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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67화 (6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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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67화]

第十一章 탈출(一) (3)

톡톡!

어깨가 건드려졌다.

‘움직일 시간!’

마록타가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이노일소가 재빨리 뒤따라서 산정을 향해 곧장 날아올랐다.

십교두가 제 발로 빠져나가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들에게 야뇌슬은 적이다. 하지만 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아직도 도주의 자식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도주를 죽여기 때문에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도 야뇌슬은 죽여야 할 놈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고 싶은 놈으로 비쳐진다. 야뇌슬을 보고 산 세월이 얼마인가.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무공을 익히는지 자신들처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 자가 찾아와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 도댈체 어느 정도나 무공을 수련했는지 보고 싶다.

수라도주가 어떤 식으로 싸우기에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는 것일까? 야뇌슬이 정말로 수라도주를 상대할 만큼 강해졌나? 이 모든 것을 살피고 싶다.

련주의 호위는 안심해도 된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초소를 뚫고 들어설 사람은 없다. 초소를 뚫어도 정상까지 올라설 수 없다.

산중턱에 야수가 산다. 선지자라는 명칭을 쓰지는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예지력으로 지닌 놈이 있다. 그가, 야수가 죽음의 기운을 읽고 있다.

아무도 그의 눈을 피하지 못한다. 자신들이나 수라도주도 그의 영능만은 속이지 못한다. 오죽하면 적암도에서 무당 짓을 하면서 살았겠는가.

그와 철궁이 한 묶음이 되어서 산중턱을 지키는 한 화전민 촌에 무단으로 침입을 감행할 사람은 단언코 없다.

이러한 믿음들이 십교두로 하여금 조금 더 산 밑이 잘 보이는 쪽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자신들 스스로 위치이탈을 하는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마록타가 속삭이듯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잘들어. 이제 여기에는 두 명이 남아있어.”

“두 명?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저놈이 말해준 거니까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저놈 말이니까 맞겠지. 맞는다고 생각하고 들어. 여긴 두 명이 있어.”

“쳇! 복창이라도 하라는 소리야?”

단황신개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농담이나 불평을 늘어놓는 건 아니다. 그들은 진지했다. 바싹 긴장한 얼굴로 마록타를 주시했다.

꼽추라고 무사하지 않는다. 한낱 섬놈이라도 멸시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과 당당히 싸운다. 정도 무림에 횃불이 될 수 있다.

눈치라면 누구보다도 빠른 마록타다. 그가 단황신개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할 리 없다.

다른 때 같으면 퉁명스럽게 한 마디 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말만 이어간다.

“한 놈은 빈산릉리라는 놈인데, 대가리가 아주 뛰어나. 그 말은 맞아. 그놈…… 정말 뛰어나. 제갈공명이 현신했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자야. 너.“

마록타가 문득 모용아를 쳐다봤다.

“네. 말하세요.”

그녀가 얼굴빛을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다. 아주 좋지 않은 말이다. 빈산릉을 말한 다음에 자신을 거론하는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야뇌슬이 자신에게 남긴 말이라면…… 뭐겠는가.

“빈산릉하고 싸우지 마라. 다투지 마라. 이게 저 놈이 남긴 말이야. 상대는 하되, 다투지 마라. 뭔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넌 알지?”

“다른 말도 했겠죠?”

“눈치 하나는…… 그래, 말해줬다. 냅다 도주하라고 하더라. 머리 쓸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도주하래. 숨을 생각도 하지 말고, 이리저리 방향을 틀 생각도 하지 말고 가장 빠른 길로 앞만 보고 달리래. 어때? 할 수 있지?”

“그 정도도 못할까 봐요?”

“말은 잘 하지.”

“믿으세요. 제가 움직이면 귀신도 찾지 못해요.”

“제발!”

“또 한 명은 누군가?”

취화선개가 물었다.

사실, 이 말은 물을 필요도 없다. 빈산릉이 있고, 또 한 명이라면 누구이겠나. 련주가 있다. 강남무림을 단 일 년 만에 장악한 이 시대 최고의 효웅이 있다. 무공은 하늘에 닿았고, 영도력은 강남 무림을 뒤덮는 강자가 있다.

그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죽는다.

이건 분명하다.

십교두는 십대문파 장문인들과 손속을 맞출 수 있다. 그런 십교두가 련주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그럼 자신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손속을 맞대는 즉시 피떡이 되어서 날아갈 게다.

“독고금은…… 보자…… 뒤쪽에 가운데라면…… 저곳이네.”

마록타가 다 쓰러져 가는 폐가를 가리켰다.

화전민 촌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버려진 곳이라서 거의 폐허에 가깝다. 사람은 살 수 없고, 산짐승들이 비바람을 피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뒤쪽 가운데…… 그것도 야뇌슬이 한 말이에요?”

“그래.”

“저기에 일지할안이 있다는 밀이에요?”

“그래.”

“확실해요?”

“주공은 빈산릉을 환히 꿰고 있다. 빈산릉이 아주 귀중한 인질을 얻었을 때, 어떤 곳에 가둬두는지 알고 있어. 흐흐흐! 적암도에는 인질이 간혹 들어올 때가 있지. 그놈들을 가둬놓는게 빈산릉의 일이었고. 저곳이 틀림없다. 그 정도는 나도 알겠어.”

마록타가 눈빛을 빛냈다.

그 눈빛…… 마록타의 눈빛을 보자, 확신이 선다.

독고금은 틀림없이 저곳에 있다.

야뇌슬도 그렇고 마록타도 그렇고…… 빈산릉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모두 같은 곳을 지목한다.

빈산릉에게 고벽(痼癖)이 있다는 뜻이다.

“도주는 어떻게……? 일지할안을 구해도 도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취화선개가 물었다.

“야뇌슬은 어떻게 빠져나온대요? 저기 저대로 내버려두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은데요?”

모용아가 걱정하면서 말했다.

마록타는 툭 쏘아붙였다.

“제길! 머리는 뒀다 어디 쓰려고…… 그건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해? 도주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을 구해줬으면 됐지, 도주까지 책임져?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라고! 그 다음은 나도 몰라!”

말을 끝낸 마록타가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

무조건 앞만 보고 뛰어라. 숨을 생각도 하지 말고, 이리저리 방향을 틀 생각도 하지 말고 냅다 뛰어라.

이럴 수는 없다.

산정에서 사단이 벌어지면 산 밑은 곧바로 봉쇄된다.

자신들이 아무리 앞만 보고 달려도, 결국 달려가야 할 곳은 산 밑이다. 그리고 그 동안이면 산 밑은 이미 포위망이 둘러쳐져 있을 것이다.

들어오면서 초소를 보지 않았나.

그들은 수비를 한 층 강화할 것이고,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그럼 무력 충돌이 예상되는데……

이곳은 검련 총단이다. 검련의 본부다. 중심축이다.

두 노화자와 자신이 이들을 상대로 몇 초나 견뎌내겠나.

앞만 보고 달려가라? 말은 좋지만 결코 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말이다.

그 말은 또 다른 뜻으로도 해석된다.

자신들이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도록 마록타와 야뇌슬이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야뇌슬은 수라도주조차 어쩌지 못하고 쩔쩔 맨다. 마록타는 더욱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들이 어떻게 뒤를 받쳐준단 말인가.

‘훗!’

모용아는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흘렸다.

마록타 말을 되새김하고 있자니 마치 독고금을 수중에 넣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여기서부터 잘못된 판단이다.

화전민촌에 단 두 명만 있다고? 뭐? 빈산릉이라는 자와 련주만 있다고? 그러니 어쩌자고? 당당히 걸어 들어가서 독고금을 데리고 나오자고?

사실은 말이다. 련주 한 사람만도 상대하기 벅차다.

두 노화자가 연수합공을 펼쳐도 련주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평가다.

이건 비록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실제로 결전이 이루어지면 똑같은 결과가 벌어질 게다.

미록타가 말했다.

“제부타는 나 혼자 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혼자요?”

“운기나 하고 있어. 앞으로는 운기할 틈도 없을 테니까. 아마도 강북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야 할 거야. 흐흐! 이게 마지막 운기가 될 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힘을 비축해 놔. 흐흐흐!”

모용아와 노화자들은 고개만 덕였다.

마록타의 은신술은 그들의 훨씬 능가한다. 마록타가 숨어들고자 하면 침입하지 못할 곳이 없어 보인다. 이 부분만큼은 정말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뛰어나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곳까지 들어서지도 못했다.

산 밑…… 초소조차도 돌파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우르르 가는 것보다 마록타 혼자 가는 것이 훨씬 은밀하고, 빠르고, 안전하다.

“내 이 나이 먹도록 살아오면서 이토록 무기력해보기는 처음이야. 정말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어. 창피한 말이지만, 정말 고맙네. 살아서 만나면 내 꼭 술 한 잔 받아주지.”

“기루에서.”

“응?”

“중원에 기루라는 곳이 있다는데……”

마록타가 얼굴을 붉혔다.

“흐흐흐! 좋아. 그 정도 못해주겠나. 내 기루에서 거하게 술 한 상 받아주지. 조심, 조심하게.”

취화선개는 마록타를 친구 대하듯 말했다.

마록타는 외견만으로는 나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많게 보아도 쉰은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화선개보다 한참 어린 나이다.

그럼에도 취화선개는 그를 동배(同輩)로 대했다.

마록타는 동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잇다. 아니, 그 이상이다.

중원 무림에 대고 물어봐라. 도련 본단에 뛰쳐 들어가서, 련주의 코앞에서 독고금을 빼낼 수 있는 자가 있는지 찾아봐라. 취화선개가 알기에는 한 명도 없다.

“난 이틀째를 예약하지.”

단황신개가 마록타의 어깨를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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