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
[도검무안 154화]
第二十四章 가소(可笑) (7)
제 딴에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이겠지만……
솔직히 무공으로는 그를 어쩌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진기를 푼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적암도에서 살아온 눈치로 때려잡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눈치리면 단연 그가 아닌가.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눈치를 본 사람은 그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절정 무인들 속에 섞여 살면서.
눈치로 봤을 때, 야뇌슬은 자신의 기척을 감지해낸다.
그를 암살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결론은 두 가지 중에 하나다. 자신이 초대 야복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거나, 아니면 초대 야복도 자신처럼 염왕에게 희롱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무게 비중을 전자에 두었다.
초대 야복은 웃음을 모르는 사람이다. 시종일관 진지함으로 살아갔다. 평생 농담 한 마디 못했고, 자신처럼 염왕에게 하대를 한다는 건 꿈도 못 꿨던 사람이다.
모든 게 진지하다.
무공도 진지하다. 염왕을 암살한다는 측면에 대해서 거론하는데 농담을 섞을 리 없다. 잘못된 판단으로, 희롱을 당하는 입장에서 거론했을 가능성도 적다.
그는 분명히 염왕을 암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심불광을 깨트리고 안으로 파고 들 틈이 있다. 자신이 그 틈을 발견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제길! 이래저래 기죽이는 사람들뿐이니.’
쉬이이익!
그는 재빠르게 담장 사이를 누볐다.
“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렸다.
어찌나 섬뜩한 비명인지 마치 상처 입은 맹수가 죽기 직전에 내지르는 포효 같았다.
“뭐야!”
“상존각(上尊閣)이닷!”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터진 곳으로 몰려갔다.
“엇! 저, 저, 저기!”
“저, 저런!”
상존각에 모인 사람들은 지붕 위에 널린 시신들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붕 위에 네 명이 무인이 널브러져 있다.
그들은 도련 무인이 아니다. 야뇌슬이 지금까지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귀주 무인들이다.
그들이 오장육부를 쏟아내면서 쓰러져 있다.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서 몸을 꿈틀거린다. 누가 봐도 절명이 확실한데 그래도 살려고 발버둥 친다.
쉬익!
대도를 찬 도련 무인이 지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귀주 무인들의 목을 그어냈다. 더 이상 어떻게 손 써 볼 틈이 없는 사람들, 죽음이 확실한 사람들…… 편히 가게 해준다.
끄르륵!
밖으로 솟구치던 피가 목구멍 안으로 역류한다.
“으!”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공포감을 느낀 게 아니다. 도련 무인들을 수수깡처럼 꺾어버리는 야뇌슬이 드디어 그들에게도 검을 겨눴다는 게 두렵다.
그들은 선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후후후! 네 놈……”
반심도주가 검을 들고 일어섰다.
모두들 상존각으로 몰려갈 때, 아니 비명소리가 쩌렁 울려나올 떼, 그 때 이미 야뇌슬의 등장을 눈치 챘다.
“도주, 적암도 무인답지 않게. 쯧!”
야뇌슬은 반심도주의 행동을 힐문했다.
“흐흐흐! 그런 말은 이긴 다음에 해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반심도를 백랑도나 암혼도처럼 생각하면 오산이야. 흐흐흐!”
반심도주는 징그럽게 웃었다.
그는 죽음을 준비하지 않았다. 도주를 죽이고 나온 중원이다. 기껏 그런 짓까지 하면서 나왔는데 이리 죽어야 쓰겠나.
스읏!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사방에서 궁수가 나타났다.
그들 손에는 강궁이 쥐어져 있다. 흑조탄궁술을 수련한 손길은 아니지만 숫자가 매우 많다. 아무리 신법이 빨라도 벌집을 면하기 어렵다.
삭!
반심도주가 들었던 손을 내렸다.
그는 말할 시간도 아꼈다. 촌각이라도 여유를 주면 그것이 화가 되어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생각은 맞다. 그러나 그만한 시간은 이미 주어졌다.
촤라라랑!
야뇌슬의 손에서 투명한 빛이 일렁거렸다.
환한 빛, 온 세상을 환히 밝히는 광명의 빛!
태양처럼 밝은 빛무리가 터져나오면서 일시 시력이 상실되었다.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암흑만 드리워진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써억!
파공음도 없이 날아온 화륜이 반심도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억!”
반심도주의 비명이 대청을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모두가 안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했다.
“쏴! 쏴랏!”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이다. 옆에 있는 사람, 같이 활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한 말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도 한 말이다.
그들은 활을 쏘았다.
쒜에에엑! 쒜에에에엑!
보지도 않고 쏘아낸 화살은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반심도는 희생자가 많이 내지 않았다.
도주가 죽었다.
도련 무인들 중에는 딱 한 명, 도주만 죽었다..
귀주무인들이 죽었다.
지붕에서 네 명이 죽고, 대청에서 서로가 상잔한 끝에 열두 명이 생명을 잃었다. 중상자가 무려 서른 명이 넘으니 사망자는 더 많이 나올 게다.
야뇌슬은 반심도 사건에서 두 가지 말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도련 무인을 죽이지 않겠다. 개인적인 복수는 하지 않겠다. 옛 은원을 논하지 않겠다. 물러서라. 물러서기만 하면 건드리지 않겠다.
중원 무인이라도 앞을 가로막으면 죽인다. 그들이 누구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니 비켜라.
아니, 세 번째 말도 했다.
너희는 내 상대가 안 된다. 비켜라!
귀주 무림은 파죽지세로 무너졌다.
第二十五章 삼 년 후에 보자 (1)
귀주성이 완전히 떨어졌다.
야뇌슬이 사천성에 도착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서 벌어진 사단이다.
도련은 광서성(廣西省)으로 밀려났다.
도련의 주요인물들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식솔들이 보여주는 무위도 만만치 않다. 사천 무림이 그들을 제치고 귀주로 들어서기에는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헌데 그들은 싸우지 않았다. 일제히 쑥 물러났다.
그들을 따라서 이동한 귀주 무인들도 있다.
사천 무인들의 핍박을 견디느니 차라라 그들과 함께 일전을 불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게다.
그만큼 사천 무림의 압박은 드셌다.
그런 가운데 야뇌슬은 광서성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귀주와 광서의 경계인 종강(從江)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거 감질나서 무슨 재미로 해?”
“심심하니까.”
“삼삼하면 광서로 확 쳐들어가버리자고.”
마록타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심술궂게 말했다.
마록타의 유영 실력은 적암도 내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그만큼 유영을 잘하는 사람도 없다. 그가 사는 곳이 바다 속을 헤[집고 들어가야 발을 디딜 수 있는 수중 동굴이기 때문에 날마다 물질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 그가 종강에는 발도 디밀지 않는다.
물비린내가 싫다는 것이다. 강 속으로 들어가 봤지만 바다만큼 깨끗하지도 않고, 비린내도 많이 나고……
그는 강에서 잡은 고기도 먹지 않는다.
이유는 역시 비린내다. 어떤 생선은 시궁창 냄새까지 난다면서 코를 틀어쥔다.
그에게는 강에 있는 게 고역이다.
그런 점은 야뇌슬도 마찬가지다.
그도 강보다는 바다가 좋다. 강에서 잡은 고기는 비린내가 나서 싫다. 하지만…… 민물생선이 아무리 비리기로 사람 몸에서 나는 피만큼 비릴까.
피비린내를 맡는 것보다는 생선 비린내가 낫지 않은가.
그는 도련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놈들 안 물러난다니까. 어떻게 뺏은 땅인데 순순히 뺏겨.”
“……”
“아! 지금이라도 확 쳐들어가자고!”
“……”
“아휴! 내가 미친다.”
마록타가 홱 돌아누웠다.
야뇌슬은 흐르는 강물을 무심히 쳐다봤다.
‘련주…… 당신의 결단은 뭔가?’
***
중원 무인들은 강서성 망산(望山)에 집결했다.
그들 코앞에 도련이 있다. 도련 본단이 있다. 도련을 이끄는 련주가 있다.
서무림은 야뇌슬이 파죽지세로 밀어붙인다.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쭉쭉 밀고 들어온다. 그런데 천여 명에 육박하는 중원 무인들은 망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거야 창피해서.”
“허!”
그들은 맞은편에 있는 정산(靜山)을 노려보았다.
정산에 궁수가 배치되어 있다.
매의 눈보다 날카롭고, 호랑이의 발톱보다 억센 힘을 지닌 궁수가 사방을 노려본다.
그들을 뚫고 나갈 수 없다.
궁수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아니면 수십 명인지…… 그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이 묶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