치적거린다. 도련 내의 반발 때문에 그녀까지 보듬어야 한다면,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토록 험난한 일을 시켰다.

중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독고금이 도련의 수중을 빠져나갔다.

그렇다면 모든 정신을 미와빙에게 모아야 한다. 그때까지도 마음속에 독고금을 안고 있으면 안 된다. 그녀가 아무리 눈길 한 번 주면 상사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일지할안이라고 해도 버릴 때는 눈 찔끔 감고 버려야 한다.

노모보도 지금은 그런 이치를 안다.

노모보의 표정에서 성숙한 마음이 읽힌다. 그래서 크게 탓하지 않는다. 귀찮게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와빙이도 같이 왔지?”

“네.”

“나오라고 해라.”

련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담 위에서 여인이 뛰어내렸다.

“련주님을 뵙습니다.”

미와빙은 두 손 모아 포권지례를 취했다.

련주는 손을 휘휘 내둘러 그러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넌 우리 집안사람이다. 형식적인 예의 같은 건…… 후후! 너무 내외하는 것도 안 좋아. 이리 오거라.,”

련주는 미와빙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은 바로 가장 자상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늙으면 어쩔 수 없는 건가.’

미와빙은 련주에게 다가섰다.

련주는 늙지 않았다. 하지만 늙은 것이나 진배없다. 죽음을 앞두고 있따는 점에서, 삶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구순 노인이나 다를 바 없다.

련주는 다가서는 미와빙의 손을 잡았다.

“우리 좀 걷자꾸나.”

“네.,”

미와빙은 련주에게 손이 잡힌 채 나란히 걸었다.

노모보가 그 뒤를 따랐다.

련주는 이런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보는 앞에서 여인의 손을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헌데 어색하지 않다. 손이 잡힌 미와빙이나, 손을 잡은 련주나 아주 사이좋은 조손(祖孫) 같다.

“적암도로 가거라.”

“네?‘

“너라면 내 말뜻을 짐작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크게 기대한 게냐?”

“아닙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미와빙의 눈빛이 초로초롱 빛났다.

“쯧! 이래서 야뇌슬을 죽여야 한다고 그렇게 당부했던 것인데…… 야뇌슬이 아니군. 염왕의 뿌리군. 염왕이 존재하는 한 적암도가 설 자라는 없다.”

“네.”

미와빙이 안심하라는 듯 자신있게 말했다.

련주는 이길 것이다. 이기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련주가 고민하는 것은 승리의 대가로 내줘야 할 것이다.

적어도 팔다리 중 하나는 내줘야 한다.

염왕의 무공을 공짜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일대 일의 승부에서 영왕을 이길 무공은 없다. 그래서 대신 생각한 것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이다.

팔다리를 내주고 목숨을 취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되면 뒤이어서 달려들 사나운 늑대무리를 상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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