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
[도검무안 97화]
第十六章 일어서는 자 (1)
사람은 제각각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무공이 강하다. 어떤 사람은 지혜가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재력을 틀어쥐고 있다.
이들은 세상을 움직인다.
사실 세상은 누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세상은 그냥 존재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힘이 있는 사라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마뜩치 않다.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 또한 그들이 손을 대면 그들에게 유리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돈, 권력, 무력!
세상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힘들인데…… 어느 것이 최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중에 무엇이 최고인가?
주어진 것을 최고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최고가 될 수 있다. 물론 잘 쓰지 못하면 남의 것이 더 낫다고 여겨질 터이지만.
그런 것들 중에서 돈의 힘은 단연 최강 중에 최강이다.
돈이 지닌 마력은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은 송장도 벌떡 일어서게 할 만큼 강력한 유혹덩어리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강력한 힘이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의 손에 쥐어지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어떤 힘이든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의 손에 들리는 게 제일 무서운 법이지만, 돈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돈이란 놈은 참 요물이다.
벌 줄 아는 인간이 있고, 쓸 줄 아는 인간이 있다. 또 벌 줄도 알고 쓸 줄도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대화금장은 이 중심에 있다.
“시교혈랑대를 잡아. 그들이 이 땅을 떠나게 하면 안 돼. 잡아! 이건 우리의 자존심이야.”
이게 말뿐이라면 단순한 의기에 지나지 않는다.
“잡아!”
이 말이 돈과 결부되면 대단한 명령이 된다. 돈을 틀어쥔 사람이 내뱉은 말이라면 하늘 아래 가장 강력한, 최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명령이 된다.
강북 무림의 전 상인이 눈에 불을 켠다.
이 순간부터 물건을 팔고 사는 모든 사람이 시교혈랑대를 찾는다.
대화금장의 금력은 전 중원을 아우른다.
그 힘이 발동되면 땅 속 백 장 깊이에 틀어박힌 개미도 찾아낸다. 물 속 깊이 헤엄치는 물고기도 꿰뚫어본다. 매의 눈으로, 독수리의 눈으로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지켜본다.
“대화금장의 이름을 걸고 찾아!”
그녀는 가장 강력한 말을 던졌다.
대화금장의 명예를 거고 찾아라!
추여룡은 대화금장 사람이다.
지금은 무림 군사이지만 그 전에는 대화금장의 밥을 먹었다. 무림 군사가 죽은 것이 아니라 대화금장 사람이, 대화금장의 식솔이 죽은 것이다.
시교혈랑대를 잡겠다!
그놈들이 결코 중원 무림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숨통을 틀어쥐겠다.
독고금의 일갈은 대화금장이 내릴 수 있는 명령들 중에서 가장 강력했다.
상인들이 나선다.
강북 무림도 움직였다.
상인들이 나서서 무림 군사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당인데, 명색이 무인이라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그들은 발 벗고 나섰다.
오가는 사람 모두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시교혈랑대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은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모두가 그들을 찾는다.
“제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취화선개가 툴툴 거렸다.
“어쩌긴 뭘 어째! 눈칫밥 좀 먹으라는 거지.”
단황신개가 히죽 웃었다.
“네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도 되냐!”
“그럼 이렇게 말하지 어떻게 말해? 울어주기라도 해? 제길! 속 상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후딱 다녀오기나 해.”
단황신개가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돌아누웠다.
용두방주에게서 연일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
일지할안 독고금으로 하여금 더 이상 지나친 행동을 하지 못하게 억제하라는 지시다.
무림 군사를 죽인 시교혈랑대를 찾는다.
그녀가 하는 일은 딱 이 한 가지뿐이다. 헌데 그런 행동을 자제하게 만들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그 일을 만류한다는 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된다. 앞장서서 하지는 못할망정, 먼저 하고 있는 사람을 제지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파간의 묘한 알력이 있다.
독고금의 한 마디는 중원 무림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녀는 상인은 물론이고 무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시교혈랑대를 찾게 만들었다.
이것이 문제다.
개방은 명색이 무림 제일의 정보망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들을 찾아야 한다.
대문파에게는 그런 압박감이 있다.
하오문도 개방처럼 폭넓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개방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다.
그들은 무림사에 직접적으로, 능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한, 무림사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이 그어져 있다.
이미 중원 천하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번 일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심히 넘어간다.
개방은 십대문파 중에 하나다.
무림사에 가장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무림의 군사면 그들에게도 군사다. 용두방주가 암살당한 것과 같은 크기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시교혈랑대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세간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건 곤란 정도가 아니라 개망신이다.
개방은 독고금이 지금 이 정도에서 멈춰주기를 바란다.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개방이 나선다. 이미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온 중원의 걸개가 시교혈랑대를 찾아서 산야를 뒤지고 있다. 사람이 다니는 골목은 물론이고, 사람 발길이 끊어진 곳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용두방주도 대화금장의 힘을 안다.
그들이 눈을 불을 켜면 개방 못지않은 정보망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개방보다도 훨씬 풍부한 자원이 있다.
개방은 십만 방도를 자랑한다. 개방의 힘은 중원 전역에 깔려있는 그들의 눈이다.
대화금장도 그에 못지않다.
표면상으로 대화금장의 세력은 겨우 천여 명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거래를 맺고 있는 모든 상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권을 아우르면 그 수가 무려 백만을 훌쩍 넘어선다.
아니, 백만이 무엇인가. 중원에 산재한 상인들의 숫자가 겨우 백만 밖에 안 되겠나. 이백만, 삼백만…… 무궁무진한 자원…… 걸개들처럼 행동에 제약을 받지도 않고 중원 어느 구석에도 못 가는 곳이 없는 상인들의 눈!
그들은 아주 폭넓은 자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넓고 깊은 정보력이 때로는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아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분명히 독이 된다. 자칫하면 천추의 한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 그들이 개방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숨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도주하는 자들을 잡는 것이다.
개방은 상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이 있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 시교혈랑대가 어느 통로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탈출할 지 대충 짐작한다.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치가 십분 발휘된다.
무인들은 무인들이 가는 길을 짐작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통제를 한다.
강서성으로 탈출하는데, 사천성을 통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보력을 쓸데없는 곳에까지 가동시키는 것은 힘의 낭비다.
풍부한 경험과 냉철한 분석!
개방은 서둘지 않는다. 시교혈랑대를 잡을 자신이 있다. 능력도 있다. 아니, 꼭 잡는다.
개방이 염려하는 것은 너무 많은 눈길이다.
눈이 너무 번뜩이면 도주하는 자들이 숨는다. 돌아다니지 않고 안으로 숨는다. 심산유곡에 숨어서 태풍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그렇게 되면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움직이는 자는 찾기 쉽다. 하지만 숨죽이고 가만히 앉아있는 자는 찾기 어렵다.
나무를 보라. 꿈지럭거리는 벌레는 쉽게 눈에 뛴다. 하지만 나뭇가지에 꼬치를 틀고 있는 벌레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시교혈랑대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숨게 만들면 안 된다. 조금씩 숨통을 풀어주면서 쫓아야 한다.
용두방주는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계속 이 상태에서 멈춰달라고 전서를 보내온다. 직접 가서 말하라고 취화선개에게 특명을 내렸다.
“제길!”
취화선개가 일어서면서 투덜거렸다.
그라고 왜 방주의 명령을 모르겠는가. 왜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독고금……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독불장군…… 말이 통하지 않는 여자……
명령을 받으면서도 껄끄럽다.
역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차 드세요.”
“술이라면 모를까……”
“아침부터 술을 찾는 건 무례에요.”
“쯧! 거지에게 무례가 어디 있노.”
“호호호! 그런가요? 그럼 술을 드릴까요?
독고금은 차분했다. 하지만 눈가에는 독기가 일렁거렸다. 조용한 분노다. 확 피어나는 뜨거운 분노가 아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피어난 뿌리 깊은 분노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가라앉히기 전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
‘힘들겠어.’
독고금은 세상을 지배하면서 살아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랬다. 그녀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이루어졌다. 그래야만 했다. 아무리 불가능한 명령일지다로 그녀가 말하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그녀의 세계다.
그녀는 자신의 명령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세상 전체에 대고 명령을 받들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현명하다는 것이다. 흔히 권력을 쥔 사람은 타인을 무시하기 일쑤다.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영향력에 놓여 있지 않은 사람도 명령하려고 든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자신이 거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