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135화 (13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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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35화]

第二十一章 겨울이 간 후 (7)

“적암도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다는 게 그리 큰 실례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도련을 같이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만한 배려쯤은 해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게 아니라면 뜻을 같이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일섬착혼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 사자오신이라고 불리는 다섯 무인이 쭉 늘어섰다.

그들만이 아니다. 소문을 듣고 싸움 구경을 하고자 달려온 무인이 기백 명에 이른다.

그들은 적암도의 무공을 구경하고 싶어한다.

정말로 그렇게 강한 무공인지 견식하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직접 부딪치고, 싸워야 할 무공이기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그들 모두가 사나운 눈길로 마록타를 압박한다.

비켜라! 시종을 비키고 야뇌슬을 나오게 하라!

그들의 눈길은 사납다. 마록타가 계속 길을 막으면 무력으로라도 뚫고 들어갈 기세다.

마록타는 기죽지 않았다. 적암도 뭇 고수들 틈을 휘집고 살아온 그에게 이만한 눈길쯤은 콧바람에 불과하다. 그는 오히려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병신!”

“뭐…… 요!”

“그렇게 적암도 무공을 보고 싶거든 직접 가서 싸우던가.”

“으음!”

“아! 도련과 싸우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래? 염왕과 싸우면 살살 해줄 것 같아서? 같은 편에 있으니까 적어도 목숨을 살려줄 거라 이거지? 치사한 놈들!”

마록타의 입에서 처음으로 염왕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일심천광은 그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마록타의 말이 자존심 상할 만큼 거칠어서 분기를 일으켰다.

그런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록타가 계속 말했다.

“싸우려면 목숨 걸고 싸워, 병신아.”

“말씀이 지나치시오.”

차앙!

일섬착혼이 검을 뽑았다.

더 이상 나불거리지 마라. 용서하지 않겠다.

그의 눈가에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마록타는 계속 느물거렸다.

“검을 뽑아? 병신이? 키키키! 그래, 좋다. 그렇게 실력 있으면 뚫고 들어가 봐.”

그는 중원 무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도련과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도련이 중원을 차지하든 말든 그것도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염왕에게 집중된다.

중원 무인이 야뇌슬과 싸우러 왔다.

다른 때 같으면 피식 웃으면서 길을 비켜줬을 것이다. 싸워봤자 성대도 안 되는 자를 막아서 뭐하겠나.

그럼에도 그가 이토록 험한 말을 하는 것은…… 모두 그놈이 시켰기 때문이다.

중원 무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그들이 일으키는 분노는 향후, 모용아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무인의 자존심을 죽여라. 짓뭉개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마록타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그는 심한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서 살아온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침묵하며 살았다.

그가 하고 있는 말은 예전에 적암도 무인들이 그에게 했던 말들이다. 자신이 들었던 말을 다시 기억해 내서 쏘아붙이고 있지만 영 어색하다.

- 실력 있으면 뚫고 들어가 봐.

스읏!

일섬착혼이 검을 들었다.

뚫고 들어가라는 말이 나왔으니 뚫고 들어가면 된다. 어차피 무공을 견식하고자 찾아왔으니 마록타의 무공을 보는 것도 그 중에 하나다. 그때

덜컥!

방문이 열리면서 야뇌슬이 나왔다.

“아함!”

그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물.”

“아, 예.”

일섬착혼을 향해서 사납게 눈을 부라리던 마록타가 어느새 순한 양이 되어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작은 잔에 물을 떠서 종종 걸음으로 돌아왔다.

야뇌슬은 그가 가져온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벌컥! 벌컥!

그는 빈 잔을 마록타에게 건네준 후, 눈살을 찌푸리면서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쳐다봤다.

그제야 소문을 듣고 모용아가 달려왔다.

대화금장의 주인인 독고금도 노기등등한 얼굴로 쫓아왔다.

“이게 무슨 일이죠!”

그녀가 일섬착혼을 향해 사납게 일갈했다.

“소저, 아시다시피 우리는 목숨을 걸고 도련과 싸우려고 합니다.”

“그래서요!”

독고금이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저희 입장에서 상대의 무공을 먼저 견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야공자를 어쩌자는 게 아니고, 무공만 잠시 견식 하겠습니다.“

“물러서게요!”

“이 정도의 선심도 안 된다는 겁니까? 하하하!“

그때, 태양에 눈길을 주고 있던 야뇌슬이 군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충분히. 충분히 이해하고…… 좋습니다. 오제의 무공으로 상대해 드리죠. 보아하니 검을 쓰시는 것 같은데, 저도 검으로 할까요? 아주 빠른 검이 있습니다.”

그가 일섬착혼을 쳐다보면서 웃었다.

第二十二章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1)

연무장!

야뇌슬과 일섬착혼이 마주 섰다.

대화금장에는 연무장이 따로 없다. 건물 앞에 이는 마당들이 모두 연무장인 셈이다.

그들은 가장 큰 마당으로 갔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급적 많이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먼저 검을 쓰신다니…… 오제의 무공 중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혈우마검 탁발천이었습니다. 그가 사용했던 무공이 신뢰삼검인데, 빠름을 위주로 합니다.”

“알고 있네.”

“아니, 정확하게 모르시는 것 같군요. 신뢰삼검은 빠름을 위주로 합니다.”

“알고 있네.”

일섬착혼이 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야뇌슬은 혀를 찰 뻔했다.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했다. 허면 신뢰삼검의 빠름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물어왔어야 한다.

빠름을 위주로 한다.

어떤 빠름인가.

검초가 만들어 낸 빠름인가, 신법에 의한 빠름인가, 감각에 의한 빠름인가.

이런 점들을 물어오면 다음 수를 가르쳐 준다.

한데 물어오지 않는다. 빠름이라고 하면 통괄적인 의미에서 빠름으로 인식한다. 그것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신뢰삼검을 분석할 생각이 아니라 꺾을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신뢰삼검에 대해서 말해줄 수 없다.

신뢰삼검의 빠름은 검초에서 나온다. 진기와 검초가 하나로 합일되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펼쳐진다.

아(我)를 잊고 검초를 펼쳐라.

나를 잊는다는 말을 무아지경이라는 말로 달리 말할 수 있다.

무아지경에서 펼치는 무공은 일종의 선(禪仙)상태가 된다. 불가나 도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경지에서 검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혈우마검 탁발천이 사용하던 검초다.

사실 그의 초식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

섬력쇄심, 전광천심, 경홍섬전…… 이 삼 초식 밖에 없다.

검초를 펼치면 눈부신 빠름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삼 초식으로 충분하다고들 한다.

사실 맞다. 더 이상의 초식은 필요 없다. 나머지 초식은 곁가지일 뿐이다.

그러면 이 삼 초식에 대해서 분석해 봤는가.

분석할 필요도 없다.

사실 이 삼 초식을 분석하자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초식이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신뢰삼검 초식은 하루면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적암도 사람들은 신뢰신공에 주안점을 둔다.

초식이 신공에서 흘러나와야 한다. 신공의 힘으로 초식을 끌어내야 한다. 신공의 발전이 초식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어느 수준까지는 이 말이 맞다.

일정한 노력에 대한 보답을 돌려준다.

신공이 발달하면 초식이 발달한다. 당연하다. 초식과 신공이 하나로 합일된다.

허나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증진이 없다. 최고의 빠름이 표현되지 않는다. 빠른 검초가 통하기는 하는데, 극섬을 이루지는 못한다.

적암도 주민들이 대부분 이런 검을 쓴다.

그들의 검초는 신공에 의한 검초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신공 자체를 잊어야 한다.

신공을 뛰어넘은 신공으로 검초를 펼칠 때, 진정한 혈우마검 탁발천의 신뢰삼검이 펼쳐진다.

이런 점들을 알고 난 다음에 검을 들어도 늦지 않다.

야뇌슬은 이런 점들을 말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들은 말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다. 검초를 연구할 생각도 없다. 이런 검초쯤은 꺾을 수 있다는 생각밖에 없다.

자신과의 비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뢰삼검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들은 실전을 통해서, 패배를 통해서 가르침을 얻어야 한다.

적암도 사람들과 싸워보고, 패배를 당해보고, 어려움을 겪어본 후에야 혈우마검의 진정한 힘을 알게 된다.

고수로써의 자부심을 버리기란 이렇게 힘들다.

‘가급적 무참하게 꺾어주는 것이 이을 도와주는 길……’

파앗!

심등이 밝혀졌다.

순간 일섬착혼의 검초에서 허점이 파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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