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도검무안 69화]
第十一章 탈출(一) (5)
탈출? 모용아가? 어림도 없다.
아니, 그런 점은 상관없다. 신주사창과 일시관중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깊이 침투시켰는데…… 겨우 몇 사람의 면면만 보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해진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마록타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밖으로 신형을 쏘아내고 있었다.
“아!”
취화선개와 단황신개가 제일 먼저 반색했다.
모용아는 화전민촌의 움직임을 주시하느라고 독고금을 맞이하지 못했다.
마록타가 뛰어나왔고…… 또 다른 움직임은?
아직은 없다. 련주도 조용하고, 빈산릉도 집안에 틀어박혀서 나오ㅈ지 않는다.
마록타의 움직임은 지극히 은밀했다.
그가 독고금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 보았는데, 그 다음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불쑥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은신술이다.
“수고했네. 고생했어.”
취화선개가 마록타와 독고금을 반겼다.
“노개님들까지? 휴우! 소녀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지만 전 갈 수 없어요. 제가 이곳으로 온 것은 추군사의 밀명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독고금이 낮은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말했다.
모용아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네? 우리도 추군사의 전서를 받고 온 건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왜 이곳까지 목숨 걸고 왔겠어요? 추군사가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명을 내렸다고요.”
모용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이 다른 내용의 밀명을 받았다?
그때, 마록타가 말했다.
“결정해. 시간이 없어. 이 여자가 남겠다고 하니, 남겨놓던가. 사실 빠져나가는 데는 그것이 훨씬 편하고. 명령을 받았다니 명령대로 하던가. 조금 있으면 인간 같지 않은 야수가 제 정신을 차릴 거야. 그러면 꼼짝 못해.”
모용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일단 빠져나가요. 다시 잡히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앞뒤 살피지 마라. 무조건 달려가라. 몸을 숨길 생각도 하지 말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꿀 생각도 하지 마라. 일체 곁눈질을 하지 말고 무조건 앞만 보고 치달려라.
마록타가 무슨 뜻에서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안 될 말이라는 건 아는데…… 그 말을 야뇌슬이 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쒜에엑! 쒜에에엑!
모두들 있는 힘껏 쏘아나갔다.
단황신개개가 독고금을 엎고 달렸다. 다른 두 사람은 단황신개를 좌우에서 보호했다.
만약 공격이 시작된다면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현 무림에서 독고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사실은 그녀의 비중이 높은 게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 대화금장의 막대한 은자가 힘을 발휘한다.
대화금장이 어느 쪽으로 돈과 물자를 푸느냐에 따라서 다른 한쪽은 막심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사실 그녀가 도련에 잡힌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취화선개가 죽고, 모용아가 죽어도 무림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없어도 무림이라는 세계는 잘만 돌아간다. 아무 이상 없이 팽팽 돌아간다.
독고금이 죽으면 말이 달라진다.
대화금장의 장주가 곳간 문을 잠그면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생긴다. 쌀이 떨어지고, 옷감이 떨어지고, 먹을 야채가 없어진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 중에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독고금은 반드시 살려서 강북으로 넘겨야 한다.
그녀가 이토록 비중이 높은 만큼 도련도 필사적으로 탈취하려고 할 게다.
그녀의 가치도 가치이지만, 도련의 심장부에서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면 창피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쒜에엑! 쒜에엑! 쉐에에엑!
그들은 있는 힘껏 치달렸다.
전력으로 질주하면 산 밑까지 다다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겨우 반 시진 남짓 걸릴 뿐이다. 헌데 그 반 시진이 한 달이라도 되는 듯 길게 느껴진다.
삐이익! 삐이익!
호각 소리가 울렸다.
그들의 질주는 여러 사람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십교두가 고개를 돌렸다. 숲에 거주하는 야수가 정신을 차렸다. 많은 사람들이 질주하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해 냈다.
펑! 퍼엉!
푸른 하늘에 폭죽도 터졌다.
이제는 확실히 탈출 소식을 알았다. 그래서 포위망을 전면 가동시킨다.
산 밑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야뇌슬의 싸움을 구경하던 십교두가 사단을 눈치 채고 재빨리 뒤쫓아 온다.
거리는 급격하게 좁혀졌다.
좋아오는 교두들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역시 무리다. 죽어라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발각도 됮 않았는데 자신들이 일부러 위치를 노출시킨 셈이다.
‘은밀히 이동하는 편이 나았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계집아, 방법이 없냐?”
단황신개가 숨이 턱에까지 닿아서 말했다.
“없어요. 너무 노출됐어요.”
모용아도 힘들게 말했다.
쒜에엑! 쉐엑! 쒜에엑!
그들은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지만 거리는 점점 좁혀져 온다. 더군다나 저들에게는 삼백 보 밖에서도 화살을 쏘아낼 수 있는 궁수가 있다.
“이대로 가면 잡혀! 어디 숨을 데가 없을까?”
“안 돼요! 계속 달려요!”
모용아는 버럭 고함쳤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야뇌슬의 말을 믿고 싶다. 멈추지 마라. 좌도 우도 보지 마라. 곧장 달리기만 하라. 숨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내처 달려라.
‘혹시!’
모용아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지금 상황을 보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쫓고 있다. 야뇌슬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주들까지 산 밑으로 달려와서 포위망 속에 스며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잡히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
잡히기는 잡힌다. 다만 언제 잡히느냐가 문제다. 산 밑까지 달려간 다음에 잡히던가,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서 잡히던가. 궁수가 화살을 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사로잡힐 것이 너무도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거…… 야뇌슬의 수작인가?
모든 이목을 자신들에게 집중시켜 놓고, 정작 자신은 련주와의 승부를 결행하려는 것이 아닐까?
‘내가 무슨 생각을!’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야뇌슬은 자신들을 침투시키지 위해서 기꺼이 미끼 노릇을 했다. 일부러 자신을 노출시켰다.
그렇지 않고 은밀히 잠입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가 어디까지 침입할 수 있었을까? 모르긴 해도 화전민 촌까지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독고금을 구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이런 수작을 부릴 필요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침입했을 것이고, 련주와 싸웠을 것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검도 맞대보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게다.
그가 련주와 싸우기 위해서 자신들은 미끼로 쓸 리 없다.
모용아는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미웠다. 괜히 야뇌슬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휴우! 틀렸어. 제길!”
취화선개가 바짝 꽁무니를 따라온 교두들을 보면서 긴 한 숨을 불어 쉬었다.
‘희한한 놈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벌어진다.
야뇌슬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독고금을 탈취해가는 저들의 행동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저들은 음밀히 후퇴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 삼관문, 사관문을 줄줄이 통과했는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턱 밑까지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왔던 그대로 은밀히 물러날 수 있다.
그런데 치달려 내려가?
이건 마치 ‘우리가 왔다 가니까 잘 지켜봐라’하고 약을 올리는 것 같다.
무공이나 강한 자들이 이런 짓을 하면 이해한다.
저들은 강하다. 하지만 십교두를 상대할 정도로 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입고 있는 옷을 보면 개방도다.
얼마 전에 강북무림에서 모습을 감춘 취화선개와 단황신개가 틀림없다.
저들 정도되는 무인이라면…… 이곳에서 설칠 수 없다.
빈산릉의 머릿속은 착착 정리가 되었다.
야뇌슬이 나타나 싸움을 걸었다. 이것이 첫 번째다.
모두들 그에게 이목을 집중시킨 사이에 개방 화자들이 산을 타고 오른다.
삼관문이 어떻게 뚫렸을까?
야수는 왜 이들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나? 천기까지 읽는 자가 한탄 개방 화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개방도와 야뇌슬이 합작을 했다는 점이다.
저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독고금을 탈출시키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거라면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두 번째 행동이다.
세 번째 행동은 물론 탈출이다.
개방 화자가 독고금을 데리고 은밀히 빠져나간다. 그리고 야뇌슬이 전력을 다해서, 혹은 어떤 암수를 써서 수라도주를 밀쳐낸 다음에 도주한다.
이런 각본이 진행되어야 한다.
헌데 야뇌슬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오제의 무공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수라도주와 무려 삼백 초 넘게 겨루고 있다.
그는 도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또 도주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독고금을 안고 도주하는 두 화자와 또 한 명…… 유삼을 입었지만 체격이 가느다란 것으로 보아서는…… 남장을 즐긴다는 모용아가 틀림없다.
저들은 조만간 잡힌다.
‘마록타!’
빈산릉의 머릿속에 머리를 귀신처럼 산발한 꼽추, 마록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없다! 다들 있는데, 마록타가 없다!
빈산릉은 생각이 마록타에게 미치자, 즉시 품에서 화탄을 꺼내 허공에 쏘아 올렸다.
‘저것들은 미끼야! 미끼에 너무 성급히 달려들었어. 놈은 독고금을 데리고 산을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