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122화 (12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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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22화]

第十九章 구한(仇恨)을 혈사(血死)로 (7)

배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극통이 치미는지 인상을 확 구긴다.

“고마워. 칭찬해줘서.”

“무슨 수법이야? 꽤나 은밀했다던데.”

“짐작하고 있잖아?”

“음도?”

“맞아.”

“음! 역시 음도였군. 후후! 기관과 함정이 즐비한 곳을 파고들 수 있는 공부, 육매검이 지키는 곳에 뛰어들 수 있는 살도는 음도밖에 없지.”

노모보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바싹 마른 입술이 검게 타들어간다.

미외빙이 물수건으로 그의 입술을 축여주었다.

“네가 장주를 노리지 않고…… 원래대로 미끼 노릇만 충실했다면…… 그래도 두 사람…… 죽었을까?”

“내게 책임 전가하는 거야?”

“……”

“어차피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죽기로 내정되어 있었어. 그런 지경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호호호! 말을 그렇게 하니까 괜히 나만 산 것 같아서 미안해지는데?”

“네가 있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럼 내 신경을 분산시키지 말았어야지.”

“그래…… 그래.”

노모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금을 움켜쥐면 태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솔직히 미와빙이 안겨다 주는 태양은 위험이 너무 많다. 또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독고금이 안겨다 주는 태양은 너무 쉽다. 지금이라도 즉시 무림을 틀어잡을 수 있다.

쉬운 길을 가고가 하는 건 인지상정이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모두 틀렸다. 이제는 정말로 험하고 거친 길을 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절대로 마다하지 않으련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있는 거지?”

“왜?”

“무공을 수련해야겠어. 이 상태로 한 일이 년 정도 푹 쉬었다가 갔으면 좋겠는데.”

“호호호! 그럴 줄 알았어. 걱정 마. 생각해 둔 곳이 있어.”

미와빙이 입속의 혀처럼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었다.

그는 벌써 노모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

“그런데 개…… 정말 강해졌더라. 그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워. 웬만하면 기습 좀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 자칫하면 일만 틀어질 것 같았어.”

미와빙이 야뇌슬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녀가 말한 일이란 물론 노모보를 빼내오는 일이다. 또 그녀의 말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기 십상이다. 노모보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녀는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자시의 무공이 음도임을 밝혔다. 그러기 때문에 음도에 기준해서 말했다. 부드럽게 스며들어갔다가 조용히 치고 나온다. 장주를 그렇게 죽였다. 육매검의 눈을 그런 식으로 피해냈다. 헌데 야뇌슬은 안 되겠다.

굉장히 놀라운 선언이다.

야뇌슬이 무공이 음도를 파악할 정도로 높다는 뜻이다.

“후후! 적암도 제일 기재는 그놈이었어.”

노모보도 순순히 시인했다.

그들은 곡문권과 장타홀에 대해서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탁태자, 미루극, 노염백도 그들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 죽은 자에 대한 염원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부질없을 뿐만 아니라 괜히 죽은 사람만 생각나게 만든다.

그래서 죽은 자는 입에 담지 않는다. 앞날만 이야기한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난관을 뚫고 나갈 일만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주공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점으로 대충 짐작은 했는데…… 놈의 무공이 뭐였습니까?”

탁태자가 물었다.

“검, 도, 창, 륜, 활. 모두.”

“모…… 두?”

“놈이 내 화륜을 막았다. 현현비격술의 정수를 완전히 막아냈어.”

“십룡난무를 말입니까!”

미루극이 놀라서 말했다.

현현비격술의 마지막은 십룡난무다.

열 개의 화륜이 미친 듯이 날뛴다. 전후좌우, 상하에게 거칠게 몰아친다. 마치 살아있는 벌 떼처럼, 말 벌 열 마리가 달려들듯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행에서 무질서하게 쏘아져 온다.

그걸 막아낼 사람은 없다.

현현비격술의 정수는 아직까지 터득한 사람이 없다.

화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노염백조차도 겨우 오룡난무를 펼치는 게 고작이다. 이룡, 삼룡…… 화륜을 두 개나 세 개 정도 던지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십룡난무를 펼치는 사람은……

노모보가 십룡난무를 펼쳤다.

정확하게 말하면 구룡난무다. 화륜이 아홉 개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팔룡 이상으로 올라서면 거기서 거기다. 구룡이나 십룡이나 아니 십일룡, 십이룡으로 이어지더러도 위력은 거의 비슷하다.

단숨에 요절난다.

그것을 야뇌슬이 막아냈단 말인가.

“흠! 그렇다면 난 상대도안 되겠군.”

노염백이 중얼거렸다.

“상대 안되는 게 너뿐이냐? 나도 상대가 안 돼. 내 신뢰삼검은 주공을 따르지 못하는데…… 놈이 주공의 검을 버리게 만들었다면 난 일격에 칠 수 있다는 거지.”

“주공, 놈이 사용한 비기는 무엇입니까?”

노염백이 물었다.

“끄응! 없다.”

노모보가 몸을 뒤틀며 말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비기가 없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비기가 없다면 이십사 무동에 있는 무공만 썼다는 말이 된다.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다 공개된 무공만 사용했다.

그러고도 노모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적암도 사람들끼리 비기를 사용하지 않고 비무를 펼치면 승부가 나지 않는다. 누가 누구와 싸우든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결전이 펼쳐진다. 너나 나나 모두 알고 잇는 절기들이기 때문에 막상막하의 광경이 연출된다.

마치 미리 각본은 짜놓고 손발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것보다 더 정확하게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그 어떤 베우들도 적암도 사내들처럼 손발을 잘 맞추지는 못할 게다.

적암도 무인들까지 결전을 벌일 일도 없었지만, 혹여 그런 일이 있다면 반드시 비기를 써야 한다.

비기를 모르는 자는 하위로 밀린다.

비기를 아는 자만이 상위에서 적암도를 이끌어 간다.

적암도 내에서도 비기가 비전으로 전수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기를 전수받는다는 것은 통치 지배력을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사촌 간이라도 비기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는 격이 달라진다.

비기는 선택된 자에게만 전해진다.

자신에게 비기가 전수되지 않는다? 그러면 자신의 부모, 형제들, 아니면 백부, 숙부들의 눈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기를 전수할 만큼 뛰어난 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헌데 야뇌슬이 비기를 쓰지 않았다면…… 이십사 무동의 무공만 썼다면…… 그런 무공으로 노모보에게 이런 상처를 입혔다니. 아!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노모보가 네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부언했다.

“놈은 빨맀다. 기가 막히게.”

“빠른 정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 빠름이라는 게…… 찰나의 빠름이다.”

“아!”

미루극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찰나의 빠름!

적암도 사내들이 늘 입에 담고 사는 말이다.

찰나의 틈을 쳐라

찰나의 기회를 포착해라.

찰나 속에 살라.

찰나가 생사를 결정한다.

그 찰나! 아주 짧은 틈……

눈에 보이지 않고, 의식적으로 잡아낼 수도 없고, 초식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틈!

감각을 넘어서서 오직 신의 느낌만이 잡아낼 수 있다는 찰나!

이십사 무동에서 초식만 수련한 사람과 무동에는 들러보지도 않고 비무만 한 사람은 검이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실전 격투를 벌이면 비무만 한 사람이 이길 공산이 높다.

일찍부터 목숨을 걸고 비무를 했다면 틀림없이 그렇다.

실전은 찰나를 잡아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능력을, 힘을 길러준다.

백전노장…… 그는 싸움판을 여유롭게 지켜본다.

틈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울 수 있다.

야뇌슬이 그런 찰나의 빠름을 가졌다면 그를 이기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건 초식의 문제가 아니다. 실전 상의 문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실전이라면 자신들의 훨씬 많은데, 훨씬 많이 싸웠는데, 자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빠름이 그에게는 어떻게 보였느냐 하는 점이다.

섬에서 무공만 수련하느라 실전을 치러볼 기회도 별로 없었을 텐데.

“이거 피 터지게 수련해야겠는걸.”

“그럼 이길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거 아냐?”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도련에서는 모두 죽었다고 여기겠지? 아마 찾지도 않을 거야.”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미와빙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마. 우리가 돌아갈 때쯤이면 도련도 우릴 반기게 될 거야.”

第二十章 부화(孵化)를 위해 (1)

“대화금장에 머물러 주세요.”

정중한 요청이다.

“동생이 소림사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곳은 아무래도 불편하죠. 그래서 거처를 대화금장으로 옮기려고 해요. 그런데…… 명분이 있어야죠. 동생이 머물도록 도와줘요.”

“그래. 있어줘.”

독고금과 모용아가 그를 잡았다.

야뇌슬이라는 이름은 당금 무림에 핵이 되었다.

시교혈랑대를 격파하고, 도련주와 일장 격돌을 벌이고…… 그런 사람이 흔한 게 아니다.

야뇌슬의 무공이 소문처럼 강하지 않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런 말에 관계없이 그는 중요인물이 되었다.

대화금장의 장주가 시교혈랑대에게 당했다.

야뇌슬은 시교혈랑대를 잡았다.

야뇌슬이 대화금장에 머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그리고 그가 대화금장에 머문다면 군사인 모용아도 자연스럽게 소림사를 벗어나 거처를 옮길 수 있다.

소림사는 추여룡이 거처로 삼은 곳이다. 헌데 지금은 군사의 거처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소림사보다는 독고금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그곳에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대화금장에 머무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소림사를 나올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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