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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03화 (10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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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03화]

第十六章 일어서는 자 (7)

“잘 먹었어.”

그녀가 빈 그릇을 장타홀에게 내밀었다.

“우리 여기로 온 거……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장타홀이 그릇을 받으며 말했다.

“남자들은 정말 머리 안 쓰나봐?”

“네가 알아서 해주니까.”

“앞으로는 생각 많이 해야겠네? 알아서 생각해주던 사람이 쏙 빠져줄 테니까.”

“어린애처럼 왜 이래.”

“저 무정한 사내가 가라잖아.”

“말해봐. 우리가 뭘 하면 되는데?”

장타홀이 미와빙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부드러운 말로 물었다.

“날 바래다 줘. 도련까지.”

“정말 갈 거야?”

“응. 가라니 갈 거야. 미련 없어. 곰! 같이 가줄 거지?”

그녀가 곡문권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제야 심란해 있던 사람들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역시 그녀는 계획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여자가 아니라고 했잖은가!

“가, 같이 가줄 수는 있는데……”

곡문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무정한 사람은 말이야.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깨달아야 해. 옆에 며칠만 없어도 단박 깨달을걸! 만약에 죽는다면 어떨까? 기일에 맞춰서 향이나 피워줄까?”

“무슨 소리야?”

노모보가 물었다.

“흥! 무슨 관심? 오라버니, 잘 들어.”

그녀가 노모보에게 툭 쏘아부친 후, 미루극에게 고개를 돌렸다.

“추여룡이 죽었어.”

“죽었지.”

“추여룡은 대화금장에서 키운 사람이야. 아니, 키웠다는 말은 좀 그런가? 대화금장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

탁태자가 무릎을 탁 쳤다.

그들은 비로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추여룡과 독고금은 남다른 관계다. 그런데 추여룡이 죽었다. 그러니 독고금이 당연히 조문하러 온다. 오지 않을 수 없는 관계다.

그녀는 이곳으로 온다. 소림사로 온다!

“제길! 또 소림인가? 그놈들 만만치 않던데.”

탁태자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러니 양동작전을 펼쳐야지.”

“양동작전?”

“나와 두 사람이 같이 가. 곰은 몸이 너무 커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니까 나와 같이 가는 게 좋아. 활은 내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나도 살아야 하니까.”

그녀가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음!”

장타홀이 신음했다.

그녀가 말뜻이 읽힌다. 그렇게 세 명이서 쫓겨야 한다. 모습을 드러내어서 남으로 간다. 강북 무인들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끌어당기고 남으로 내려간다.

시교혈랑대가 해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전부가 함께 움직여도 가능성이 없는 일인데, 그것을 단 세 사람이 해야 한다. 사로잡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니면 죽을 가능성이라고 해야 하나.

미와빙이 미루극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시선을 끌 테니까 소림사 어귀만 지켜. 독고금은 반드시 그곳을 지나칠 거야. 빠르면 벌써 올라갔을 수도 있어.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올라간 사람은 내려와야 해.”

“너 정말 괜찮겠니?”

미루극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걱정마. 나 죽을 길 안 가.”

미와빙이 활짝 웃었다.

“그렇게 감격스런 얼굴로 쳐다볼 것 없어.”

“고맙다.”

“고마울 거 없다니까.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 나에게 했던 그 말, 진심이야. 태양을 떨구겠다는 말.”

미와빙의 눈길이 뜨겁게 타올랐다.

“진심이다.”

노모보의 눈도 뜨거웠다.

“거짓이면 지금 말해.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

“진심이다.”

“그럼 됐어.”

미와빙이 환하게 웃었다.

“고맙다.”

노모보도 활짝 웃는 얼굴로 미와빙의 손을 잡았다.

미와빙은 속으로 생각했다.

‘고마울 거 없어. 지금부터는 지옥길이니까.’

第十七章 역습(逆襲) (1)

행동방침은 정해졌다.

가야할 사람과 숨어야 할 사람들이 정해졌다.

숨어야 할 사람들은 부담이 훨씬 덜하다. 그들은 지금처럼 은밀히 이동하면 된다. 중원 무림과 어떤 다툼을 벌일 필요가 없다. 잘 숨기만 하면 아무 탈이 없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도 일이라고 할 것이 없다.

산에서 내려오는 여인 한 명을 납치하는 게 고작이다.

무공을 수련한 장정 네 명이 여인 한 명을 들춰 업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물론 독고금에게는 호위무인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 정도는 걱정하지 않는다. 장담하건데 별 힘 들이지 않고 목적을 이룰 것이다.

독고금의 위치가 파악된 이상 별다른 어려움이 있을 리 없다.

돌아가는 길도 수월하다.

지금까지처럼 인적 끊긴 산길을 더듬어 가면 된다.

독고금을 납치하는 일이 추여룡을 죽이는 일보다 더 어려울 리는 없다.

그들은 독고금의 얼굴을 안다.

이미 한 번 납치 해 본 전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미와빙과 곡문권, 장타홀이 무림의 이목을 끌어당긴다.

그들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면 무림은 마치 시교혈랑대 전부가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다른 네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들을 향해서 포화가 집중된다.

반면에 다른 곳은 경계가 허술해진다.

양동작전을 펼치기 전이라면 독고금의 신변경호가 굉장할 것이다. 하지만 시교혈랑대가 모습을 드러낸 후라면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의 수준에서 호위가 붙을 것이다.

납치만 성공하면 끝난다.

대화금장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중원 무림도 속은 걸 알고 치를 떨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세 사람은 아주 위험해진다. 하지만 독고금을 납치한 쪽은 유유히 중원 무림을 탈출한다.

추여룡을 죽였을 때도 무력했던 무림인데, 뭘 어떻게 하겠나.

강북 무림의 연합된 힘과 충돌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 무엇이든 자신 있다.

숨는 사람들은 아무 문제도 없다. 가야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들 세 명은……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미련 없이 헤어졌다.

어느 한쪽이 일을 해줘야만 다른 쪽이 쉽게 간다.

미와빙이 주목을 끌어주어야만 노모보가 소림사 입구에서 일을 벌일 수 있다.

“또 보자.”

“도련에서 보자. 술 한 잔 사지.”

그들은 담담한 말을 주고받았다.

‘또 볼 수 있을까?’

‘다시 보기는 어려울 거야.’

마음속 말은 전혀 달랐다.

시교혈랑대는 강하지만 중원 무림도 강하다.

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오제는 각각 백전을 치렀다. 그리고 모두 이겼다. 불패의 신화를 이뤄냈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얻은 승리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는 간발의 차이였다. 아주 작은 차이로 이겼다.

‘정말 아깝다!’하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의 차이!

중원 무은 약하지 않다. 무능력하지 않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싸움에 임하면 적암도가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행히도 중원 무림…… 아직은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도련에 대해서 알고자 않다. 도련 무공에 대해서 파악하고자 부심한다. 자신들이 가진 무공을 바탕으로 그냥 싸우면 되는데, 도련 무공의 파해법을 찾은 후에 싸우고자 한다.

항상 이런 식으로 싸워왔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도 일종의 습벽이다.

그들은 깨닫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파해(破解)’라는 글자가 들어있다.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까?

약점이 무엇일까?

완벽한 무공은 없다. 어딘가 구멍이 있을 것이다.

싸울 수 있는 방도를 찾은 다음에 싸우려고 한다. 즉각적인 싸움보다 시간을 가지고 싸워왔기 때문이다.

전장에 나선 병사들처럼 싸워야 한다.

무공으로 겨룬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귀다툼을 벌인다는 생각으로 전 전선에 걸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언젠가 중원 무림도 그런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 왔어.”

장타홀이 중얼거렸다.

태연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놈의 긴장은 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가 아주 지독하다. 싸움이 탁 벌어지면, 몸과 몸이 부딪치면, 그때는 오히려 긴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미와빙이 말했다.

“중원에 와서 노모보 없이 싸우는 거, 처음이지?‘

“그런가? 하하하! 생각해 보니 그러네.”

곡문권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저쪽 사람들…… 무시하지 마.”

“하하하!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피래미 같은 놈들!”

붕! 붕!

곡문권이 언월도를 세차게 휘둘렀다.

“혈기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달려들 거야. 상대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이지. 그들의 죽음이 의기를 불러오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거야.”

“바라는 바!”

“처음 시작은 복중검(腹中劍)이야.”

미와빙이 수투(手套)를 꼈다.

수달 가죽으로 만든 수투는 손에 피가 묻는 것을 방지해준다.

“복중검? 그럴 필요까지 있나?”

장타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버마제비를 참새가 노린다. 참새를 매가 노린다.

미와빙이 매가 되어서 참새들을 노린다. 저들이 두 사람을 노리는 동안, 미와빙이 등 뒤에서 그들을 베어낸다.

은밀하고 날렵한 살행이다.

이런 배후 기습은 어느 순간까지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살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이곳에 있다고 가급적 요란하게 소문을 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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