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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65화 (6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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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65화]

第十一章 탈출(一) (1)

쒜에에에엑!

화륜이 날아온다.

수라도주는 어림도 없다는 듯 상반신을 살짝 틀어서 피했다.

야뇌슬은 느닷없이 끼어든 화살 두 대로 어떠한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수라도주를 공격했다. 화륜을 날림과 동시에 경홍섬전을 써서 달려든다.

그야말로 눈부신 빠름으로 검을 찔러온다.

수라도주는 안색이 붉어졌다.

지금 그는 자신의 싸움에 끼어든 인간을 혼내야 한다.

화살을 누가 날렸는지는 대충 짐작된다.

놈들이 아무리 련주의 십교두라고 해도 어디서 감히 자신의 사움에 끼어든단 말인가.

이런 자들은 당장 혼을 내줘야 한다. 이건 수라도주의 자존심이다. 헌데 야뇌슬이 달려드는 바람에 혼내줄 기회를 잃었다. 혼내주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싸움 뒤로 미뤄야 한다.

“죽음을 재촉하는가!”

수라도주가 쩌렁 일갈을 내지르며 화륜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화륜이 눈앞에서 섬광을 토해냈다. 분명히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한데 갑자기 모든 빛과 형체가 사라졌다. 정말로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듯 모든 형상이 사라졌다.

수라도주의 신형도 사라졌다.

그의 모습을 눈에서 놓친 적이 없는데, 항상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공격과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무영신법!’

화아악!

심등이 몹시 불안하게 흔들린다.

생각할 것도 없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자신이 알아채기 전에 심등이 먼저 알고 경고를 말해주는 게다.

그는 즉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이냐!’

뭔지 모를 불안감이 거세게 다가온다.

불안감!

이것의 정체는 심등이다. 심등이 여전히 흔들거린다. 그는 뒤로 물러서려고 하지만, 그러면 더욱 위험할 것이라고 심지까지 펄럭거리며 경고성을 토해낸다.

그는 심등을 의심하지 않는다.

일종의 육감과 비슷한 것이겠거니 하는 심정에서 믿지 않은 적도 있지만, 언제나 심등이 옳았다. 심등이 하는 말을 따르면 잘못되지 않는다.

그렇다. 심등은 언제나 옳다.

그는 뒤로 물러서는 대신에 수라도주의 공격권 안으로 바싹 뛰어 들어갔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현현비격술은 화륜을 날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현무심공의 진정한 무서움은 근접전에 있다.

화륜의 네 개의 날로 구성되어 있다.

손에 잡으면 작은 비수 네 자루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권격술도 창안될 만하다.

화륜의 특수성을 살린 공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킨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사실이 그렇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륜’하면 날리는 것만 생각한다. 근접전을 연구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날아오는 화륜만 피하면 된다.

거의 대부분 이런 생각으로 거리를 좁히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거리 좁힘은 화륜에게도 상당한 부담거리다. 화륜은 작은데 비해서 상대는 장검을 들고 있다. 병기의 길이나 위력으로 봤을 때, 근접전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히 상대다. 더군다나 상대의 무공은 근접전에 특화되어 있다.

특별한 초수가 없는 한, 근접전에서 상대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해 보라. 근접전에서 현현비격술로 뇌전자창의 백이십구신창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화륜을 날리지 않고 순전히 권격만 사용해서 싸울 경우, 이길 수 있겠는가?

이길 수 있다!

이것이 수라도주의 현현비격술이다.

화륜 두 자루를 양손에 나눠진다. 전신 가득 현현무심공을 끌어올린다.

그 순간, 수라도주의 몸은 강철로 뒤덮인 철갑인간이 된다.

두 자루의 화륜이 전신을 에워싼다. 너무도 빠른 손놀림이 몸 전 체를 화륜으로 뒤덮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양손을 동시에 움직이면 몸은 보이지 않고 번뜩이는 화륜만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다.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봐도 철갑을 뚫지 못한다. 번번이 화륜에 막혀서 튕겨 나온다.

시연(試演)에서 수라도주는 반격하지 않았다.

신뢰삼검, 천왕구참도…… 온갖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반격은 일절 하지 않았다.

시연은 방어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전에서는 공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의 공격은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무도 방어를 뚫지 못한다면 반대로 공격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수라도주와 근접전을 피하라.

현현비격술에도 비전되는 비기가 있다. 그것을 수라도주가 찾아낸 것 같다.

수라도주를 두고 별별 말이 많았다.

야뇌슬은 그런 공격권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이 뒤로 물러서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해준다. 심등이 그런 말을 한다. 앞으로, 앞으로!

파파팡!

등 뒤에서 요란한 격타음이 울렸다.

수라도주가 던진 화륜 두 개가 등 뒤에서 서로 맞부딪쳤다.

심등이 일러준 대로 달려들지 않고 물러섰다면 여지없이 화륜에 격타되었을 게다.

“후후후!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수라도주가 화륜을 빙글빙글 돌렸다.

적암도에서 빛을 본 그의 현현비격술이 재현되었다.

몸이 사라진다. 번득이는 화륜의 영상만 두 눈 가득히 들어온다.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번뜩인다.

쒯! 쒝!

몸을 움직일 곳이 없다. 어디로 움직이더라도 화륜풍차가 따라온다. 칼날의 날카로움이 살갗을 저며 온다.

‘승부!’

야뇌슬은 검에 진기를 주입했다.

구중미천공을 끌어올렸고, 천왕구참도를 전개했다.

팡! 파팡! 파파팡!

일 검, 이 검, 삼 검…… 먼저 검보다 뒤의 검이, 뒤에 검보다 그 다음에 펼쳐진 검이 훨씬 강한 힘을 담고 덮쳐간다.

“좋다!”

쒜에에엑!

화륜이 검초의 틈을 파고들었다.

구중미천공은 강력하지만 빠름을 위주로 하는 무공은 아니다. 다람쥐처럼 틈을 노리고 들락거리면 농락당하기 쉬운 도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천왕대보를 펼친다.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악처럼 굳건하게, 움직이면 천둥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강하고 빠르게.

정중동(靜中動)의 극치가 천왕대보에 담겨있다.

천왕구도 미립강이 천왕구참도를 펼칠 때, 그는 어떠한 빠름이나 변화에도 꿈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화살이나 암기가 쏘아져도 목석처럼 멀거니 서서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다가 단 한 수를 쳐낸다.

그 속에 구중미천공이 포함된다. 강력한 힘으로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뭉개버린다.

수라도주도 천왕구참도의 특성을 알고 있다.

둔해 보이지만 순간적인 빠름에서는 따라갈 무공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언제든지 뒤로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쒜엑!

천왕구참도가 터졌다. 수라도주의 현현비격술을 향해서 무식하게 내리꽂힌다. 막아서는 것이 있다면 산산조각 내겠다는 듯 강력한 힘이 흘러나온다.

수라도주는 예전에 이런 천왕구참도를 막은 적이 있다.

그가 펼치는 현현비격술로, 단지 두 손만으로 이용해서 천왕구참도를 옆으로 흘려버렸다.

전기치유(專氣致柔), 현현무심공으로 부드러움으로 이끈다. 이유극강(以柔克剛),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

천왕구참도에 대항하지 않는다.

무식하게 돌진해 오는 황소를 힘으로 막아설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다리만 걸어도 넘어간다. 옆으로 물러서면서 창으로 냅다 지르면 끝난다.

무엇 때문에 정면에서 부딪칠 것인가.

스릉!

화륜이 야뇌슬을 검을 옭아왔다. 그 순간, 야뇌슬의 검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아니, 떨어진다 싶은 순간에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면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환시대붕!

백이십구신창술의 비기다.

“훗!”

수라도주가 헛바람을 토하면서 물러섰다.

“놀랍군!”

수라도주가 진심으로 감탄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 비기를 사용했다.

수라도주는 현현비격술의 숨겨진 비기를 썼다.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해서 사용했다.

비전비기라고 해ㅑ서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비전비기라는 말에는 무서운 의미가 들어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만 전수한다는 뜻이다.

다섯 가지의 비전비기가 있고, 그것이 전수되어 온다고 하자. 그래도 비전비기를 전수받는 사람은 오직 자신만이 유일한 비기를 전수받았다고 생각한다.

현현화륜 노광도의 비전비가가 몇 개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전비기를 전수받은 사람들조차도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새로운 무공이 튀어나오면, 난생 처음 보는 무공이 쏟아지면 그제야 ‘아! 이런 무공도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전비기의 숫자가 헤아려진다.

수라도주의 비전비기는 이미 드러난 것이다.

적암도에서 몇몇 무인들을 상대로 펼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인들은 살펴본 적이 없다. 견식해 본 적도 없다. 그런 무공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다.

화륜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형체를 감춰버린다. 어디로 날아가기는 하는데 날아가는 방향이나 속도를 알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 수라도주가 화륜 두 개를 들고 육박을 벌여온다.

누구라도 물러서게 되어 있다.

그때, 형체 없이 사라진 화륜이 정확하게 물러선 지점을 격타한다.

수라도주가 격타할 지점가지 몰아붙이기 때문에……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르고 쓰러진다.

야뇌슬은 이런 비기를 피해냈다.

이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느 누구라도 물러서는 게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육박을 맞받아칠 생각을 했을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피해냈다.

누구나 뒤로 물러설 상황에서 오히려 앞으로 달려 나오다니. 위험 속으로 뛰어들다니.

그렇게 육박에 자신 있는가?

수라도주는 짧은 박투(搏鬪)를 생각했다.

몸이 바짝 붙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섰다면 그 다음에 남는 것은 최소의 거리를 격타하는 박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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