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107화 (107/160)

# 107

[도검무안 107화]

第十七章 역습(逆襲) (5)

전서가 닿지 않는 거리라서 빠른 발을 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틀은 요구된다. 숨도 안 쉬고 달리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장주는 너무 멀리 갔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이다. 이런 정도라도 해야만 한다.

백팔나한을 동원하면 저들이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십팔나한을 동원한다.

이래로 나서지 않는다면, 저들의 숫자는 한두 명이다.

장주를 살해하는데 서너 명이 갔다면 이쪽에는 기껏해야 한두 명이다. 그럴 경우에는 나서지 않는다. 아무리 저들이라고 해도 열여덟 명을 두 명이 잡아챌 수는 없다.

하지만 세 명 이상이면 나선다.

세 명이면 육 대 일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시교혈랑대가 충분히 받아낸다.

저들의 무공은 각기 각대문파 장문인이나 장로 수준이다.

그런 무공으로 심팔나한을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십팔나한을 붙이는 것은 순전히 저들이 몇 명이나 달려왔느냐 하는 점을 파악하기 위한 조처다.

독고금이 마차를 탔다.

십팔나한 중 두 명이 어자석에 앉아서 말고삐를 잡았다.

좌우로 여섯 명씩 열두 명이 배치되었고, 뒤에 네 명이 섰다.

“가.”

“가요.”

“아미타불!”

그녀가 떠나는 길에는 소림사 주요 승려들이 모두 나와서 정중하게 배웅했다.

이것도 물론 거짓이다. 적을 속이기 위한 행동이다.

그녀는 다시 돌아온다. 상대가 몇 명인지만 파악한 후, 즉시 돌아온다. 저들은 그녀를 납치하고자 달려왔는데, 그런 그들 앞에 그녀를 놓아둘 수 없다.

그래도 떠나는 모든 의식을 다 차려준다.

분명히 저들이 지ㅕ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허슬함도 철두철미하게 막아놓는다.

다각! 다각! 덜컹!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하게 서둘지 않고, 천천히 움직여 나갔다.

“저놈들 십팔나한이지?”

“후후! 역시…… 저 정도로 된다고 생각한 건가?”

“미와빙이 잘해주고 있다는 소리지. 저놈들도 산 아래까지만 배웅할 거야. 거기서 대화금장 무인들로 교체되겠지. 어떻게 할까? 저놈들을 칠까, 아니면 교체한 다음에 칠까?”

“지금 치자. 저놈들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는데…… :산 아래로 가면 어떤 놈이 있을 지 모르잖아.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 것보다 지금 치는 게 낫겠어.”

“좋다.”

노모보가 최종적으로 말했다.

공격 지검이 선정되었다.

그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달리기 시작한 마차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멀어서 마차만 보인다. 하지만 저 속에 독고금이 타고 있다. 그 생각을 하니 피가 끓는다.

그녀는 자신의 여인이다.

그녀와 자신이 만나는 순간, 그때 두 사람의 인연이 정해졌다. 이 세상, 그 어떤 장애물도 두 사람을 막지 못한다. 갈라놓지 못한다.

“가자.”

노모보가 등을 홱 돌렸다.

그는 벌써 성큼성큼 걸음을 떼어놓고 있었다.

***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불쾌함을 느꼈다. 무엇인가 일이 틀어졌을 때 느끼는 좋지 않은 감정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자르르 흐른다.

입에 침이 마르고, 머리끝이 쭈빗 곤두선다. 마치 높은 절벽에서 억지로 떠밀린다는 느낌이다.

‘기분 나쁜데?’

‘뭐야? 저놈들에게 무슨 한 수라도 있는 거야?’

‘이게 함정일 수도 있겠는데.’

그들은 자신 역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눈짓으로 말햇다.

“으음!”

노모보의 눈에 광채가 어렸다.

다각! 덜컹! 다각! 다닥! 덜컹!

그녀를 실은 마차가 요란한 바퀴소리를 울리며 다가간온다.

화용월색(花容月色)……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눈을 멀어버리게 만든 절색의 미녀가 마차를 타고 내려온다.

그녀를 납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니, 노모보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지 않는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유일한 기회’로 인식된다.

‘이번에 놓치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아주 절박한 느낌이 든다.

독고금은 굉장한 여자다. 미모만 놓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녀가 가진 대화금장이라는 거대한 배경은 그에게 아주 강력한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독고금을 얻으면 미와빙 수십 명을 얻은 것과 같다.

그런 일이 단숨에 일어난다.

그런 자신의 속내를 들키기 싫어서 미모에 집착하는 것처럼 말해왔지만……

미와빙은 약점을 드러냈다.

아버지가 독고금이 있는 자리에서 제일처 자리를 양보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거부하지 못했다.

이것이 그녀의 한계다.

그녀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없다. 빈세백조차 넘어서지 못한다. 적암도를 나설 때만 해도 적암도 제일의 천재인 줄 알았는데, 미약하기만 하다.

미와빙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지만…… 독고금이 훨씬 절실하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중원에 나와서 패기 넘치던 노모보가 사라졌다. 시교혈랑대로 활동하면서 천대받고, 구박받는 모습에 질려버렸다. 이러려고 중원에 나온 건 아니잖은가.

야뇌슬 하나 제거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토록 심한 핍박을 받은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자괴심들이 판단력을 무너트리고 있다.

안다. 알기에 더욱 독고금이 필요하다.

지금 그녀를 잡지 못하면, 두 사람의 인연은 영영 끊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안타깝다. 조급하다.

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미와빙이라면 단숨에 알았을 텐데.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돌아갈 수는 없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다. 마차가 다가오고 있다. 자신들 곁을 획하고 스쳐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난다. 뒤쫓아 갈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다.

‘이미 칼을 뽑아들었으니……’

“가자.”

노모보가 앞장서서 달려 나갔다.

쒜에에엑! 까앙!

검이 선장(禪杖)에 부딪쳤다.

노모보가 전력을 다한 일검이다.

속전속결(速戰速決), 일검으로 몸을 양단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에 혈우마검의 신뢰삼검을 썼다.

헌데 십팔나한이 태연하게 선장으로 막아온다.

까앙!

검과 선장이 부딪치면서 불똥을 튀겨냈다.

철장!

노모보의 눈이 부릅떠졌다.

돌중이 들고 있는 선장은 평범한 지팡이가 아니다. 쇠로 만든 철장이다. 무게가 여든 근에 이를 것 같은 중병이다.

십팔나한들은 모두 이런 중병을 들고 있다. 묵직한 중병을 장난감처럼 휘둘러댄다.

까앙! 까앙!

여기저기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노염백의 화륜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강한 반발력에 부딪쳐서 회전력을 잃고 허공에 솟구친 것이다.

“응!”

노모보는 비로소 심상치 않았던 불안감의 실체를 알아냈다.

이들…… 강하다. 무척 강하다. 십팔나한이 아니다.

“누구냐!”

“크크큿! 네놈들 잡아가실 염라사자.”

“그런가……“

노모보는 씩 웃었다.

뜻밖의 변수가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 사람들…… 노모보가 누구인지 알았어야 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떨구고 제 이의 태양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겨우 철장 하나에 가로막힐 줄 알았는가.

“이놈들…… 십팔나한이 아니잖아.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소록소록 들더라니.”

미루극의 유협도를 휘두르며 말했다.

네 명 모두 상대가 십팔나한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보다 훨씬 강하다. 소림사에서 이토록 강한 자들이라면…… 혈우마검의 신뢰삼검을 막아낼 정도라면…… 아마도 말로만 듣던 밀승원(密僧園) 무승(武僧)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들은 중원 무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림사 전체가 달려든다고 해도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는다.

“소저, 하하하! 오랜만이오. 얼굴인 봅시다!”

모노보는 십팔나한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마차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네 명!’

독고금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로소 다급하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저억이 안심이 된다.

자신을 잡고자 나타난 사람이 네 명이나 된다.

시교혈랑대 중에서 다른 두 명은 무림군웅들에게 쫓기고 있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나선 사람은 미와빙, 그녀 혼자뿐이다.

‘됐어.’

이제는 마음을 푹 놔도 될 것 같다.

야뇌슬의 말이라서 너무 불안했는데, 이번에는 그가 틀린 것 같다.

여인 혼자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녀가 비록 적암도 여인이라고 해도…… 이들 네 명에 비하면 뛰어난 점이 없을 것이다. 아니, 무공만 가지고 논한다면 자신을 급습한 이들 네 명이 훨씬 강할 것이다.

저들 중에 한 명이 아버지에게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모보는 예외로 한다.

그는 다른 자들보다 무공이 월등하게 강하다. 그러니 노모보는 빼고 …… 탁태자나 미루극, 아니면 노염백 중에 한 명이 갔다고 보면 된다.

아버지도 이들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광탑천왕이 아버지를 호위한다. 일도살쾌도 있다. 그리고 또 육매검도 있다.

‘안심해도 좋겠어.’

그녀의 얼굴이 비로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이들에게 집중한다.

“잡으실 수 있겠어요?”

옥구슬 굴러가듯 영롱한 음성을 토해냈다.

“하하하! 잡고 싶으십니까?”

무승이 말했다.

“잡아주세요.”

순간, 열여덟 명의 무승이 마차를 둥글게 에워쌌다.

원래 그녀는 이들의 숫자만 파악한 후, 곧바로 다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것이 모영아의 계획이기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