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도검무안 50화]
第八章 비기 속출 (5)
“허! 하하! 하하하!”
미영추는 허탈하게 웃었다.
같이 있던 아홉 명도 할 말을 잃고 눈만 동그랗게 떴다.
야뇌슬이 공격이 반 호흡 빨랐다.
정상적인 공격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공격이다. 그는 경홍섬전을 펼쳤다. 아니, 초식만 경홍섬전을 썼다. 진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시탈백 장설리의 비기, 소만홍(消滿泓)을 썼다.
예상했던 공격보다 반 호흡 빠르다. 혹은 반 호흡 늦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빠름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식별한 빠름이다. 화살이 날아오는 걸 보면 두 호흡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실상은 한 호흡 반 만에 들이닥친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가?
오제 무공을 일통(一統)이다.
그가 어떤 내공심법을 쓰는지 모르지만…… 오제 무공을 동시에 쓸 수 있다.
“놓쳤습니다. 무영신법이……”
“생각보다 빠르던가?”
“네.”
“하하하!”
미영추는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장씨 가문에서만 전해지는 소만홍을 정작 흑조탄궁술을 쓰는 궁수는 알지 못하는데, 엉뚱한 놈이 안다.
그는 눈을 반짝였다.
“뭣들 하는가! 어서 목을 막아! 놈은 내상이 심하니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
취화선개는 전서 한통을 받아들었다.
“음!”
전서를 읽고 난 그의 입에서 침음이 새어나왔다.
“무슨 일이기에 그래?”
단황신개가 취화선개의 안색을 살피면서 말했다.
“이놈들, 편안하게 앉아서 지시하는 꼴 좀 봐라. 이곳 사정은 쥐뿔도 모르면서 무조건 사람만 구해내란다.”
“무슨 소리야?”
취화선개가 전서를 모용아에게 던졌다.
“네가 읽어보고 답 좀 다오. 난 대가리에 쥐가 나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모용아가 전서를 읽었다.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알고 있는 일, 하고 있는 일이다. 야뇌슬을 유인해서 강서성으로 빠져나오란다. 그런데 그 일을 단황신개 혼자서 처리하란다.
취화선개에게는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 일지할안 독고금 구출.
글의 첫 머리를 읽는 순간부터 머리가 띵하고 울린다.
일지할안 독고금을 구출하라고? 독고금이 언제 생포됐었나? 왜? 어쩌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된다.
독고금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도련이 위치한 남산(藍山)으로 가야 한다.
남산은 호광성(湖廣省) 형주부(衡州府)의 남단에 위치한다. 도련과 중원 무림이 팽팽하게 부딪치고 있는 곳으로, 그 최전선에 도련이 있다.
도련 련주 노갹충의 신위는 절대적이다.
호광성 위쪽이 바로 하남성(河南省)이다.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武當派)가 있고, 무림 최대 방파인 개방도 있다. 가히 무림의 최중심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호광성 일부를 내주었다.
비록 남단에 불과하지만 바로 치고 올라오면 소림사, 무당파, 개방과 맞닥트린다는 점에서 코앞에 칼을 들이민 셈이다.
현재로써는 도련 련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무림에 기인이사가 많다고 하지만 지금은 찾을 수 없다. 어디로 숨었는지, 무림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데 구성(求星)은 왜 안 나타나는 건지……
도련이 멈추어 섰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지만 중원 무림으로써는 한 숨 돌렸다.
도련이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야말로 대혈겁이 벌어졌을 게다.
개방만 해도 결전에 대비해서 삼천 명 이상의 걸개가 운집시켰다. 다른 걸개들도 항시 대기 상태다. 예측하기로는 그들 전부 몰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련의 힘은 너무 거대하다. 절정 고수가 너무 많고, 무림을 다루는 솜씨가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점령한 곳은 그들 영역이 된다.
그들이 밟고 지나온 무림문파는 더 이상 중원 무림의 문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변절된다.
적암도에서 불어온 강풍은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토양을 바꿔버린다.
이제 광동, 광서, 귀주 무림은 도련에 속해있다. 도련 사람들이라고 단정내리는 것이 속 편하다.
비로 그곳으로 가야 한다.
도련 최중심처에 들어가서 한 여인을 구해 와야 한다.
그 명령이 취화선개에게 떨어졌다.
“혼자서는 힘들어요.”
“당연히 힘들지!”
취화선개가 버럭 노갈을 질렀다.
도대체 어떤 놈의 머리에서 이런 무모한 계획이 나왔을까? 어떤 놈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명령이라면서 내린 것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그놈 낯짝을 볼 수 있다면 한 대 후려갈기고 싶다.
“도대체 독고금은 왜 잡힌 거지?”
모용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몇 놈이 죽었다더라. 신주사창도 죽고 일시관중도 죽고. 아니, 그 여자는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놈들이 지척에 있는데 그런 곳에는 왜 간 거야!”
“호호호!”
“왜 웃어! 계집아!”
“선개님은 독고금을 본 적이 없죠?”
“없다! 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런 말 못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일지할안. 한 눈에 반한다는 거죠.”
“그 말뜻이야……”
“사내라면 모두 다 반해요. 반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런 여자에게 등을 돌리면 평생 예쁜 여자 얻기는 틀린 거예요. 호호호! 선개님이 그렇게 펄쩍 뛰시는 걸 보니 본적이 없다는 건 확실하군요. 호호호!
“그렇게 예쁘냐?”
“미친다니까요.”
“아이구!”
“왜요?”
“그럼 아까워서 어쩌냐. 그런 여자가 섬나라 놈들에게 넘어갔잖아!”
“그러니까 구해오라는 거죠.”
“난 못하겠거든. 그러니 어쩌냐고! 아이고, 불쌍해라.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까짓것 줘버리지 뭐.”
“호호호호!”
모용아는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웃지 않았다.
‘독고금이 잡힌 건 우연이 아냐.’
그녀의 미간에 골이 깊어졌다.
“왔어요! 왔어!”
걸개가 입에 거품을 물고 뛰어왔다.
“뭐가 와 임마!”
“야뇌슬요! 야뇌슬이 살아왔어요!”
“뭐라고!”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어디! 어디 왔는데?”
“그게 저…… 사라졌는데요.”
“사라져?”
“창암도에서 빠져나온 모습을 봤는데, 번개같이 사라지더라고요. 하! 그렇게 빠른 신법은 처음 봤어요.”
“아이구, 이놈아! 그게 자랑이다. 자랑이야. 무인이라는 놈이 남의 무공을 보고 침이나 질질 흘리고. 참 자랑이다. 어느 쪽으로 갔는지나 말해, 이놈아!”
단황신개가 걸개의 코를 잡아 비틀었다.
“동, 동쪽이요. 강 쪽으로 갔어요.”
“이놈아, 그것부터 말해야지. 왜 횡설수설이야!”
단황신개는 걸개의 코를 세게 잡아 비튼 후, 신형을 날리려고 했다. 그때, 모용아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 알겠어요.”
“……?”
단황신개와 취화선개는 막 신형을 쏘아내려다가 우뚝 멈춰 섰다.
“북으로 가는 거예요. 도련으로.”
“이놈은 동으로 간다고 했는데?”
“사주들을 따돌려야죠. 호호! 우리는 뒤따라 갈 필요 없어요. 강호 초행인 사람이 남산으로 가는 길이야 뻔하지 않아요? 앞서 가서 술이나 한 잔 하고 있죠, 뭐.”
모용아는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걸음을 떼어놓는 이 순간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독고금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잡힌 게 아냐. 도련의 별동대에게 잡혔다지만…… 독고금의 움직임이 그리 쉽게 포착될 리 없어. 그녀가 잡히려면 적어도 수뇌부 쪽에서 비밀이 새나갔어야 해. 누가 배신을 했거나 일부러 잡힌 거야. 그런데…… 일부러 잡혔다고 하기에는 희생이 너무 커. 신주사창. 일시관중…… 독고금! 넌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녀는 생각 속으로 함몰되어 들어갔다.
***
심등이 켜진다.
처음에는 미약한 빛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 세상을 휘감는 큰 빛으로 변해간다.
온 몸이 빛 속에 잠긴다.
이 빛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어디서 일어나는 것일까? 내 몸 속에서 일어난 빛인데…… 몸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던 것일까?
몸을 들여다본다.
간도 보이고, 심장도 보인다. 폐도 보인다. 쓸개, 콩팥…… 오장육부가 다 보인다.
진기가 찢어진 곳을 휘감는다.
피가 터진 곳은 막아주고, 맞아서 멍 든 곳은 어머니의 손처럼 포근하게 살살 풀어준다.
그는 빛무리 속에서, 빛무리와 함께 온 몸을 돌아다녔다.
이런 현상은 그에게만 벌어지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모든 무인들은 이런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운기요상(運氣療傷)!
진기와 하나가 되어서 손상된 몸을 치유시킨다.
내관(內觀), 관조(觀照)의 힘을 더 크게 부추기고, 밖으로 쏟아져 나가려는 진기를 안으로 휘돌린다는 차이밖에 없지만,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몸 속 상처가 말끔히 치유된다.
일주천에 숨이 돌아오고, 이주천에 몸이 개운해진다.
그는 빛무리와 함께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곧바로 경맥으로 흐르지 않는다. 가슴으로 왔다가 미간으로 옮겨진다. 그 다음에 경맥을 찾아서 흘러가기 시작한다.
내상이 한결 순해졌다.
미시완의 경기에 내장이 진탕되었는데, 그래도 뒤틀리지는 않았다. 진탕되는 순간에 일심불광이 진력(盡力)을 발휘했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서 오장육부의 흔들림을 막아주었다.
이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다.
의지로는 오장육부를 움직일 수 없다. 몸의 생체반응이 저절로 일어난 것이다. 삶을 향해서, 육신을 저해하는 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몸 전체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