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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2화 (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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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2화]

第一章 기어이 네가 (2)

몇몇 사람은 인상을 썼고, 몇몇 사람은 침울했으며, 몇몇 사람은 안광을 빛냈다.

이것은 분명히 야뇌슬의 약점이다.

지금 도주는 너무 약하다. 현명함이 문(文)에 치우쳐 있다. 무공을 수련하는 시간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다. 무력을 앞세운 지도보다 타협의 지도를 펼친다.

부도주가 형제의 의(義)로 보좌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다른 시기 같았으면 틀림없이 모반이 일어났을 게다.

도주가 부도주보다 약할 때, 반란은 일어난다.

야뇌슬이 학문을 좋아하는 것도 도주의 온화한 기풍을 이어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주가 적암도 제일미녀를 마다하고 지금의 부인을 반려자로 선택했을 때도 말이 많았다.

송연부인(松蓮婦人)은 적암도를 이끌어가기에는 성격이 너무 유약하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보필하는 것은 좋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송연부인은 많은 일을 했다.

일개 서고에 불과하던 것을 세밀하게 분류하여 적송림 십이좌실로 만든 것도 그녀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면 어떤 고민이 있는지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도주 일가는 온화하다. 평화롭다.

그런 사람이 지도하는 적암도는 평화롭다.

야뇌슬이 가풍을 물려받은 건 당연하다.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하고, 무예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핏줄이 그런 걸 어찌하겠나.

다만 무공에 대한 자질이 너무 뛰어나기에 조금 더 무공에 치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그 두 사람, 적암도 주민들의 모든 관심사를 끌어당기는 두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격돌한다.

노모보가 낫다, 야뇌슬이 낫다. 그동안 말들은 무성했지만, 오늘 처음으로 진실이 가려진다.

물론 오늘의 시합이 공정하지는 않다.

일단 노모보는 이구 십팔 세에 처녀 출전하여 칠 년 연속 우승을 했다. 칠 년 간의 경험이 쌓여있다. 해적들을 소탕하면서 실전 경험도 많이 쌓았다.

무공에 관한한 이십사 무동도 통과하지 못한 야뇌슬이 상대가 될 리 없다.

시합을 보는 주요 관점은 두 가지다.

노모보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야뇌슬을 물속에 처박느냐 하는 점이다. 어떤 공격을 가할 것인지…… 폭풍처럼 몰아쳐서 단숨에 처박을 것인지, 아니면 고양이가 쥐새끼를 가지고 놀듯이 천천히 즐기다가 빠트릴 것인지.

또 한 가지 관점은, 야뇌슬이 노모보의 공격을 어떤 식으로 피하느냐 하는 점이다.

야뇌슬도 자신이 주요 목표임을 알고 있다.

폭풍 같은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그동안 무성했던 소문을 단숨에 잠재울 생각으로 초반 승부를 결행할 지도 모른다.

도주와 부도주는 형제의 의로써 서로를 지켜주고 있지만, 두 사람은 도주라는 자리를 향해서 경쟁해야 할 처지다. 어느 순간까지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수하임을 자처하기 전까지는 경쟁자의 입장이다.

노모보로써는 그런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야뇌슬도 그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그가 과연 방어에 치중할까? 아니면 기발한 역공을 구상했을까?

방어든 역공이든 폭풍 같은 공격을 절묘하게 피해낸다는 점에서 좋은 볼거리가 된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이번 시합에서 야뇌슬이 우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적암도 역사상 처녀출전에 우승한 사람은 노모보밖에 없다.

보통은 십 년 이상 출전해서 경험을 풍부히 쌓은 후에야 간신히 우승을 하곤 했다.

노모보가 나설 때도 그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없었다. 그가 우승했을 때, 모두들 입을 쩍 벌리고 놀라워했다.

비무(比武)라면 놀라워하지 않는다. 그는 그럴 수 있는 기재였으니까. 하지만 해협횡단(海峽橫斷)이다. 무공도 강해야 하지만 바다의 특성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노모보가 언제 그렇게 바다를 잘 익혔단 말인가!

적암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

- 무공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지만, 적사기(赤死旗)의 주인은 하늘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바다의 허락을 받아야만 물에 빠지지 않고 적사해를 건널 수 있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오늘, 적사해를 제일 먼저 건너서 적사기를 움켜쥘 주인공은 누구일까? 노모보일까, 야뇌슬일까. 아니면 모든 예상을 깨고 제 삼의 인물이 툭 튀어나올까.

한 사내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자. 이제 그만 정리해 보자고. 뇌슬이! 야뇌슬이 응원하는 사람, 손!”

해변가에 있던 사내들 중 약 이 할 가량이 손을 들었다.

“모보 응원하는 사람!”

나머지 팔 할 가량이 손을 들었다.

“하하하! 이거 어찌 승부가 갈린 것 같은데.”

“그런 소리 마라! 뇌슬이는 해낼 거야!”

사람들 틈에서 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하하! 그래, 그래. 두고 보자고. 자…… 어이! 가운데 좀 비워줘. 뇌슬이 응원하는 사람이 워낙 적어서 목소리도 안 들릴 것 같으니까 가운데를 비워주자고. 하하하!”

“하하하!”

사람들이 웃으며 한 가운데, 명당자리를 내줬다.

야뇌슬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사양하지 않고 한 가운데로 모였다.

그들은 야뇌슬을 응원한다. 하지만 그들 마음속에도 이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있다. 다만 그래도 야뇌슬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술들 들어. 술들. 하하하! 오늘 같은 날은 흠뻑 취해야 되는 거야. 안 취하는 놈은 바다에 처박기. 하하하!”

“좋아. 어디 한 번 허리띠 풀러놓고 마셔보자고. 하하하!”

사람들은 술을 마셔댔다. 그때!

“봉화닷!”

멀리서 큰 목소리가 울렸다.

봉화(烽火)…… 적사기 쟁탈 적사해도(赤死海渡)의 시작을 알리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명 적사도회(赤死渡會)라고 일컫는 젊음의 향연이.

***

봉화가 올랐다.

검은 연기가 일직선으로 쭉 올라간다.

해풍이 불기는 하지만 기분 좋을 정도이고, 시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봉화가 올랐어요. 가보셔야죠?”

“그럼. 가봐야지. 하하! 그놈 초반 망신만 안 당하면 좋으련만. 쯧! 바다도 모르는 놈이 적사도회는 무슨.”

“놔두세요. 그래도 열여덟이 됐다고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말까지 이제 다 큰 것처럼 한다니까요.”

“하하! 그렇소?”

“그래요. 너무 업무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아이도 좀 지켜보세요. 점잔 떠는 거 웃겨서 못 봐준다니까요.”

“하하하! 뭐 멀리 기약할 것도 없이 오늘 당장 지켜봅시다. 하하하! 그놈이 점잔을 떤다? 하하하!”

두 사람은 일어섰다.

맑은 날씨처럼 도주의 기분도 좋았다.

두 사람의 맑은 기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부도주였다.

해변으로 향하는 중에 부도주를 봤다.

그는 해변이 보이는 언덕에다 커다란 대양산(大陽傘)을 펼쳐놓은 채 도주 부부를 기다렸다.

대양산 밑에는 돗자리가 깔려있고, 조그만 다탁(茶卓)에는 주담자와 찻잔도 올려져 있다.

도주 부부를 위한 자리였다.

헌데 어쩐 일일까? 부도주의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그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뛴다.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관통하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오싹 끼친다.

송연부인이 도주의 손을 잡았다.

도주는 그런 송연부인을 보면서 손을 마주 잡았다.

“기분이 안 좋아요. 우리 다시 들어가요.”

“결기(決氣)때문이오. 후후! 아우가 큰 결심을 한 것 같소.”

“네?”

“갑시다. 아우가 결심을 굳혔다면 발버둥 쳐봤자 필요 없는 일…… 담담하게. 부탁해도 되겠소?”

“아이들은요?”

도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안 되나요?”

“부인.”

송연부인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안타까움, 속상함, 애통함…… 두 눈으로 온갖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도주는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만졌다.

“경련이 이는구려.”

“당신은 너무 담담해요.”

“휴우! 내가 어떻게 담담할 수 있겠소. 속은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오. 후후후!”

싸워볼 수 없는 상대다. 무공 차이가 너무 난다.

어쩌면 이번 일은 두 사람의 운명이 제일문(第一文)과 제일무(第一武)로 갈릴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가요. 그래도 날씨는 맑잖아요.”

송연부인이 도주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도주는 언제나 공손했다.

무공이 도주보다 높고, 나이도 많지만 항상 수하로써의 예를 잃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주를 위해서 대양산을 펼쳐 그늘을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늘에 있지 않았다.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두 손을 시립한 채 서있었다.

“결기가 느껴지네만.”

“그렇습니다.”

“꼭 이래야 하는가?”

“폭발할 것 같은 무공을 지니고, 이 조그만 섬에서 썩기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염왕과 오제가 이 땅에 정착할 때는……”

“도주, 죄송하지만.”

부도주가 도주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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