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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90화 (9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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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90화]

第十四章 잠입(潛入) (7)

그들은 병기를 휴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림사는 병기 휴대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마석(下馬石)은 있지만 병기를 풀어놓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크크! 저놈들…… 똥 마른 강아지 같군.”

노염백이 곁눈질로 흘끔흘끔 쳐다보는 상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들의 눈에 적의가 깃들어 있다. 무인의 느낌으로 단번에 알 수 있다. 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들 기세다.

“다 왔어.”

미와빙이 앞을 보면서 말했다.

하늘도 오늘 있을 죽음을 아는지 희뿌옇다.

멀리 소실봉(少室峰)의 암석 바위가 회색 구름에 휘감겨 있다.

이제 소림사가 지척이다.

암습은 이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숨을 곳은 많다.

숭산은 중원 오악(五嶽)의 하나다. 고봉(高峰)이 세 개 있다. 동쪽에 있는 것이 태실산(太室山)이며, 중앙에 있는 것이 준극산(峻極山), 서쪽에 있는 것이 소실산(小室山)이다.

봉우리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명 태실산 이십사 봉, 소실산 삼십육 봉이라는 말로 수많은 봉우리를 대변한다.

아주 큰 산이다.

소림사 무승들은 이곳 지형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을 게다.

그런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산이 넓고 크지만, 숨을 곳이 없어보인다. 누구든 숨기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판단이 맞다. 그만큼 지리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가 시교혈랑대다.

“가!”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염백과 장타홀이 망락봉(望洛峰)을 향해 신형을 쏘아냈다.

탁태자와 미루극은 조교(吊橋)를 향해 치달렸다.

“우리도 가.”

미와빙이 천력의 사내, 곡문권에게 말했다.

자신의 명령 속에 노모보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노모보가 쓴 웃음을 흘렸다.

미와빙의 탐심은 사람을 질리게 한다. 야리몌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가 나았던 점이 이런 부분이다. 그녀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미와빙은 벌써 질린다.

그녀는 자신을 길들이고자 한다. 권력 서열상 자신이 상위라는 뜻일 게다.

‘한 배를 탔으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후후!’

그는 쓰게 웃으면서 앞서가는 미와빙을 따라서 신형을 쏘아냈다.

***

소림사거 용담호혈이라는 말은 맞다.

소림 무승은 알려진 사람보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이 소림사를 위해서 봉(棒)을 들 때, 소림사의 무용은 하늘조차도 경악시킨다.

소림사에서 소란을 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교혈랑대?

어림도 없다. 그들은 탁월한 무공으로 연전연승을 해왔지만 작은 싸움, 작은 전투일 뿐이다.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소림사 같은 대 문파를 상대로 병기를 휘두르는 짓은 어리석다.

소림사는 경계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이 일정한 거리 안에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알게 되어 있다. 그러니 특별히 경계를 세울 필요가 없다.

소림사에 경계가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

보이는 것만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큰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탁!

발끝에 돌멩이가 채였다.

돌멩이는 자리를 이탈했고, 돌멩이에 눌려있던 용수철이 허공으로 탁 튀었다.

타탁! 타타타탁!

튀어 오른 용수철이 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후려쳤다.

솔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가느다란 솔잎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칫!”

노염백이 실바람을 토해냈다.

그토록 주의한다고 했건만 온산에 있는 돌과 나무를 건드리지 않지 않고 움직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소림사의 경계망을 건드렸다.

용수철이 소나무 가지를 친 것은 작은 울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듣고자 유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알아듣는다.

이미 위치가 드러났다.

위치를 숨기기 위해서 산으로 접어들었는데, 그래도 발각되었다.

“어때?”

노염백이 미안한 표정으로 장타홀을 쳐다봤다.

“후웁!”

장타홀은 대답 대신 숨을 가늘게 골랐다.

‘잡았어!’

노염백은 안심했다.

장타홀이 잡았다면 아직 위치가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 아직은 괜찮다.

장타홀이 활을 잡았다.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심유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산 속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노염백도 산을 쳐다봤다. 장타홀이 보고 있는 곳을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추 이백보 정도 떨어진 곳인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은 산일뿐이다. 나무와 바위와 풀들만 보인다.

‘저기 어디 있다고……’

사람은 틀림없이 있다. 장타홀은 장난으로 활을 들지 않는다. 그가 활을 꺼냈을 때는 이미 사람이 죽었다고 봐도 좋다.

스윽!

활이 하늘을 겨눴다. 그리고,

타악!

능히 삼백 보 밖에 있는 솔방울도 떨궈내는 신궁이 터졌다.

노염백은 날아가는 화살을 봤다.

그 끝…… 화살 끝…… 날아가는 화살 끝…… 화살이 창공을 깊이 찔렀다가 뚝 떨어진다. 바람에 실려가듯 유유하게 날아가더니 밑으로 하강곡선을 그린다.

퍼억!

화살이 바위에 꽂혔다. 바위가 꿈틀거렸다.

‘저거!’

그곳은 노염백도 봤던 곳이다. 하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바위와 똑 같은 색!

바위 표면이 한 꺼풀 떨어져 나온다. 화살 맞은 부분이 뚝 떨어져 나온다. 굴러 떨어진다. 바위 한 조각이 산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진다.

“미치겠네. 저걸 어떻게 본 거야?”

“보이니까.”

“그건 알겠는데, 어떻게 봤냐고?”

“보이니까. 하하!”

“제길! 말을 말자.”

두 사람은 연천봉(連天峰)에 올라섰다.

그곳에서는 소림사가 한 눈에 보인다. 소림연무장도 보이고, 탑림도 보인다. 저 멀리 초조암(初祖菴)까지 보인다.

장타홀은 손에 침을 묻혀서 허공에 내밀었다.

지나가는 바람의 강도를 측정한다.

산정에 부는 바람은 일정하지가 않다. 산 밑에서 올라오는 회오리바람, 하늘을 관통하는 강풍, 잔잔하다가도 갑작스럽게 눈을 뜰수 없는 먼지바람이 몰아친다.

“거리가 멀어.”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은 산형(山形)을 살폈다.

미와빙은 연천봉 정도면 거리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연천봉으로 보냈다.

망락봉에서부터 연천봉까지 능선을 따라서 이동한다.

거리가 멀고 험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소림 무승들의 경계를 뚫고 침입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

“저곳으로 가지.”

장타홀이 소림연무장 부근에 있는 절봉을 가리켰다.

연천봉보다 위험도는 백 배 이상 높지만 거리는 훨씬 가깝다. 더군다나 소림사와 수평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활을 쏘기에는 더 없이 적합한 곳이다.

“아미타불! 시주, 걸음을 멈추시지요.”

장봉을 든 소림무승이 한손을 가슴에 대고 인사를 취했다.

쒯! 퍽!

탁태자는 다짜고짜 검을 쳐냈다.

경홍섬전!

혈우마검의 신뢰삼검이 소림무승의 이마에 화려한 혈흔을 새겨 놓았다.

스윽! 툭!

소림 무승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이제 시작인가?”

탁태자는 죽은 무승을 발로 걷어찼다.

스릉!

미루극이 유협도를 꺼내 쥐면서 말했다.

“와빙이가 하는 말이니까 듣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내키지 않아.”

“왜? 뭐가?”

“이렇게 쳐들어가는 거 말이야. 이런 게 효과가 있나? 누가 보더라도 주목을 끌려는 행동이잖아. 누가 이런 수에 넘어가.”

“미와빙이 하는 일이잖아. 어련히 알아서 하겠어.”

“그건 그렇지만…… 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이런 식으로 쳐들어가면 말이야. 그래, 솔직히 말하자. 우리, 빠져나갈 수 있겠어? 우리 둘이 중원 전체와 싸우는 격이잖아.”

“하하! 오늘 따라 왜 이래? 그렇게 걱정 돼?”

“소림은 무림의 태산북두야. 그만한 무공이 있으니까 그런 자리를 차지하는 거 아냐?”

“하하! 아무리 그래도 우리 몸 하나 빼지 못할까.”

“난 아무래도 소림사를 너무 얕본다는 느낌이 들어.”

“이놈들은 얕봐도 상관없어. 그렇게 걱정이 왰으면 바로 말하지 그랬어?”

미와빙과 미루극은 한 핏줄이다. 사촌간이지만 가족 식사 자리에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정도로 가깝다.

당연히 미루극은 미와빙이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이번처럼 독고금이라는 여인이 나타나고, 일처 자리를 양보해야 할 때, 가장 속상해 한 사람도 미루극이다.

미와빙과 미루극 사이에는 못할 말이 없다.

미루극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잖아.”

“그렇지? 하하하!”

탁태자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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