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도검무안 119화]
第十九章 구한(仇恨)을 혈사(血死)로 (4)
심모원려(深謀遠慮)…… 운 좋은 줄 알아라.
다른 의미도 있다.
염왕의 무공이 아닐지라도, 오제의 무공만으로도 너를 누를 수 있다. 너는 적암도 제일의 기재가 아니다. 고작 이것인가? 이 정도의 무공으로 천하를 노릴 생각인가!
그를 자극한다. 아주 심하게 자극한다.
“크윽!”
노모보가 복부를 움켜잡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야뇌슬은 손을 등 뒤로 돌려서 화륜을 뽑아냈다.
일심불광을 쓰지 않아도 이 화륜을 막아낼 수 있었다.
신형을 돌려서 화륜을 쳐낸 다음, 그 다음에 노모보의 검을 상대함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선기를 제압당한다.
노모보의 중심이 화륜에서 검으로 옮겨진다. 승기를 잡았으니 거침없이 몰아칠 게다.
그의 몸에는 아직도 화륜이 아홉 개나 남아있다.
그것들을 던지면서 공격해 온다. 더군다나 그가 쓰는 것은 한결같이 음험한 비기들뿐이다.
오제의 비기치고 음험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 눈속임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수를 비기랍시고 간직하고 있다.
물로 그런 비기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눈속임이라고 해서 중원 사기꾼들이 펼치는 그런 눈속임이 아니다. 땀과 피로 이루어진 절정 공부다. 양공이 아니라 음공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함부로 쓸 수 없는, 그리고 진정한 공부다.
그때는 긴 싸움이 된다.
노모보의 급공에 휘말리지도 않겠지만, 그를 잡기도 용이치 않다.
서로가 오제의 무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끝없이 밀리고 밀 것이다.
그러기 싫다.
누이를 죽인 자과 긴 싸움을 하기 싫다.
싸움을 하면서 전해져 오는 숨소리도 듣기 싫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도 보기 싫다.
이상하다. 도련 전체가 반란에 가담했는데, 아버지를 직접 죽인 사람은 도련주인데…… 시교혈랑대가 더 밉다.
시교혈랑대만큼은 정말 싫다. 누나와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라서인지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 어차피치 죽여야 할 사람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죽이고 싶다.
스윽!
등 뒤에 박힌 화륜이 뽑혀졌다.
주르르륵!
핏줄기가 들을 타고 녀려온다. 바지를 축축이 물들이더니 곧 정강이까지 흘러내린다.
화륜의 깊은 날은 등을 뚫고 들어와 창자를 찢어 놨다.
극심한 고통이 전신에 휘몰아친다. 하지만 그런 고통에 휘말린 시간이 없다. 상처가 심하지만 다스릴 시간이 없다.
야뇌슬은 땅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다.
누구의 검인지는 모른다. 노모보가 무참하게 죽인 궁천문 궁사의 검으로 추축되는데…… 다른 사람의 검이라서인지 손에 찰싹 달라붙지 않는다.
철컥!
검배를 손으로 때려서 검날을 반듯하게 맞췄다.
그는 노모보에게 다가갔다.
성큼 성큼!
그가 내딛는 걸음에 힘이 실렸다.
“노모보, 끝내자.”
“후후후! 원하던 바!”
노모보가 검을 복부에 꽂은 채 일어섰다.
검을 뽑으면 출혈이 생긴다.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차라리 검을 꽂은 채 싸우는 게 낫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인다.
차앙 차아앙!
노모보가 화륜을 꺼냈다.
맑은 금속성이 울린다.
한 손에 두 개씩 , 화륜 네 개가 요요한 빛을 뿜어내며 번뜩인다.
‘십룡(十龍)…… 난무(亂舞)?’
노모보의 화륜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놀라운 일이다.
노모가가 화륜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칠 경기가 감지된다.
십룡난무는 현현비격술 최고의 절기다.
숨겨진 수많은 비기들 중에서도 단연 최강이라고 여겨진다.
본 ᄉᆞᆷ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빈세백은 그렇게 평가했다. 극강으로 천왕구도를 능가한다고.
노모보는 병기를 들었다.
한 손에는 등에서 빼낸 화륜 한 개, 다른 손에는 검. 화륜은 머리 위로 쳐들고, 검은 수평으로 뉘였다.
이게 서로 마지막 싸움이다.
그들은 서로를 안다. 서로 성격을 안다. 미적지근하게 승부를 벌일 성질이 아니다. 상대를 포획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성격도 아니다. 깨끗하게 승부를 결한다.
“후후후! 많이 컸어. 많이…… 일취월장이라더니. 후후후! 그때…… 죽였어야 해. 이제야 아버지께서 왜 널 죽이지 못해 안달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어. 후후후!”
노모보가 툴툴 웃었다.
야뇌슬을 대답하지 않았다.
파아아앗!
심등을 밝힌다.
진기를 이끌면 중완(中脘)을 거쳐서 가슴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밝은 빛을 뿌려낸다.
가슴은 미간과 통한다.
눈과 눈 사이의 공간에 제에 삼의 눈, 삼목이 켜진다.
일심불광이다.
머릿속에서 밝혀진 불광이 은은한 휘광을 흘리면서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그의 전신이 신비로운 광휘에 휩싸인다.
온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 나온다.
맑은 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산길을 걷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그게 염왕의 무공인가? 놀랍군.”
스읏!
야뇌슬은 노모보의 말에 검으로 대답했다.
그는 현현화륜의 무영신법을 밟았다.
노모보가 현환화륜의 무공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무영신법은 노모보가 더 익숙할 것이다. 단지 그가 평소에 가장 잘 쓰던 신법인지다 여타의 신법보다 애착이 많이 간다.
스으슷!
노모보다도 무영신법을 펼쳤다.
파파팟! 파파팟!
노보가가 앞으로 쑥 달려 나오며 화륜을 던졌다.
손에 들린 네 개의 화륜이 생명을 얻었다. 딱딱한 쇠붙이에 생명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
화륜이 맹렬하게 지쳐든다.
까앙! 까앙! 깡!
야뇌슬은 두 손을 번갈아 움직였다.
왼손에 든 화륜으로 화륜을 쳐낸다. 오른 손에 든 검으로 화륜을 챠낸다.
헌데 노모보가 던진 화륜은 네 개뿐이 아니다.
그는 네 개를 던지자마자 곧바로 다섯 개를 더 쏘아냈다.
왼쪽으로 두 개, 오른 쪽으로 세 개.
도합 아홉 개의 화륜이 야뇌슬의 몸 주위를 맴돌며 파공음을 흘려낸다.
역시 십룡난무다.
그에게 화륜이 아홉 개만 있어서 이것만 쏘아낸 것이지, 열 개가 있었다면 나중에 달려들 화륜은 여섯 개다 되었을 게다.
깡아! 까앙! 깡!
야뇌슬은 한 걸음 움직이는 데 아홉 번을 휘둘렀다.
다섯 개의 화륜의 쳐내자마자 또 네 개가 덮쳐든다.
이놈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멀리서 노모보가 원겨그로 조정하는 것 같다.
맞다. 그는 퉁겨진 화륜을 다시 거둔다. 그리고 야뇌슬이 다른 화륜을 충격하는 동안 유유히 쏘아낸다.
그는 방향을 마음대로 잡는다.
야뇌슬의 움직임을 보고, 가장 충격이 심할 곳 같은 곳을 후벼판다.
앞선 네 개의 화륜과 뒤에 던진 다섯 개의 화륜이 끊임없이 연결된다.
한 걸음에 아홉 번, 두 걸음에 열여덟 번을 쳐내야 한다.
까앙! 깡깡! 깡!
화륜은 갈수록 위력을 더해간다.
주입되는 진기가 강성해지기 때문에 날아오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공세도 급격해진다.
사실 이것은 야뇌슬이 느끼는 화륜이다.
밖에서 보는 화륜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빛! 빛! 빛!
오직 빛 밖에 보이지 않는다. 화륜이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번쩍 번쩍 빛나는데 그게 화륜이라고 짐작만 할 뿐, 어떤 공세를 취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파아악!
심등이 환하게 밝혀졌다.
심등의 흔들림을 본다. 휘청이는 쪽으로 손을 뻗어낸다. 그러면 어김없이 금속성이 울린다.
그는 눈으로 화륜을 보지 않는다.
눈과 귀와 코와 감각이 그에게 위험을 말해준다. 그러면 심등이 흔들리고, 심등이 움직이는 쪽을 방어한다.
심등을 알면 장님이나 눈 뜬 사람이나 똑 같은 공부를 쓸 수 있다.
심등이 움직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가고 있다. 심등이 그의 손을 이끈다. 심등이 진기를 유도하고, 유도된 진기는 손을 움직이게 만든다.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
탕앙! 깡! 깡!
왼손에 화륜, 오른 손에 검!
“훗!”
노모보가 헛바람을 토해냈다.
진기가 급박해졌다. 한계를 향해서 치달린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그도 힘들지만 야뇌슬도 힘들다. 누구의 진기가 먼저 끊기느냐 하는 시합 같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쑤우우우악!
야뇌슬의 검이 변형을 일으켰다.
혈우마검의 천광천심에서 천왕구도의 구중미천공으로 묵직하게 변했다.
까앙! 깡깡깡깡!
화륜 한 개를 무려 아홉 번이나 타격한다.
첫 번째 타격에 화륜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는 다시 타격한다. 화륜이 충격을 받고 노모보에게 돌아가려도 한다. 되돌아선다.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그는 놓치지 않는다. 또 친다.
그렇게 아홉 번을 타격한다.
화륜은 진기를 잃는다. 힘을 잃는다. 돌아가려는 회귀능력을 잃어버린다.
타앙!
첫 번째 화륜이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왼손은 연신 다른 화륜을 막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천광천심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구중미천공이 화륜을 아홉 번 타격하는 동안, 왼손은 다른 화륜들을 막아내야만 했다.
불가능한 속도로 손이 운직인다.
불가능하다. 이런 움직임은 있을 수 없다.
심등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을 신으로 만들어 준다.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주고, 움직임을 최단거리로 유도한다. 허면 무의식적으로 뻗어내는 손길일망정 배는 빨라진다.
이런 운용법은 야뇌슬도 처음이다.
싸우는 동안에 수법을 찾아내는 경우다.
“훗!”
노모보가 두 번째 헛바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