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
[도검무안 55화]
第九章 독고금 (4)
“너희 일족…… 네 손에 달렸다. 어떻게 할래? 일부인 자리를 내놓을래, 아니면 도련에서 떨어져 나갈래?”
“하하하! 그건 너무 과한 것 같은데.”
“맞아. 과한 생각이야.”
미와빙이 환하게 웃었다.
“련주님은 대화금장을 노리는 건데…… 잘 될까 몰라.”
“아버님이 하시는 일에는 실수가 없다.”
“그런 말을 할 수 없잖아? 벌써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셨는데.”
“무슨 실수?”
“야뇌슬이 살아 있잖아.”
“아! 그놈!”
노모보가 피식 웃었다.
미와빙의 가슴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늘해졌다.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오늘의 치욕…… 잊지 않겠어. 련주…… 오늘 당신은 천왕구도를 버리고 대화금장을 선택했어. 결단코 잊지 않아. 반드시…… 반드시 되돌려 줄 거야!’
련주의 실수는 이것이다.
못난 아들을 둔 것도 당신의 실수이지만, 그건 야뇌슬이 너무 뛰어난 탓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분명이 련주의 실수다.
천왕구도를 버리고 대화금장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나중에 뼈저리게 절감할 게다. 꼭 그렇게 되도록 일을 만들 것이다.
“련주님은 혼인을 만천하에 선포할 거야.”
“흠!”
그는 사실 미와빙과 대화하는 게 껄끄러웠다.
그 대상이 일지할안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 이상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머리만은 인정해줘야 한다. 산을 올라가면서 벌서 오늘 있을 일을 예측한 그녀다.
조용히 해줄래?
그 말 속에는 자신의 분노를 삭이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대화금장주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거지. 당신은 어떻게 할래? 당신 딸의 혼인인데 올래, 말래? 도련과 손잡을래, 아니면 딸만 뺏길래. 당신 딸이 인질인데,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할 것 같아?”
“백기 든다. 이게 련주님의 생각이야.”
“백기를 안 들면?”
“호호호!”
미와빙은 의미모를 웃음을 흘렸다.
***
“미인계입니다.”
“알고 있다.”
“초선(貂蟬)의 전례를 밟으실 생각이십니까?”
빈산릉(賓算菱)을 물러서지 않았다.
빈산릉, 그는 빈세백의 후손이다.
빈씨의 맥을 물려받아서인지 지모(智謀)가 탁월하다. 이번 적암도의 반란도 그가 주도했다. 중원에 들어와서 단시간 내에 남단을 차지한 것도 그의 머리가 크게 작용했다.
빈산릉은 자신의 최대 호적수로 추여룡(秋餘籠)을 꼽았다.
당금 무림에서 추여룡만큼 병법에 밝은 자는 없다. 천하제일강자도 그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면 꼼짝없이 절명한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능력을 구비했다.
이것이 추여룡에 대한 빈산릉의 평가다.
적암도가 중원 무림 남단을 차지할 때, 추여룡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중원 무림을 규합했다.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단일 세력으로 통합되었다.
추여룡이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대 역사다.
이제 그들은 반격준비를 한다.
지금은 적암도 사주들의 무공을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곧 그 작업이 끝나면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될 게다. 그리고 그때는 적암도도 지금처럼 쉽게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원 무림도, 적암도도…… 양쪽 모두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참에 중원 제일의 거부, 대화금장주의 여식이 강서성에 나타난 것이다.
대화금장은 추여룡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막대한 은자가 중원 무인들에게 풀렸다는 첩보도 입수한 터이다.
어느 누가 독고금을 납치하지 않겠는가.
납치는 당연하다.
이건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이다.
추여룡인들 이런 상황을 읽지 못했겠나? 독고금을 접경지역에 내놓으면 아주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겠나?
알면서도 내줬다면 그 뜻이 뭐냐를 읽어야 한다.
지금 현재로써는 미인계밖에 없다.
사실 독고금이 면사를 벗기 전만 해도 미인계 따위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다. 련주도 그렇고, 노모보도 그렇고…… 미인계 따위에 홀려서 앞뒤 분간하지 못할 멍청이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다.
이 두 남자…… 아니, 그녀의 얼굴을 본 모든 무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인계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련주가 말했다.
“틀렸다.”
“네?”
“난 동탁(董卓)이 아니다. 저놈은 여포(呂布)가 아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초선이 아니다.”
“틀렸습니다.”
“련주께서는 동탁이 맞습니다. 련주의 말 한 마디에 천하가 허리를 굽힙니다. 동탁 이상이지요. 공자님은 여포가 맞습니다. 굳건한 기개는 여포 못지않지요. 독고금은 초선이 맞습니다. 아니, 초선 이상입니다. 초선의 뒤에는 왕윤(王允)이 있었죠. 독고금의 뒤에는 추여롱이 있습니다. 왕윤을 능가하죠.”
“하하하! 넌 지금 내가 독고금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 구나.”
“홀리셨습니다.”
“추여룡은 저 계집을 내 먹이로 내놓았다. 미끼를 내놓을 테니 덥석 물어봐라. 후후후! 놈이 얼마나 잘못 판단했는지 알게 해줘야 할 게 아니냐.”
“그러시면 독고금을 공자님께 주십시오.”
“벌써 줬다.”
“주지 않으셨습니다.”
“주지 않았다……”
“련주님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자님을 쳐다보는 눈길에 증오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냐.”
련주가 빈산릉을 쳐다보며 눈을 번뜩였다.
“웃!”
빈산릉은 깜짝 놀랐다.
이 눈빛…… 바로 독고금을 쳐다볼 때의 그 눈빛이다. 욕념으로 가득 찬 눈빛, 여인을 꼭 얻고야 말겠다는 욕심…… 그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련주님!”
“후후후! 세상에 자식 놈하고 계집을 다투는 아비도 있다더냐. 모보 그 놈…… 도련을 빛낼 기둥이다. 그런 놈에게 저만한 계집쯤은 붙여줘야지. 다만……”
‘미와빙!’
빈산릉은 련주의 마음을 읽었다.
노모보에게 독고금을 주면, 미와빙을 지지하는 미씨들의 반심이 염려된다. 자칫 도련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희석시키고자 한다.
그가 포권했다.
“나가서 쥐들을 소탕하겠습니다.”
그의 주위로 아홉 명이 몰려들었다.
적암도에 있을 때부터 그들 열 명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읽기로 유명했다.
지금은 빈산릉이 그들을 원한다.
“이 산에 거머리가 있다.”
“눈치 챘어. 독고금을 따라온 자들 같더라고.”
“벤다.”
“독고금과 매우 절친한 자들 같은데, 놔둬도 되지 않을까?”
이런 말…… 예전에는 엇었다. 적을 앞에 두고 살려두자는 엉뚱한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딱 한 마디면 그들은 반시진이 지나기 전에 모두 시신이 된다.
“후후후! 그놈들이 왜 따라왔는지 알아? 여차하면 독고금을 빼내가려고 뒤따라 온 거야. 후후후! 추여룡…… 그 놈이 머리를 제법 쓰긴 쓰지?”
“제법 머리를 쓰긴 뭘 써. 후후! 그렇단 말이지!”
아홉 사내의 얼굴에 살기가 어렸다.
그들은 열일곱 개의 마을을 통과했다.
사실 마을을 지나쳐오기는 매우 쉽다. 한 마을에 무인이 스무 명에서 마흔 명까지 존재하지만, 그들이 남산 전체를 방어하지는 못한다. 주요 길목만 지킬 뿐이다.
그들의 경계망을 뚫고 남산으로 잠입하는 게 꽤 어려울 것 같았는데, 쉽다.
그들은 서로간의 간격을 최대한으로 벌렸다. 그래야 한 사람이 발각되어도 다른 사람까지 파급이 미치지 않는다. 또 도주할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그때는 같이 뭉쳐있는 것보다는 흩어져 있는 게 낫다.
스으으읏!
그들의 모습은 숲이 되어서 사라졌다.
나무가 되고, 바위가 되었다. 흙이 되고, 풀잎이 되었다. 자신이 은신해 있는 곳과 똑같은 위장막으로 전신을 덮었다. 그리고 호흡을 죽였다.
시간이 흐른다.
오늘 하루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독고금은 화전민이 남기고 간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행동에는 일정한 자유가 보장된다. 집밖으로 나올 수 있고, 동네에 국한되지만 산책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도망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녀는 자유의 몸이 아니다. 항상 감시의 눈길이 따라다닌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녀가 누구인데.
보이지 않는 곳에 감시의 눈길이 있다.
그런 점을 그들도 조심해야 한다. 그 눈길이 언제 자신들을 훑어볼지 모른다.
도련은 검과 도와 창과 활을 쓴다.
근접전에서부터 원거리 공격까지 능숙하지 않은 게 없다.
가까이 붙으면 큰 위협을 당한다. 멀리 떨어져도 위험은 가시지 않는다. 검의 거리를 벗어나면 창의 거리가 나오고, 창의 거리를 벗어나면 활의 거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