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도검무안 106화]
第十七章 역습(逆襲) (4)
“장주를 최대한 빨리 만나야겠습니다.”
“그러시죠. 이미 연락을 취해놨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곧 준비됩니다.”
“아니, 준비 말고…… 장주를 만나기까지 말입니다.”
“글쎄요? 닷새 정도?”
“흠!”
야뇌슬은 신음했다.
닷새는 너무 늦다. 사건이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
“일단 전서부터 날려주시죠.”
“전서는 이미 보냈습니다. 하하하!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압니다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장주님을 노리는 자가 어디 한두 명인 줄 아십니까? 하하하! 천하제일 거상이라는 소리는 아무나 듣는 게 아닙니다. 장주님을 죽일 수 있는 자, 손에 꼽습니다.”
손에 꼽는다…… 그 중에 한 명이 미와빙인 것을.
야뇌슬은 입을 다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짙어진다.
***
이미 한 번 와본 곳은 벌써 느낌부터 다르다.
숭산의 풍경이 눈에 익는다. 추여룡을 죽일 때의 느낌이 아직도 손끝에 전해지는 것 같다.
길도, 산도, 집들도 한 번 본 것들이라서 움직이기 편하다.
네 사람은 높은 절벽 위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길게 끌고 나가야 한다. 사나흘, 어쩌면 십여 일 이상 이곳에서 비바람을 맞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며칠이나 죽쳐야 할까?”
“언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안 들어갔을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사나흘이면 판가름 나지 않겠어?”
“그거 알아보는 좋은 수 없나?”
“어떻게 알아봐. 괜히 어설프게 설쳤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수가 있어.”
“객잔을 쳐볼까? 은밀히 한 놈 잡으면 될 것 같은데.”
“관 둬.”
그들은 한담을 주고받았다.
말을 꺼낼 때부터 할 일은 없었다.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되지 않은 은신이다.
그들이 움직이면 당장 소림사의 귀에 들어간다.
가볍게 눈웃음만 쳐도 천군만마가 질주해올 판이다. 숨소리만 내도 소림사 산문이 활짝 열리면서 무승들이 뛰쳐나올 것이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적이다.
땅 위에 기어가는 개미조차도 자신들 편에 서있지 않다.
“전망 좋아?”
“좋아. 오고가는 길이 잘 보여.”
“샛길은?”
“샛길로 빠져나갈 이유가 없잖아. 안 보여.”
“우리 다른 곳도 살펴봐야 되는 거 아냐?”
“됐어. 그만해.”
노모보가 중단시켰다.
독고금이 알려진 산길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잡을 방도가 없다. 소림사에서 마을 로 뻗어나간 샛길은 열 개도 넘는다. 그 모든 길목을 차단할 수는 없다.
큰 길만 살핀다.
미와빙과 곡문권, 장타홀이 잘해주고 있다면 굳이 샛길로 갈 이유가 없다.
말이나 마차를타고 당당하게 내려올 게다.
“그럼 수고해라. 우리 먼저 쉴게.”
일행은 탁태자를 남겨놓고 모두 드러누웠다.
푸른 하늘이 보인다. 소나무에서 풍기는 상큼한 내음이 폐부 깊숙이 찔러든다.
탁태자가 소림사로 오르내리는 산길을 살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꿀 같은 단잠을 즐겼다.
쪼르릉!
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크기는 참새만하지만 부리에서부터 날개까지 배 아랫부분이 푸른 깃털로 덮여 있다.
특이한 새다.
소령당주(掃靈堂主)가 손을 들어올렸다.
쪼르릉!
푸른 깃털을 지닌 작은 새는 소령당주가 내민 손등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허허! 이몬…… 그래도 오늘은 밥값을 하는 구나.”
그는 그릇에서 좁쌀을 꺼내 새에게 내밀었다.
푸른 깃털의 새가 좁쌀을 쪼아 먹는다. 아주 맛있는 먹이를 봤다는 듯이 정신없이 연신 콕콕 쪼아댄다.
소림사와 밖을 연결하는 영물(靈物), 영조(靈鳥)들은 모두 소령당주의 손길을 거친다.
그는 당주(堂主)이지만 밑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은 없다. 무승은 물론이고, 승려조차도 없다.
그는 혼자다.
소령당주는 동물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맡을 수 있다.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동물들을 잘 헤아려야 한다.
무공이 깊은 것도 아니다. 불심이 깊지도 않다. 학문이 높지도 않다. 오로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깊다.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
소령당주는 새를 손등에 얹은 채, 좁쌀을 든 다른 손은 새의 부리 앞에 내민채 천천히 걸었다.
“새가 왔네요.”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하하하! 웬만한 사람보다 나은 놈이죠.”
소령당주가 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군요.“
모용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옆에는 독고금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모용아의 눈길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큰 소리로 말하지도 못했다. 아니,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정말 놈들이 온 거예요?”
그녀가 소령당주에게 물었다.
“확실히 왔습니다. 이놈은 거짓말을 못해요.”
소령당주의 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는 소령당주의 말귀를 알아들은 듯 부리고 두어 번 손등을 쪼아댔다.
“그래요……”
독고금이 풀 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 야뇌슬의 말이 맞은 거네?”
“그러네요. 휴우! 그 사람 말은 믿어도 좋았는데. 아니, 믿었어야 해요. 그 사람 머리는 잘 알잖아요.”
모용아가 독고금을 쳐다보며 말했다.
독고금의 안색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해! 우리 아버지! 아버지가 위험해!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는 거야.”
독고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휴우!”
모용아는 한숨만 내쉬었다.
장주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위험신호를 알렸다.
일차로 야뇌슬이 직접으로 경고했다.
독고금에게 대신 전달을 시켰지만 성 하나를 달라고 할 만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말했다.
이차로 모양아가 말했다. 삼차로 소림사 승려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경종을 일러주었다.
그런데도 장주는 태연하다.
- 하하! 날 공격하려던 자가 어디 한둘인 줄 압니까? 걱정마십시오. 날 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하하! 저들이 감당할 수 없는 대가죠. 하하!
장주는 중원 하늘 아래에서 자신을 해할 수 있는 자는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육매검을 보냈다.
군사의 호위로 발탁된 자들인지라 움직이기가 수월했다.
하지만 이런 명령은 엄밀히 말하면 육매검에게는 모욕이다.
군사를 지킨다는 건 의미가 있고, 대의가 서지만, 대화금장 장주를 지킨다는 것은 화산파 육매검이 할 노릇이 아니다. 어찌 화산파의 정예고수가 한낱 상인의 경호무인을 맡는단 말인가. 이건 화산파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갔다.
상대가 대화금장의 장주라서 간 것이 아니라 군사의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에 갔다.
그들이 장주를 지킨다. 암중에 숨어서 은밀하게 지킨다. 군사를 보호하듯이 장주를 보호할 게다.
광탑천왕(光塔天王)도 있다.
일도살쾌(一刀殺快)도 장주 곁을 지킨다.
그들은 석전검사처럼 장주가 직접 행차를 하면서까지 대화금장으로 불러들인 고수 중에 고수다.
그들이 장주 곁에 바싹 붙어있다.
이만하면 장주의 신변은 안심해도 좋을 성 싶다.
그래도 독고금은 좌불안석이다.
야뇌슬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도련에 들어와서, 도련주와 겨루기까지 하면서 자신을 빼낸 사람이다. 적아(敵我)의 세력을 판단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안목으로 살펴봤을 때, 장주 곁에 이 정도의 경비가 있다는 것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들 정도로는 안될 것이라고,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는 장주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오고 있다.
가장 빠른 마차를 타고 한시도 쉬임 없이 질주해 온단다. 밥도 마차 안에서 먹고, 잠도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잠든단다.
얼마나 급했으면 저럴까.
장주의 안위를 생각하면 장주 스스로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 나돌아 다니면 안 된다. 안에 숨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제일 안전하다. 그 외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장주는 밖에 있다.,
목숨을 노리기 딱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건 좋지 않아도 너무 안 좋다.
“몇명이나 왔어요?”
모용아가 소령당중에게 물었다.
“그것까지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놈이 아무리 영조라고 인원수까지 파악할 수는 없어요.”
모용아는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교혈랑대 중에서 몇 명이나 나섰는지 알 길이 없다. 그것을 알려면 위험하지만 독고금이 나가야 한다.
이것도 이미 말이 맞춰져 있다.
“나, 지금 나갈래.”
독고금이 다급해서 말했다.
“흠! 그래요. 당주님, 가셔서 방장님께 십팔나한을 빌려주십사 청해주실래요?”
“그러죠. 이미 준비를 끝내셨을 겁니다.”
소령당주가 대답했다.
방장은 십팔나한을 흔쾌하게 내놨다.
이미 조율이 되어 있던 부분들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교혈랑대를 잡기 위해서는 십팔나한이 아니라 백팔나한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잡는 것보다 장주를 살리는 게 선급하다. 그래서 초점을 장주의 생환에 맞춘다.
우선 당장은 장주에게 몇 명이 붙었는지부터 살핀다.
이것은 매우 급하다. 상대가 몇 명인지 알아내서 장주에게 연통을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