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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78화 (7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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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78화]

第十三章 진공(眞功) (1)

마록타는 일행을 땅굴로 안내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조그마한 어린애가 간신히 기어서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수십 명이 먹고 뒹굴어도 충분할 만큼 넓다.

“이게 뭐야? 쌀이야? 어휴! 살림살이 장만하는 건 우리 걸개들보다 나은데?”

단황신개가 쌀가마니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유등(油燈)도 있다.

기름도 송진 같이 야생에서 구한 것이 아니다. 백색 덩어리, 쇠기름인데 기름으로 쓸 수 있도록 냄새를 없앤 것으로 돈 많은 부호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유등은 새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다. 그러니 샀다고는 할 수 없고, 어디서 훔쳐온 것 같다.

사왔건 훔쳐왔던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꼼꼼히 준비되어 있다.

“이런 건 언제 준비했어?”

“키키키!”

마록타는 웃기만 했다.

그에게는 이런 일이 어렵지 않다. 적암도에서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몰래 들어가서 생필품을 훔치는 게 일상생활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어디서 물품을 구입하겠나.

“이건 자연동굴인데? 여긴 어떻게 찾았어요?”

모용아도 질문을 했다.

마록타가 일행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즉, 이곳은 포위망을 형성한 수라도 무인들도 알지 못하는 곳이다. 만약 그들이 아는 곳이라면 이곳은 곧바로 사지(死地)가 된다. 움치고 뛸 곳도 없는 막다른 곳이니까.

인근을 장악한 수라도 무인들도 모르는 곳을 이제 막 이곳에 발길을 들여놓은 마록타가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키키키!”

마록타는 모용아의 질문도 웃음으로 흘렸다.

세상 사람들의 상식으로 그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런 동굴을 찾는 정도…… 마록타에게는 정말 별 것 아니다.

사람이 찾지 못한 미답지(未踏地)를 찾아야 산다. 그런 곳에 둥지를 틀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는 동굴의 특성을 알고 있다. 동굴 주변의 지형을 안다. 땅위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 보고도 어디쯤에 어떤 동굴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곳은 얼마든지 찾는다.

세상에 숨을 수 있는 곳은 많다. 그 조그만 적암도에서, 초절정고수들의 눈길을 피해서 살아왔다.

묻지 마라. 피곤한 삶이었다.

“키키키! 키키!”

마록타는 괴이한 웃음만 흘렸다.

“야, 여기 술도 있네. 히히! 이리 와서 한 잔 해.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긴장했던지. 솜털까지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피곤해 죽겠어. 숨이라도 돌리자고. 히히!”

취화선개가 술을 찾아냈다.

술도 값 비싼 모태주(茅台酒)다.

뚜껑을 열자 향긋한 향이 진하게 풍겨난다. 모태주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여겨진다.

“햐! 이런 걸 어디서 구했나, 글쎄.”

“저 인간을 우리 개방으로 영입하는 건 어때?”

“장로 자리 하나 내줘도 괜찮겠지?”

“이런 술을 매일 가져다준다면야 내 자리도 넘겨줄 수 있지. 키키! 캬! 좋다.”

취화선개와 단황신개는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술판을 벌였다.

밖에서는 수라도 무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 헌데 안에서는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하예 허리띠를 풀어놓고 술을 마신다.

일행에게 토굴은 오래 전부터 기거해왔던 곳인 듯 익숙해졌다.

“야뇌슬,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해줄래요?”

모용아는 진지하게 물었다.

“……”

마록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도 섞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서 등을 벽에 대고 얕은 선잠을 잤다.

“그 사람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도주였다고요? 그럼 무공이 제일 강했다는 거잖아요?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 좀 해줘요.”

술판을 벌이며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두 노화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모용아가 묻고 있는 말은 그들에게도 궁금한 일이었다.

야뇌슬은 죽었어야 할 몸이다. 련주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제거 대상에 포함되었다. 헌데 용케 살아남았고, 련주를 향해 복수의 검을 들이대고 있다.

이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인간의 궁금증이라는 게 어디 한도 끝도 있는 것이던가.

그들은 야뇌슬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어떤 수련을 거쳐 왔기에 스물을 갓 넘긴 자가 천하제일고수의 무위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런 것 때문에 야뇌슬이 궁금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편안하게 있지만 실상 마음은 복잡했다. 마음이 개미 굴 속에 던져진듯 번잡했다.

야뇌슬이 남겨졌다. 그가 련주와 마주섰다.

십교두가 달려오는 것도 봤다. 너무 빨리 달려와서…… 련주와 어떤 식으로 승부가 나든 간에 십교두의 손아귀를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련주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겠지만……

야뇌슬이 무사할까?

무사하지 못하다. 사람이 염체가 있지 바랄 것을 바래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은 중원 천지에 이무도 없다. 무림 제일고수라는 사람들조차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죽음을 생각할 게다.

야뇌슬은 돌아오지 않는다.

두 노화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모용아도, 독고금도…… 야뇌슬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며칠 정도 이곳에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수라도 무인들이 포위망을 거두면 이곳을 벗어날 것이고, 강북 무림으로 건너갈 게다.

물론 자신들만 건너간다. 마록타는 남는다. 그는 할 일이 있지 않나. 도련에 잡힌 야뇌슬을 구해야 하지 않나.

일의 순서는 그렇게 진행된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야뇌슬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쪽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더욱 마음이 복잡한 것은, 그런 상황을 야뇌슬 본인이 자청했다는 것이다. 독고금을 구해달라는 말 한 마디에 철천지원수 앞에 목숨을 내밀었다.

마음이 무겁지 않다면 사람이 아니다.

모용아가 말했다.

“저와 야리몌가 닮았다면서요? 우선 야리몌가 어떤 여자였는지부터 말해줘 봐요.”

“크크크!”

느닷없이 마록타가 낄낄 웃었다.

“왜요?”

“야리몌…… 머리는 기가 막히게 좋았지만, 별로 예쁘지는 않았거든. 키키키!”

“뭐요!”

모용아가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어느 여자든 예쁘지 않다는 말에는 민감한 법이다.

“그 여자…… 노모보의 애를 가졌지. 노모보를 진짜 좋아했어.”

마록타가 꿈결처럼 말했다.

이 순간, 독고금은 한 사내를 떠올렸다.

그는 천생 무인이 될 팔자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근골이 뛰어나다. 한눈에 봐도 매우 강한 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얼굴이 매끈하다. 이목구비가 아주 또렷하다.

여자들이 좋아할 유형의 사내다.

그런 사내가 여자를 취했고, 아이를 가지게 했다.

그의 곁에는 여인이 있었다. 미와빙이라고…… 상당히 예쁘고, 탄력 있고, 강한 여인.

사내들을 줄줄이 끌고 다닐 정도의 미모를 지닌 여인이 노모보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하루 이틀 사이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길들여져 있는 관계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 부부처럼 자연스럽다.

그들의 관계는 적암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와빙과 부부처럼 지내면서 야리몌라는 여인을 수태시켰다.

독고금은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

일면 추잡한 삼류애정담일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당금 무림을 피로 물들고 있는 도련 련주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당겼다.

“야리몌는 적암도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여자였어.”

“그래요?”

“사실은 마나님이 제일 뛰어났고, 그 뒤가 야리몌야. 키키키!”

미록타의 말투 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노화자들은 말속에 깃든 감정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모용아와 독고금은 단박에 읽어냈다.

야리몌를 말할 때는 다정한 친근함이, 마나님을 말할 때는 아주 진한 그리움이 풍겼다.

마나님을 사랑한 건가?

그럴 수 있다. 꼽추라고, 추남이라고, 몰골이 이상하다고 해서 사랑조차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나님이라면 도주의 부인일 텐데…… 이미 남의 부인이 된 여자를 그리워한다면…… 이것도 평범한 관계는 아니다. 짝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리움 대신에 애틋함이 묻어났어야 한다.

“사실 야리몌, 그 여자……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이미 죽었는걸. 검이 찔러오는 것을 보면서도 두 손으로 배를 감쌌거든. 아이를 보호한다고. 키키키! 그게 말이나 돼? 심장은 찔려도 괜찮고, 배는 찔리면 안 되고?”

마록타의 음성에 분노가 섞였다.

야리몌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통해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 마나님의 죽음도 포함되어 있을 게다.

그는 야뇌슬의 시종이다.

야뇌슬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중원에도 시종이 많다.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오는 신분상의 시종이 있고, 돈에 팔린 시종도 있다. 그들도 충성이라는 것을 한다. 주인을 위해서 목숨을 바리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록타가 야뇌슬을 생각하는 것만큼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들은…… 단지 느낌이지만…… 친 혈육 이상의 그 어떤 끈으로 묶여 있는 것 같다.

“야뇌슬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그 사람…… 책도 많이 읽었죠?”

마록타가 벽을 향해 돌아누우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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