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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45화 (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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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45화]

第七章 가슴에 칼을 (7)

“엇!”

“웃!”

두 명의 궁사는 깜짝 놀랐다.

싸움이 너무 싱겁게 끝났다. 아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끝나버렸다.

왕포의 창끝에서 진기가 피어났다.

무엇인지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창끝에 요기가 서린다는 정도의 느낌은 받았다.

십이묘환법이 펼쳐지려고 한다.

이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시작된다.

야뇌슬이 성큼성큼 다가와 검을 든다. 검을 들고 다가오는 게 아니다. 찌를 테면 찔러보라는 듯이 아무 방비도 하지 않고 다가선다. 창끝까지. 그런 후에야 검을 든다.

왕포는 왜 찌르지 않았을까?

왕포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찰나의 순간조차도 잡아챌 능력이 있다. 그런 사람이 완전 무방비 상태로 걸어오는 자를 치지 않고 기다렸다.

걸어오는 자도 그렇고, 치지 않은 자도 그렇고…… 모두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팔방풍우에 일자검법(一字劍法)!

적암도 무인들의 싸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치졸하다. 솔직히 이런 싸움은 삼류무인들도 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창암도 사주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왕포가 방심했다고 보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솜털이 일어설 정도로 긴장했고, 창을 쓸 때는 마지막 한 올의 진기까지 끌어냈다.

그 점만은 분명하다.

분명히 전력을 다했는데도 저런 싸움밖에 하지 못했다.

저런 싸움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십이묘환법이다.

봤어도 알 수 없는 묘법이지만, 그 효과는 분명히 봤다.

스읏! 슥!

두 궁사는 즉시 흑조탄궁술을 펼쳤다.

활에는 시위가 재워져 있었다. 왼발은 언제든 활을 쏠 수 있도록 앞으로 내밀어진 상태다.

시커멓게 변색된 손이 활을 잡는다. 또 다른 흑수(黑手)가 줄을 잡는다.

스으읏! 탁! 쒜에엑!

철시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날았다.

두 궁사는 한 번의 궁사(弓射)로 그치지 않았다. 시위가 활을 떠나자마자 다른 화살을 재웠다.

슥! 스윽! 타탁! 쒜에에엑!

이번 화살은 직사(直射)다. 야뇌슬을 노리고 곧장 쏘아진다.

야뇌슬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퍽! 퍼억! 퍽퍽!

화살 네 대가 야뇌슬의 몸통에 격증되었다.

왕포를 죽일 때와는 너무 다르게 통나무처럼 맥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두 궁사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씩 웃었다.

헌데 그때, 그들이 지켜보는 눈앞에서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스스스스스!

야뇌슬이 누군가에게 끌려가듯 질질 끌려가더니 종래는 그들 눈에서 사라져 버렸다.

“잡앗! 놓치지 마!”

버럭 일갈이 터져 나왔다.

쒝! 쒝쒝쒝!

한꺼번에 서너 명이 비호처럼 몸을 날려서 야뇌슬이 사라진 방향으로 쫓아갔다.

지켜보던 사주들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야뇌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

“엇! 저, 저거!”

모용아는 깜짝 놀라서 숨었던 곳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야뇌슬이 당했다. 화살에 맞아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개구리처럼 쭉 뻗었다.

다행히 마록타가 재빨리 달려들어서 두 발을 잡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계집아, 숨어!”

단황신개가 벼락같이 달려들어서 그녀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그리고 재빨리 숨었다.

쒜엑! 쒜에엑!

그들이 숨자마자 창암도 사주들이 질풍처럼 스쳐지나갔다.

“미쳤어!”

단황신개가 귓속말로 꾸짖었다.

개방장로, 신산여제갈…… 그들 모두 도련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띄기만 하면 당장 잡아서 취조해야 할 최우선의 적이다.

모용아가 그런 점을 모를 리 있는가.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고려해서 행동해 왔는데…… 야뇌슬이 당하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깜빡 본분을 망각했다.

“죽었어요?”

그녀는 단황신개에게 물었다.

자신이 혹여 잘못 봤는지도 모른다. 화살을 맞은 것뿐인데 죽은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글쎄…… 흑조탄궁술인데 죽지 않았겠어?”

단황신개도 자신 없이 말했다.

화살에 맞는 것은 봤다. 하지만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한다.

“꼽추는 어디로 갔어요?”

“흐흐흐! 그 놈…… 뭔가 숨기고 이는 놈인 줄은 짐작했는데…… 아무래도 귀영홀류 같다.”

“귀영홀류요? 그게 뭐죠?”

“있다, 그런 거.”

“은자들의 신법인데 은형신술로는 최고봉이지. 쯧! 꼽추 놈이 그런 신법을 쓸 수 있다니.”

단황신개 대신에 취화선개가 설명해 주었다.

“저놈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뭐 하나 같이 죄다 고수야? 젊은 놈은 그렇다 치고 꼽추 놈까지 저런 신법을 써? 허! 미치겠네. 선개, 우린 헛살았다.”

단황신개가 혀를 찼다.

“가자. 여기 더 있다가는 불벼락 맞겠어.”

취화선개가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창암도 고수들이 대거 나서고 있었다.

야뇌슬은 몸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의 두 발을 잡고 죽은 사람 옮기듯이 질질 끌었던 마록타가 손을 털면서 말했다.

야뇌슬은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살을 꿰뚫은 화살은 없다.

“이건 쓸 만하겠어.”

야뇌슬이 철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호오! 화살을 거두시려고 일부러 화살받이가 되셨어?”

마록타가 비웃듯이 말했다.

“무슨 놈의 시종이 주인을 비웃어?”

“주인도 주인 나름이다!”

“잘 하면 치겠네.”

“쳐줄 수도 있지. 쳐줘?”

마록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간발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꿰뚫리는 것처럼 보인다. 화살이 날아오면 재빨리 채가라고 말을 해놨지만 그래도 불안했던 모양이다.

야뇌슬을 철시 네 대를 허리춤에 꼽고 일어섰다.

“지금 가려고?”

마록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지금 창암도 사주 열아홉 명이 눈에 불을 켠 채 사방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지금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러나 그들이 숨어있는 지붕 위도 안전하지는 않다. 곧 발각될 것이다. 떠나긴 떠나야 한다.

“창암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

“뭣!”

“이번 기회에 창암도 구경이나 하지.”

“미쳤어!”

“마록타…… 요즘 그 미쳤냐는 말, 너무 자주 쓰더라. 자꾸 그러면 너 시종으로 안 부려.”

“제길! 나 아니면 뭐 수발 들어줄 사람이라도 있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야뇌슬은 무영신법을 썼다. 마록타는 귀영홀류를 썼다.

스으읏!

야뇌슬이 움직일 때마다 미미한 바람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 좀 어떻게 못해!”

미록타가 타박을 했다.

“허! 허어!”

야뇌슬은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또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은밀히 이동하는 데는 마록타를 따를 사람이 없다.

화살에 맞은 그를 껴안고 재빨리 숨은 것도 그였기에 가능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똑같이 했다면…… 사주들의 눈길을 피하는 건 어림도 없다.

“어디로 갈 거야? 정해둔 데라도 있어?”

마록타가 창암도 전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방금 왕포가 죽었잖아. 그 전각이 비었어. 왕포가 어느 전각에 머무는지 알아?”

“너 방금 야복을 무시한 거야! 또 한 번 무시하면 용서 안 한다!”

마록타가 눈을 흘기며 신형을 날렸다.

스으읏!

바람소리가 울렸다.

“바람소리!”

“알았어, 알았어!”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바람소리보다 훨씬 크게 울렸다.

심등은 가슴에서 피어나 미간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사물을 환히 밝혀준다.

심등의 가장 큰 장점은 진가(眞假)를 구분해 준다는 점이다.

머리는 의외로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가짜를 진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심등은 거짓과 가짜를 뚜렷하게 구분해 준다.

십이묘환법…… 가짜다.

진기의 파동으로 환상을 자아내는 거짓 무공이다.

술을 마셨을 때처럼, 사이한 환단을 복용했을 때처럼 거짓 환상을 보게 만든다.

심등은 이런 거짓을 구분해 낸다.

십이묘환법 중에 상법은 뛰어난 절학이지만, 심등을 밝히면 본색을 드러낸다.

일점무세는 없다. 무세는 없고, 일점만 보인다.

백이십구신창술의 변화도 한 눈에 읽힌다.

자신이 신창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창이 움직이기도 전에 다음 변화가 예측된다.

심등은 흑조탄궁술도 받아낸다.

저들은 곡사 두 대, 직사 두 대를 쏘았다. 네 대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도착하지만 방향은 각기 다르다. 네 대의 화살을 한 순간에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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