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도검무안 155화]
第二十五章 삼 년 후에 보자 (2)
망산을 벗어나면 화살이 날아든다. 철갑이고 방패도 무조건 꿰뚫어버린다.
쇠로 만든 철시, 두툼한 강시(剛矢)……
화살이 아니라 장창이 날아오는 것 같다.
화살 한 대에 한 목숨이 떨궈진다. 평생 쌓아온 무공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진다.
벌써 마흔 명 가까운 고수가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저걸 무슨 수로 피한단 말인가.”
“야뇌슬은 피했어. 그러니까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취했겠지?”
“그러니까 말이야. 도대체 어떤 신법이기에……”
그들은 혀를 내둘렀다.
야뇌슬의 무공을 짐작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중원에서 최고로 빠른 발을 가졌다는 섬전비쾌(閃電飛快)가 화살에 꿰뚫렸다. 몰래 잠입하는데 는 일가견이 있다고 큰소리치던 도류(盜流)도 몰살당했다.
도무지 망산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차마 대포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다.
그래도 무공을 닦은 무인인데, 어찌 대포까지 쓰겠나. 그런 식으로 싸웠다면 남무림을 내주지도 않았다.
무인이라면 사용할 수 있는 병기가 있고, 최후까지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병기가 있는 법이다.
이것은 무인의 자존심이다.
“군사는? 군사께서는 뭐라시는데?”
“아직……”
“제길! 그래도 도련주의 목숨은 우리가 취해야 하는데. 그것까지 야뇌슬에게 맡기면 너무 창피하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도련주와 싸울 사람이 누가 있어?”
“하기는……”
그들은 말꼬리를 흐렸다.
도련주와 겨룰 만한 무인이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손꼽아 봐도 열 손가락이 넘게 헤아려진다.
소림사 방장, 무당파 장문인, 곤륜파 장문인……
허나 그들이 나선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에 패한다면 몇 백 년을 이어온 대문파가 봉문을 해야 하는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장문인들이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다리는 것이다. 아미파나 청성파처럼 위급한 상황이 목전에 닥치지 않는 한,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한은 나서지 않는다.
늑대들이 사방에서 몰려드는데 명문정파는 자파의 이익을 돌봐야 한다.
그런 점을 질타할 수는 없다.
생존에 관한 전략은 순전히 그들 몫이다. 정의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무랄 수는 없다.
그들은 정산을 쳐다보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지도가 펼쳐졌다.
구파일방의 방장과 방주, 장문인들이 모두 모여서 지도를 들여다봤다.
야뇌슬의 질주는 그들에게도 모종의 행동을 요구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궁수가 몇 명이나 되나?”
“문제는 궁수가 아네요.”
모용아가 고개를 내둘렀다.
궁수만 제거하면 된다고 하면 벌서 제거했을 게다. 은자 수십 명을 들여보내서라도 요리했을 것이다. 물론 막대한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궁수는 겨우 전위를 맡고 있을 뿐이다.
궁수를 제치고 들어서면 그 다음에는 화륜이 덤벼든다. 화살과 화륜이 동시에 덮친다. 화륜을 뚫으면 장창이 나타난다. 화살, 화륜, 장창……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상대해야 할 사람이 한 명에서 두 명, 두 명에서 세 명 쭉쭉 늘어난다. 그리고 최종에는 다섯 명까지 부딪친다. 활, 창, 화륜, 검, 도…… 다섯 가지 병기를 상대해야 한다.
더욱이 저들은 합격술에 능하다.
해전을 치른 경험을 난전으로 되살려 냈다. 그래서 특정한 적수가 없는 무차별적인 싸움에 강하다.
도련을 뚫기가 힘들다.
피해갈 수는 없나? 겨우 스무 명뿐이지 않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백 명, 이백 명으로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다.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병기를 들었다.
부녀자를, 때로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검을 휘둘러야 한다. 사람을 더욱 미치게 하는 것은 그들의 무공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차마 검을 들기 싫은 상대와 싸우면서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
싸움 양상이 아주 지저분한 쪽으로 흐른다.
공명정대한 싸움으로도 안 되고, 난전으로도 힘들다.
솔직히 야뇌슬이 이런 사람들을 그리 쉽게 뚫고 나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혼자서는 힘들어.’
모용아가 골머리를 싸맸다.
지금까지 야뇌슬의 적수는 이십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백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야뇌슬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적, 여자와 아이가 있다.
야뇌슬이 귀주에서 나아가지 않고 낚시질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쪽에서 물코를 터줘야 하는데……’
그녀는 아랫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그 누구도 선봉에 서지 않는다. 선봉에 서는 문파가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어쩌면 재기 불능일 정도로 치명적인 화를 당할 게다.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방장님. 방장님이 무림 동도를 이끌어주세요.”
“아미타불, 무슨 소린가?”
“아무래도 제가 앞장서야겠어요.”
“모용세가가 말인가?‘
“네.”
“허허! 그래주면 좋지. 모용세가라면 저까짓 정산쯤은 단번에 뚫을 게야. 하하하!”
공동파 장문인이 웃었다.
“그럼 제이진은 공동파가 맡아주시겠어요?”
“뭐, 뭐라고!”
“저희는 몰살당할 거예요. 창피하지만 그게 진실이에요. 모용세가에서 파견된 사람은 겨우 열댓 명. 그들로 뭐를 하겠어요. 우리는 싸움의 서막만 열고 죽을 거예요. 진짜 싸움은 제이진부터죠. 공동파가 제이진을 맡아주세요.”
“험!”
모용아는 공동파 장문인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제 삼진은 무당파가 맡아주세요.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몰아쳐야 해요.”
“그게 가능한가?”
“제 생각에는 한 이십 진까지는 몰살당할 거예요. 각 문파에서 내놓은 무인이래야 십여 명 안짝, 거의 이백 명쯤은 죽겠죠? 그 정도의 피해는 있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도 도련과 싸웠다는 말을 할 수 있어요.”
“허허! 허! 허허허허!”
소림사 방장이 웃었다.
모용아의 계획은 이게 아니다. 적을 앞에 두고 몸을 사리는 각 문파를 질책하고 있다.
“군사, 계획을 말해보시게. 우리 소림은 전폭적으로 동참하겠네.”
“하하하! 좋아, 좋아. 좋아. 우리 개방도 동참하지. 전폭적으로. 뭘 할까? 말만 해.”
소림과 개방이 동참했다.
이제는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발뺌을 하면 이제는 정말로 비겁자가 된다.
“용두방주님, 개방 가용 인원은 얼마나 되요?”
“사람이 모이려면 시간이 있어야지. 시간을 얼마나 줄 수 있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당장 내일모레? 시간을 모레까지 드리면 얼마나 운집할 수 있나요?”
“모레라…… 모레까지면 한 오천은 모일 거야.”
“오천으로 타구진을 펼쳐주세요.”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질 텐데?”
“사정권 밖에서 펼쳐주세요. 정신만 분산시키면 되요.”
“크큿! 그 정도야. 그까짓 것 뭐 꽹과리 좀 치고 북 좀 치는 건데, 그 정도 못하겠나.”
“화산파는 이쪽 협곡으로 들어가 주세요. 적어도 이백 명 이상이 들어가야 되요.”
“우리 보고 표적이 되란 말이냐?”
“네.”
“네…… 라고?”
“하지만 싸울 필요는 없어요. 숨어서 약만 올리면 되요. 강시(剛矢)와 기습에 주의하세요.”
“흠! 무슨 소린지는 알겠다만……”
모용아는 차근차근 계획을 설명했다.
도련은 이십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 이백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 목숨을 내놓고 있다. 무공은 하나같이 절정이다. 각 문파에서 내놓으라 하는 고수와 필적한다.
이백 명의 절정고수와 싸운다.
망산에 운집한 천여 명이 모두 동원되고, 개방도 오천여 명까지 가세한 대규모 싸움이다.
모용아가 이 싸움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 한 판이 지닌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야뇌슬이 싸움의 향방을 바꿨다.
자신은 중원 무림의 기치를 높여줘야 한다.
이 싸움은 야뇌슬이 아닌 중원 무림의 힘으로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중원 무림은 승리를 맛볼 필요가 있다.
‘희생이 클 거야. 하지만 가치는 있어.’
그녀는 야뇌슬을 떠올렸다.
자신은 이렇게 힘든데…… 그는 장난처럼 물리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자신이 들어있다. 그 사내가 내 사내다.
‘잘 해. 나도 잘 할게.’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두 사람은 산책을 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다. 달 주변으로 번지는 달무리가 무척 아름답다.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겠지?”
“……”
“오늘은 왜 아무 소리도 안 하나?”
“련주님께서 직접 나서셔야 합니다. 망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귀주 무림도 어린아이 재롱쯤으로 여기면 됩니다. 하지만……‘
“결국은 야뇌슬이군.”
“염왕의 진전을 이었다는 풍문입니다.”
“그럴 거야. 예전에도 염왕의 무공을 썼어.”
“안 되십니까?”
빈산릉이 불쑥 물었다.
“후후후후!”
도련주는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 없는 웃음은 아니다. 그런 말을 물어올지 몰랐다는, 어처구니없어 하는 웃음이다.
“너 많이 컸구나. 감히 그런 질문을 다 하고! 후후후!”
“죄송합니다. 하지만 안 되신다면 다른 수를 써야겠기에……”
빈산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