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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7화 (1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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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7화]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4)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뇌슬은 무형검으로 섬력쇄심을 펼쳤다.

꾸르르르릉!

그의 내부에서 진기가 들끓었다.

신뢰신공이 전신 경맥을 빠르게 질주한다. 그야말로 찰나 만에 일어나 손끝에 운집된다.

이것이 신뢰신공이다. 무척 빠르고 강하다. 이 상태에서 무형검을 펼쳐내면 마치 섬광이 터진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그는 야뇌슬이 그랬듯 무형검을 쏘아냈다.

콰앙! 꽈르릉!

벽이 둔탁하게 진동했다. 돌 부스러기도 우스스 쏟아졌다.

그는 또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야뇌슬의 수준에 맞춰서 육성의 진기만 내뻗었다. 그런데 석벽이 파괴되었다. 돌 부스러기 튀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의 무형검이 정교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다. 전력을 다하면 더 큰 파괴력이 일어난다. 신뢰신공은 정교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빠르고 강함만 요구한다.

다시 말하면, 야뇌슬은 섬력쇄심을 펼쳤으되 신뢰신공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파괴력을 지양하고 섬세함을 택했다. 정밀함, 고요함이 엿보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야뇌슬의 행동은 신뢰삼검을 망가트린다. 그런 식으로는 오제의 무공을 절정으로 펼칠 수 없다.

그가 바보인가? 아니다. 그는 천재에 가깝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할 놈이 아니다. 되는 것이기에 한 것이다.

염왕의 무공이 이런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약하다. 오제를 능가할 정도로 파괴력이 엿보여야 하는데, 마냥 부드럽기만 하다.

정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쿠루루루룽!

진기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쏟아져 나오는 진기를 모두 모았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거칠게 뿌리쳤다.

꽈아앙! 꽈아아앙! 우르르르릉!

전면의 벽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그 여파는 천정까지 뒤흔든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밀실 전체를 흔들어댄다.

그는 미련 없이 뒤돌아 나왔다.

꾸르르릉!

그의 뒤에서 밀실이 무너져 내렸다.

***

야뇌슬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록타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노모보는 더 이상의 수색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야뇌슬이 죽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니 살아있을 수도 있다. 죽은 놈이라면 나타날 수 없을 것이고, 살아있다고 해도 나타날 리 없다.

놈은 꼭꼭 숨는다.

자신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길 때까지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그때까지 이 섬에서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우염비!”

“넷!”

“남아라.”

“……”

언제나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던 우염비가 이번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노모보가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일 년만 기다려라. 신뢰삼검이나 극성으로 끌어올려봐.”

“알겠습니다.”

그제야 우염비가 포권지례를 취했다.

노모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 기회에 자격지심도 떨쳐버리고. 널 내 곁에 둔 것은 능력이 있어서야. 오성 외에 다른 성씨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주자? 그런 건 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아.”

“알고 있습니다.”

“난 널 신임한다.”

“감사합니다.”

다른 여섯 명은 묵묵히 떠날 채비를 꾸렸다.

바다 속에 침몰된 배를 끄집어내어 수선했다. 먼 길을 가야 할 배이기 때문에 꼼꼼히 만졌다. 떠나는 마음은 절대고수들인 그들마저도 들뜨게 만들었지만, 남는 자가 있기에 솟구치는 기쁨을 억눌러야만 했다.

야리몌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는 망망대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는 무덤 위에 털썩 주저앉아서 점 하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그가 남겨진 것은 성씨 때문이다.

노모보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성을 가진 자만이 진정한 무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제의 피를 물려받은 자만이 그들의 무학을 접해야 한다는 아주 극단적인 생각을 가졌다.

그런 생각을 무공으로 짓눌러야 한다.

오성을 이어받은 자들이 탐날 정도로 자질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 중에도 무재가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그의 곁에 남을 수 있다.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노모보와 같이 떠난 여섯 명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 것이다.

자신 스스로 해내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낙오자!

노모보의 사자들이라고 불리는 일곱 명 중에서 노모보가 가장 먼저 버릴 사람이 자신이었다.

‘두 번 다시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터……’

그는 풀잎을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한때는 적암도 제일의 무인이 되고자 이를 악문 적이 있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민했기 때문에 또래의 무인들이 눈 아래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뒤로 쳐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앞을 바라보니 몇 사람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또 세월이 흘러서 그중 몇몇을 뒤로 제쳤다. 몇몇과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영원히 젖힐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천재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공을 수련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다.

몇 번 그와 겨뤘다.

한 번씩 나가떨어질 때마다 극심한 좌절감을 맛봤다.

세월이 흐르면 간격이 좁혀져야 하는데, 그와는 점점 벌어지기만 했다.

노모보!

그와 적이 되면 불행해진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노모보는 적이 아닌 지인이 되었다. 주공이 되었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면 받들어 모시면 된다.

만인지상의 자리도 좋지만 그 앞에 일인지하라는 말을 덧붙여도 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사실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서 그늘을 제공받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다.

지금처럼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이것도 괜찮겠지. 좋아. 일 년이라…… 일 년 동안 간격이나 접혀볼까? 일 년 늦게 중원에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그는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

“모두 떠났다. 네 말대로 우염비만 남았어.”

마록타가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에서 나왔다.

마록타는 이빨이 성치 않다. 윗니, 아랫니 모두 빠져나가고 어금니만 몇 개 남아있다.

어머니가 마록타와 만났을 때, 이런 상태였다.

그 후로 야복의 길을 걸으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진기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선천적인 괴질을 앓고 있지만, 예전처럼 하루가 다르게 몸이 늘어지는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히히! 그래서 오랜 만에 육고기 좀 먹으려고 이놈을 잡아왔다.”

마록타가 토끼를 들어보였다.

적암도에는 토끼가 없다. 토끼가 먹고 살만한 풀도 없다. 몇 마리 정도는 살 수 있겠지만…… 야생에 풀어놓으면 멸종되고 말리라.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 집에서 기른 집토끼다.

적암도 사람들이 떠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한두 마리가 빠져나가 목숨을 부지한 모양이다.

야뇌슬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 돼. 이곳에서 고기를 태우면 그 냄새가 십 리는 번져. 우염비를 속인다는 건 불가능해. 갖다 버려. 쯧! 괜한 생명 하나 끊었군.”

“한 놈 뿐인데…… 어떻게 안 되겠냐? 넌 적암도 제일의 기재였다며?”

야뇌슬은 화살이 박혔던 상처를 살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당장 좋아질 리 없다. 지금도 팔엽묘안초가 아니면 고통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피가 흘러나오지 않고, 살이 여무는 것 같다.

“농은 잡히지 않겠군.”

이제 치료가 끝났다는 투로 말했다.

“그놈 참…… 네 놈 웃으라고 농담 좀 해봤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래, 그렇게 살아라.”

마록타가 물에 빠져 죽은 토끼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라고 지금 고기를 구워먹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그라고 옆구리에 구멍이 두 개씩이나 뚫린 사람이 강적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야뇌슬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힘 좀 빼주려고 해본 행동들이다.

야뇌슬도 그런 마음을 안다. 알면서도 부응하지 않는다. 딱딱하고 경직된 표정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마록타가 염려하는 것은 악귀(惡鬼)다.

야뇌슬의 얼굴에, 표정에, 행동에…… 저런 모습에 피 칠만 하면 딱 악귀가 된다. 손에 피 묻은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몸서리 쳐지는 살인귀가 된다.

부모가 죽고, 도민들이 죽었으니 그런 일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심성에 선기(善氣)가 깃들기를 바라는데…… 너무 큰 바람인가?

야뇌슬이 상처를 치료하면서 말했다.

“노모보는 거칠어 보이지만 신중한 자야.”

“나도 안다, 임마!”

“우염비만 남겨둘 리 없어.”

“뭐, 뭣! 그럼 또 누가 남았다는 거야?”

사람을 읽는다. 사람만 읽으면 모든 행동이 예측된다. 병법은 그런 후에나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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