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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66화 (6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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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66화]

第十一章 탈출(一) (2)

헌데 야뇌슬은 천왕구참도를 펼쳤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충분히 진기를 조절한 다음에 벼락같이 쳐내야 하는 중도(重刀)를 얼굴이 맞댈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태연하게 펼쳐냈다.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시대붕!

뇌전자창 왕패의 십이묘환법 중 제육법이 천왕구참도 속에서 피어났다.

일권(一拳) 밖에 쳐내지 못할 정도의 거리, 그만한 시간에 천왕구참도에 환시대붕까지.

서로 다른 진기를 써야 하는 무공이 한 몸에서 폭출되었다.

수라도주는 환시대붕을 알고 있다. 십이묘환법은 수라도주 정도 되는 고수에게는 이미 비전비기가 아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비기 중에 하나일 뿐이다.

십이묘환법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게 있다는 건 안다.

환술이 터졌다. 그러면 물러서야 한다.

환술 앞에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모든 것을 무시해야 한다. 환시대붕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하면 큰 곤욕을 치르게 된다.

환시대붕을 봤다는 자체가 이미 상대의 술수에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니 무조건 물러서야 한다.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수라도주가 허리를 쭈욱 펴면서 말했다.

“너…… 상당히…… 컸구나.”

이건 진심이다.

“넌 오늘 죽어야겠다.”

이것도 진심이다.

지금 야뇌슬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다.

이것은 확실하다. 적암도 주민이었을 때는 야뇌슬의 이런 발전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주었겠지만, 적이 되어버린 지금은 한 치의 발전이 일 장의 두려움을 안겨준다.

스스스스스……!

주위에 늘어서서 구경하던 사주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이미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야뇌슬이 수라도주를 꺾는다고 해도 몸을 뺄 방도가 없다. 하지만 한 번 움직여서 진형(陣形)을 구축한다.

단순한 포위로는 안심할 수 없어서 진형까지 짠다.

야뇌슬을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엿보인다.

적암도의 무공을 가장 잘 아는 놈.

자신들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놈.

서로가 서로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놈이 벌써 사주들을 죽이고 있다. 형제들의 가슴에 검을 박기 시작했다. 하기는…… 이제 형제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이를 먼저 죽인 것은 자신들이다.

이미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관계라면 지금 끝낸다.

수라도주가 이기면 좋다. 진다고 해도 놓아줄 수 없다. 놈이 제 발로 걸어왔으니 반드시 여기서 끝장을 낸다.

스으읏!

수라도주가 양팔을 좌우로 쭉 뻗었다.

손에 들린 화륜이 반짝반짝 빛을 뿜어냈다.

***

톡톡!

마록타가 모용아의 어깨를 건드렸다.

모용아와 두 노개는 신호가 오자마자 즉시 몸을 움직였다.

이제는 이런 신호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고 무얼 하냐고 타박하지도 않는다. 신호가 오면 당연히 움직이는 것이고, 아무 신호도 없으면 몇날 며칠이라도 숨죽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들은 사선을 넘어선 후, 두 사람을 봤다.

한 사람은 미친놈이 분명해 보였고, 다른 한 명은…… 두 번 생각하기도 싫은 궁인(弓人)이다.

도련의 궁술은 알아주는 바이지만, 그 먼 거리를 쏘아내다니!

보통 활이 닿는 거리는 백이십 보다.

도련의 궁사는 거의 세 배 정도 되는 삼백육십 보를 쐈다. 일 리에 해당하는 거리다.

도련이 활을 들면 숨을 곳이 없다더니.

마록타는 움직이다가는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에 능숙했다.

적암도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귀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풀잎조차 밟지 말아야 한다.

적암도 무인들의 이목은 맹수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고요하게 앉아서 묵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중원 무인들이 천시지청술을 펼치는 것과 비견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고 살아온 그다.

그는 움직이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존재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의 눈과 귀는 적암도 무인들의 눈보다 밝다.

그는 초식동물이다. 토끼나 꿩 같이 눈치를 살피면서 살아야 하는 처지다. 반면에 적암도 무인들은 육식동물이다. 그들은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산다.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초식동물을 찾는다. 찾아서 잡아먹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에 찾고 또 찾는다. 굶어서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찾는다.

초식동물은 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들은 육식동물처럼 발톱과 이빨이 날카롭지 못하다. 그 대신에 빨리 듣고, 빨리 보기 위해서 눈과 귀를 발달시켰다. 오로지 이것에 의지해서 목숨을 구한다.

마록타가 이런 삶을 살았다.

적암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움직임이 제한된 지극히 조그만 섬에서 살았다.

토끼 한 마리가 늑대 굴에서 산 것이나 진배없다.

마록타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무공으로는 감히 앞에 설 수도 없는 마록타에게 모용아를 맡긴 것도 그가 살아온 이력을 믿어서이다.

물론 모용아와 두 노개는 마록타를 모른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공이 약하다는 것은 안다. 아니, 무공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안다.

마록타는 락음 속에서 검을 드는 자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자이다.

그의 무공에는 믿음이 가지 않지만, 침입하거나 은신하는 쪽에서는 믿고 따를 수 있다.

앞서 가던 마록타차가 손을 들었다.

멈춰야 할 때다.

“이해하지 못하겠어. 정말 수라도주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제 애비가 직접 나타나도 힘들 판인데, 놈이? 놈이 천재라는 건 인정하지만…… 어림없지 않아?”

“어림없지.”

“어림없는데 왜 저 지랄을 하느냐고?”

“그러게. 머리도 좋은 놈이.”

교두들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야뇌슬은 적암도 사람들 중에서 상당히 머리 좋은 편에 속한다. 모두들 무공에 치중할 때, 그는 글을 읽었다. 모두들 이십사 무동만 쳐다보고 있을 때, 그는 적송림 십이좌실에 틀어박혀서 침식조차 잊고 책만 읽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건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깊이 파고드는 게 재미있으니까 매달리는 것이다.

그가 무동에만 매달린 무골이라면 이런 행동이 이해된다다. 복수에 눈이 뒤집히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놈은 이것저것 읽을 만큼 읽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도 생각할 만큼 생각했다. 그런 놈이 대책 없이 뛰어들어서 검을 휘두르니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놈이 수작을 부리고 있어.”

“그거야 당연한 거고.”

“후후후!”

그들은 웃었다.

야뇌슬이 마록타와 행동을 같이 한다는 사실은 보고가 올라와서 알고 있다.

창암도에서 보내온 전갈에 의하면 놈은 개방과도 인연을 맺은 것 같다. 개방의 장로가 직접 놈들에게 접근했다는 정보도 있는데,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최근, 개방에서 큰 인물 둘이 사라졌다.

취화선개가 먼저 사라지고, 단황신개가 뒤를 이었다. 아마도 강남 무림에 들어와 있지 않을까 싶다.

야뇌슬이 개방과 인연을 맺었다면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만났을 게다.

누구와 만났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고……

놈이 저렇게 대놓고 발버둥 치는 것은 암중에서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한데…… 그 자는 마록타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왜?

이 ‘왜?’라는 부분에서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마록타가 련주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련주를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겨우 마록타 따위가? 꼽추에 다리로 성치 않은 병신 따위가?

도대체 마록타가 안으로 침입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십교두는 독고금과 야뇌슬을 연결 짓지 못했다.

마록타가 개방 장로들과 함께 독고금을 구할 생각이라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독고금은 북에서 잡아왔고, 야뇌슬은 남에서 제 발로 걸어왔다.

출신도 성분도 다르다. 만난 적도 없다. 아예, 인연 자체가 없다. 그들은 목적도 다르다. 그 두 사람이 만날 만한 시간도, 장소도, 사건도 없었다.

독고금과 야뇌슬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전제가 확고하게 깔려있으니 야뇌슬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산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산 밑에서 허우적거릴 놈이 무엇 하러 왔단 말인가. 설마 세상 살기 싫어서 죽여 달라고 왔단 말인가. 그럴 리도 없고, 그럴 놈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와서 저런 난리를 치고 있나.

“빈산릉은 뭐하고 있어?”

“모르지.”

“지금쯤 무슨 말인가 해야 하는 거 아냐?”

“다른 때 같으면 벌써 하고도 남았지.”

“그럼 빈산릉도 답이 없다는 거네.”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자리를 옮겼다.

수라도주와 야뇌슬의 싸움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수라도주의 화륜을 정면에서 받아낸 사람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싸움을 이토록 길게 끈 사람도 없다.

그들은 야뇌슬의 무공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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