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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74화 (7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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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74화]

第十二章 탈출(二) (4)

“후욱! 훅!”

야뇌슬은 걸음을 멈추자마자 숨이 가쁜지 큰 숨부터 토해냈다.

“말을 안 듣는군.”

모용아에게 한 말이다.

“뭐?”

“달리라고 했잖아.”

“련주가…… 아!”

모용아는 퍼뜩 깨달았다.

잠시 멈출 수는 있다. 숨이 턱에 닿아서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는 잠시 쉬기도 한다. 하지만 쉬었으면 또 달려야 한다. 탈출하는 자는 여유가 없다.

모용아는 노화자들을 쳐다봤다.

“우린 계속 가요.”

련주가 앞에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 그럴까?”

취화선개가 련주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련주는 웃고 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태연하게 뒷짐만 지고 있다.

야뇌슬이 말했다.

“해전(海戰)을 모르지?”

“……?”

모용아가 막 움직이려다 말고 쳐다봤다.

“바다는 드넓어. 멀리서 배가 나타나면 당장 도망가. 그러면 금방 따라잡을 것 같지? 천만에. 쫓아가는 쪽이나 도주하는 쪽이나 쉽게 끝나지 않아. 하루, 이틀, 사흘…… 어떤 때는 한 달 이상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져.”

실재로 적암도에서는 이런 싸움이 빈번했다.

해적들은 적암도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 무엇인가 약탈할 것이 있겠다 싶었을 게다. 그리고 섬에 들어왔다가 된통 당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중에는 적암도 깃발만 봐도 도주했다.

적암도 무인들은 도주하는 해적들은 쫓지 않았다.

바다에서 삼백 년을 살다보면 많은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말한다. 도주하는 해적을 쫓는 것처럼 미련한 짓은 없다고. 금방 잡힐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쫓아가보면 잡지 못한다.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래서 해족을 잡을 때는 숨을 곳이필요해. 숨어있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덮치는 거지. 바다라서 숨을 곳이 없을 것 같지? 후후! 섬도 있고, 바위도 있고…… 배를 숨길 곳이 의외로 많아. 그래서 도주할 때는 늘 지형지물을 잘 살펴야 돼. 뭔가 기분이 이상하면 무조건 빙 둘러가는 가는 게 좋아.”

“그런 식으로 탈출하라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을 건 없잖아?”

“호호! 알았어.”

“참고로 하나 더. 벌써 따라붙었어야 할 수라도주가 안 보여. 이미 매복에 들어갔을 거야.”

“휴우! 알았어. 또 알아야 할 건 없어?”

“없어.”

“그럼 이제 그쪽이 알아야 할 게 있어. 살아서 돌아와. 내가 술 한 잔 살게.”

“……?”

“이 분들이 마록타가 살아서 돌아오면 술 한 잔 산다고 했거든. 그 말이 생각나서 해봤어.”

“흐흐! 우린 기루에서 마실 건데. 그냥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마시자. 예쁜 각시도 소개시켜 주고…… 흐흐! 술값은 내가 낼 테니까 걱정 말고.”

취화선개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뭐요!”

모용아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들의 농담은 두 사람의 무심한 태도 때문에 무색해졌다.

야뇌슬이 예의 그 지전뭉치를 꺼내서 양손에 나눠쥐었다.

스릉!

련주는 검을 뽑았다.

일견하기에도 보검이 틀림없어 보인다. 검신이 검푸른 빛으로 일렁거린다. 마치 깊은 바다를 보는 것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서움이 솟구친다.

“가! 승부를 떠나서…… 기회가 없어.”

모용아는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야뇌슬은 그 눈빛도 보지 않았다. 그는 이미 련주와의 싸움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가지!”

단황신개가 먼저 신형을 쏘아냈다.

쉬이익!

바로 뒤를 이어서 취화선개가 모용아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모용아의 안타까운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것보다 떨어져 주는 것이 그를 위하는 길이다. 옆에서 신경을 분산시키느니 오히려 그 편이 낫다.

“많이 컸구나.”

“초면에 하대라니, 예의가 없군.”

련주가 먼저 말을 건넸다. 조카를 대하듯이 다정한 말투였다. 하지만 야뇌슬은 독하게 받아쳤다.

“초면이라…… 그렇군. 초면이군. 난 늘 네게 다정한 이숙이었지. 이숙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처음 만나는 거야.”

스스스스스!

련주의 검에서 검기가 물씬 피어났다.

검기는 부드럽다. 검은 날카로움을 토해내는데, 련주가 부드러움으로 감싸서 예기를 풀어준다.

그런데 그런 기운이 더 무섭다.

련주는 물 같다. 주먹으로 힘껏 쳐도 부셔지지 않고, 깨지지 않는 물이다.

“염왕의 진전은…… 어떻게 이었느냐?”

“알 거 없잖아.”

“그렇군. 그것도 알 것 없군.”

련주는 야뇌슬의 투박한 말을 모두 받아주었다.

그의 부모를 자신이 죽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야뇌슬은 친 숙부처럼 따랐다. 주로 도주와 어미에 대한 불평불만이었지만……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그렇기에 배신감이 더 클 게다.

“널 죽여야겠구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많아. 많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데, 정작 죽이는 사람은 없더라고. 노갹충! 네 검은 어떤지 볼까? 날 죽일 수 있는지, 아니면 내게 죽는지.”

“노격충…… 내 이름인가?”

“아니. 난 욕심에 눈이 먼 돼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그게 네 이름이야?”

련주는 입가를 위로 쳐들었다.

웃지는 않으면서 입만 움직인다.

그는 늘 이런 식으로 웃는다. 진심으로 웃지 않고 입술만 비튼다. 아마도 진심으로 웃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아니다. 그는 웃을 일이 없다. 세상이 온통 싸움판으로 보일 테니 웃을 일이 있겠나. 피만 보이겠지.

파아앗!

야뇌슬을 심등에 불을 켰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위로 솟구친다. 미간 한 가운에서 뭉쳐진다. 그리고 한 점 빛으로 되살아난다.

“일심불광! 과연!”

련주는 일심불광을 알아봤다.

련주의 눈가에 살기가 어린다.

이번 살기는 일심불광을 보기 전에 띄었던 살기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방금 전에 죽이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때만 해도 후환거리를 없애겠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 살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죽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살수를 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뇌슬은 심등을 지켜봤다.

련주는 잊어버렸다. 그가 들고 있는 검도 잊었다. 심등이 밝히는 곳만 쳐다봤다. 그곳에…… 검 한 자루가 둥실 떠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으읏!

지전이 허공에 떠올랐다.

련주는 지전을 보지 못한 듯 눈을 감았다가 떴다. 평번한 신색을 잃지 않았고, 검을 드는 손도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검에 실린 진기는 무엇일가?

야뇌슬은 련주의 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심등으로, 심등이 보여주는 검을 쳐다봤다.

검에 담긴 진기가 읽히지 않는다.

검을 들었으니 신뢰신공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뢰섬검을 터트릴 공산이 매우 크다. 헌데…… 신뢰신공의 강렬함이 엿보이지 않는다.

신뢰신공을 운용하면 전신에 마른벼락이 흐른다.

우르르르릉!

번개가 치는 것 같다. 우렛소리가 울린다. 그러다가 검이 번쩍! 하고 터진다.

련주는 그런 메마른 강렬함을 보이지 않는다.

천왕구참도의 진기는 무겁다.

그것은 누구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위를 부수는 강렬함, 무거움이 대번에 읽힌다.

그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련주는 그냥 부드럽다. 도대체 어떤 심공을 사용하는가.

그는 적암도 제일의 무인이다. 위로 도주를 모시고 있었지만 무공으로는 그가 제일이었다.

오제의 무공을 고루 섭렵했고, 그것들의 장점을 섞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공을 창안했다고 한다.

그 무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의 아들이 노모보를 통해서 약간이라도 엿보려고 했지만…… 노모보는 아버지의 무공을 잇지 못했다. 하기는 오제의 무공도 완벽하지 않은데 그런 무공들을 종합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무공을 전수해 줬겠나.

“네게 세 수를 보여주겠다.”

련주가 말을 건넸다.

그는 대꾸하지 못했다. 입을 열어서 말을 하면 진기가 흩어진다. 심등이 흔들린다. 아니, 꺼진다. 허공에 떠있는 지전들이 힘을 잃고 떨어진다.

대꾸할 말도 없지만, 설혹 있다고 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세 수로써 너의 이런 수가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가르쳐주마. 이건…… 네 이숙으로써 마지막 배려다. 그리고 네 말대로 초면으로 돌아가자. 처음 만나는 사이로. 그때, 넌 죽는다.”

‘이숙이라는 말은 입에도 답지 마라!’

그의 분노가 지전에 실렸다. 분기를 담은 지전이 금방이라도 내리꽂힐 듯 출렁거렸다.

쉬익!

련주가 검을 쳐냈다.

애뇌슬은 움직이는 검을 봤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검이 흘러든다. 지전들 사이를 파고든다.

그는 가급적이면 허점을 찾고자 했다.

일격에 죽여야 한다. 이격, 삼격으로 이어지면 승산이 점점 옅어진다. 가능성이 있을 때, 자신의 무공을 잘 모를 때, 일격으로 끝내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허점이 없다.

련주의 검은 사면을 차단한 채 흘러든다. 어느 방향에서 공격을 가하더라도 능히 받아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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