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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6화 (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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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6화]

第一章 기어이 네가 (6)

오제의 무공은 몸에 붙어있다.

아직도 오제의 무공을 숙달시키지 못한 바보 멍청이는 잔심부름만 하면 된다. 그런 자가 검을 들고 싸울 것인가, 지혜를 짜낼 것인가. 싸움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지 않은가.

그들은 적암도를 철저히 무너트렸다.

이것이 적암도 주민들의 이주 준비다.

노모보에게는 일곱 명의 수하가 있다.

노모보를 충심으로 받들어 모시는 자들, 죽음으로 충성을 맹세한 자들.

그들은 어려서부터 노모보와 단짝을 이뤄왔다.

소꿉장난을 하던 시절부터 주군과 수하의 관계로 맺어져서 근 이십여 년을 함께 생활했다.

이제는 노모보의 눈빛만 보고도 뜻을 짐작하고 행동에 옮길 정도로 서로를 안다.

그들은 적암도의 핏줄이다.

적암도 사람치고 강자 아닌 사람이 없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근골이 워낙 훌륭해서 무공에 관한한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천재 아닌 사람들이 없다.

물론 열성 핏줄을 타고난 사람들도 많아서 절반 이상이 이십사 무동조차 출동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논외로 하고.

칠성군은 강자들만의 세계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그들은 부도주를 사부로 모셨다. 사부로부터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수련을 받았다.

- 평생 수련하라. 수련하다 죽어라.

부도주를 사부로 모신 대가는 혹독했다.

죽음의 경계를 한두 번쯤 건너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에 이르러서는 ‘노모보의 사자(死者)’로 불리게 되었다. 그들이 죽이기로 작심하면 죽이지 못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노모보의 눈 밖에 나면 ‘노모보의 사자’를 만난다는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노모보의 수족이다.

적암도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수도 있지만, 노모보의 그늘이 되기를 자처했다.

작은 적암도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세상을 거머쥔 날, 중원을 한 손에 움켜쥔 날…… 그때 성(省) 하나 정도를 뚝 떼어 받으리라.

따귀를 맞고 물러나온 노모보가 말했다.

“놈의 시체를 찾는다.”

“햐! 그거 정말 답답하네.”

등에 활을 맨 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들은 이번 적사도회에 출전했다. 무인도에서 널빤지를 들고 있던 열일곱 명 중에 일곱 명이 그들이다.

그들은 적으로 분류된 네 명을 척살하는데 앞장섰다.

그 네 명은 독에 중독된 상태인지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균형을 잡고 널빤지 위에 서있기도 힘들었다. 가만히 놔둬도 급류에 휘말렸을 게다.

그 네 명 중에 두 명이 화살을 맞고 죽었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하고 있는 자에게 생명을 잃었다.

“주공, 보름은 걸리겠는데요?”

허리에 두툼하게 화륜(火輪) 한 무더기를 걸고 있는 자가 손가락을 꼽아보면서 말했다.

철렁거리며 매달려 있는 화륜이 적어도 십여 개는 되어 보였다.

그가 적 네 명 중에 한 명을 죽였다.

적은 현현화륜 노광도가 남긴 현현비격술(玄玄飛擊術)에 오체분시(五體分屍)가 되어 적사해를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그 놈의 시신을 찾으러 다시 적사해에 가야 한다.

적사해의 급류에 휘말린 자는 이리 떠돌고 저리 떠돌다가 유속(流速)이 완만해진 곳에서 둥실 떠오른다.

그곳은 적암도와 무인도에서 삼각 축을 형성한 곳으로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시신을 바다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삼백 년 동안 이런 식으로 해서 시신을 찾은 경우는 딱 두 번 밖에 없다.

그래도 이게 유일한 방법인 걸 어쩌겠나.

노모보는 검을 찬 두 명과 창을 든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무인도에 가있어. 놈이 기어 나오면 가차없이 베고.”

“야뇌슬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런 가정 하에서 움직인다.”

“아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저라도 주공의 전광천심에 당하면 살아날 방법이 없는데, 놈이 불사신도 아니고. 더군다나 놈은 명치에 일격을.”

“가라.”

“알겠습니다.”

노모보의 말에 토를 달던 무인도 결정적인 한 마디에는 두 손 모아 읍했다.

쉭! 쉭! 쉬익!

그들 세 명이 비쾌한 신법을 펼쳐 멀어져갔다.

“너희 넷은 섬을 감시한다. 동원할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능력껏 끌어 모아서 포진시켜.”

나머지 네 명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는 같이 안 갑니까?”

허리에 도를 찬 무인이 물었다.

“같은 배에 타고 싶으면 놈을 찾아라.”

“아이쿠! 틀렸네. 내일 떠난다고 들었는데, 내일까지 무슨 수로 그놈을 찾아.”

“죽은 놈이면 못 찾는다. 하지만…… 산 놈이라면 찾는다. 만약 숨통이 붙어 있다면 저 바다 속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기를 쓰고 기어 올라올 게다.”

“그렇군요.”

네 사내의 눈빛이 번뜩였다.

붉은 흙이 덮여있는 봉분.

노모보는 봉분에 등을 기대고 누워서 술을 들이켰다.

봉분은 바다가 잘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세워졌다. 평소 그녀가 자주 찾던 장소, 바다가 너무 좋다면서 두 팔을 쫙 벌리고 바람을 맞던 곳, 바로 그곳에 그녀의 봉분이 세워졌다.

그래도 그녀는 행복한 편이다.

도주와 송연부인은 목이 잘린 채 효수(梟首)되었다.

섬주민 모두 도주의 죽음을 알고 있고, 도주에게 연민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더욱 더 효수를 강행했다.

옛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왔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반란의 성공을 알리는, 새로운 주인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의례절차다.

야리몌는 효수할 필요가 없어서 버려진 것을 일곱 놈이 수습해서 묻어주었다.

‘한 칼에 갔다고……’

꿀꺽! 꿀꺽!

독한 술을 물마시듯 들이켰다.

야리몌의 무공은 강한 편이다. 웬만한 사내들은 옷깃도 만져보지 못할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녔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도주의 여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네 명을 붙였다. 네 명 정도는 합공을 취해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한 두 명 정도는 죽을 것이고, 한 명 쯤은 중경상을 입을 것이고, 다른 한 명이 숨을 끊을 게다.

그런데 일검에 갔단다.

저항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짐작하고 얌전히 검을 맞이했다.

그 뜻은 뭔가. 자신에 대한 미련도 깨끗이 접었다는 뜻이다. 뱃속에 아이까지 가진 여자가 아이 아빠에 대한 미련을 접고 죽음을 택했다.

그토록 헌신적인 여자가 모든 걸 내려놓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마음이 왜 이럴까?

이것들이 모두 죽으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찰싹 달라붙는 계집이 거머리처럼 징그러웠는데.

꿀꺽! 꿀꺽!

그는 술을 들이켰다.

미와빙은 그를 지켜봤다.

다가가서 말을 걸지는 않았다. 다른 계집 무덤 앞에서 청승맞게 술을 마시는 사내와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늘만 봐줘. 두 번 다시…… 다시는 안 돼. 명심해!’

***

- 심등(心燈)을 밝혀라.

무영산전일잔등(無影山前一盞燈)이면, 조철대지방광명(照徹大地放光明)이라.

조그만 등불이 온 세상을 밝힐 수 있다.

심공(心功)이 아니다. 불시선갈(佛詩仙喝)이다.

그러나 무인에게 이 말이 어찌 불시선갈에만 그칠 것인가.

심등은 가슴에서 피어난다.

마음으로 등잔불을 켜고, 불빛이 비추는 곳을 따라가야 한다.

심등은 꺼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라도 단 한 번만 심등을 밝혀보면 자신 속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밝은 빛에 집중하면 육신은 사라진다.

육신이 사라지니 느낌도 없다. 마음을 둘러싼 겉껍데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 다음에는 마음도 사라진다.

태양처럼 밝고 새하얀 불빛밖에 남지 않는다. 가슴에서 피어난 불빛이 온 몸을 휘감고 있다는 것은 의식되는데, 그 밖의 것은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등을 지켜본다. 편안한 마음으로 쳐다본다.

“푸우!”

야뇌슬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깨어났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그는 눈을 뜨려다가 곧 다시 감고 말았다. 강렬한 햇살이 눈동자를 태워버릴 듯이 달려드는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여기에……’

그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화살이 쏘아진다. 파육음이 들리고, 머리가 꿰뚫린 사람이 바닷물 속에 풍덩 빠진다. 그리고 그때 하늘에서 시커먼 흑점 하나가 나타났다. 그도 익히 알고 있는 검식, 전광천심이다.

마치 꿈결처럼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졌다.

꿈이었으면 좋을 일들……

‘매형!’

노모보의 얼굴이 크게 부각되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복부를 뚫고 들어오는 쇳조각!

“음!”

아무래도 꿈은 아닌 것 같다. 꿈이 이토록 생생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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