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도검무안 91화]
第十四章 잠입(潛入) (8)
그들 눈에도 노모보와 미와빙의 미묘한 신경전이 보인다.
노모보와 미와빙은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다. 감정적으로, 동료애로……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다. 더군다나 지금 시교혈랑대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련주는 노모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야뇌슬을 처리하지 못하고 적암도를 물러난 것이 아직도 못마땅하다.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시교혈랑대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무공으로는 십교두 못지않은 초절정고수들인데, 허드렛일만 한다.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천대받는 자, 억울한 자, 이유 없이 학대 받는 자…… 그런 자들이 시교혈랑대다. 그래서 힘을 합친다. 자신들까지 똘똘 뭉친다. 도련이 천대하면 할수록 더욱 뭉친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늘 죽음을 곁에 둬야 한다.
그런 만큼 더욱 단단해진다. 서로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겨야 하는 처지이니 그들의 결속력은 단연 최고다. 아교로 붙인 것보다도 더욱 단단하다.
그들은 적암도에서 나올 때보다 더욱 단단해졌다.
그 중심에 미와빙도 있다.
그녀의 모든 것은 노모보를 향해 열려 있다.
그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주고, 그에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한다. 그와 같이 잠이 들고, 그와 같이 인생을 말한다. 야망을 말하고, 꿈을 토로한다.
정말로 독고금이 나타나기 전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 부분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독고금이 나타나고 일처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와빙은 그 일을 승낙했다. 아니, 반 강압적으로 승낙을 강요당했다. 련주가 살심을 품고 묻는데 누가 못한다고 하겠는가.
노모보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슴 아프게도 그는 정말 할 게 없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려야 한다.
서로가 어쩔 수 없이 물러섰지만, 그 일은 아직도 앙금이 되어 가슴 한편을 차지했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와빙이 떨어져 나가면 시교혈랑대는 그야말로 이빨만 날카로운 맹수가 된다. 사람들이 쳐놓은 덫에 쉽게 걸려든다. 이빨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조롱거리만 된다.
미와빙은 절대적으로 옆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모보가 계속 미와빙을 다독거리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그는 결국 오랜 장고 끝에 독고금보다는 미와빙을 선택했다. 반란까지도 거론하면서 미와빙을 욕심을 부추겼다. 그리고 그의 말은 진심이기도 하다.
련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련주는 한 번 버린 사람은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 련주에게서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보다는 차라리 떠나가는 편이 훨씬 낫다.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
한 가지 기대하는 점은 노모보가 련주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설마 아들까지 영원히 내칠까?
이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요원하기만 하다. 잃어버린 신뢰가 영원히 돌아올 것 같지 않다.
그가 반란을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믿는다.
단, 독고금을 포기하겠다는 부분만은 믿지 않는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
미와빙을 최우선적으로 여기겠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고금 같은 미녀를 가슴속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건…… 그런 말을 누가 믿는가. 거짓말이다.
독고금을 본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
소문으로는 련주도 욕심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노모보를 죽이기 위해서 추여롱 암살 건을 떠맡겼다고. 독고금이 이런 이간책을 노리고 일부러 잠입했다는 말도 나돈다.
그만큼 독고금은 예쁘다.
그녀가 미인계를 쓴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그녀를 안을 수 있는 입장에 선다면…… 그런 위치가 된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사내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노모보의 생각과 미와빙의 생각이 미묘하게 충돌한다.
물론 이런 부분은 지엽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기에 껄끄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하지만 곧 봉합될 것이라고 믿는다.
미루극은 불길함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힘껏 칼을 휘둘렀다.
쒜엑!
유협도가 허공을 찢었다. 순간,
“아미타불!”
“불문에서 살계를 저지르다니! 이런 천하에 고약한 위인들이 있나!”
쩌렁 일갈이 터지면서 수많은 무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분노했다. 눈가에 화염이 이글거린다.
촤촤촥! 촤촤촤촥!
장봉을 무승들이 재빨리 움직여, 그들을 포위했다.
“이게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인가?”
탁태자가 장봉을 든 무승들을 쓸어보며 말했다.
곡문권이 언월도를 들고 장승처럼 버티고 섰다.
탁태자와 미루극의 모습이 보인다. 소림사 승려를 상대로 검과 도를 휘두르는 모습이 마치 맹호같다.
그들은 맹렬하게 싸운다.
좀처럼 소림 무승들의 포위망을 찢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치잇!”
그는 언월도를 힘주어 잡았다.
그도 싸우고 싶다. 저들과 함께 소림 무승들을 상대로 언월도를 휘두르고 싶다.
그는 저들의 임무를 자원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그에게 더 큰 일이 맡겨질 것이라며.
더 큰 일…… 망을 보는 거다. 제길!
미와빙은 소림사가 내려다보이는 산정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조용히…… 조용히…… 흐르는 바람을 느낀다. 흘러가는 구름 소리를 듣는다.
곡문권은 그런 미와빙을 호위한다.
이것이 그에게 맡겨진 더 큰 일이다.
그녀의 곁에는 노모보가 있다. 적암도 최강자 중에 한 명이 있다.
이런 일쯤은 그 혼자로도 충분하다.
누가 공격해 오지도 않는다. 모두들 탁태자와 미루극의 싸움에 집중해 있다. 이름 없는 산정에서 고요히 앉아있는 그들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에 절정무인 두 명이나 필요한가.
“끄응!”
그는 일부러 못마땅한 듯 소리를 흘렸다. 그래도 미와빙은 조용했다.
반시진쯤 흘렀을까? 미와빙이 말했다.
“추여룡…… 미쳤나봐. 호호호!”
第十五章 애사(哀死) (1)
사람의 움직임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사람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추여룡이나 빈산릉은 알아들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은 수를 펼쳤을 테니까.
타초경사(打草驚蛇)!
일단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
뱀이 어디 있는지 알려면 조심스럽게[ 풀밭을 뒤져보는 수부터 떠올리는데…… 무식하게 꽹과리도 치고 지축도 흔들면서 다가가는 방법도 있다.
물론 후자가 훨씬 빨리 찾는다.
이쪽 전력이 환히 노출된다는 점만 고려하면 뱀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탁태자와 미루극이 풀밭을 친다.
뱀이 놀라서 움직인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자. 어떤 뱀들이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풀밭을 잘 알아야 한다. 어느 한 구석에서 부스럭거리더라도 즉각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도망갔는지 모르게 도주해버린다.
그녀는 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뚫어지게 보고 또 봤다.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로 소림사의 건물배치에 대해서 소상이 파악했다.
시교혈랑대가 소림사에 접어들 무렵, 그녀의 머릿속에는 소림사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처럼 이곳 지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다음에야 풀밭을 치는 게다.
드디어 두 사람이 움직인다. 그리고 뱀도 움직인다.
그녀는 찾아냈다.
그녀가 가장 주의해서 본 곳은 방장실이다. 모든 움직임은 그곳에서부터 일어날 것이다.
탁태자와 미루극이 사단을 일으킨 후, 방장실은 분주해졌다.
많은 사람이 들락거렸다. 어떤 자는 산문으로 뛰어오고, 어떤 자는 연무동으로 달려갔다.
그 많은 움직임들 속에서 유독 하나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그는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곳으로 달려간다.
경내 외곽에 위치한 작은 곳간!
그곳은 틀림없는 곳간이다
생필품을 쌓아두는 곳은 아니고, 징이나 바라 같은 불문의 물건들을 넣어두는 곳이다.
무승이 그곳으로 달려갈 일이 있는가?
‘저곳이야!’
직감이 왔다.
곳간 문이 열렸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사람이 거주할 수 있게 안을 개조한 것 같다.
무승이 문밖에서 무슨 말인가를 했다.
됐다! 저곳이다!
헌데…… 추여룡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곳에서 생활할 수 있나?
그가 허름한 곳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가 머무는 곳은 암살당하기 딱 좋은 곳이다. 지금처럼 우르르 몰려들지 않고 은밀하게 살수 한 명만 보내도 될 것 같다.
소림사의 경계도 없다.
본인은 두 다리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한다.
곳간 주변에 시중을 드는 사람도 없다.
암살하기에 이처럼 좋은 기회도 드물다. 일부러 계획을 짜고 실행해도 이처럼 좋은 조건을 잡아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