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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82화 (8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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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82화]

第十三章 진공(眞功) (5)

독고금과 야뇌슬 사이가 이상해졌다.

야뇌슬이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다음부터 서로 간에 서먹서먹한 기류가 흐른다.

야뇌슬은 돈을 어디다 쓰려는 걸까?

성 하나를 살 정도라면 상당한 거금인데…… 그만한 거금을 들여서 뭘 하려는 걸까? 분명한 것은 그가 그 돈을 가지고 혼자서 호의호식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고금에게 그만한 돈을 주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성 하나 살만한 돈’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가. 돈께나 주무른다는 사람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거액이다.

모용아는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마록타가 독고금을 데리고 왔을 때, 그녀는 강북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추여룡의 밀명을 받았다면서 계속 련주 곁에 남아 있으려고 했다.

그녀가 받은 명령은 무엇일까?

탈출이 불가능한 도련 심장부까지 침투해서 알아내야 하는 게 무엇일까? 평범한 여자라면 이해한다. 무가의 여식이라고 해도 이해한다. 무가와는 동떨어진 대화금장 무남독녀가 무림의 일에는 왜 끼어들었으며, 그만한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문대로 독고금과 추여룡은 연인사이인가?

자신도 추여룡에게서 전서를 받았다.

독고금이 받은 명령, 자신이 받은 전서.

이 두 개의 명령은 확실히 추여룡에게서 나왔다.

그런 명령만이 대화금장의 무남독녀인 독고금을 움직일 수 있다. 또한 개방에 전해진 전서도 틀림없이 추여룡의 것이다. 개방이 ;확인을 거듭한 끝에 건네준 것이다.

양쪽에 내린 이질적인 명령이 모두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추여룡이 옆에 있다면 그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독고금에게는 왜 침투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녀가 침투하기 무섭게 구해내라는 전서를 보낸 이유는 무엇이냐고.

이 명령에 대한 해답은 독고금이 쥐고 있다.

그녀는 독고금에게 물어다.

“저…… 추군사가 어떤 밀명을 내렸는지 말해줄래요?”

“미안해요.”

“저한테도 말하지 못하나요?”

“미안해요.”

예상했던 대로다. 말해줄 리가 없다. 아무리 우군이라고 해도, 탈출을 도모하고 있어도 추여룡에게서 받은 밀명만큼은 절대로 함구할 것이다.

“휴우! 말해주시면 좋을 텐데. 추군사가 무엇을 획책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사람의 생각을 알면 처신하기도 쉽잖아요. 우리가 받은 명령이 반대되는 거라서 혼란하네요.”

“바로 그거예요. 그것 때문에 말할 수 없어요. 내가 말해주면 추군사의 생각이 드러날 거고, 자칫 천기누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미안해요.”

“미안할 것 까지는 없죠. 물은 제가 잘못이에요.”

모용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아무 것도 모른 체 그녀를 탈출시킨다.

그녀가 잡히기까지 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녀를 호위하던 신주사창과 일시관중이 죽었다고 들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를 잠입시키기 위해서 그들을 일부러 희생시켰다는 뜻이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사천당문의 타랑조와 금족봉 살수들이 도련에 침입했다가 전멸 당했다. 그녀가 도련 련주를 만나던 날, 한쪽 구석에서는 진한 살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추여룡의 명령으로 잠입한 무인들이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독고금의 잠입을 위장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끝에 잠입시켜놓고, 곧바로 빼내오라?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가 차마 포기할 수 없어서 물었다.

“그럼…… 대화금장에서는 이번 일을 알고 있나요?”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

모용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화금장 장주의 입장에서…… 독고금은 무림 절반과도 바꾸지 않을 장중보옥이다. 쥐면 깨질세라 불면 날아갈 세라 조심조심하는 보옥을 적지나 다름없는 도련에 넘긴다?

추여룡이라는 연인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했다면 이해하겠는데……

“장주께서 허락하셨다고요?”

“네.”

“정말로 장주께서 허락하셨어요?”

“더 이상은 말하지 못해요.”

독고금이 그만 물으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추여룡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추여룡은 개방 장로와 모용아에게 틀림없이 전서를 보냈다. 개방 장로가 죽음을 무릅쓰고 도련까지 잠입했다. 추여룡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행동이다.

추여룡…… 그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잠입시켜놓고, 왜 곧바로 빼내는가.

그동안 자신이 한 일은 없다.

련주의 얼굴을 봤다. 십교두의 무공을 단편적으로 감상했다.

그것밖에 없다.

사람은 첫인상이라는 게 있고, 겪어봐야 아는 게 있다.

그녀가 본 것은 전부 첫인상이다. 겪어본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빈산릉이라는 자는 몇 번 만나봤지만, 워낙 속내가 깊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없다.

겨우 이 정도의 식견을 쌓으려고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시켰는가?

아무래도 뭐가 더 남은 것 같다. 지금 돌아가면 안 된다. 해야 할 일이 분명히 남아있다.

오래 남아있겠다는 말은 아니다.

도련에서 공표한 혼인날짜가 십여 일 후로 다가왔다.

그때가 되면 강제로라도 혼인해야 한다. 도련은 정말로 납치한 여자를 노예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의 신분이 대화금장 소장주이건남 한낱 노예처럼 강제로 혼인시킨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들이 아니다.

그런 혼인은 하지 않는다. 혀를 깨물고 죽는 것이 낫지 그런 치욕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혼인이 시작되기 전에 추여룡이 구해줄 것이다. 그가 아니면 아버지라도 나서줄 게다.

대화금장의 무력을 얕보지 마라.

대화금장은 지금도 강남무림을 지배한다.

겉으로는 도련에 충성을 바치면서 속으로는 대화금장에 간서(懇書)를 보내는 강남무인들이 한둘 아니다.

추여룡이나 대화금장이나, 그 어느 쪽에서든 자신을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전까지, 혼인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련주 곁에 남아서 사람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그녀는 지금도 련주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추여룡이 련주를 읽어달라고 했으니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읽어갔으면 한다.

그래야 이번 싸움에서 강북 무림이 승리한다.

자신의 무엇을 읽어내느냐에 따라서 추여룡의 지략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금 읽은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겉모습 정도와 ‘성격이 이럴 것이다’라는 정도의 분별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추여룡은 부탁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고작 먹고 사는 것, 그 정도의 도움을 받으면서 대화금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사람이 딱 한 번 부탁했다.

도련으로 가달라. 련주를 읽어 달라.

대화금장의 오늘을 있게 한 은인의 부탁이다. 그러니 몸이 쪼개지는 한이 있어도 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아버님과 자신의 결연한 의지다.

‘기껏해야 며칠 밖에 안 된다지만…… 휴우!’

그녀는 련주에게 돌아가고픈 마음을 접었다.

탈출하면서 보지 않았나. 탈출이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돌아가면 또 다른 자들이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때는 마록타도 야뇌슬도 없을 것이니,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녀는 마음을 탁 풀었다.

모용아가 추여룡의 명령을 받은 것이라니…… 그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 게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급히 부르는 것일 게다. 그렇게 좋게 생각하자.

야뇌슬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섰다.

독고금에게 돈 이야기를 꺼낸 후, 처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그는 두 노화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와줘? 뭘?”

“아! 그 주화입마…… 그게 언제적 이야긴데. 낄낄! 난 벌써 다 잊어버리고 있었어.”

취화선개와 단황신개가 히죽 웃었다.

“준비하시죠. 나갑니다.”

“나가?”

“네. 포위망이 풀렸어요.”

“포, 포위망이 풀려?”

취화선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만 끔뻑거렸다.

야뇌슬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면벽만 했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절공을 운기하지도 않았다. 천시지청술(天視地聽術) 같은 절기도 펼쳐 보이지 않았다.

그냥 침묵했다.

그런데 언제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포위망이 풀렸다고 단언하는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마록타다. 그는 야뇌슬의 말이 마치 신의 음성이라도 되는 듯 군말 없이 출발 준비를 했다.

출발 준비라고 해봐야 별 거 없다. 여장을 싸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손 몇 번만 놀리면 끝난다. 중요한 건 여장을 꾸리는 게 아니라 바깥 동정을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 꾸렸으면……”

야뇌슬이 일행을 쓱 돌아본 후, 들어왔건 입구로 몸을 들이밀었다.

마록타의 놀라움은 여전하다.

그는 늘 삼십여 장 앞을 치달려간다. 먼저 앞서 나가서 주위 동정을 살핀 후, 이상이 없으면 그냥 간다. 무언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그의 등만 쳐다보면 된다.

“신법이 꽤 표홀해.”

“저런 신법…… 처음이지?”

“적암도 무공이 모두 처음이지 뭐.”

“이보게, 저 신법 뭐라고 부르나?”

단황신개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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