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용유진, 나래를 펴다.
1.
"그래서 내용은 확인해 봤느냐?"
"예. 그런데 그것이…."
"옥로진기가 아니더냐?"
용유진은 얼굴을 붉혔다. 옥방심결에서 본 내용들을 떠올리면 얼
굴부터 붉어지는 것이다.
"태반은 그냥 방중술 해설이더군요. 그림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
허신은 제자를 놀리듯 웃어가며 물었다.
"재미 있었겠군. 그 나머지 반은?"
"옥로진기가 맞았습니다. 거기에서 파생된 몇 가지 무공까지 수록
된…."
옥방심결은 방중술이 주로 설명되어 있었지만 책 뒷부분에는 부록
처럼 옥로진기와 몇 가지 무공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방중술이 주
고 무공은 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편제였다.
"잘 됐구나. 대력금황기를 못 얻어도 그걸 얻었으면 괜찮은 거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니 됐다. 그런데 왜 그렇게 뒷간 갔다가 덜 닦
고 나온 표정이냐? 내용이 기대와 다르더냐?"
"아닙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사부님 추측대로 조홍이 조비홍
에게 옥로진기를 제대로 가르쳐 준 것은 아니더군요. 당연히 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었지만 어차피 그건 상관 없는 일이었지요.
지금 제 기공은 옥로진기도, 태청강기도, 그렇다고 고루마공도 아닌
새로운 것이니까요."
그것을 그와 사부는 구전일기혼원공(九轉一氣混元功)이라고 명명
했다. 세 가지의 기공을 섞고 보완하여 하나의 새로운 기공을 만들
어낸 것을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삼원일기(三元一氣)라 부르지 않고
구전일기(九轉一氣)라고 한 것은 지금은 셋이지만 나중에는 구대극
품기공 모두를 모아 하나의 완전한 기공을 만들었으면 하는 허신의
바램이 개입한 결과였다.
그렇게 기공면에 있어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태지만 옥로진기에
서 파생된 무공, 명옥수(冥玉手)의 발견은 기대 이상의 횡재라는 느
낌이었다.
"삼황포의 마지막 하나를 채우기에는 백옥수가 너무 약했었거든
요."
용유진은 지난 일년 간의 연공으로 창안한 권각술을 삼황포(三皇
暑)라고 불렀다. 거기에는 삼황포추가 기본이 되었다는 태생적 의미
도 있었지만 새로 만든 권각술의 성질에 꼭 어울리는 이름이 그것이
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그 위력이 화포와 같이 강하고 성질
이 또 그렇게 크게 한 방을 지르는 것을 주로 하기 때문이었다. 그
리고 그것이 세 가지의 무공을 기본으로 해서 구성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즉 옥로진기의 백옥수와 태청강기의 태청장권, 고루마공의 고
루천강수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백옥수의 위력이 가장
쳐져서 어쩐지 다른 두 가지에 비해 기운다는 느낌을 갖게 했기 때
문에 이번에 옥방심결에서 백옥수 외에 명옥수라는 새로운 장공을
발견하게 된 것은 적잖은 소득이었다.
"명옥수라는 게 그렇게 강하더냐?"
"최소한 백옥수의 열 배 이상은 강합니다."
"그럼 잘됐잖으냐. 왜 찜찜한 표정이냐?"
용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솔직히 심정을 말했다.
"제자는 걱정됩니다."
"뭐가?"
"아무래도 하는 일 없이 대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대
력금황기를 얻었다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최
소한 하루종일 책 더미를 뒤진 대가로 얻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옥방심결처럼 굴러들어온 호박같은 물건은 저로 하여금 두렵게 합니
다. 과분한 복을 받으면 뒷끝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
허신이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용유진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
다.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해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
다. 역시 일하지 않고 얻은 대가를 그냥 기뻐할 마음은 안 드는 걸
요."
허신은 용유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우연히 들어온 행운에 기뻐하지 않고 그것을
되려 근심하는 것은 군자의 덕에 가깝지. 하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
야 한다. 하늘이 네게 복을 내리는 것은 크게 쓸 곳이 있기 때문이
라고. 맹자(孟子)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으냐. 하늘이 장차 그를 크
게 쓰려 할 때 먼저 그에게…."
"고난을 내려주는 것이지요. 기연을 내려준다고는 않았지 않습니
까."
"고난은 이미 충분히 받았잖으냐. 네 나이에 너와 같을 정도로 고
난을 겪은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단다. 하여간 큰 힘을 얻었으면 그
에 상응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거목에게는 거목의 일이 있고
들풀에게는 들풀의 일이 있는 법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서까래로
쓰고, 구부러진 가시나무라면 땔감으로 쓰면 되는 것이지. 걱정할
일이 못되는 것 같구나."
"저는 단지 훌륭한 표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허신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보았다.
"왜? 이제는 표사가 되기 싫으냐?"
용유진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표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연을
얻고보니 일개 표사로 살아서는 하늘의 덕을 배반하는 것 같아서
…."
허신은 다시 웃었다.
"괜찮다. 괜찮아. 표사가 되어도 큰 표사가 되면 되지. 아무도 못
하는 일을 처리하는 큰 표사가 되면 되는 거다. 걱정할 것 없어. 그
나 저나 네가 그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됐으니 이제 최후의 가르침
을 내려도 되겠구나."
"최후의 가르침이라 하심은?"
"이거다."
허신이 건내준 것은 언젠가 본 적이 있던 물건이었다. 태청수단진
결과 함께 팔비원후의 책 상자에 섞여있던 책자, 바로 검법요결이었
다.
"원래 나는 네게 검법이 아니라 도법을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전
통적으로 동창은 도법이 강하거든. 그건 검이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반해 도는 손쉽게 배울 수가 있고, 또 검은 일정 경지에
오르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는데 반해 도는 조금만 배워도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위에 스승도 많지. 위류향은 동창
안에서 쾌도(快刀)의 일인자로 소문이 나있다. 오대룡은 중도(重刀)
에 조예가 있고, 석소봉의 비류도(飛柳刀)는 비도술(飛刀術)의 절정
이야. 그외에도 여러 사람이 있지. 그것들을 취합하면 제법 그럴 듯
한 도법 하나는 나오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게 생
겼어. 화산도인 엽장청이 편수(編修)한 검법비결이라면 보다 큰 것
을 노려볼 수 있다."
허신은 그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벅차다는 듯 심호흡까지 하며 말
했다.
"천하제일검!"
용유진은 웃어보려고 했지만 사부의 태도가 워낙 진지해서 입술
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허신은 약간은 들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천하는 구대극품기공을 익힌 자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
다. 달 아래 최강의 무인이라는 월인 공손조덕, 강맹절륜한 기공의
소유자인 일승 고목대사, 마음만 먹으면 옥황상제도 암살할 수 있다
는 명성 생사판, 그리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상 최강, 최대의 세
력을 사병(私兵)처럼 쓰고있는 북신 상관대부. 어디를 가도 이들의
이야기 뿐이고, 실제로도 이들 네 사람의 긴장관계에 무림의 판세가
걸려있다. 그러나 천하제일고수는 이들중에 있지 않다. 무림제일의
강자는 이들이 아니야. 가족도, 친구도, 세력도 없는 인물, 한 자루
검만이 가진 것의 전부인 한 사람. 바로 검치 섭광생이 하늘 아래
가장 뛰어난, 땅 위에서 가장 강한 무사인 것이다. 소림 무당의 쌍
성도 그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며, 인간의 몸으로 신군(神君)을 자
칭하는 세 사람도 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일월성신 마저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고 마는 거야. 지금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
我獨尊)을 외치고 있는 것은 구대극품기공이 아니라 한 자루 철검
(鐵劍)이라는 거다."
용유진은 사부의 이러한 열광적인 태도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지
금 사부의 모습은 전형적인 무림인 그대로의 모습이지 세상 구경도
제대로 못해보고 일평생 황궁 속에서만 지낸 환관의 모습은 결코 아
닌 것이다.
"원래… 검에 뜻이 있으셨습니까?"
허신은 꿈에서 깬 듯 머리를 흔들고는 스스로의 열정에 스스로도
어색해져서 미소를 지었다.
"멋 있잖아!"
멋있다. 멋있어 보인다. 그것이 무림에 대한 허신의 시각이었다.
"무림의 꿈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이 아닐까? 한 자루 철검으
로 공평하지 못한 것, 기울어지고 잘못 된 것, 억울해 머리를 찧고
이를 갈아도 어쩌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단 칼에 베어버리는 것
말이다. 폭풍과도 같고 늪과도 같은 세상살이의 온갖 시름과 고통을
단칼에 날려 버리는 것. 그리하여 그의 철검 앞에는 막히는 것이 없
게 되는 것, 그리하여 그의 정신은 구름을 뚫고 더 높은 곳에 올라
가 비로소 세상 모든 것을 긍휼히 바라보고 비로소 감싸 안을 마음
의 넓이와 깊이를 이루는 것, 또 그리하여 한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다다라 스스로 돌아보았을 때, 인간의 대지에 단 한
사람의 검객으로 남는 것. 미지의 광야에 그만 홀로 한 마리 이리처
럼 서는 것. 그때 그의 검을 스치는 바람은 삭풍이라도 부드럽게 느
껴지고…, 더 이상 세상에 그를 잡을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지. 어떠냐? 멋있지 않으냐? 나는 무림을 생각할 때마다 그런 꿈을
꾼단다. 내가 평생 해보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하는 그런 일이지."
용유진은 문득 목청을 가다듬어 한 곡조 노래를 불렀다.
십년간 칼을 갈았네.
보라 이 서릿발같은 칼날.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는 것이니.
말하라 베어 마땅한 놈을.
허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검객(劍客)이라는 시를 바꿔부른 노래
구나. 그래, 가도는 검객은 아니었다만 검객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했지. 그게 시인의 영감이겠지."
"검치 섭광생이란 분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는 아니지. 그는 검에 미친 인물일 뿐이다. 그러니 검객
이 아니라 검치인 것이지."
허신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검사(劍士)로서는 완벽하지. 완벽한 검을 구사하고 있다고
들 하더구나. 검으로 그를 따를 자는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인간
으로서는 아무도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검객은 아니
다. 그런 점으로 보면 화산노인 엽장청이 오히려 검객에 가깝지."
그는 용유진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무공의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는 불
가능할지도 모른다. 권력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조홍이 미친 것처
럼…. 검의 극의에 도달하기 위해 섭광생이 미친 것처럼. 미쳤기 때
문에 그들이 거기 도달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그게 진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의 검객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인간이
동시에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단지 권력
에 미칠 때, 검에 미칠 때, 그들은 극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겠지
만 사실은 멀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오히려 네게
기대하는 것이다."
"제게요?"
"그래, 너에게. 너는 권력에 미치기에는 야망이 모자라고, 검에
미치기에는 너무 생각이 많아. 무엇보다도 네게는 다른 꿈이 있지.
표사가 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표사가 되는 것과 검객이 되는 것
은 양립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나는 네가 완벽한 한 사람의 표사가
되었을 때, 완벽한 한 사람의 검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는 도취된 것처럼 얘기를 하다가 문득 깨어 웃음을 흘렸다.
"물론 이 사부의 바램일 뿐이지만."
용유진으로서는 사부의 그 바램이 지나치게 큰 것이 아닌가 생각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야지."
허신은 만족스럽게 용유진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리로 돌아갔
다. 첩형을 보좌하는 부내관령의 자리였다. 그도 육십평생에 처음으
로 출세를 한 셈이었다. 그래서 용유진을 마음대로 부를 수도 있었
던 것이다. 허신은 서류철을 뒤적이며 갑자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
다.
"너를 부른 것은 그 이야기만 듣고자 부른 것은 아니다. 일을 시
킬 것이 있어서야."
"무슨 일이…?"
"그 전에 물어보자. 지장전에서 배울 것은 대충 배웠느냐?"
"배움의 길에 끝이 있겠습니까만은 대충 맛은 보았다고 생각합니
다."
"잠입이나 추적, 은형술 같은 것도 배웠겠지?"
"예."
"올해 몇 살이냐?"
용유진은 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멍해져서 손가락을 꼽아보고서야
자신의 나이를 댈 수 있었다.
"열 여섯 살 생일을 갖 지났습니다."
"그럼 이제 동창 위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해도 될 나이로구나."
"임무라 하심은…?"
"뭐, 동창이 통상 하는 일이지. 고관과 황족에 대한 내사, 불순세
력의 척결,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안되는 비밀스러운 임무 등등이다.
대개 지루하고 재미 없는 일이지만 간혹 피를 볼 일도 있을거야."
허신은 서류철을 덮고는 활짝 웃었다.
"책으로만 공부한 사람은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거다. 머리로만
무공을 익히면 막상 싸움터에서는 주저 앉아서 오줌이나 지리기 마
련이지. 그래서 네게 실전 경험을 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게 마
지막의 마지막으로 네게 주는 가르침이다."
"실전 경험이라면…."
지장전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허신은
그건 또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직접 무공을 익힌 적은 없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무공이란
대화와 같은 것이 아닌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쪽에서 반응을 보
이지. 거기 대해 나는 또 어떻게 말하는 것이지. 이런게 무공이고,
이런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진짜 무공이 몸에 습득된다는 것이다.
지장전에서의 비무가 충분히 거칠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그건 항상
같은 상대와 대화를 하는거나 마찬가지 일이야. 지겹지. 밖에서 만
나는 상대는 다를거다. 그들은 네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고,
터무니 없는 대답을 하기도 할거야. 그 속에서 진짜 대화를 하게 되
는거다."
그는 용유진이 들고있는 검법요결을 가리켰다.
"그건 한 번 읽어보고 태워버려라. 그리고 네가 여태 읽은 검법도
록들과 알고있는 지식들을 대입해서 엽장청이 말하는 검의 극의가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노력해봐. 하지만 그걸 골방에 숨어서 하지는
마라. 내가 말한대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하는거
야. 그쪽이 훨씬 빠를거다. 그만 나가봐."
용유진은 인사하고 나가려다 돌아서서 물었다.
"임무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아…! 내 정신 좀 봐라. 위류향을 찾아가봐. 앞으로 너는 그를
보좌하면서 그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거다. 그게 임무야."
위류향은 여전히 천자 조장이었고, 용유진은 그 아래에서 조원이
되어 그를 보좌하게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러 사람이 죽었
다. 그렇게 이 년이 흘러서 용유진은 십팔 세의 생일을 지냈다.
본의 아니게 동창에 들어와서 원치 않게도 위사가 된지 사 년, 그
때 위류향은 선위대의 대장이 되고, 천자조장의 자리는 용유진이 차
지하게 되었다.
선위대의 조장이 된다는 것은 칼날 위에서 자는 것과 같이 언제나
위험에 직면해 있게 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그래서인
지 동창 위사 노릇 사 년만에 당두로 고속 승진한 용유진이 그 자리
에 앉았을 때 사람들은 별로 거부하지 않았다. 동창이 만들어진 후
그렇게 빠른 출세는 없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막상 본인은
그런 것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눈은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
었고,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 년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