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도검무안 141화]
第二十二章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7)
솔직히 자신들이 언제부터 중원 무림과 한편이 되어서 움직였나. 도련의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행동에 제약을 받아야 하고, 무공을 입증해야 하는가.
무명을 떨칠 생각이 없다. 땅 따먹기 싸움을 할 생각도 없다. 그럴 만한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킬 것도 없고, 뺏을 것도 없다. 그러니 얻을 것도 없다.
적암도 사람들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웬만큼 온 것 같은데 여기서 쉬어갈까?”
마록타가 다 쓰러져 가는 산신각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마을을 거치지 않고 험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험산에서 험산으로 바위산에서 바위산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편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그 길도 곧 끝이 났다.
“길을 옳게 오긴 온 모양이네.”
마록타의 눈에서 한광이 번뜩였다.
파팟! 팟! 파팟!
마록타가 움직임을 멈췄다.
야뇌슬은 그 전에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상당히 예리한 강기가 풍겨온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살을 에일 뜻한 예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가 숨어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관도도 아니고 험한 산자락 한 귀퉁이에서 살을 에일 듯한 차가움이 파고든다.
“키키! 이쪽 놈 같은데?”
마록타가 코를 벌름거리면서 공기 냄새를 맡았다.
예기란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몸 이외의 감각기관을 활용하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련의 침입을 경계하는 놈이겠지. 키키! 그런데 예기가 상당해. 꽤 강한 놈인 것 같아.”
‘피해갈 길이 없다.’
야뇌슬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록타가 걸음을 떼어놓지 않고 계속 말만 하고 있는 것도 은밀히 피해갈 곳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워낙 좋은 곳에 매복해 있다.
그가 위치한 곳에서는 사방 백여 장이 환히 보인다. 주변에 나무도 없고, 산비탈이 급한 곳이다. 사방을 예의 주시하기에는 더 없이 적합하다.
“어디…… 시종 솜씨 한 번 볼까?”
“죽여?”
“사람 죽이지 못해서 안달 났어? 어떻게 말끝마다 죽이겠다는 투정이야?”
“흐흐흐! 너 요듬 이상해.”
‘뭐가?’
“괜히 자애스러운 척, 자상한 척, 친절한 척, 따뜻한 척, 마음이 넓은 척…… 더 말해?”
“됐어. 더 말하지 않아도 돼.”
“재수 없는 짓 좀 그만해. 너무 사람이 물러 보여. 키키!”
마록타가 징그럽게 웃으면서 신형을 번뜩였다.
“죽이지는 말고, 다치게도 하지 말고.”
“아예 상전 모시라고 해.”
쉬익!
마록타가 귀찮다는 듯 신형을 띄웠다. 그가 서있던 자리에 텅 빈 바람이 맴돌았다.
숨어있는 자와 다가서는 자.
사이 환히 트인 곳에서 위치를 고정시켜 놓고 예의 주시하는 자와 상대의 위치조차 어림짐작으로만 알 뿐인 침입자.
두 사람의 겨룸은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은밀히 숨어들 공간이 없다.
일시에 달려들어 목을 쳐내면 몰라도 은밀히 다가서서 제압하기는 어려운 위치다.
무인은 용케도 좋은 목을 차지했다.
마록타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움직이고 있겠지만 개미 기어가는 소리조차 흘러나오지 않는다.
야뇌슬은 좌정하고 눈을 감았다.
츠츠츳! 츠츠츠츳!
진기가 응축되어 심등을 켠다. 가슴에서 일어난 심등은 미간으로 치솟아 온 몸을 밝힌다.
그는 그 상태로 산야를 굽어봤다.
마록타와 숨어있는 자의 싸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정도는 너끈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 마록타!’
도련과의 싸움에서 마록타를 적절히 사용해야겠다.
그가 나서서 활약을 해주면…… 도련 무인들을 들쑤셔 놓으면…… 적암도 무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읽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싸워줄 것이다.
도련 무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좋은 계략이 떠올랐다.
‘이거면 되겠군. 그래, 마록타를……’
그는 온 몸에 힘을 빼고 편히 앉아서 뜨겁게 내리쬐는 양광을 만끽했다.
사천은 하남과는 기후가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하남보다는 사천이 적암도 기후에 조금 가깝다.
하남은 조금 춥다.
더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추위는 싫다. 눈이 오는 모습은 신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섬나라가 좋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그립다.
적암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살을 태워본 사람이라면 하남보다는 사천 쪽이 적응하기 더 쉽다.
퍼억! 탁!
멀지 않은 곳에서 돌로 뼈를 으깨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쯧! 살살 하지.”
야뇌슬은 혀를 찼다.
마록타의 움직임, 그리고 가격당하는 자의 아픔이 눈으로 보는 듯 그려진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게다.
마록타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살수를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기괴하다고 한다. 징그럽게 여긴다. 노려보는 눈길에서 공포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정작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그게 문제다.
지금 가격당한 사내도 마찬가지다.
그를 죽이라고 했다면 고민께나 했을 게다.
그를 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람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어렵다.
마록타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다.
살기등등한 모습을 보이지만, 거친 말투를 쓰지만 정작 살수를 쓰지 못한다.
죽이라는 말을 했다면 아마도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공격을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다.
공격당한 무인은 괜찮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맞았기 때문에 근 한 달 정도는 끙끙 거리면서 앓아누워있어야 될 게다.
마록타는 살수 대신에 이런 수를 쓴다.
거칠게 때리는 것은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껏 활용한다.
실질적으로 적암도에서는 비무조차도 실전처럼 한다. 이 정도의 격타는 늘 발생한다. 그들은 가볍게 톡 건드린다는 의미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사람들이 무림에 쏟아져 나왔다. 마치 거친 폭풍처럼 검과 창을 흉흉하게 쓰고 있다. 중원 무인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악귀가 따로 없으리라.
“킥킥! 처리했다.”
저 멀리서 마록타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무인 한 명이 축 늘어져 있다.
마흔은 훨씬 넘은 것 같고, 쉰은 아직 안 되어 보이는 중년인다. 태양혈(太陽穴)이 불끈 솟아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정심한 내공을 소유한 것 같다.
그는 혼자서 목을 지켰다.
마록타가 안심하고 소리칠 정도로 넓은 지역을 혼자서 방비한다.
그만큼 무공에는 자신 있다는 뜻이다.
“킥킥! 이놈 당문인가 뭔가 하는 데서 온 놈이야.”
마록타가 축 늘어져 있는 자를 발길로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쓰러진 자는 손에 피리 같은 죽통(竹筒)을 들고 있었다.
손잡이 부분에 단추가 있고, 앞쪽에 화살촉 같은 침이 삐죽 튀어나와 있다.
‘암기!’
문득 신경이 암기에 집중되었다.
적암도 무인들은 암기를 다루지 않는다. 돌팔매질을 배우고, 비수 정도는 날리지만 전문적인 암기 공부는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배울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제의 무공이 있는데 자잘한 암기수법 따위를 배울 시간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암기는 실전에서 매우 유용하다.
혼절해 있는 자가 들고 있는 작은 죽통 정도면 십 년 이상 고련한 무인을 상대할 수 있다.
사천당문은 암기 전문 명가다.
죽통 하나 만드는 것이 내공을 십 년 수련하는 것과 같다.
당문도들은 그런 생각으로 암기를 개발하고 수련한다.
도련은 사천성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암기세례에 상당히 고전했을 게다. 당문도들이 이를 악물고 암기를 썼다면 나아가기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활, 그리고 화륜!
독, 그리고 암기!
그렇다. 사천당문에는 암기만 있는 게 아니다. 독과 화약도 있다.
이 독과 화약도 적암도 무인들에게는 낯선 부분이다.
사천무림과 싸움을 한 도련무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암기, 독, 화약 등등에 적응해 잇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사용하는 것을 흡수해서 적암도 방식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검에 독을 묻혔을까?
날아오는 화륜에 암기 장치를 가미했을까?
사천당문과 겨루는 적암도 무인들은 손수한 오제의 무공을 지키고 있지 않다. 이미 변종 무공을 탄생시켰고, 그것으로 무장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단순한 짐작이지만 아마도 맞을 것이다.
“독, 암기, 화약. 조심해야 할 것들이야.”
"키키키! 너나 조심해.“
“독은 귀신도 잡아. 매설 화약도 마찬가지고. 조심하라면 조심해.”
“크크크!”
마록타가 웃었다.
적암도에서 그는 귀신이었다.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적어도 도민들이 반란에 성공해서 떠나갈 즈음, 섬에 마록타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마록타가 연성한 무공이 그를 눈에 띄지 않는 귀신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록타…… 적암도 무인들을 속여 넘긴 은신술의 달인.,
그는 자신의 무공을 철저히 믿고 있다. 야뇌슬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지만, 이까짓 독이나 암기쯤으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자신한다.
두 사람은 무인이 바라보고 있던 곳을 쳐다봤다.
저 멀리…… 작은 도읍!
저곳인가. 동족을 가랑잎 쓸듯이 쓸어버려야 할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