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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24화 (2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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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24화]

第四章 중원(中原)으로 (4)

마록타의 눈썰미는 믿어도 좋았다.

그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 섬에서 한 걸음도 나서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뜻밖에도 항해술이 능숙했다.

그런 점은 야뇌슬도 같다.

빈세백의 장서(藏書)에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온갖 지식들이 박학하게 들어있다.

그 중에 몇 권만 읽어도 밥은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야복.”

“큭!”

마록타는 야복이라는 말에 사래가 들리고 말았다.

진정 너무 깜짝 놀랐다. 모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다 알고 있었나?

“어, 언제 알았…… 냐…… 요?”

마록타의 말투가 어눌해졌다.

모르고 있을 때는 태연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곁에 있는 목적이 그를 수발하기 위해서이니…… 그의 시종이 되기 위함이니……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데 어찌 태연할 수가 있겠나.

“말투가 왜 그래?”

“그, 그게 그러니까 그게……”

야뇌슬이 눈길을 돌려 바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어머니였다면 굉장히 망설였을 거야.”

“……”

“마록타…… 야복의 피를 이어받은 자. 하지만 이 자가 과연 염왕을 시종들 수 있을까? 이런 몸으로? 야복의 절기를 전수한다고 치자. 정말 잘해낼까?”

“꿀꺽!”

마록타는 마른 침을 삼켰다.

문득, 야뇌슬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복의 임무, 만일의 순간에 염왕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까지.

“어머니가 참 강단 있지?”

“그, 그렇지.”

마록타는 힘들게 대꾸했다.

“사람들은 어머니처럼 순한 사람이 또 있냐고 하지만 사실은 어머니처럼 강한 분도 없었어.”

“그렇지.”

“솔직히 난 좀 놀랐어. 마록타는 흠잡을 데가 없어. 완전한 야복이야. 아주 어렸을 때…… 몇 살 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정말 어렸을 때 마록타를 본 적이 있어. 그때는 아이들 돌팔매에 쫓겨서 허겁지겁 도망갔었지.”

“……”

마록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평생토록 놀림감이었다. 어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그만 보면 놀려대고, 돌팔매질하고, 썩은 음식을 주면서 좋아했다. 몇몇 양식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다.

“그런 마록타를 완전한 야복으로 탈바꿈시키셨으니…… 그분 편히 눈감으셨을 거야. 야복이 날 구해줄 것이라고 믿으셨으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

마록타는 말을 잃었다.

야뇌슬은 부모님에게 하직인사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무슨 말을 하랴. 자신이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은 그의 하직인사에 방해만 될 뿐이다.

스윽! 스으윽!

야뇌슬이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멀리 육지가 보인다.

적암도처럼 산 하나가 우뚝 솟은 듯한 형상이 아니다. 검고 시퍼런 땅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다. 끝 간 데 없이, 눈길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서있다.

육지다! 중원이다!

“아!”

육지를 처음 본 마록타가 탄성을 토해냈다.

“드디어…… 크크크! 드디어 중원이다. 크크크크! 중원에 왔어! 나! 마록타! 중원에 왔다!”

마록타가 노를 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의 고함소리가 바다 멀리 퍼져나갔다.

아직은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하늘을 휘젓고 다니는 갈매기나 알아줄까?

“마록타.”

야뇌슬이 노를 저으면서 말했다.

“저곳에 도착하면 난 변할 거야. 아주 무섭게.”

순간, 마록타는 흠칫했다.

야뇌슬의 말 속에서 피가 느껴진다. 잔인한 살기가 감지된다. 피를 흘리면서 죽어나가는 영혼이 보인다.

마록타는 육지만 쳐다봤다. 몸을 돌려서 야뇌슬을 볼 자신이 없었다.

“만약 내가 염왕의 길에서 벗어난다면……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래도 잠시만 네 결단을 미뤄줘. 부도주를 죽일 때까지만. 그 후에는…… 미련 없이 죽어줄게.”

“왜 그런 소리를……”

“넌 날 죽이는 방법을 알잖아.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것이고.”

‘알고 있어! 야복의 임무를!’

마록타는 털썩 주저앉았다.

배가 쓱쓱 나아간다. 시커먼 물체가 두 눈에 똑똑히 들어온다. 산이 보이고, 평야도 보인다. 적암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우람차다.

‘난 야복이야!’

마록타가 말했다.

“일심불광. 일심불광을 지켜라. 그러면 아무런 일도 없잖아.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일심불광이나 지켜, 임마!”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터놓고 말한다. 일심불광을 지키라고 충고도 한다. 그래, 일심불광만 지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킨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야. 그런데 노 안 저을 거야?”

“젓는다. 저어!”

마록타가 소리를 지르며 돌아앉았다.

두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 바다에 떠 있었다.

적암도 사람들이 먼저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 않겠나.

그러나 육지에 배를 댄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중원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배를 댄 해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계를 서는 무인도, 적암도 주민들의 번뜩이는 눈초리도 없었다.

적암도 주민!

그들은 바다에 뿌려진 모래 한 줌 같은 존재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중원은 넓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바다에 있었네.”

마록타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야뇌슬도 해변에 털썩 주저앉아서 숨을 골랐다. 심등을 밝히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토악질이 치민다.

너무 진한 땅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치민다. 땅과 하늘이 위치를 뒤바꾸는 것 같다. 눈도 빠져나갈 듯이 아프다.

섬사람들은 이것을 육지냄새라고 부른다.

바다사람들, 섬에서만 산 사람들은 술에 취하듯이 육지 냄새에 취한다.

진한 땅 냄새가 육체를 자극한다.

“크크크! 정말 육지냄새라는 게 있었네.”

“말하지 말고 숨이나 골라.”

육지 사람들이 바다에 나오면 배 멀미를 하듯이 바다사람이 육지에 들어서면 육지 멀미를 한다.

두 사람은 육지 멀미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무공이 하늘을 찌른다 한들, 육지의 강한 냄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몸은 괴로움을 당하고 있어도 마음은 들뜬다.

여기가 육지다. 육지에 왔다. 중원에 들어섰다.

이 순간만큼은 부도주를 죽여야 한다거나 노모보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까지 망각했다.

그만큼 육지 냄새는 좋았다.

“후우! 후우! 난 좀 괜찮아졌는데……”

마록타가 근 반 시진이나 운기를 한 다음에 말했다.

야뇌슬은 벌써 안정을 찾은 듯하다. 혈색도 제 색깔로 돌아왔고, 눈동자도 흔들림이 없다.

두 사람은 팔베개를 하고 땅에 누웠다.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적암도에서 보는 별이나 육지에서 보는 별이나 별은 다 똑같다. 그러나 느낌은 다르다. 적암도에서 본 별이 외롭다면, 육지에서 본 별들은 모험을 내포한다.

무엇인가 무척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크크! 좋네. 육지라니…… 염왕, 부도주부터 찾아야지?”

마록타는 아예 내놓고 야뇌슬을 염왕이라고 불렀다.

“아니.”

“아니? 아니라고? 그럼 뭐부터 할 건데? 더 급한 게 있었나?”

“있지. 급한 거. 배고파 죽겠다. 무슨 야복이란 자가 밥도 안 챙기냐? 부도주고 뭐고 밥부터 먹자.”

“아! 밥!”

마록타가 벌떡 일어섰다.

시종이 되어가지고 식사준비를 잊고 있었다니.

그는 부랴부랴 바짝 말린 미역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미역에 해삼을 싸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제길! 중원에 들어서기만 하면 산해진미에 파묻힐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꼬박 굶었네. 배에서 생선 뜯어먹은 게 고작이었어. 크크크!”

야복이 부지런히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두 사람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밝혔다.

동녘에 해가 떠오른다. 붉은 불덩이가 바다 속에서 불끈 솟아오른다.

해돋이라면 적암도가 제일이다.

누이가 묻혀있는 언덕에서 보는 해돋이는 정말 일품이다.

“아침부터 먹고…… 그런 다음 부도주를 찾고?”

마록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니.”

야뇌슬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록타도 되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두두두두두……!

폭풍이 지붕을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발로 딛고 선 땅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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