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도검무안 115화]
第十八章 슬픈 해후(邂逅) (6)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을 들고 걸어오는 자와 자신들이 아는 자를 일치시키느라 머릿속이 분주했다. 저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누구지?
그러다가 문득 한 인물이 떠올랐다.
“노모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자들은 시교혈랑대, 이 틈바구니에 검을 들고 다가올 자른 역시 시교혈랑대, 그 중에서 저 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자는 노모보!
시교혈랑대 중에서 노모보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노모보? 후후후! 잘 됐군. 너희는 저놈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단단히 감시해. 너희는!”
궁천문주가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그러자 궁수들 중 일부가 방향을 바꿔서 노모보에게 활을 겨눴다.
궁천문의 궁수들은 칠 인 일조로 운용된다.
지금과 같은 경우 일곱 명이 한 조가 되어서 행동을 같이 한다.
문주의 손가락질에 따라서 삼개 조 이십일 명이 노모보에게 활을 겨눴다. 나머지 이 개조 열네 명은 노모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곡문권과 장타홀을 노린다.
열네 명 만으로도 두 사람을 묶어놓기는 충분하다.
고개만 들썩거려도 쏘아댄다. 열네 명이 일시에 쏘아대기 때문에 조금만 늦게 피해도 벌집이 된다.
노모보를 겨눈 스물한 명은 활시위를 팽팽하게 끌어당겼다.
노모보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의 무공은 최상으로 알려져 있다. 도련 무귀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도련주를 제외하고는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젊다. 젊기에 시교혈랑대를 만들어서 날뛴다.
그는 고독한 늑대다. 그만한 무공을 지녔으면서도 도련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늑대생활을 한다.
그를 무시할 수 없다.
솔직히 다른 무인들이 이런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일조 일곱 명만 활을 겨눠도 충분하다.
몸을 너무 환히 드러내놓고 있다. 주변에 몸을 숨길만한 곳이 전혀 없다.
이런 상태에서 검 한 자루 들고 다가온다는 것은 죽여 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자살할 테니까 활을 쏘아달라는 소리나 진배없다. 궁천문 궁사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래도 상대가 노모보이기 때문에 삼개 조가 겨누게 했다.
노모보는 꼭 잡아야 한다. 추여룡을 죽인 자이기도 하지만, 그를 잡으면 도련에 막대한 상처가 된다.
아주 중요한 자다. 그런데……
“후후! 날 무시하는군. 전부 돌아섰어야지.”
검을 든 자, 노모보가 지옥의 사자처럼 피식 웃었다. 짙은 살기를 담고 웃었다.
그 웃음이 징그럽다. 너무 징그러워서 소름이 쫙 끼친다.
그는 스물한 명이 활을 겨누고 있는 데도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는다.
“후후후!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군.”
궁천문주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후후! 너희 정도는 무시해도 돼. 피라미잖아.”
노모보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린다.
먹이를 눈앞에 둔 늑대처럼, 배고픈 호랑이가 토끼를 발톱으로 찍어 눌렀을 때처럼, 오직 살기만 피어난다.
“그래? 어디…… 네 검도 주둥이처럼 오만방자한지 볼까? 겁 모르는 주둥이처럼 무공도 대단해야 할 거야. 쏴랏!”
쒜에에에에액!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살이 쏘아졌다.
궁수들은 화살을 쏘자마자 다시 시위를 걸었다.
그 정도의 행동은 거의 반사적으로 이뤄진다. 화살 한대로 상대를 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온갖 상황을 염두에 둔다. 그래서 항시 화살을 쏘아낸 다음에는 거의 일련된 행동으로 시위를 건다.
타타타타탓!
노모보는 강력한 강전을 검으로 퉁겨냈다.
강전 한 가운데를 검으로 베어내기도 하고, 검신으로 퉁겨내기도 한다. 화살 스물한 대를 남김없이 쓸어낸다. 단 한 대도 살에 닿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엇!‘
궁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방금 쏘아낸 화살은 원래 장타홀에게 쏘려던 것이다. 특별히 무겁게 주조한 화살이다.
이런 화살을 수평으로 쏘아내면 위력이 배가된다.
화살을 주조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쓸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이런 화살을 써야만 한다.
그런데 노모보는 그런 화살을 모두 퉁겨냈다.
그의 검이…… 검초가 화살의 빠름을 능가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검의 변화가 더 빠르다.
“쏴!”
궁천문주가 큰 소리로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그도 어느새 활을 꺼내들고 화살을 재웠다.
궁천문주가 직접 화살을 쏠 생각이다.
쒜에에엑!
화살 한 무더기가 다시 날았다.
하지만 이들은 큰 실수를 했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그들은 이미 일족일도의 거리를 허용하고 말았다. 즉, 활의 거리가 아니가 검의 거리, 칼의 거리다. 노모보의 신법은 귀신을 능가하도록 빨랐다. 그 점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치명적인 실수다.
거리, 거리, 거리!
곡문권이나 장타홀처럼 삼십여 장의 거리를 벌려놨다면, 그리고 오개 조 서른 다섯 명이 일제히 쐈다면 노모보도 곤란햇을 것이다. 지금처럼 바싹 다가오지 못했을 게다.
지금은 너무 가깝다. 노모보의 입장에서는 연수합격진과 싸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정도의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화살의 집중된 힘과 묘를 살리지 못한다.
너무 가깝다, 너무 가깝다.
쒜에엑!
화살 한 무더기가 텅 빈 허공을 훑었다.
궁수들이 화살을 쏘아냈을 때, 노모보는 이미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신형을 이동시켰고, 그의 검이 지니 속성…… 죽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아앗!
“아악!”
“크억”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궁천문 궁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크크크! 크크크크!”
곡문권이 웃음부터 터트렸다.
난장판이 벌어졌다. 그 속에서 늑대 한 명이 수십 마리의 양을 도류하고 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검을 들고 양떼들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주공!”
“흐흐흐! 주공이 왔군.”
그들은 용기 백배했다.
노모보는 포위망을 무너트렸다.
시교혈랑대를 궁지로 몰아넣고 화살 세례를 퍼붓던 궁천문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네놈들의 감히 시교혈랑대를!
노모보의 검에서는 분노가 보인다. 악귀의 힘이 느껴진다. 살인귀의 무정함, 비정함이 피어난다.
“흐흐! 주공만 힘쓰게 할 수 없지.”
“암! 하하하!”
그들은 기분 좋게 신형을 일으켰다. 그런데!
쒜에에에엑!
화살소리가 울렸다.
저쪽에서 쏜 화살 같은데…… 그들은 급히 화살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누가 누구에게 쏜 화살인지 찾아야 한다.
헌데 급하게 찾는 눈에 화살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
그렇다. 하늘이다. 일직선으로 쏜 화살이 아니다. 장타홀처럼 허공을 향해 쏘아냈다. 저쪽에도 장타홀처럼 곡궁(曲弓)에 능한 자가 있는 것인가.
“음……”
장타홀은 신음을 흘리며 급히 눈을 감았다.
소리를 잡는다. 잡아야 한다. 위로 솟구친 화살은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 흐름…… 그 소리를 찾는다. 순간,
“피햇!”
그는 급히 곡문권을 와락 밀쳤다.
어디로 몸을 빼고 자시고 할 곳도 없는 좁은 바위틈이다. 확 밀어낸다고 해봤자 겨우 손바가 하나 정도의 거리만 밀려날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쑤와와왁!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이제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린다. 화살도 보인다.
무섭도록 빠르고 날쌔다. 눈에 뭔가 검은 점이 보인다.
아니, 뭔가 보인다 싶은 순간, 화살 한 대가 곡문권의 팔 옆에 탁 박혔다.
파르르르를!
화살 꼬리에 붙은 깃털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아직도 날아오는 힘이 화살 전체에서 느껴진다. 화살을 쏜 자의 힘이 감지된다.
“뭐, 뭐, 뭐야!”
곡문권이 너무 놀라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흑조탄궁술!”
장타홀이 신음처럼 말했다.
“뭣!”
“이건 흑조탄궁술이야. 그렇지 않으면 이런 힘이 깃들 수 없어. 이런 궁술은 오직 흑조탄궁술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곡문권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저들이., 중워무인들이 적암도의 궁술을 알 리 없다. 흑조탄궁술을 수련했을 리 없다. 혹은 흑조탄궁술과 버금갈만한 어떤 절기가 존재한다는 소리인데 그것도 믿을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도주로가 끊겼다는 점이다.
이런 화살을 쏘아내는 자가 지켜보는 한, 한 걸음도 나설 수 없다. 곡궁이 아니라 직궁일 경우는 반항도 못해보고 죽는다.
“제길!”
곡문권이 일어서려다 말고 털썩 주저앉았다.
허공을 찢은 화살 한 대는 노모보의 검도 멈추게 만들었다. 궁천문도들 역시 한 걸음 물러섰다.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화살보다도 강맹한 화살이었다.
누군가!
저벅! 쩌벅 ! 저벅!
한 사내가 걸어온다.
혈귀가 되어 날뛰던 노모가 안광을 빛내며 그를 쏘아봤다.
그는 하늘을 가르는 화살 소리를 들었다. 너무도 파공음이 거세서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검을 휘두르던 중에 소름이 쫙 끼쳤다. 저 화살이 자신을 향해서 쏘아졌다면…… 막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적암도의 흑조탄궁술이다.
흑조탄궁술만이 저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적암도 사람이 아니면서 흑조탄궁술을 펼칠 수 있는 자?
“후후후후!”
그는 웃었다.
편안한 걸음걸이로 유유히 걸어오는 자를 보면서 더욱 밝게 웃었다.
“후후후후! 네놈! 네놈이었군. 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