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도검무안 89화]
第十四章 잠입(潛入) (6)
추여룡은 서둘지 않는다.
종이품관의 마차가 어디로 향하는가? 숭산이다. 그렇다면 결국 볼 일은 소림사에 있다. 종이품관의 마차가 한 시도 쉬지 않고 치달리는 목적이 무엇이든, 숭산에서 멈춘다.
천하의 종이품관이라도 숭산에 이르러서는 팔두마차를 이용할 수 없다. 마차에서 내려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ㅏ 서둘러서 수색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다.
종이품관 마차는 적인가? 도련 무인들이 타고 있는가? 상관없다.
겨우 마차 석 대다.
그 안에 도련 무인들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탔다고 해도 스무 명을 넘지 못한다. 그만한 인원으로 소림사를 친다는 건 자살 행위다.
서둘 필요가 전혀 없다.
마차 뒤에 발 빠른 무인 몇 명 붙어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차에 탄 사람이 관원이 아니라 적이라면 미행을 눈치 챘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당연히 제거하려고 들게다. 그래서 마차가 설 때마다 즉시 소식을 보내게 한다.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린다면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미행자는 이 정도의 역할만 해주면 된다.
추여룡의 눈과 귀는 따로 있다.
미행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팔두마차의 위치일 뿐이다. 마차에 몇 명이 타고 있고, 남녀의 구성비가 어찌 되는지는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신체 특징이며, 나이, 행동거지 등등도 이미 보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
즉…… 저들은 시교혈랑대의 존재를 안다.
자신들이 온다는 것을 안다.
노모보는 일각도 되지 않아서 무승 네 명을 잡아왔다.
소림사 승려가 분명하고, 태양혈(太陽穴)이 불룩한 것으로 보아서 내공이 정심하고, 두 눈이 맑은 것으로 보아서 정념(正念) 또한 굳센 것 같다.
노염백이 눈에 독기를 담고 물었다.
“시작할까?”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어?”
“글쎄…… 손을 대봐야 알지. 하지만 웬만한 건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우리에게 필요한 게 추여룡의 위치지?”
그녀는 생각했다.
‘그건 알아낼 수 없어. 말하지 않을 거야. 내기해도 좋아.’
“시작해. 추여룡에 대한 것은 뭐든지 알아내 줘. 그가 어디 있는지 알아주면 더 좋고.”
추여룡의 인상착의가 나왔다.
그는 두 발을 쓰지 못한다. 다 큰 어른이지만 두 발이 아직도 갓난아기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니 걸을 수가 없다. 방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다.
‘이런!’
미와빙은 아랫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이런 정도의 정보는 강북 무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신체상의 결함은 숨길 수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귀에는 이제야 들려왔다.
사람을 잡아서 고문한 끝에야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되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빈산릉은 이런 간단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가 추여룡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건 소림사 방장이 여자라는 말과도 같다.
아주 간단한 신체 정보!
빈산릉이 마음만 먹으면 이런 정보쯤은 벌써 제공되었다. 헌데 일절 눈과 입을 닫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추여룡을 죽여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ㅈ‘지금 당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다. 거기에 불을 붙인 사람이 련주다.
련주는 추여룡을 죽이고 싶어 한다.
빈산릉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시교혈랑대는 그 사에에 끼어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수족이 되어서 움직이기만 한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호호호! 빈산릉…… 련주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가 했는데…… 아니었다면…… 호호호! 이거 정말 재미있어지는데.’
련주가 일을 벌였는데, 빈산릉이 ‘그게 잘되나 봅시다’하고 어깃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건 돌아가는 길에 차차 생각하고……
‘다리가 불구……’
그런 사람들은 많다.
그녀도 그런 불구자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선천적인 기형아로 다리가 자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수명도 짧다. 대부분 서른을 넘기지 못한다. 평생 앉아만 있다 보니 건강에도 무리가 온다. 무엇보다도 본인 혼자가 감수해야 하는 우울증이 문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차라리 죽는 게 백 번 낫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이런 우울증이 엄습하면 정말 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안 된 이야기지만 같은 증상을 앓는 형제가 있을 경우에는 수명이 약간 연장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추여룡은 불구이면서도 활기차게 생활한다.
강북 무림을 하나로 모았고, 그 힘으로 도련을 상대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추여룡은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없어.’
밖에서 어떤 사건을 벌어져도 나와 볼 수 없다. 무승들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게 고작이다.
‘다리를 쓰지 못한다.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왜 소림사에 와있는 것일까?
소림 무승들의 호위를 받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크으윽! 큭큭! 크으윽!
숲 깊은 곳에서 들릴 듯 말듯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염백의 고문솜씨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고문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기껏 내뱉는다는 게 컥컥 거리는 정도다. 큰 소리는 전혀 울려나오지 않는다.
잠시 후, 노염백이 나왔다.
“추여룡의 정보망은 거미줄이야. 강북 무림의 모든 눈과 귀가 추여룡에게 정보를 주고 있어. 개방 십만 방도는 물론이고, 하오문까지. 우리 종적이 발각되었을 것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아.”
“추여룡의 위치는?”
“불지 않네. 어떻게 할까?“
미와빙을 빙긋 웃었다.
‘거봐.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내기를 했다면 이겼다.
이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추여룡의 일신에 대해서 말한 것은 강북 무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 특수한 것들은 목숨으로 지킨다.
“죽여. 괜히 우리 위치를 노출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저들의 죽음을 마차를 한적한 곳에 대라고 할 때부터 생각했다.
사실 저들에게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욕지거리밖에 더 하겠나.
그런데 추여룡이 불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주 큰 소득이다.
이제 필요 없는 자들을 죽인다.
이건 추여룡에 대한 경고다. 그가 자신들에 대해서 알고 있듯이 이쪽도 너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전갈이다.
드디어 추여룡과의 싸움의 시작되었다.
그럼 추여룡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까?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잇다.
개방과 하오문이 그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시교혈랑대에 대한 추가정보도 속속들이 받고 있을 게다.
알만큼 알고 있다.
거기에 표국주가 소림사에 고변한다.
그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들 뿐만 아니라, 길을 오면서 있었던 일들까지 모두 고변한다.
그 시점에서 마차에 붙여놨던 눈과 귀가 사라진다.
그들이 잡혔고, 고문 받다가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한다.
그럼 남은 문제는 포획이다.
놈들을 어디에서 잡을까? 놈들은 소림사에 볼 일이 있다. 자신에게 볼일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할까? 지금 잡을까? 아니면 조금 더 다가오도록 유인할까?
자신 같으면 함정을 판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록 내버려둔다.
그래도 시교혈랑대이지 않은가. 강북 무인들을 처참하게 도륙하고 돌아다닌 늑대들이지 않은가.
그들을 잡으면 강북 무림의 사기가 한층 드높아진다. 반면에 도련의 사기는 땅에 뚝 떨어진다.
어쨌든 반드시 잡아서 죽여야 할 놈들이다.
완벽하게 잡는다.
도주할 길을 모두 차단한다. 그 어떠한 변수도 용납할 수 없다. 완벽하게 포획할 수 있는 곳까지 끌어들인 후, 잡는다.
자신 같으면 그렇게 한다.
이제 자신이 치고 나갈 차례다.
어쨌든 소림사로 쳐들어가긴 해야 한다. 추여룡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뚫고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은 죽어줘야겠는데……’
그녀는 시교혈랑대를 쳐다봤다.
추여룡을 죽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
누가 그 일을 해줄 것인가.
노모보에게 말하지 않는다. 묻지 않는다.
그는 남의 머리를 빌린다는 게 얼마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을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잠 한 번 같이 자주면 모든 투정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오만을 죽여야 한다.
앞으로 정말 큰일이 벌어진다.
지금처럼 자신의 위에서 군림하면 곤란하다. 노모보 역시 다른 자들처럼 수족이 되어서 움직여야 한다.
‘지금부터 너를 길들일 거야. 넌 내 남자…… 내 남자 맞아.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잠자리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해. 모든 판단은 네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 너는 그저 움직이기만 해. 그러면 되는 거야. 넌 그것을 똑바로 알아야 해.’
쿵! 털썩!
숲에서 둔탁한 소리가 몇 번 울렸다.
소림사는 일절 경계무인을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숭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누구보다도 빨리 안다.
숭산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림사 때문에 먹고 산다. 소림사를 방문하는 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음식도 팔고, 생필품도 판다. 술과 고기만 빼고 모든 것을 판다.
소림사가 없으면 생활이 막막해진다.
그러니 소림사의 안위를 가장 염려하는 사람은 소림사 승려들이 아니라 주변 상인들이다.
그들이 스스로 소림사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
“저놈들…… 그놈들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어서 빨리 연통을 넣어. 저놈들…… 드디어 죽으러 왔군.”
상인들이 급히 전서구를 날렸다.
팔두마차를 몰고 온 표국주가 시교혈랑대에 대해서 말했다.
그때부터 숭산 주변은 사실상 전쟁 상태로 돌입했다. 소림사 무승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주변 상인들은 눈에 불을 켜고 낯선 사람들을 탐색한다.
그들의 눈에 시교혈랑대가 잡혔다.
육남일녀가 병기를 휴대하고 걸어온다.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관도로 당당하게 걸어온다. 마치 소림사를 치러온 것이 아니라 구경삼아서 들려본다는 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