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도검무안 59화]
第九章 독고금 (8)
그녀는 뱀처럼 차가우면서 현명하다.
그녀는 노모보를 사랑한다. 아마도 노모보의 제일부인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그녀가 일부인을 내놓으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겠다고. 그녀의 성정이 뱀처럼 차가우면서도 현명하다는 증거다. 아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악마가 들어찼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그녀의 눈만은 속이지 못한다.
미와빙은 련주의 눈빛을 봤다. 그리고 노모보에게 내린 명령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안다.
가서 죽어라. 돌아오지 마라!
그녀는 어떻게든 노모보를 살려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추여룡의 목을 베는 것은 차후 문제다. 그런 일은 벌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노모보는 돌아온다. 그녀는 그가 돌아올 만한 명분을 반드시 만들어줄 게다.
빈산릉은 추여룡의 머리를 가져온다고 장담했다.
이 말 속에는 빈산릉 자신이 암중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녀는 돌아가는 빈산릉을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 깊이를 알 수 없어. 꼭 추여룡을 만났을 때처럼…… 추여룡…… 당신 임자 만난 것 같네.’
똑! 똑!
미시(未時)쯤 되었을까? 또 방문을 두들긴다.
검을 든 중년인이었다.
“오제 중 혈우마검 탁발천의 후인이다. 신뢰삼검을 보여 주려고 왔다.”
“기왕이면 비무로 보여주면 안 되나요?”
“나와 겨뤄보겠다는 뜻이냐?”
“어딜요. 제가 상대나 되나요? 저 말고 다른 분하고 비무해주시면 고맙겠는데요.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재미?”
“호호호! 기왕이면 재미있게 봐야죠.”
‘이 사람은 검밖에 몰라. 몸에서 쇠냄새가 풍겨. 부러질지언정 꺾이지는 않는 자……’
또 한 사람을 읽었다.
第十章 너! (1)
추격은 없다.
창암도는 혜주를 벗어남과 동시에 추격을 중단했다.
왕포가 죽고 휘하 무인들이 도륙 당했다. 그것도 도련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최남단 바닷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래도 소문조차 나지 않았다.
흔히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옆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 입에서 입으로 번져, 온 세상에 알려진다.
이것이 소문이다.
그런데 길 한 복판, 관도 한 복판에서 일어난 결전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다. 상당히 많은 무인들이 피를 쏟으면서 죽어갔는데, 바람에 섞인 풍문조차 없다.
광동 무림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 오늘은 예서 자고 가자.”
취화선개가 다 쓰러져가는 산신각(山神閣)으로 들어갔다.
“제길! 또 이론 곳일 줄 알았다.”
마록타가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좋은 곳 있으면 가서 자면 되잖아, 이놈아! 왜 남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탓하고 그래!”
“크크크! 꼴 같지 않은 곳도 보금자리라고.”
“허! 주인 놈은 가만히 있는 종놈이 난리네.”
“종놈이 어디 있어, 이놈아!”
야복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네놈이 종놈이지 누가 종놈이야, 이놈아!”
취화선개도 야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맞받아쳤다.
개와 고양이.
두 사람을 보면, 아니 단황신개까지 세 사람을 보면 꼭 그런 생각이 든다.
싸움의 발단은 야복이 제공했다.
취화선개와 단황신개는 나이가 거의 일흔에 가깝다. 반면에 야복은 쉰을 넘긴 정도다.
개방 장로 두 사람은 야복을 후배로 생각했고, 야복은 거부했다.
야복에게는 염왕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림의 배분이라거나 나이, 무림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등 고려해야 할 모든 인간관계는 관심사항이 아니다.
그의 인간관계는 모두 염왕 위주로 이루어진다.
염왕에게 검을 들이대는 자는 적이다. 염왕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관계는 아직 적이 아니다.
그렇다. 그에게는 현재의 적과 잠재적인 적만 존재한다.
두 노개에게는 야복의 이런 구분이 매우 못마땅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들이 서로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점도 싸움이 지속되는 원인 중에 하나다.
개방 노개들은 마록타 따위는 한 주먹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마록타는 두 노개들 정도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경시한다. 그리고 그 싸움은 길을 오는 내내 지속되고 있다.
“어휴! 그만하세요. 어른들이 뭐하시는 거예요?”
보다 못해서 모용아가 만류했다.
“흥!”
마록타가 코웃음을 흘리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어디 갔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며칠 동안 같이 움직이다보니 그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환히 보인다.
그는 야뇌슬이 먹을 음식을 구하러 갔다.
음식 정도는 같이 나눠 먹어도 상관없는데, 그는 꼭 자신의 손으로 챙겨먹었다.
음식을 막고 나면 잠자리까지 보살핀다. 돌을 치우고, 풀을 뜯어다가 깔고, 그 위에 모포를 덮는다.
노숙이지만 그가 만든 잠자리는 어느 침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너 정말 저놈이랑 무슨 관계냐?”
취화선개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하하!”
야뇌슬이 웃었다.
야복은 자신을 염왕이라고 한다. 뭐 미간에 일심불광이 떠올랐다나 뭐라나.
그는 자신이 염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심등을 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염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다.
그게 염왕 무공의 전부라면 염왕은 절대로 오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모르겠다. 점점 심등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으니, 최종적으로 어떤 영험이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자신과 염왕은 거리가 멀다.
야복은 그런 염왕을 따르고 있다.
자신이 염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자신이 염왕이라고 해도 문제는 수월치 않다.
그때는 야복을 정말 시종처럼 부릴 수 있다. 선대에 맺어진 인연이 그런 것이라면 따를 생각이 있다. 하지만…… 선대의 인연은 또 다른 악연도 맺어놓았다.
어떤 경우, 염왕이 기준 틀에서 벗어날 경우, 야복은 시종이 아니라 살인자로 변신한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을 죽일 사람이다.
이런 관계를 뭐라고 설명하나?
“쯧! 별 것도 없는 놈들이 신비한 척 하기는……”
단황신개가 투덜거리며 산신각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서 개방의 표식을 찾아냈다.
“이거…… 믿어야 하나?”
취화선개가 모용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개방이 소식을 전해왔다. 무림의 동향에 대해서 손에 잡히듯 상세하게 적어 놨다.
제일 충격적인 소식은 독고금의 혼인 발표다.
대화금장의 금지옥엽과 도련의 노모보가 혼인한다.
이는 도련의 공식적인 발표다.
이게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납치해온 여자와 혼인을 해? 독고금이 혼인승낙을 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고쳐 봐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도련의 발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알다시피 도련은 광동 무림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야뇌슬이 창암도를 친 사실도 함구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눈과 귀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요리할 수 있다.
그런 도련이 공식 발표를 했다.
이 일, 두 사람의 혼인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진행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혼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련은 개망신을 당하게 된다.
혼인이 이루어지면 정도 무림은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
양쪽 모두 피할 수 없는 일전이 요구된다. 그리고 도련은 먼저 우위를 점했다. 독고금을 납치했고, 볼모로 삼고 있다. 그들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지키기만 하면 된다.
“독고금을 구하러 몇몇 사람이 들어갔던 모양인데…… 모두 죽었네요. 사천 당문, 금족봉 살수들……”
“그놈들로는 어림도 없지.”
“오히려 이들이기에 가능성이 있었어요. 사천당문은 목숨 버릴 각오를 했을 것이고…… 금족봉 살수들이 독고금을 구출할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모두 죽어버렸으니……”
“우리도 힘들어요.”
“글쎄 말이다. 가기는 간다만…… 정말 생각만 해도 미치겠네. 도대체 그 여자를 어떻게 빼내라는 거야! 애초에 잡히지를 말았어야지! 그 위험한 곳에는 왜 간 거야!”
개방의 소식에는 더 놀라운 사실도 기재되어 있다.
시교혈랑대가 추여룡을 베기 위해서 중원 무림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이미 중원으로 들어선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혼인을 앞둔 사람이 숭산 소림사로 간다?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개방이 전한 전갈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이 소문들의 진원지는 도련이에요. 즉…… 도련이 일부로 소문을 낸 거예요.”
“둘 다 자신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봐야죠. 혼인도 자신 있고, 추여룡의 목을 베는 것도 자신 있다.”
“소문 하나가 빠졌네.”
“……?”
“저 놈이 련주를 죽이려고 간다는 사실.”
“아! 호호호! 정말요. 그 소문이 빠졌네요.”
“육시랄!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짓인지.”
취화선개는 팔베개를 하면서 벌렁 드러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