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도검무안 148화]
第二十三章 주개(走開)! (7)
야슬이 계략이 환히 읽힌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읽으면서도 회피할 수 없다.
“우리 정도…… 이십 명 정도는 자신 있다는 건가!”
“이십 명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마록타에게 절반을 부탁했고…… 절반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광오하구나!”
“이 검이 증명할 겁니다.”
야뇌슬이 철검 두 자루를 들어보였다.
쒜에엑!
화살이 날았다.
흑조탄궁술로 쏘아진 화살이 허공을 꿰뚫고 나아가서 야뇌술의 가슴을 꿰뚫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토록 호언장담하던 야뇌슬은 장한소가 날린 화살 한 자루도 막지 못하고 죽었다.
“뭐야?”
장한소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때,
“위험!”
왕군의 음성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바로 곁에서 터진 음성인데도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말한 듯 회성음(回聲音)이 되어 귓전을 윙윙 울린다.
“십이묘환법! 이형환위!”
누군가 또 말했다.
그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말은 왕군이 한 말보다도 더 아련하게 들렸다. 멀리서…… 멀리서……
툭!
장한소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시작이다.
야뇌슬은 오제가 펼칠 수 있는 모든 무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뿐만 아니라 적암도 각 가문에서 비밀리에 전수되는 비기까지 능통하게 구사한다.
퍽! 퍽퍽퍽!
적암도 무인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그는 호랑이다. 반면에 적암도 무인들은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 그들도 한때는 호랑이였지만, 그들의 무공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환히 꿰뚫어보는 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쒜엑! 쒜에에엑!
왕군의 창과 야뇌슬이 검이 교차되었다.
그가 수련하던 북두창법이 여지없이 깨졌다. 야뇌슬이 마치 북두창법을 안다는 듯이 창법이 펼쳐지기도 전에 미리 피해버린다.
상대할 도리가 없다.
“어떻게!”
“적송림 십이 좌실. 아십니까? 십이좌실에는 이십사 무동에 기재된 모든 무공이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각 가문의 비기라고 일컫는 것들, 모두 사백삼십 종의 비기들이 낱낱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얼마 전에 깨우쳤지만…… 전 오제의 모공을 모두 압니다.”
“사, 사, 사백 삼십 종…… 그렇게나 많았던가. 그럼 내가 수련한 이것은……”
“그중에 하나죠.”
“그렇군.”
왕군이 고개를 툭 떨궜다.
야뇌슬의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기 때문에 소생할 길이 없다. 그나마 몇 마디 말이라도 나는 것도 그의 내공이 심후했기 때문이다.
‘하나 끝났고.’
야뇌슬은 죽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암울해했다.
죽음…… 열한 명의 피가 연무장을 물들인다.
第二十四章 가소(可笑) (1)
야뇌슬이 백랑대를 초토화시켰다.
그들이 지배하고 있던 귀주 무인들은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 딱 도련무인들만 도려냈다.
그가 도련 무인들을 죽인 방법도 입방아로 떠돈다.
“먼저 열 명을 죽였대. 그야말로 소리 소문 없이 감쪽같이 죽인 거지. 왜 그런 줄 알아? 그게 경고야.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어라. 일대 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다.”
“그렇게 대단한가?”
“나머지 열 명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대.”
“순식간에?”
“그렇다니까.”
마지막 말은 거짓이다.
백랑대 무인들이 도륙당하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은 없다.
야뇌슬이 어떤 무공을 쓰는지, 염왕의 절정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한데…… 그것을 본 사람이 없다.
그래도 소문은 날개를 달고 퍼져나갔다.
아미파와 사천당문, 그리고 청상파까지 합세해서도 물리치지 못한 백랑대다. 그런데 그가 단신으로 소멸시켜버렸다. 그러니 그 놀라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무신이야.”
“무신이라고 하지 않고 뭐라고 하더라? 염왕! 염왕이라던데?”
“누가 그래?”
“도련 무인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염왕의 무공을 사용한대.”
“염왕은 좀 그렇다. 무신이야, 무신.”
야뇌슬은 염왕도 되고 무신도 되었다.
톡톡톡!
그는 탁자를 톡톡 건드렸다.
뾰족한 해답이 있을 리 없다.
“백랑대가 몰살했단 말이지?”
“네?”
“그란데 우리는 왜 안 건드리는 거지?”
“하루 터울을 둘 모영입니다.”
“하루 터울이라…… 그러면 오늘 밤부터 사람이 죽어나간다고 보면 되겠네.”
“그럴 것 같습니다.”
암혼도 무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복수의 검을 든 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뇌슬이다. 죽은 도주, 머리가 잘려서 장대에 꽂혀 만인 앞에 전시된 도주, 그의 아들이 그때 일을 캐묻는다.
그때 넌 뭐하고 있었니? 반란에 가담한 거니, 아니면 멀리서 구경만 한 거니?
구경만 했다고는 할 수 없다. 적암도 무인의 체면을 걸고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한다. 죽었으면 죽었지 죽음이 두려워서 자신이 한 일조차 발뺌하는 짓은 못하겠다.
그래, 나도 반란에 가담했다. 어쩔래?
직접 말로 물어왔으면 얼마든지 대답해 준다. 자신이 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정말로 목숨이 아까워서 구경만 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준비를 해라.”
암혼도주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도주가 물러나려고 했다. 그때,
“아!”
암혼도주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물러나려는 부도주에게 급히 손짓했다.
그가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암혼도를 비워라.”
“졸개들을 모두 내보내자는 말씀입니까? 그랬다가는 백랑대와 똑같은 결말이……”
“그러지 않아도 결과는 똑같아. 백랑대가 암습을 막지 못했다면 우리도 막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 가족들도 내보내고. 백랑대처럼 우리도 싹 비운다.”
“알겠습니다.”
“단! 아이 하나는 남겨야겠어. 똑똑한 놈으로.”
“똑똑한 놈이라 하시면……”
“열 살쯤 되는 놈이 좋겠는데. 무공에 대해서 일취월장하는 놈으로. 누가 좋겠나?”
“노풍기의 아들이 영민하기로 소문났습니다.”
“아! 그 놈! 하하! 내가 급하기는 급했나 보구나. 그놈 생각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 아이를 데려와.”
“그 아이는 왜?”
“노풍기와 함께 오라고 해.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내보내. 이별을 나눠도 좋다고 해. 저녁까지만 물러가면 되니까, 슬픔 같은 것 실컷 나누라고 해.”
“알겠습니다.”
부도주가 물러갔다.
“우린 죽을 거야. 후후후!”
암혼도주가 재미있다는 듯 활짝 웃었다.
잠시 후, 노풍기가 아들 손을 잡고 들어섰다.
금년에 열한 살, 허리춤에는 나무로 만든 화륜이 매달려 있다.
야뇌슬이나 노모보처럼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아이다.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적암도 사람들이 장래가 촉망된다고 말할 정도라면 이미 증명된 천재라는 소리다.
어린아이, 노과애(魯跨靄)는 타고난 무인이다.
“무영신법을 펼칠 수 있느냐?”
“네.”
“펼쳐보거라.”
“네.”
스슷! 스스스슷!
어린아이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무영신법을 펼친다.
제법 능숙하다. 아니, 많이 능숙하다.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현현비격술도 펼쳐 보거라.”
“네,”
노과애는 암혼도주가 시키는 말에 순순히 따랐다.
쒜엑! 쒸이익!
나무로 만든 화륜이 허공을 갈랐다.
사납지도 빠르지도 않다. 하지만 제법 격식은 갖췄다. 현현비격술의 요체는 들어있다.
‘뛰어나군!’
암혼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 십 년만 더 지나면 당장 부도주를 시켜도 유감없을 정도다.
“됐다.”
암혼도주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노과애가 암혼도주 앞에 시립했다.
“훅! 훅! 훅!”
노과애는 호흡이 가쁜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린아이가 전개하기에는 무리한 공법이다. 진기가 받쳐주지 않는데, 초식만 앞서 달린다.
지금만 그렇다. 예상한 대로 십년 만 지나면 그때는 정말로 사나운 화륜을 만나야 할 게다.
“아비가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느냐?”
암혼도주가 뜻밖의 말을 던졌다.
“훅!‘
노과애는 숨을 콱 내쉬었지만, 눈동자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네.”
의외에도 담담한 대답이다.
오면서 아비로부터 말을 들은 게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아비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리고 아이를 부른 목적이 무엇인지 미리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비가 죽을 것을 알고 왔다. 아비가 멀리 떠날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무공을 펼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현현비격술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