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84화 (8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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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84화]

第十三章 진공(眞功) (7)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이번 목소리를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위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음성이다.

“킥킥! 솜씨 한 번 좋네. 그새 다 끝낸 거야? 오늘 숙맥 하나 절단났네.”

단황신개가 킥킥 거리며 웃어댔다.

그녀의 속삭임을 못들은 사람은 독고금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들었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데, 그까짓 속삭임 정도 듣지 못하겠나.

모용아가 못들은 척하고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난 장계, 독고 언니는 전투.”

“……”

야뇌슬은 말하기 곤란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모용아가 다시 말했다.

“말해줘야 알지. 그런 말을 왜 한 건데? 나와 저 언니가 손잡으면 좋겠어? 함께 계획을 짜고, 추진하고, 싸우고?”

“그래.”

야뇌슬이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호! 참나……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네. 첫째, 나와 저 언니는 사는 세계가 달라. 그건 알지?”

“……”

“둘째, 강남에 빈산릉이 있다고 했지? 강북 무림에는 추여룡이 있어. 내가 신산여제갈이라고 불리지만 추여룡에 비하면 달빛 아래 반딧불 정도 밖에 안 돼. 그러니 저 언니와 내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추진할 일은 없을 거고.”

야뇌슬이 말했다.

“몇 번을 말했는데, 믿지 않는군. 추여룡은 죽어.”

“뭐!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게……”

“농담이 아니다.”

야뇌슬이 눈길이 차분해졌다.

“농담을 할 이유도 없고, 협박이나 공갈 같은 걸 할 필요도 없어. 난 노모보를 알아. 탁태자를 알고 미루극을 알고 곡문권을 알아. 노염백, 장타홀도 알아. 미와빙이 어떤 여자인지도 알지. 그들이 추여룡을 노린다면, 죽는다.”

야뇌슬이 차분하게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이 사실처럼 와서 닿는다.

그가 일일이 사람 이름을 거론하자, 그들의 무서움이 피부에 와서 꽂히는 것 같다.

정말로 추여룡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야뇌슬의 말이 맞다. 그가 농담을 할 이유가 없다. 괜히 허풍을 떠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것과는 정반대다.

생각하고 말한 것은 거의 그대로 이루어지는, 정말 머리 좋은 사람이 내린 결정이다.

“소, 소림사가 어떤 곳인지 알아?”

모용아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소림사가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고 해도, 그들은 못 막아.”

“그럼 어떻게 해?”

“추여룡이 쓰러지면 당장 공백이 생길 거야. 그걸 두 사람이 막아.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막을 수 있어.”

“그래서 이런 말을 해준 거야?”

스읏!

야뇌슬이 잡힌 손목을 빼냈다.

뱀이 껍질을 벗고 빠져나오듯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나중에 또 봐.”

그가 손을 들어 보이며 걸어갔다.

그 뒤를 등 뒤에 솥이며 바랑이며, 짐을 한 짐이나 짊어진 꼽추가 뒤뚱거리며 따랐다.

삐걱! 삐걱! 삐걱!

사공이 노를 젓는다.

노수(澇水)만 건너면 강북 무림이다. 도련의 영역을 벗어난다. 추격을 완전히 따돌린다.

사실 추격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도련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강남 무림을 총동원하여 길목이란 길목은 모두 틀어막았을 게다.

그런 길을 방해 한 번 받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마록타의 은신술을 중원 제일이다.

똑바로 서있기도 힘든 몸에서 어떻게 그런 신법이 뿜어져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노수에 도착해 배를 탈 때까지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 말 다한 게 아닌가.

독고금이 이런 사람을 가볍게 볼 리 없다.

그는 마록타를 눈여겨봤다. 야뇌슬이라는 사람도 천천히 살폈다.

그가 동굴 속에서 했던 말들도 참조했다. 어떤 마음에서 돈을 요구했는지 짐작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마음은 갖지 않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목숨을 거론한 것은 기분 좋지 않다.

어쨌거나 그를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했다.

그 결과…… 이들은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을 얻을 수 있다면 성 하나 살만한 돈을 줘도 이문이 남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만한 돈을 줘도 이들을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들은 진짜 뛰어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 곳에 정착할 사람들이 아니다. 부평초처럼 중원 전역을 떠돌 나그네다. 이들의 목표가 도련 련주인 이상 그를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한 곳에 얽매여 둘 수 없다.

아무 이득도 없이 그만한 돈을 내줄 수는 없다.

도련이 무너지면 좋은가?

이 점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장사꾼이 가장 큰 이문을 남기는 곳은 전쟁터다.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세상을 떨쳐 울리는 거부가 탄생했다는 점을 주목하라.

추여룡이 강북 무림의 손을 들어준 이상, 그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쪽을 지원해 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싸움을 이용해서 지원해 준 것보다 훨씬 많은 이문을 남겨야 한다.

그게 장사꾼이다.

야뇌슬은 이문이 남지 않는다. 사내로써는 훌륭하지만 장사꾼의 눈으로 보면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가 계속 추여룡이 죽는다는 말을 한다. 아주 기분 나쁜 말인데…… 그 말을 하면서 자신과 모용아를 한데 묶기까지 했다. 추여룡이 쓰러지면 두 사람이 그 뒤를 맡으란다.

그의 말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웬만한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을 아주 태연하게 한다.

소림사가 어떤 곳인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가 워낙 강력하게 말했기 때문에 불안감이 소록소록 치민다.

야뇌슬과 마록타를 조금 더 알 필요가 있다.

그녀가 말했다.

“그 사람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말해주실래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해주시면 좋겠는데…… 어차피 강을 건널 때까지는 할 일도 없고요.”

‘이건 진짜다!’

모용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정말 그런 식으로 도련을 휘저었다면…… 이건 지략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사람을 읽은 후에 대응한 거다.

그는 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알았다.

초소를 지키는 무인부터 련주까지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짐작했다.

이런 사람이 장사를 하면 틀림없이 성공한다. 싸움을 하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다. 무공으로는 질지 모르지만 계략으로는 절대 지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는 자신에게 인심술(人心術)을 쓰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안다.

자신이 그를 읽은 것처럼, 그도 자신을 읽었다. 자신의 성격이며, 사고방식을 꿰뚫어 봤다. 그렇다면 비위를 맞춰주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대화를 이끄는 방법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 건 사람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

홀리는 수를 쓰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자신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모용아, 취화선개, 단황신개…… 그들 모두에게 그런 식으로 대했다.

사람을 읽었지만 읽은 결과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람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읽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때…… 동굴에 있었을 때, 왜 그에 대해서 묻지 않았던가!

그때는 오직 련주에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맡은 일을 꼭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못했다.

흥미로운 사람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다.

그녀는 야뇌슬 같은 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자가 한 말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 왜…… 야뇌슬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녀는 당황했다.

‘추여룡의 위험해!’

第十四章 잠입(潛入) (1)

그들이 걸어가면 세상이 길을 비킨다.

본인들이 원하는 바는 아닌데, 세상이 그렇게 행동한다.

쇳덩어리처럼 단단해 보이는 남자들이 여섯 명이나 뭉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그들은 시비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

칼을 찬 무인도 그들 앞에서는 꼬리를 말고 사라진다. 술에 취해 떠들어 대던 취객들도 어느 새 말을 잃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

그들은 아주 위험천만하다.

그냥 묵직한 쇳덩이 정도로 여겨진다면 그들이 무엇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천둥 벼락이 몰아칠 것 같다.

위압적이다. 날카롭다. 신경질적이다.

건드리기만 하면 즉각 반응하는 모든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니 건드리지 않는다.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빙 둘러 피해간다.

“방 있나?”

“어, 없는데요.”

“준비해.”

“아, 알겠습니다. 반시진은 주셔야겠는뎁쇼. 사람을 내보내고 청소도 하고……”

“반시진 후에 온다.”

“아,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커다란 쇳덩이가 짓눌러 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다.

이와 같은 일이 늘 일어난다.

그들 앞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소용되지 않는다. ‘못 한다’, ‘없다’라는 말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은 귓가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마련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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