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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45화 (1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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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45화]

第二十三章 주개(走開)! (4)

그 다음에 얼굴을 봤다.

그는 어른이다. 나이는 사십 전후, 사자 갈기처럼 수염을 사납게 기르고 있다.

‘노다람(魯觰濫)!’

그는 사내를 알아봤다.

노씨 문중에서는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다.

노씨 문중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사천 무림에서는 그를 ‘지옥에서 온 불’이라고 부른다.

지옥화륜(地獄火輪)!

사천 무인들이 그에게 안겨준 별호다.

적암도에서는 말석을 차지하는 사람이지만, 사천 무인들에게는 지옥 악귀로 보인다.

마록타는 마음을 차게 굳혔다.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누구를 해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야복의 무공을 배우고, 염왕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설마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자신은 사람을 죽일 일이 없다.

그런 점은 도련에 뚜어들고,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되었다.

야뇌슬이 도련에게 쫓기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싸움을 피했다. 다른 사람들을 따돌린다는 명분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치달렸지만, 엄밀히 말하면 싸움을 피한 게다.

그에게는 싸움이 맞지 않았다.

헌데 자금은 사람을 죽일 생각으로 스며들었다.

염왕이 말한다. 절반은 네가 해치워라. 내가 수고를 하지 않게끔 네가 길을 정리해라.

사람을 죽이는 일, 그것도 야복이 할 일인가?

삼백 년 전의 염왕과 야복 사이라면 이런 말을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주공과 시종이다.

그 이상의 관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자신처럼 주공에게 하대를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없다. 어딜 감히! 야복에게는 절대 충성만이 존재한다.

야뇌슬은 그에게 무인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여복의 무공도 무림에 통용될 수 있다. 그것을 적암도 사내들, 오제의 진전을 이은 무인들을 죽임으로써 증명하라. 네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라.

한낱 시종에 불과했던 야복의 무공이 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 역할이 자신에 주어졌다.

스으읏!

그는 어둠 깊숙이 숨었다.

노다람이 눈앞에 있지만 달려들지 않았다. 그것은 노다람의 싸움방식이지 자신의 방식이 아니다.

그를 치려고 밖으로 나가면 은신술이 깨진다.

밝음 속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진다. 밝음 속에는 순간만 존재하라는 기본이 깨진다.

그 순간, 자신은 평범한 무인이 된다.

적암도 무인들을 상대할 수 없는 비천한 마록타로 전락한다.

야복으로 싸워야 승산이 있다. 그 이외에 모든 방법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당장 가능할 것 같아 보여도, 지금 쳐나가면 즉시 칠 수 있을 것 같아도 하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기억하라! 밝음 속에서는 순간만 존재하라!

기다린다. 기다린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

‘와라!’

“륜에서 눈을 떼지 마라. 어느 한순간도 륜을 놓치지 마라. 육신의 모든 감각이 륜을 따라야 하며, 마음도 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적을 보느냐, 륜을 보느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과감하게 륜을 택해라.”

“그럼 적이 달려들잖아요.”

“적이 달려들 때 가장 걱정되는게 무엇이냐?”

“죽음요. 공격당하면 죽잖아요.”

“죽어라.”

“네?”

“적을 막을 수 없는 경우는 많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라.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무인은 어떻게 죽어야 한다고?”:

“싸우다가 검에 맞아 죽어야 해요.”

“그래. 그럼 이제 다시 물어보마. 적이 달려들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이냐?”

“글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래. 륜에서 마음을 놓치느니 죽는 게 낫다.”

“그래도 살 수 있으면 좋죠. 히!”

“륜을 잡아라. 륜이 어디에 있는지 마음으로 쫓아라. 륜이 허공을 날고 있어도 감각은 손끝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허공을 나는 화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열 살배기 어린아이가 알아듣기에는 어려운 말이다.

노다람은 그럼 말을 자신의 손자인지 자식인지 모를 어린아이에게 해주고 있다.

“운기를 하겠습니다.”

“운기는 필요 없다. 움직이면서 륜을 느껴라.”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감각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은 초보 중에 초보다. 그 단계를 벗어나야지?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가운데 화륜의 감각을 깨우쳐라. 륜이 항상 손끝에 머물러 있다고 느껴라. 실제로 그렇다.”

“화륜은 허리춤에 있는데요?”

“륜은 손끝을 떠나지 않았다.”

“전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걸어라. 끊임없이 걸어라. 걷고 또 걸아라. 화륜이 손끝에 잡힐 때까지, 손가락 끝에 느껴질 때까지 오로지 화륜만 생각하면서 걸어라. 모든 생각을 손끝에 집중시켜라.”

“네.”

어린아이가 마당을 걷는다.

노다람은 아이를 끈기 있게 가르친다.

아이를 야단치지 않는다. 기를 죽이지도 않는다. 성난 어조로 말하지도 않는다. 조곤조곤 말하지만, 단호하다.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일깨워준다.

적암도 사람들은 누구나 절정고수다.

“하하하!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노다람이 아이를 풀어주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아휴! 배고파요.”

“그렇지? 이 애비도 배고프구나.”

“그런데 정말 륜이 느껴져요?”

두 부자는 무공에 대한 말을 나누면서 걸었다. 그 순간,

스읏!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옅은 안개처럼 피어났다. 그와 동시에 노다람의 손에서도 화륜이 번뜩였다.

쒜에에엑!

그의 말은 사실이다. 느낌이 일어나는 순간, 허리춤에 있는 화륜은 손끝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마음을 쫓아서 허공을 가른다. 느낌이 있는 곳으로 쏘아져 간다.

화륜은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

그런데 마록타는 이런 무공을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보면서 살와왔다. 그들 중에는 장난을 친답시고 그를 향해서 화륜을 던져낸 자들도 꽤 있었다.

스읏!

그는 적암도에서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때처럼, 날아오는 화륜을 피했다. 그리고,

서걱!

그가 지닌 짧은 비수가 노다람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훅! 너, 넌!“

노다람이 마록타를 알아보며 눈을 부릅떴다.

할 말이 많다. 드디어 적암도 무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을 정확하게 찔렀다.

노다람의 얼굴을 보면서 몇 마디 말이라도 하고 싶다.

더 이상 야복을 얕보지 말라고, 너희가 희롱하던 꼽추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허나 잊어서는 안 된다. 밝음 속에서는 순간만 존재하라.

스으읏!

야복은 어느새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밝음은 천적이다. 밟음 속에서는 죽음만이 존재한다. 죽음을 만들 때, 또는 자신이 죽을 때…… 그때만 밝음 속에 머문다. 살려면 숨어라. 어둠속에서 침묵하라.

“이버지!”

어린아이가 무너지는 노다람을 부둥켜 안았다.

하지만 육중한 어른이 쓰러지는데 어린아이가 받쳐 들 수는 없었다.

쿵!

노다람은 땅에 쓰러졌다. 그리고 절명했다.

눈앞에 자식이 있는데, 그 자식에게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라고 숨이 끊어졌다.

비수는 정확했다.

***

“노다람, 왕천, 장선보, 미천구. 네 명이 당했습니다.”

“소리도 없었다.”

"소리 없이 당했습니다.“

왕청이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왕군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잡았다.

소리 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오직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다. 살수의 짓이다. 아주 뛰어난 살수가 왔다. 그 밖에 다른 사람,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 없다.

누가 백랑도에 칼을 들이대는가.

누가, 어떤 살수가 한 시진도 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네 명이나 죽일 수 있었는가.

“수법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인은 모두 일치합니다. 심장에 일격을 당했습니다.”

“심장?”

“네.”

“이런 멍청한!”

쾅!

왕군은 탁자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어떻게 바보같이 심장을 얻어맞는가. 살수에게 당했다면 등이나 얻어맞을 일이지 어떻게 심장을 내주었는가. 그런 바보같은 놈들이 어디 있는가!

심장을 찌르려면 전면에서 공격해 와야 한다. 즉, 상대는 전면에서 들이쳤다. 기습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간에 흉기를 찌르는 순간에는 전면에 있었다.

그런 검을, 정면승부나 다름없는 그런 검을 맞았단 말인가!

“흉기는?”

“비수입니다.”

“비수!”

그는 빽 고함질렀다.

비수! 비수! 비수라니!

이제는 더 놀랄 힘도 없다.

전면에 나타난 적이 지극히 짧은 비수를 휘둘렀다. 즉,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근접했다. 반대로 이쪽은 놈이 그토록 가까이 다가섰는데도 몰랐다.

네 놈이 멍청했거나 상대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뛰어나거나.

이번에는 후자다. 죽은 네 명이 그리 뛰어난 자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천 무림을 공포 속에 몰아넣을 정도는 된다. 중원 무인들에게는 죽음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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