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도검무안 49화]
第八章 비기 속출 (4)
번쩍!
또 한 번 섬광이 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들 대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밀려오는 공격은 일곱 개나 되었다.
“가랏!”
누군가 쩌렁 일갈을 내질렀다.
꽝!
또 한 번 격렬한 격타음이 울렸다.
푸왁!
야뇌슬은 또 한 번 피를 쏟아냈다. 그리고 뒤뚱뒤뚱 밀려나더니 석주에 등을 기대고서야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섰다.
“후후후!”
열 명의 사주가 편안한 표정으로 야뇌슬을 쳐다봤다.
놈은 놀랍게도 오제의 무공을 두루 섭렵했다. 뿐만 아니라 비기라는 것도 두 가지나 선보였다.
혈우마검의 비기는 섬(閃)이다. 빛이다. 번쩍! 하면서 터져 나오는 검광을 정면에서 받으면 일시 장님이 된다.
미시완이 잘해주었다.
그가 제때에 굳센 강기로 신뢰삼검의 허리를 끊었다.
그의 강력한 타격이 아니었다면 모두들 곤욕스러웠을 게다. 공격을 펼치고 있는데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아주 치명적인 위험에 빠졌을 수도 있다.
“섬을! 구성인가!”
검을 들고 있는 자, 탁로군(卓露君)이 중얼거렸다.
“섬이 구성에서 나오나?”
미영추가 물었다.
섬은 탁씨 가문의 비기다.
구성에서 진기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는 오직 탁씨의 후손에게만 전해진다.
야뇌슬은 십이묘환법에 이어 섬까지 끌어냈다.
한 번 놀라고, 두 번 놀란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놀랄 일도 없을 것 같다. 그가 다른 가문의 비기를 펼친다고 해도 이제는 담담하게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수련했는지는 몰라도 놈은 모든 가문의 비기를 수련한 것 같다.
그게 꼭 좋지만은 않다.
한 우물을 판 자와 박학하게 여러 우물을 판 자의 차이인데…… 무공에서는 전자가 강해질 공산이 크다.
탁로군이 대답했다.
“네. 구성에서 나옵니다.”
“그럼…… 저 놈이 신뢰삼검을 구성까지 수련했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죠. 아시다시피.”
탁로군이 잘라서 말했다.
탁로군의 단언은 사실이다. 그들 모두 신뢰삼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위력도 짐작한다.
야뇌슬이 신뢰삼검을 구성까지 수련했다면 자신들 중에서 서너 명은 피를 뿌리고 쓰러졌을 게다. 아무도 구성의 신뢰삼검을 감당하지 못한다.
구성까지 수련하지는 못했는데…… 구성에서만 터지는 섬을 썼다.
여기에는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이다.
“한 수 더 해보겠나?”
미영추가 야뇌슬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뇌슬은 포기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석주에 등을 기대로 큰 숨을 몰아쉬고는 있지만 한 바탕 더 해 보자는 의지가 검을 잡은 손에 담겼다.
야뇌슬이 검을 들어올렸다.
일심불광아 피어올라라!
단전 진기가 가슴으로 전해진다. 가슴에어 피어난 섬광이 미간으로 옮겨 붙는다.
일심불광이 피어나면 육신은 극도로 섬세해진다.
검의 흐름이 보인다. 칼날의 흐름이 감지된다. 검기나 도기가 몸에 와 닿기 전에 바람의 흐름으로 감지된다.
싸움은 흐름이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대, 싸움은 쉽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때처럼 힘겨울 때, 사람은 버거워진다.
상대를 자신의 흐름 속으로 끌고와야 한다.
그 흐름이 빨갛게 피어나는 불길 속에 있다. 아니, 불길이 토해내는 붉은 빛무리 속에 있다.
해가 뜨면 이들을 상대하지 못한다.
환한 태양볕 아래에서는 환각도 환청도 이끌기가 어렵다. 내공이 얕은 상대라면 모를까, 이들처럼 절정에 달한 무인들은 꿇어앉힐 수 없다.
그나마 붉은 불길 속에서는 여러 가지 수법을 쓸 수 있다.
이들은 공격은 일심불광에게 맡긴다.
섬세하게 일어선 신경들이 피할 수 있는 것과 막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조건 피해야만 할 강공을 구분해 준다.
자신은 느낌대로 움직이면 된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이는 매우 불안하다.
일심불광에 전신을 맡겨야 한다.
안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행할 수 없는 것이 일심불광에 전신을 맡기는 것이다.
장님을 관도 한 복판에 세워보라. 그리고 그에게 말하라. 내가 너를 이끌어 줄 테니, 신법을 전개하라. 내가 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결코 다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움직여라. 자! 신법을 전개하라!
신법을 전개하는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치지 않을 것을 안다. 알지만 행할 수 없다. 신법을 전개하기는커녕, 지팡이 없이 한 걸음을 떼어놓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할 게다.
일심불광에 전신을 맡긴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일심불광을 믿는다.
미간에 떠오른 참다운 빛무리를 믿는다.
촤아아!
빛줄기 하나를 끌어내려 검에 운집한다.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서 섬을 펼쳐보였다.
첫 번째는 실패했다. 미시완이 펼친 천왕구도의 비기, 압에 막혀서 내상을 입고 말았다.
두 번째는 성공적이다.
사실 두 번째는 내상을 입지 않았다. 피를 토해내기는 했지만, 격돌 때문이 아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울혈을 진기로 이끌어내서 마저 토해버렸다.
저들에게는 그런 것도 내상으로 비쳤을 게다.
지금 저들은 최대로 안심한다.
상처 입은 들개가, 이빨 빠지고 발톱까지 부러진 들개가 죽기 싫어서 꿈지럭거리는 모습으로 비칠 게다.
하지만 그는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쳤다.
목숨을 잃지 않고 알아보고 싶은 것을 알아봤으면 성공한 것이 아닌가.
그는 두 번의 섬을 쏟아냈지만…… 저들이 보지 못한 게 있다.
‘잘하면 탈출할 수 있겠어.’
그는 검을 들었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불길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마록타는 전각에 기름을 부었다. 불붙은 곳에 물을 뿌리는 척하면서 기름을 쏟아 부었다.
전각은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불을 지르라고 해서 지르긴 했는데…… 이게 도움이 될까? 보아하니 열아홉 명의 사주는 꼼짝도 하지 않는데…… 계속 왕포의 전각만 쳐다보고 있는데……
마록타는 돌아가고픈 욕구를 느꼈다.
야복은 염왕 곁에 머물러야 한다.
염왕이 싸우다가 죽는다면 그의 시신을 염할 책임도 있다. 아니, 무엇보다도 염왕이 어떻게 싸우다가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상세하게 기술하여 후대에 넘겨줄 의무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에잇! 여기서 죽을 놈 같으면…… 그래, 너 염왕 하지 마라. 적암도로 돌아가지 뭐. 언제가 뭔 놈이든 한 놈 나타나겠지. 염왕의 무공은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설마…… 죽을까? 죽지야 않겠지?’
그는 신형을 물렸다.
야뇌슬이 빠져나올지 못 빠져나올지 모르겠지만…… 빠져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이 먼저 빠져주는 편이 좋다. 혹, 염왕이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비축된 체력으로 힘껏 내달려야 한다.
‘불길은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스으읏!
그의 신형이 본 눈 녹듯 사라졌다.
“후웁!”
야뇌슬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최후의 일전? 아니다. 마지막 발악? 더더욱 아니다.
“내가 하지.”
미영추가 칼을 들어올렸다.
야뇌슬을 상대로 해서 일 대 일의 승부를 결행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야뇌슬의 무공은 적암도 무인들의 무공과 많이 다르다. 초식은 같지만 내공 운용방식이 다른 것 같다. 구성에 이르지 못한 신뢰삼검으로 섬을 펼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내공은 일장일단이 있다.
많은 초식을, 많은 비기를 펼칠 수는 있지만 깊이가 없다.
미영추는 이미 야뇌슬의 장단점을 알아보았다. 도주뿐만이 아니다. 전각 안으로 뛰어 들어온 열 명 모두 개략적인 윤곽을 감지했고, 대처 방안도 찾아냈다.
미영추는 칼을 곧추세웠다. 왼손으로는 손바닥으로 감싸 쥐듯이 칼등을 받쳤다.
압!
천왕구도의 비기는 중(重)에 있다. 무거움으로 태산을 만든다. 어떠한 빛도 환상도 스며들지 못하는 방패막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대로 밀어붙인다.
“타앗!”
야뇌슬은 쩌렁 일갈을 내지르며 검광을 쏟아냈다.
번쩍!
섬광이 터졌다.
먼젓번보다 훨씬 밝은 검광…… 마치 동경으로 태양을 비춘 것 같은 검광이 미영추의 양눈을 향해 쏟아졌다.
미영추는 이미 검광을 보지 않았다. 터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력을 도 한 자루에 주입시킨 채 곧장 들이밀었다.
칼이 가기 전에 강기가 간다.
다가오는 섬광을 한 줄기 도기로 쭉 째버린다. 그 순간!
꽈앙!
벼락같은 힘이 미영추의 도강(刀罡)을 뭉개버렸다.
“윽!”
미영추는 비틀거리면서 물러섰다.
아니다. 이게 아니다. 아직은 검과 도가 부딪칠 때가 아니다. 반 호흡…… 반 호흡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건 아니다!
파앗! 슈웃!
야뇌슬은 검과 도가 부딪치는 순간, 힘껏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