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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32화 (13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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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32화]

第二十一章 겨울이 간 후 (4)

마록타의 등 뒤쪽에는 한 사람이 숨어있다. 오래 전부터 숨어있었는데,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모용아!

그녀는 마록타를 뒤쫓아 달려왔지만 한 걸음 늦고 말았다. 그녀가 야뇌슬을 발견했을 때, 그는 개천에 있었다. 이미 알몸이 되어서 몸을 씻고 있었다.

그녀는 나설 수 없었다.

야뇌슬이 말했다.

“따뜻한 차. 그리고…… 이 옷은 빨아도 못 입을 것 같지? 때가 너무 찌들었어. 새 옷 한 벌.”

“키키키! 돈이나 주면서 심부름을 시키셔야지.”

“헉! 돈까지 줘야돼?”

“알았어.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하지. 네가 원한다고 말하면 간이라도 빼줄 여자가 있거든. 히히! 그 여자들한테 몇 푼 뜯어내지 뭐. 잠깐만 기다려!”

마록타가 신바람 나서 달려갔다.

야뇌슬은 천천히 몸을 씻었다.

모용아의 눈길이 따갑게 와서 박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옷을 입고 있어도 부끄러운 사람들이 있다. 옷을 벗고 있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있다.

야뇌슬은 부끄럽지 않다.

하늘에 땅에, 그리고 자신의 마음, 심등에 비춰봐도 티끌만한 가책이 들지 않는다.

옷을 벗고 몸을 닦는다. 이것이 나의 일이다.

그 몸을 보고 안 보고는 다른 사람의 일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할 문제다. 자신이 자신의 몸을 닦으면서 다른 사람의 관점까지 염려할 필요는 없다.

지켜보는 사람이 모용아이기 때문에 모른 척 하는 게 아니다.

그녀와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해서 태연하게 옷을 벗고 목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남녀 사이에는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은 자신이 먼저 벌였다. 자신이 먼저 목욕을 시작했다. 그러니 눈길을 돌려야 한다면 그녀가 해야 한다.

심등이 환히 밝혀진다.

몸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이목을 꺼려하는 것보다 목욕을 먼저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록타가 떠난 후에도 반 각이나 더 목욕을 했다.

“사람이 어쩌면 그럴 수 있어?”

“씻는 게 더 급해. 씻지 않았으면 내 앞에 마주 앉아서 말도 나눌 수 없었을걸?”

“하긴 그래. 지금도 퀴퀴한 냄새가 나.”

모용아가 코를 감싸 쥐었다.

마록타가 새 옷을 구해올 동안 급한 대로 입고 있던 옷을 빨아 입었다. 하지만 묵은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마치 시궁창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묵은때 냄새가 난다.

“다 끝난 거야? 아니면 앞으로 또 해야 되는 거야?”

“다 끝났어.”

순간, 모용아의 눈에 광채가 감돌았다

다 끝났어!

이 말을 무공완성이라는 뜻으로 들어도 될까? 도련 련주와 겨룰 수 있다는 뜻으로 들어도 될까?

야뇌슬은 권각수련을 하지 않았다. 사실, 야뇌슬 정도의 고수에게게는 손발을 놀리는 수련은 의미가 없다. 그에게는 무리의 깨우침이 필요하다.

그는 깨우쳤다.

무엇인가? 무슨 공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독하게 고통을 겪었다. 매미가 껍질을 벗기고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지독한 고통의 순간을 겪어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누워있는 것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시장바닥에 누워서 팔자 좋게 잠이나 퍼자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고통, 인고의 세월이었다.

알을 깨고 나오느냐, 아니면 영원한 페인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생사기로의 갈림길이었다. 본인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죽음 힘을 다해 바동거렸던 것이다.

그런 세월을 견뎌냈다.

모용아는 야뇌슬의 무공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가 깨우친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는가. 앞으로 그를 도련 앞에 내세워야 하는데 안심하고 내놓을 수 있는가.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내가……’

그녀는 다른 말을 했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뭐야?“

“술.”

“술?”

“술부터 한 잔 하자. 이따가 마록타가 술을 가져올 거야. 차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후후! 알잖아, 마록타. 틀림없이 술을 준비해 올 거야.”

“호호호! 그렇겠지?”

"하하! 그래. 그러니 오늘은 술이나 한 잔하면 서 푹 쉬자. 하하!“

모용아는 눈을 끔벅거렸다.

야뇌슬은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평온한 얼굴이다. 하지만 그런 얼굴이 오늘따라 달라보인다. 정말로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큰 사람으로 보인다.

‘정말로 큰 거야?’

그녀는 야뇌슬의 변모한 모습이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마음을 주고받는 사내가 강해졌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것은 밖에 나가도 쉽게 죽지 않는 사내가 되었다는 뜻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반면에 그를 독차지 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든다.

당장 독고금이 그를 마음에 두고 있다. 아주 강한 마음으로 야뇌슬을 쳐다본다.

그 눈길은 어쩌지 못할 것 같다.

그녀는 언니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 부분에 대한 정리고 끝난 것으로…… 그렇게 서로 양해하고 있다.

야뇌슬은 자신과 독고금을 한데 섞어도 다 채울 수 없는 그릇처럼 보인다. 그게 문제다.

‘더 이상은 안 돼! 단단히 잡아매둬야겠어. 큰 사람이고 뭐고 필요없어. 꽉 잡아버릴 거야!’

그녀의 눈매가 상큼 치솟았다.

마록타는 멀리 가지 않았다.

“이게 필요하죠?”

그의 앞에 독고금이 나타났다. 그가 필요한 모든 것을, 그것도 최고급품으로 준비해왔다.

마ㅓ록타가 그녀를 흘끔 쳐다봤다.

"술하고, 안주하고, 새 옷도 넣었어요. 오늘 하룻밤 회포 풀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마록타는 그녀가 내미는 큼지막한 함을 받아들었다.

목함을 열자, 그녀의 정성이 한 눈에 읽힌다.

큰 목함에는 장정 십여 명이 먹고도 남을 많은 음식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음식도 오면서 막 만든 듯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이거…… 천하제일의 거상이 마련해준 주안상을 이렇게 받아도 되나? 키키!”

“그럼 안 받으실 거예요?”

“받아야지! 받아야지 왜 안 받아! 키키키! 주변에 머리 좋은 여자들이 있으니까 참 편해. 키키키!”

마록타는 그녀의 정성을 널름 받아들였다.

그녀가 다른 봇짐도 내놨다.

그녀가 준비했다는 옷도 비단옷이다.

매미날개처럼 가볍고, 비단 능구렁이를 만질 때처럼 부드럽다.

“이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거 같은데……”

마록타가 비단옷을 손으로 쓸어보면서 말했다.

“호호호! 이젠 장사도 하시게요? 시장 물정까지 아세요?”

“쩝!”

"내일은 장으로 돌아오시라고 하세요. 할 일이 아주 많다고 전해주고요.“

“같이 안 가나?”

"그 사람 곁에는……“

“모용아? 모용아와는 서로 그렇고 그렇게 정리된 거 아냐? 키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런 거 복잡하게 생각하면 늦게 들어온 게 머리 숙여야 돼.”

독고금이 마록타의 무지한 말에 기분 상하지 않았다.

원래 이런 사람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속 편하게 말하고 싶은 거 말하고, 하고 싶은 것 한다.

야뇌슬은 너무 덮어주고, 마록타는 너무 드러낸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가세요. 오늘은 제가 없는 게 나아요.”

***

야뇌슬이 대화금장으로 들어섰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이곳을 벗어났다. 어디로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불쑥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시장 바닥 쓰레기더미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독고금이 마련해준 비단옷이 아니다. 시중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무명옷이다. 화려한 화삼이 아니고, 간결한 무복도 아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입는 평범한 일상복다.

그는 허리에 검을 찼다.

명검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장검이다.

평범한? 아니다. 흔하디흔한 철검이지만, 그런 검이 그의 허리에 차여지자 마치 젛세보검을 찬 것처럼 품위가 엿보인다.

장검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잘못 보지 않았나 싶어서 눈을 비비고 보면 틀림없이 평범한 철검인데, 검과 그를 함께 놓고 보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보검을 찬 것처럼 비쳐진다.

그는 철검도 보검으로 만든다.

나갈 때는 그런 경지가 아니었는데, 훨씬 높고 지고한 경지를 이루고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독고금이 직접 정문까지 마중을 나왔다.

“또 왔습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드실 수 있는 곳이랍니다.”

“그런가요?”

“호호호! 그럼요. 제가 모시죠.”

독고금이 앞장서서 그를 안내했다.

독고금이 야뇌슬을 데리고 간 곳은 뜻밖에도 모용아가 기거하던 곳이다.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모용아가 일어나 반겼다.

“여긴?”

“내가 기거하는 곳이야.“

“아!”

야뇌슬은 무슨 뜻이냐는 듯 모용아와 독고금을 쳐다봤다.

독고금이 눈을 살짝 흘기면서 말했다.

“응큼하기는…… 동생이 기거하는 곳이라니까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그럼 제가 분위기를 깨야겠네. 이곳은 동생이 거주하는 곳임과 동시에 무림 군사가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죠.”

“음……”

야뇌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을 쓰시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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