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도검무안 136화]
第二十二章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2)
상실하허(上實下虛)가 보인다.
위로 강하고 아래는 약하다.
‘위가 강하다. 그럼 위를 친다. 강함 곳을 부셔준다.’
야뇌슬은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말 거침없이……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길을 걸어가듯이 거침없이 걸어갔다.
쒜엑!
일섬착혼이 먼저 검을 쳐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거침없이 걸어가는 모습은 온통 허점투성이다. 온 몸이 칠 곳이다. 그런 허점을 보고도 검을 날리지 않는 고수는 없다.
쒜엑! 까앙!
몸통을 갈라버릴 것 같은 쾌검이 거센 철벽에 가로막혔다.
어느새 야뇌슬아이 검을 들어 일섬법을 막았다.
일섬착혼은 일섬법을 펼쳐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검은 ‘섬(閃)’이라는 한 글자로 귀결된다.
섬 외에 다른 검초가 있을 수 없다. 패검, 환검이 거론되지만 빨리 치고 빠지는 데는 당할 도리가 없다. 섬이 최강이다. 섬 이외에 다른 검리는 없다.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검법!
곤륜차에서 가장 빠르다는 검초로 신뢰삼검을 깨트리려고 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거침없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회심의 일격을 날리기는 했지만 방비도 굳건히 했다.
야뇌슬의 검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꿈틀!
손목이 움직인다.
검이 빨려올라오듯이 따라 올라온다. 손목이 먼저 움직이고, 검이 뒤따른다.
그는 그런 모습까지 본 후에 거침없이 일격을 쳐냈다.
야뇌슬의 검초 정도는 진기로 짓누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목에 의지하는 검은 진기로 짓누르는 검을 막아낼 수 없다. 이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대체로 이런 검은 변화를 위주로 하는 검에서 많이 쓴다. 손목을 일용하는 검초의 대부분이 변검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섬착혼의 오판이었다.
손목이 먼저 올라왔지만, 그 검에는 전신 진기가 집약된 듯한 힘이 담겨 있었다.
까앙!
검과 검이 마주치는 순간 일섬착혼은 자신의 검이 퉁겨 올라온다고 느꼈다.
느낌이 아니다. 사실이다. 검이…… 그가 펼쳐낸 검이 야뇌슬의 검에 밀려서 퉁겨올랐다. 그리고……
서억!
야뇌슬의 검 끝이 그의 목젖에 닿았다.
“이것이 경홍섬전입니다. 봤습니까?”
“헉!”
야뇌슬은 검을 밑으로 흘리면서 이보 뒤로 물러섰다.
“다시 해보죠. 검을 쓰시겠습니까?”
일섬착혼은 할 말을 읺었다.
이렇게 빠른 검이!
힘이라고는 전혀 실려 있지 않은 검이었는데, 그런 검이 어떻게 자신의 진기를 밀치고 올라섰나. 어떻게 자신을 밀어냈나. 어떻게 목젖을 내줬나.
그는 방금 죽었다.
실전 같았으면 목구멍이 꿰뚫려 쓰러지고 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이럴 수가!’하는 경악감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해보겠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야뇌슬이 검을 들어올렸다.
까앙!
또 한 번의 격돌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일심착혼은 검을 밀어내지 못했다.
‘할 수 있어!’
자신감이 충분했는데, 결과는 패배다.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부딪치고 나면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진다.
이것이다!
일섬착혼만 깨달은 게 아니다. 비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흘러나왔다
야뇌슬의 빠름은 그들에게도 읽힌다.
야뇌슬의 빠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게 되었다. 손목의 빠름이 아니다. 손목의 변화가 아니다. 진기에서 기인하고 있다. 진기의 힘으로 검을 끌어올린다.
헌데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진기의 사용에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거세다. 힘이 제대로 받쳐진다. 하지만 아래서 위로 내뿜어지는 분수는 폭포만큼 힘이 거세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물줄기를 뿜어 올려도 그 힘에는 한계가 있다.
야뇌슬의 힘은 후자다.
강력한 진기로 밀어올리더라도 초식이 나아가가는 길은 분수나 다름없다.
폭포가 분수와 만났을 때!
그런 겨룸을 마다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딪친다. 과감하게 정면에서 부딪친다. 꽝!
그 결과는 항시 패배다.
이해할 수 없는 빠름으로, 한 수 앞선 빠름으로 검을 밀어올리고 목젖을 친다.
이를 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리 사소한 힘일 망정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거력이 깃들었다고 판단하고 부딪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싸우냐고?
그렇다. 싸울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싸우면 한 없이 밀린다. 언제까지 뒤로 물러서기만 하다가는 승부처를 찾을 수 없다.
파해하기가 참으로 지난한 검초다.
까앙!
또 한 번의 부딪침이 흘렀다.
야뇌슬의 검은 일섬착혼의 목젖에 닿아있다.
일섬착혼의 손아귀에서는 피가 흘러나온다. 그가 밀리지 않으려고 얼마가 굳게 검을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봤습니까?”
“한 번 만 더……”
“좋습니다.”
두 사람의 간격이 벌어진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다시 쏘아져 들어간다. 그리고 어김없이 맞부딛친다.
까앙!
“봤습니까?”
일섬착혼은 검을 놓쳤다.
무인이 격검에서 검을 놓쳤다.
곤륜파의 일대고수가, 곤륜파에서 손가락 꼽는 고수가 검까지 놓쳐버렸다.
일섬착혼의 얼굴은 담담했다.
그의 자존심, 명성, 명예는 모래알이 되어서 흩어졌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패배를 당하고 있다. 한 상대에게 두 번, 세 번 연속해서 지는 중이다.
창피하다. 망신스럽다.
기백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양이 앞에 쥐가 되어 버렸다. 한 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이제는 검까지 놓쳤다.
그가 말했다.
“염체 없지만 한 번 만 더……”
“좋습니다.”
까앙!
연이어 검과 검이 격돌했다.
야뇌슬이 일섬착혼과 겨룬다.
하지만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비무를 구경하고 있는 모두다. 기백 명 모두를 상대하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 오제의 무공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똑바로 보라고 말한다.
잘 봐라.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보지 못했는가? 잘 봐라. 이래서 당신들이 간발의 차이로 무너지는 것이다.
예단을 하지 마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힘으로 부딪쳤다.
적암도 도민들의 진기는 하늘에 닿았다고 생각하라.
거친 남해 바다와 싸우면서 오로지 내공 한 가닥만 쳐다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취미도, 특기도 모두 무공이다.
할 수 있는 게 무공이고, 할 일이 무공이고, 놀 때도 무공으로 논다.
그들의 영혼은 순수하다.
무공을 수련한다는 것 외에 일체의 잡념이 없다.
중원 무림은 무인에게 많은 것을 준다. 무공을 수련하면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부귀영화도 누린다.
적암도엔느 그런 게 없다.
무공이 강해도 적암도 도민이요, 약해도 도민이다. 모두가 같은 섬사람이다. 그들 사이에 차이는 없다.
그들에게 무공은 출세나 부귀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좋아서 수련하는 공부일 뿐이다.
그렇게 수련한 무공이기에 강하다.
중원 무림도 호승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공 본연의 성질을 알고 터득해야 한다.
까앙!
“됐습니까?”
“한 번만 더……”
“좋습니다. 피곤하시면 쉬었다가 하셔도 됩니다.”
“패배는 인정하네. 하지만 모욕하지는 말게.”
“무인이 졌다는게 모욕입니다. 더 어떻게 모욕합니까? 아직도 모르십니까? 이 칼에 몇 번이나 죽었는지? 꼭 피를 봐야 한다면 다음에는 피를 보여드리죠.”
“이익!”
“하시겠습니까?”
“하겠네.”
까앙!
일섬착혼은 열 번도 넘게 죽었다.
***
“가자.”
“우리가 도둑도 아니고 야밤중에 들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내빼는 이유가 뭐야?”
“시끄러.”
“네가 더 시끄럿!”
“무슨 놈의 종이!”
“무슨 놈의 주인이 야밤에만 움직이자고 그래!”
“허!”
“너 요즘 어른한테 허! 소리 많이 한다!”
“허!”
“왜? 뭐 못 마땅한 거라도 있어!”
“아니, 아니, 가자고. 가.”
야뇌슬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마록타가 놓고 가는 것은 술이다. 향긋한 술들이다. 그 속에 푹 파묻혀 살던 세월이 그에게는 천국이었다. 이제 천국에서 떨어져 현실로 돌아온다.
“이 곳에 또 올 수 있을까?”
“이거 왜 이러시나, 마록타 답지 않게.”
“술이 나무 그리워서 그러지.”
“하하하! 이제야 본심을 말하네. 하하하!”
쉬잇!
야뇌슬은 야조처럼 담장을 넘었다.
낮 동안 일섬착혼과 거의 삼십 합에 이르는 비무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