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도검무안 10화]
第二章 모두 떠나버린 섬 (3)
스으으으……!
청음공(淸音功)으로 두 귀를 활짝 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움직임까지 들을 수 있다. 아니,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물에 서서 청음공을 펼치면 실제로 헤엄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 물고기 한두 마리 검으로 찔러 잡는 것은 눈감고도 한다.
두 눈에도 진기가 흐른다.
파르르르르……!
시력이 두 배, 세 배…… 거의 열 배까지 밝아진다.
적암도에 서있어도 무인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진다.
명안공(明眼功)이다.
이 청음공과 명안공은 부동명심공과 더불어서 일심탈백 장설리의 삼대 기본공이라고 불린다.
기본공…… 다시 말해서 적암도 무인이라면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게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눈으로 살폈다.
섬 전체를 일곱 조각으로 나눠서 한 조각씩 맡았다.
맡은 구역을 모두 점검한 후에는 한 칸씩 밀려서 다른 구역을 점검했다.
이런 일은 지난 한 달 동안 수십 번도 더 했다.
하루에 몇 번씩 오직 한 사람만 찾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훑었다.
이상한 점은 그렇게 뒤졌는데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뇌슬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에 와서는 놈이 죽었다고 확신한다. 이상한 점은 마록타를 찾지 못했다는 거다. 야뇌슬이야 죽었으니 찾지 못하다 해도 살아있는 게 확실한 마록타는 왜 찾지 못했을까?
결론은 하나다. 그들의 수색에 허점이 있었다.
분명히 살아있고, 섬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청음공과 명안공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그들은 장난삼아 내기를 했지만 수색을 할 때도 장난을 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들은 더 없이 신중하게 곳곳을 살폈다.
일 구역, 이 구역, 삼 구역, 사 구역…… 칠 구역.
자신이 담당한 구역을 샅샅이 뒤지고,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한 구역을 일곱 명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낱낱이 뒤졌다.
섬 전체를 일곱 번이나 뒤진 것과 같다. 모두 다른 시점으로 관찰했다는 점에서 보면 더 없이 완벽한 수색이다.
그렇게 일곱 구역을 모두 점검했을 때는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난 못 봤어.”
“나도 못 봤는데.”
그들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마록타가 중원으로 떠나는 배에 밀항이라도 한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절대 그럴 리 없다.
이것은 비밀 중에 비밀인데…… 그날, 중원 침공을 반대하던 자들이 참살되던 날…… 일련의 사람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임무는 살인이다. 정신박약(精神薄弱)이나,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자들은 조용히 처리했다.
그들은 중원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마록타도 섬에 있었다면 그들 손에 처리되었을 게다.
하지만 그는 섬에 있지 않았다. 죽은 자들 중에서 마록타는 없었다. 워낙 기괴하게 생긴 놈이라 턱 보기만 해도 아는데, 그와 비슷한 놈도 없었다.
처리될 사람들이 모두 처리된 후에야 배가 떴다.
승선하는 중에도 감시는 지속되었다. 몇 명이,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배에 올라탔는지 소상하게 파악한 후에야 출항했다.
마록타가 밀항할 공간은 없었다.
그쪽은 믿어도 된다. 그쪽에 있는 이백여 명이 모두 청음공과 명안공을 시전할 수 있다. 이백 명이 한 목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놈은 섬에 있다. 섬에 있는데 못 찾는 게다.
“안 찾은 곳이 어디지?”
없다. 샅샅이 뒤졌다. 풀 숲, 잿더미까지 모두 뒤졌다.
“안 찾은 곳이 있지.”
장타홀(張馱惚)이 등에 맨 활을 끌러내며 말했다.
“어디?”
“여기!”
쒜엑!
화살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바다로.
적암도에는 아무도 없다. 확신한다. 무인도에도 없다. 더 확신한다. 그렇다면 바다다!
노모보가 말했다.
“오늘은 푹 쉬어라. 내일부터 적멸(寂滅)에 들어간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노모보의 사자들…… 그게 너희들은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 너희들이 꼽추 하나 잡지 못했다면…… 후후!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하늘은 못 속인다. 너희 양심은 못 속인다.”
“제길!”
“이놈 꼭 죽여야겠는걸. 후후!”
미루극은 팔베개를 하고 벌렁 드러누웠다.
반나절 동안이나 눈과 귀를 혹사시켰더니 머리가 다 아파온다. 그런데 이건 시작이다. 적멸로 들어서면, 그땐 정말 죽음이다.
“제길!”
왕린이 장창을 품에 안으며 중얼거렸다.
노모보와 일곱 명은 팔방(八方)을 점하고 앉았다. 서로가 등지고 바깥을 보면서 앉았다.
스으읏!
눈을 감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적멸이다.
죽음과 같은 고요 속에서 세상의 움직임을 두루 살핀다.
눈과 귀로 살피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감고 있으니 쳐다볼 수도 없다. 마음의 눈, 심안(心眼)으로 본다. 적요(寂寥)를 깨는 모든 것을 살핀다.
일 장, 이 장, 삼 장……
살피는 범위도 점점 넓혀 나간다.
진기 손실이 극심하지만 효과는 아주 탁월하다. 지상에 살아있는 생물체는 모두 포착할 수 있다.
적멸은 오제의 무공이 아니다.
선조들이 섬에 잠입한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창안한 비루한 수법이다. 호들갑스럽게 이리저리 뛰면서 찾지 않고, 품위 있게 앉아서 찾을 생각으로 만든 추적심공이다.
모양새는 좋다.
효과도 탁월하다. 적멸을 써서 찾지 못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기소모가 너무 극심하다. 너무 힘들다.
스으으으으……
적멸의 범위가 사십 장을 넘어섰다.
***
사람들은 염왕오제가 사라진 것만 기억하다. 무림사에도 그 외에는 어떠한 말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염왕과 오제는 이곳에서 살려고 찾아왔다.
평생을 적암도에서 보낼 생각으로 중원에 있는 모든 가산을 정리하고 들어왔다.
그들은 혼자 오지 않았다.
부인과 남편이 같이 왔다. 혈우마검의 경우에는 장성한 아들까지 있었다.
그들이 왜 절해고도에 정착했을까?
목적은 단 하나, 오제의 무공을 꺾을 수 있는 궁극의 무공을 찾고 싶었다.
무공으로 이미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왜 이뤄질 수 없는 무공을 찾으려고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현재 적암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알지 못한다.
염왕과 오제도 자신들의 바람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듯하다.
그들은 서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평생을 고심해도 이루지 못할 소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착하여 살면서 차분히 연구한다.
결국 그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다.
그들의 유훈(遺訓)에 의거, 오제의 무공을 지닌 사람은 적암도를 떠나지 못했다.
그때, 염왕과 오제가 적암도를 찾아올 때, 일시탈백 장설리의 남편도 섬에 들어왔다.
그가 바로 중원 제일의 신산자(神算子)라고 불리던 빈세백(賓細佰)이다.
야씨와 함께 오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성씨다.
섬에 들어온 빈세백은 죽은 듯이 지냈다. 아니, 놀고먹는 배짱이가 되어서 편히 지냈다. 섬이라는 특정 여건상 그의 신산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그는 가장 무료하게 살다 간 사람이다.
아니다. 그는 무려 이백여 권에 달하는 경전을 남겼다.
야뇌슬은 빈세백이 직접 쓴 친필 경전들을 하나하나 세밀히 살폈다.
어머니의 기관진학이 이곳에서 나왔다.
온갖 병법(兵法), 진법(陣法), 신산귀계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다른 서적들도 있다.
이십사 무동의 무공들을 글자 한 자 빠트리지 않고 적어놓은 무서(武書)가 있다. 그가 탐독하던 여여양생술을 비롯해서 선기가 스며있다 싶은 서적들은 모두 이곳에 있다.
그가 적어놓고, 옮겨놓은 것들이다.
십이좌실이 불타서 없어질 것은 예상했던 건 아니다.
여여양생술과 오제의 무공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무공들을 더욱 깊이 비교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그 일을 한 것이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그런 일을 하지 않고 무동에만 파묻혀 있었다면 이 진귀한 보물들이 모두 사라질 뻔 하지 않았나.
그는 좌탁(座卓)에 앉았다.
적사도회에 가기 전에 보고 있었던 무서가 예전 그대로 놓여 있다.
이곳만은 세월이 비켜갔다.
한 달 전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를 반긴다.
‘이십사 무동의 무공을 알아야 한다. 저들이 알고 있는 걸 모두 알아야 하고, 저들이 모르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 저들을 뛰어넘지 않으면 복수는 불가능하다.’
야뇌슬의 눈에서 붉은 광망이 번뜩였다.
지금도 해변에 누워있던 자들이 생각난다.
그들을 암습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실패했을까? 그래도 공격했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