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8장 천황 태사독(太嗣篤) (32/87)

제8장 천황 태사독(太嗣篤) 

'이... 이럴 수가!' 

장천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막청과 서문표에게 이끌려 한 산동(山洞)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동굴 

안의 정경이 그를 놀라게 했다. 

동굴 안에는 한 청년이 엎드려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있었는데, 손등을 

나뭇가지가 관통하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그의 전신에는 새카맣게 불개미떼가 뒤덮고 있었다. 가히 참혹한 

모습이었다. 

장천린은 놀라움이 가라앉자 마음속으로 강한 의문을 느꼈다. 

'대체 이 자가 누구기에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단 말인가?' 

이때 막청이 옥류향에게 다가갔다. 그는 외눈을 번뜩이면서도 짐짓 다정하게 물었다 

"옥류향, 고통스러우냐?" 

장천린은 크게 놀랐다. 

'옥류향이라고!' 

그는 옥류향이란 이름을 오래 전에 들은 바 있었다. 

"흐흐! 고통스러우면 얘기해라. 이제 한 시진이 다 되어간다. 잠시 후면 불개미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 내장을 갉아먹을 것이다." 

옥류향의 입술이 경련을 일으켰다. 

"막청, 입이 피곤하지 않느냐? 아직 신시(申時)가 지나지 않았다." 

"지독한 놈." 

막청의 외눈이 음산하게 빛났다. 

"좋다. 네가 언제까지 견디나 보겠다. 신시까지 신산이 있는 곳을 불지 않으면 이 

검으로 네놈의 껍질을 한 켜 한 켜 벗겨 주겠다." 

그는 몸을 돌려 장천린에게 다가왔다. 

"용대인, 실례하겠소이다." 

그는 손가락을 퉁겨 장천린의 혈도를 찍었다. 

"죄송하지만 용대인의 무공이 강하니 잠시 제압해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천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관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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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옥류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데 저 자는 누구요?" 

막청의 눈이 괴이하게 번뜩였다. 

"용대인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외다." 

그는 무뚝뚝하게 대꾸한 후 서문표와 함께 밖으로 사라졌다. 동굴에 남게 된 장천린 

은 옥류향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은 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자가 옥류향이었군. 신산에 의해 내 대신 금대인의 양자로 만금산장의 새 주인 

이 된 인물이 아닌가?' 

장천린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 자를 납치한 것은 강남의 상권을 빼앗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이 자를 통해 

신산을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는 막청을 떠올렸다. 

'그가 굳이 날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겁을 먹게 하려는 속셈이다. 말하자면 은연 

중 위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때 옥류향이 피투성이의 얼굴을 들며 그에게 물었다. 

"귀하는 무슨 일로 잡혀 왔소이까?" 

장천린은 담담히 대꾸했다. 

"한 가지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오." 

옥류향은 괴소를 흘렸다. 

"후후후... 그 부탁이 뭔지 모르지만 빨리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오. 나 같은 꼴 

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오." 

장천린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오?" 

옥류향은 나직이 웃었다. 

"내 수천 번 죽는다 해도 그것만은 들어줄 수가 없소. 후후! 설사 백골이 가루로 화 

한다 해도 말이오." 

장천린은 심장이 경련 하는 것을 느꼈다. 

'놀라운 인내다. 신산은 대체 어떤 방법을 썼기에 이 자로 하여금 맹목적일 정도로 

추종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장천린은 미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옥류향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귀하, 그들이 당신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오?" 

옥류향은 시시각각 엄습하는 고통으로 인해 반쯤 혼미한 상태였다. 깜빡 의식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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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간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화라도 나누어 의식을 유지하려 

는 것이었다. 

장천린은 물론 그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는 담담히 말했다. 

"나는 상인이오." 

"상인?" 

옥류향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죄송하나 귀공의 성함을 말해 줄 수 있소?" 

"용백군이라 하오." 

"용백군!" 

옥류향은 크게 부르짖었다. 그 바람에 손등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엄습해 와 하마터 

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 그럼 당신이 바로 구룡장원의 장주란 말이오?" 

"그렇소이다." 

옥류향의 눈빛이 살아났다. 

"후후! 이거 정말 뜻밖이군요. 당신의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소. 산동(山東)의 

오만하기로 이름난 황학산도 당신에게 두 손 들었다고 말이오." 

장천린은 짐짓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날 어찌 그리 잘 아시오?" 

"후후, 나 역시 상계에 몸을 담고 있으니까요. 내 이름은 옥류향, 만금산장의 주인 

입니다." 

장천린은 짐짓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귀공이 바로 금백만 대인의 양자인 옥류향이시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장천린은 눈을 크게 떴다. 

"한데 그들이 왜 옥형을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이오?" 

옥류향은 기소를 흘렸다. 

"후후! 놈들은 잔인무도하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인물이라도 이렇게, 아니 이 이 

상으로도 할 수가 있습니다." 

장천린은 짐짓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음......!" 

옥류향이 신음을 흘렸다. 장천린은 황급히 물었다. 

"고통스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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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보시다시피." 

옥류향은 피투성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놈의 불개미들이 내 몸뚱이로 포식을 하고 있습니다." 

장천린은 안됐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좀 도와주어도 되겠소?" 

옥류향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용형은 움직일 수 없지 않소?" 

장천린은 빙긋이 웃었다. 

"나는 일종의 특수한 공부를 익혔소이다. 그 때문에 혈도를 짚혀도 능히 움직일 수 

가 있소." 

이른바 학면귀식대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대법을 운용하면 체내의 기관을 마음대 

로 정지시킬 수도 있었고, 자유자재로 혈도를 이동시킬 수도 있었다. 

옥류향의 눈이 반짝거렸다. 

"만약 놈들에게 발각되면... 용형의 신상이 위험할 것입니다." 

장천린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놈들은 목적만 달성하면 날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그는 몸을 움직였다. 이미 혈도를 푼 것이다. 그는 품속에서 화섭자를 꺼내 불을 붙 

였다. 

불이 밝혀지자 옥류향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 

장천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개미가 전신에 겹겹이 둘러붙어 있는 모습은 치가 

떨릴 정도로 끔찍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독한 놈들!" 

그는 화섭자를 옥류향의 몸에 갖다 댔다. 

치치칙! 

섬뜩한 소리와 함께 옥류향의 몸에 붙어 살점을 뜯어먹고 있던 불개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그 많던 불개미들은 거의 제거되었다. 장천린은 손을 뻗으 

며 말했다. 

"아프더라도 참으시오." 

옥류향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유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어떤 고통인들 못 참겠소?" 

장천린은 옥류향의 손등에 박혀있는 나무토막을 힘주어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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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옥류향의 몸이 뒤로 벌렁 넘어갔다. 그러나 고통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는 

예를 잊지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정중히 포권한 것이다. 

"고맙... 소. 용형." 

그의 손바닥은 피와 살로 온통 엉겨 붙어있었다. 장천린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정말 지독하구나. 초인적인 인내력이다.' 

그는 진심에서 우러나서 말했다. 

"내가 부축하겠소." 

옥류향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용형도 상처를 입었는데 어찌......." 

기실 장천린도 서문표에게 당한 상세가 가볍지 않았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후후, 옥형에 비하면 천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소." 

옥류향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장천린은 그의 

한쪽 팔을 잡고 부축한 채 동굴 밖으로 걸어나갔다. 

동굴은 상당히 깊은 편이라 한참 후에야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옥류향은 장천린에게 부축 받으며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쯤 팔십 일 명의 고수들은 금월산 인근까지 접근했을 것이다.' 

그는 내심 이를 갈았다. 

'두고 봐라. 내가 받은 수모 이상으로, 아니 그 몇백 배로 갚아 주마!' 

한편 장천린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옥류향과 친해놓는 것이 훗날을 위해 유리할 것이다. 더구나 

이 자는 상계의 거물이니 여러 모로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는 차근차근 앞날의 일을 진단하고 있었다. 

'계묵을 부를 순 없다. 놈들의 말대로 한다 해도 날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놈들은 

목적을 위해서 약속을 어기는 것쯤은 밥먹듯이 하는 놈들이다.' 

그는 힐끗 옥류향을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인해 안면이 일그러뜨리고 있었으나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장천린은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상인이면서도 굴할 줄 모르는 사나이의 의지가 마 

음에 들었다. 더구나 그와는 상인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순수한 마음으로 그 

를 도와주고 싶기도 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는 두 명의 흑의인이 지키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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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린은 옥류향을 한쪽 벽에 기대게 해놓고 소리 없이 흑의인들의 뒤쪽으로 접근했 

다. 그는 양손아귀를 갈고리처럼 구부린 채 뻗었다. 

슉! 

미세한 파공성에 두 흑의인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우두둑 

!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목뼈는 백골마조(白骨魔爪)에 여지없이 꺾이고 말았다. 

"크윽!" 

두 흑의인은 눈알이 툭 튀어나온 채 허물어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단 일수에 황천으 

로 직행한 것이다. 장천린은 재빨리 동굴 밖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주위에는 그들 

말고 아무도 없는 듯했다. 

"갑시다! 옥형." 

장천린은 옥류향을 부축하여 동굴 밖으로 달려나갔다. 잠시 후 그들은 숲 사이로 사 

라졌다. 

"으으......!" 

막청의 입술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의 외눈이 불길을 뿜어내며 동굴 입구에 쓰러 

져 있는 두 구의 시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옥류향의 손등에 꽂아 두었 

던 피묻은 나무토막이 쥐어져 있었다. 

"용백군, 네놈이 감히!" 

막청의 손아귀에서 나무토막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그는 몸을 홱 돌렸다. 주위에는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시립하고 있었다. 그는 음산 

한 음성으로 명을 내렸다. 

"추격해라. 발견하는 즉시 척살 해도 무방하다!" 

"넷!" 

휙휙휙! 

흑의인들은 비조처럼 신형을 날려 사방으로 날아갔다. 막청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 너희들을 잡고 말겠다!" 

이때, 옷자락 날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곁으로 한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독로 

장미 서문표였다. 

"막형, 문제가 생겼소!" 

서문표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또 무슨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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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향의 비밀 호위무사 팔십여 명이 들이닥쳤소. 수하들이 막고 있지만 현재로선 

역부족일 것 같소." 

"......!" 

막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놈들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보통이 아니오. 놈들은 과거 무영(無影) 고검령이 키운 오성단(五星團) 중 황성마 

건(黃星魔巾) 소속인 것 같소." 

막청의 눈썹이 파르르 진동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며 으스스한 음성으로 말했다. 

"황성마건 아니라 오성단(五星團) 전체가 온다해도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의 외눈에서 번갯불 같은 광채를 뿜어 나왔다. 

"깡그리 죽여버릴 테다! 옥류향! 이제 더 이상 네게 베풀 자비는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신산은 따로 찾겠다." 

그는 찬바람이 날 정도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서문노제, 수하들을 모두 풀어 계속 놈들을 추적하게!" 

그때였다. 

"흥분은 좋지 않네, 막청." 

어디에선가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막청은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십여 명의 자의(紫衣)를 입은 인물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한결같이 눈빛이 날카로운 것으로 미루어 초일류 고수들임 

을 알 수 있었다. 

앞장 선 자는 자색의 곤룡포를 걸친 노인이었는데 피부도 은은한 자색을 띄고 있었 

다. 턱에는 세 가닥의 수염을 교룡처럼 꼬아 내린 특이한 모습이었다. 

나이는 육십 세 정도였다. 그에게서는 만인을 압도할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태전주(太殿主)!" 

막청은 놀라 부르짖었다. 

조화성(造化城)의 절대자 염무(焰武). 

그의 휘하에는 도합 다섯 개의 단체가 있다. 

일명 오신마전(五神魔殿)으로 불리는 그들은 조화성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기둥이었 

다. 일개 신마전(神魔殿)의 힘만으로도 능히 중원의 일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제삼신마전(第三神魔殿)은 오신마전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제삼신마전의 전주(殿主)는 천황(天皇) 태사독(太嗣篤)이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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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독은 심기(心機)가 깊을 뿐더러 무공의 깊이 또한 추측할 수 없는 신비의 인물 

이었다. 따라서 그의 영향력은 조화성 내에서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조화성의 제 이인자였으며 웬만한 일이 아니고는 조화성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제삼신마전주 천황 태사독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태사독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흥분하면 심기가 흩어지고, 그렇게 되면 일은 더욱 꼬이게 된다. 자네는 지금 너무 

흥분하고 있다." 

막청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예정보다 일찍 오셨군요, 태전주." 

태사독은 세 가닥의 교룡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하루 빨랐지." 

막청은 의혹을 느꼈다. 

평소 태사독은 말과 행동이 다른 위인이 아니었다. 그가 일정을 세운다면 언제나 칼 

처럼 정확했다. 넘치거나 모자라는 일 따위는 눈을 씻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 

금은. 

태사독은 여유 있게 너털웃음을 쳤다. 

"헛헛헛! 성주께서는 신산 제갈사의 사냥을 내게 맡기셨네." 

"......!" 

막청은 물론 서문표까지 안색이 변했다. 신산을 살해하라는 임무는 본래 그들에게 

내려진 것이다. 그들은 성주가 직접 내린 살인혈첩(殺人血帖)을 받았던 것이다. 

"그 동안 자네들은 아주 훌륭하게 일을 처리해 주었네." 

막청의 눈썹이 불끈 치켜 올라갔다. 

"그렇다면?" 

"옥류향은 신산의 충복이다. 그는 신산에게 깊이 세뇌 당해 있다. 아무리 고문해도 

결코 신산의 위치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자네들이 옥류향을 잡았기 때문에 

조금 전 그의 비밀 호위무사들인 황성마건이 금월산으로 출동했지." 

태사독은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황성마건은 도합 팔십 일 명에 불과하지만 모두 특급고수들로 신산이 지니고 있는 

힘의 이할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고수들이다." 

태사독은 교룡 수염을 손가락으로 꼬면서 기소를 흐렸다. 

"후후, 신산이 머리를 쓸 줄 아는 인물이라면 이 금월산 내에 사검과 독로장미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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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이미 파악했을 것이고 이번 기회에 자네 둘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왜냐면." 

막청과 서문표의 얼굴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자네 둘이 사라지면 성주께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야." 

두 사람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마치 조각상처럼. 

태사독은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 두 사람의 목숨을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듯,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지껄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점차 혐오감이 일 

어났다. 

"후후! 내 추측이 맞다면 신산은 개봉 근처에 있을 것이다. 놈은 자신의 머리를 믿 

고 금월산에서 자네들을 비롯한 조화성의 모든 고수들을 제거할 계략을 꾸밀 것이다 

." 

태사독의 교룡 수염이 춤추듯 흔들렸다. 

"일은 점점 재미있게 되어가고 있어. 신산과 황성마건이 이 금월산에 들어오는 순간 

부터 말이야. 핫핫핫......!" 

태사독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신산은 그대들을 독 안에 든 쥐로 생각하며 필승을 자신한 채 뛰어들고 있지만 꿈 

에도 모를 것이다. 이곳에 나 태사독이 있음을." 

태사독의 눈에서 은은한 자광이 번쩍거렸다. 

"이번에는 절대 놈을 놓치지 않겠다." 

막청은 긴 침묵을 깨고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질문이 있소." 

"말하게." 

"이 계획은 태전주가 세운 것이오?" 

"물론이지." 

막청의 외눈이 번뜩였다. 

"흐흐!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한 셈이구려?" 

태사독은 손을 흔들었다. 

"천만에! 자네들 자신도 몰랐기에 그 교활한 신산이 걸려든 것이 아닌가? 자네들은 

큰 역할을 해내었네." 

막청의 입술꼬리가 일그러졌다. 

"흐흐, 결국 우리는 꼭두각시가 되었단 뜻이구려." 

"허헛! 꼭두각시도 주역 못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지." 

태사독은 동굴 입구에 쓰러져 있는 두 흑의인의 시체를 내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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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향은 탈출했지만 상관없네. 어차피 이 금월산 일대에는 천라지망(天羅之網)이 

쳐져 있으니 말이야." 

"......." 

"그는 절대 빠져나기지 못하네. 황성마건과 신산이 금월산의 중심에 들어오는 순간 

천라지망은 발동하게 되네." 

태사독은 통쾌한 듯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핫! 이번 기회에 신산의 머리를 잘라 그 자의 뇌 속 구조를 감상해 볼 생 

각이네." 

외눈을 계속 번들거리고 있던 막청은 음산하게 말했다. 

"태전주. 과연 훌륭하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달아난 옥류향을 잡을 것이오." 

태사독은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네 마음대로 하라는 듯한 표정이 

었다. 

"서문노제, 가자!" 

서문표는 막청의 재촉에 몸을 돌리다 말고 태사독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 차디찬 

냉기가 흘러나왔다. 

"후후, 태전주. 실로 감탄스럽소. 부디 계획대로 성공하기를 빌겠소."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막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걸어갔다. 

태사독은 그들의 등뒤에 대고 말했다. 

"막청, 서문표! 자네들의 행동에 관여치 않겠다. 하지만 내 계획에 금이 갈 행동은 

하지 말게." 

막청과 서문표의 입가에 동시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막청은 뒤도 돌아보지 않 

고 말했다. 

"나는 사검 막청이오. 또한 성주의 직속이기도 하오. 하지만 조화성 소속은 아니오. 

내 소속은 마교(魔敎), 즉 마교십삼사(魔敎十三邪)의 일원일 뿐이오!" 

서문표도 비웃을 흘리며 말했다. 

"흐흐! 태전주는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자격이 없소. 마교의 무사는 마교의 율법대 

로만 움직일 뿐이오." 

스스슷! 

그들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신형을 날려 숲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 

태사독은 묵묵히 그들이 사라진 숲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 

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문득 옆에서 한 자의 중년인이 물었다. 

"저들의 행동이 계획에 차질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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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독은 히죽 웃었다. 

"관계없다. 저들도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으니까." 

자의인의 눈에서 으스스한 빛이 흘러나왔다. 

"건방진 놈들입니다." 

"닥쳐라. 저들은 훌륭한 투사들이다. 마교의 가장 위대한 고수들이다." 

자의인은 입을 다물고 물러섰다. 

"탁무종(卓茂宗)." 

"네!" 

자의인은 급히 허리를 숙였다. 

"일각 후에 신호를 보내라. 금월산 주위에 제삼신마전의 고수 천 명을 총동원하여 

천라지망을 발동한다. 놈들을 독 안에 몬 뒤 깡그리 씨를 말려라." 

"존(尊)... 명(命)!" 

자의 중년인 탁무종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명을 받았다. 

태사독은 주먹을 서서히 움켜쥐었다. 

"신산. 너와 나의 이십 년 간의 승부는 이곳에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태사독. 

그의 중얼거림은 낮았으나 확신이 어려 있었다. 

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소리와 함께 자욱한 황진이 구름처럼 지평선을 뒤덮었다. 

팔십 일 기의 기마대가 무서운 기세로 금월산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들은 황성마건이었다. 전설적인 고수 무영 고검령이 직접 양성했다는 오성단 (五

星團) 산하의 절세고수들이었다. 

팔십 일 기의 인마가 내닫는 말발굽소리는 천둥처럼 요란하게 지축을 울렸다. 

때마침 금월산 기슭을 수색하고 있던 흑의인 이십여 명이 그들을 발견하고 놀란 눈 

으로 쳐다보았다. 

"......!" 

그들은 벼락처럼 면전으로 달려온 황성마건을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황 

성마건의 선두에서 누군가의 차디찬 음성이 들렸다. 

"너희들은 조화성의 인물이냐?" 

흑의인 중 한 명이 어눌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네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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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베어라!" 

섬뜩한 음성과 함께 폭풍처럼 팔십 일 기의 기마대가 흑의인들을 덮쳐버렸다. 

"크아아악!" 

무자비했다. 팔십 일 기의 기마대는 이십여 명의 흑의인들을 그대로 짓밟아 버렸다. 

우왕좌왕하는 흑의인들의 머리가 황성마건의 고수들이 휘두르는 도끼에 의해 마치 

수박덩이처럼 잘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반항이고 뭐고 없었다. 흑의인들은 삽시에 피곤죽이 되어 기마대의 말발굽에 깔려 

버렸다. 그러기까지의 시간은 채 반각도 되지 않았다. 

"크으으......."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는 두 팔이 어깨서부터 잘려져 나간 채 비틀거리고 있 

었다. 

머리에 황건을 두른 중년인이 청룡도(靑龍刀)를 그의 어깨에 얹은 채 묻고 있었다. 

"옥류향 대인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흑의인은 사색이 된 채 더듬거렸다. 

"모... 모릅니다." 

"그럼 가라!" 

청룡도가 수평으로 움직였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흑의인의 머리가 잘려 허공에 떠올랐다. 

황건 중년인의 눈에서 불길이 확확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냉막하게 명을 내렸 

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지금부터 금월산을 샅샅이 뒤져라. 어딘가 대인의 표기가 반 

드시 있을 것이다." 

스슷! 

팔십 일 명이나 되는 무장한 황성마건대가 일제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소리 하나 나 

지 않을 정도로 민첩했다. 

"눈에 뜨이는 자는 모두 죽여라. 금월산에 얼씬거리는 인물이라면 조화성의 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휘리리릭! 

팔십 일 명의 황성마건대는 비조처럼 산등성이를 향해 날아 올라갔다. 실로 가공할 

기세요, 영활한 신법이었다. 

그들이 사라진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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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파팍! 

갑자기 땅거죽이 터져 오르며 그 속에서 수십 명의 인영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모두 자의(紫衣)를 걸친 인물들이었다. 

자의인들은 주위에 흩어져 있는 무감정한 눈으로 둘러보았다. 그들 중 한 명의 노인 

이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전서구를 띄워라. 황성마건이 제삼 저지선을 지나갔다고." 

푸드드득! 

말이 떨어지지가 무섭게 비둘기 한 마리가 힘차게 하늘로 비상했다. 

"후후후......." 

자의노인은 괴소를 흘렸다. 

장천린은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가슴의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비록 뼈는 다치지 않았으나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에 당했기 때문이었다. 

장천린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에 비한다면 옥류향은 더욱 비참한 상태였 

다. 불개미가 수없이 살점을 뜯어먹었으므로 전신에 성한 데라고는 없었다. 

전신이 뜯겨져 나간 살점으로 너덜거렸고, 수십 개의 검흔(劍痕)이 그물처럼 얼굴을 

가로 세로 긋고 있어 과거의 준미한 풍류공자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 

히 야차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옥류향은 숨결은 점차 가빠지고 있었다. 장천린은 걱정이 되었다. 

"옥형, 좀 쉬는 게 어떻소?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소." 

옥류향은 입술을 씰룩였다. 

"후후, 내 걱정은 마시오. 지금쯤 놈은 수하들을 풀었을 것이오. 그 늑대 같은 놈들 

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우리를 쫓고 있을 것이오. 더욱이 서문표는 추적의 명수 

요. 그러니 빨리 달아나는 것만이 살길이오." 

장천린은 그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놈들은 우리를 발견하면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장천린은 문득 한 사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럴 때 계묵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공을 중시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느낀 

점이 많다. 최소한 자신을 지킬 정도의 무공은 필수적이지 않을까? 앞으로 무공 방 

면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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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조화성은 악의 온상이다. 더욱이 그들은 누르하치와 손을 잡고 있다. 그들은 이 세 

상에서 없어져야만 될 단체다.' 

장천린의 눈에는 강한 결의가 어렸다. 

'이곳을 벗어나기 하면, 향후 최선을 다해 조화성을 상대하리라!' 

그는 고통으로 안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옥류향을 바라보았다. 

'이 친구의 의지는 가히 초인적이다. 실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친구다.' 

옥류향의 눈에서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장천린은 그를 부축하며 불렀다. 

"옥형!" 

"괘... 괜찮소이다." 

옥류향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장천린을 바라보며 물었 

다. 

"후후, 용형은 이곳을 벗어나면 제일 먼저 뭐가 하고 싶소?" 

장천린은 허허롭게 웃었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소. 그저 쉬고 싶을 뿐이오." 

옥류향은 그의 팔에 기대며 담담히 말했다. 

"용형과 나는 어떤 인연이 있는 모양이오, 나는 이번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 

"......." 

"용형, 이곳을 벗어나게 되면 나와 함께 멋지게 사업을 해 보지 않겠소? 전 중원을 

통째로 삼킬 정도의 사업을 말이오." 

장천린은 히죽 웃었다. 

"좋은 말이오. 옥형이라면 해볼 만한 일이오." 

옥류향은 흐릿한 눈을 억지로 치뜨며 말을 이었다. 

"그럼, 머지않아 우리는 천하제일의 거부가 될 것이 틀림없소." 

장천린은 그의 체중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내심 탄식했다. 그러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힘차게 말했다. 

"힘내시오,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요, 틀림없이." 

"후... 후....... 용형......." 

"......?" 

"혹... 사랑하는 여인이 있소?" 

뜻밖의 질문에 장천린은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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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소." 

"결혼... 안 했다는 소문 들었소." 

"그렇소." 

옥류향은 일그러지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 명을 추천... 하고 싶은데." 

장천린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어떤 여인을 말이오?" 

"기막힌... 소녀요. 미모... 성격도 좋은 편... 다만 자존심이 너무 강하긴 하오만.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옥류향의 흐릿하던 눈 속에 순간적으로 광채가 솟았다 꺼졌다. 

"놀라지 마시오... 용문전장 장주의 딸이오. 이름은 상관... 수아." 

장천린은 가슴이 철렁한 느낌이었다. 

"괜찮은 여자요. 더욱이... 용문전장의 후계자이니... 용형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오." 

장천린은 의혹을 느꼈다. 

'대체...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후후, 누군가가... 나를 그녀와 맺어지게 하려 하지만... 나는... 싫소. 내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옥류향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상관수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 하군... 웩!" 

옥류향은 한 덩이의 피를 울컥 토해냈다. 장천린은 급히 그를 껴안은 후 바닥에 눕 

혔다. 

"좀 쉬어야겠소." 

옥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될 모양이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 

장천린은 탄식했다. 

"참... 용형... 아까 그 얘기... 잘 생각해 보시오." 

말을 마친 후 옥류향의 호흡이 미약해졌다. 장천린은 그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옥형! 옥형이 사랑하는 여인이 어떤 분이오?" 

그는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 흐려져 가는 옥류향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만 

일 그가 의식을 놓아 버린다면 회생할 가망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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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그녀는... 기녀(妓女)요. 놀랐소? 하지만... 좋은 여자요. 항주(抗州)의 유명한... 

하지만... 나는 그녀가 좋소... 아주... 아주......." 

옥류향은 고개를 툭 떨구었다. 혼절하고 만 것이다. 

"옥형! 옥형!" 

몇 차례나 불렀으나 옥류향은 대답하지 못했다. 장천린은 그의 심장에 귀를 대어보 

았다. 미약한 고동소리가 끊어졌다가 이어졌다 하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위험하다.' 

장천린은 다급한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그의 안색이 백짓장처럼 창백해 

졌다. 

"......!"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소리 없이 다가드는 인영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조화성의 고수들이었다. 모두 흑의를 입고 있었는데 대충 보아도 이십여 명 

이 넘었다. 장천린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고 있었다 

장천린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병기는커녕 짚 한 올도 없는 것이다. 

흑의인들은 살기를 드러내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옥류향은 여전히 혼수상태로 눈앞 

의 상황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흐흐! 결국 여기까지밖에 못 왔군!" 

"막어른께 연락해라. 놈들이 이곳에 있다고!" 

"흐흐... 알겠습니다." 

흑의인들은 장천린을 한 마리 쥐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보기에 장천린은 탈진할 대로 탈진해 운신할 기력조차 없어 보였던 것이다. 

장천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선공이다! 놈들이 공격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장천린은 눈을 감고 십전신공(十轉神功)을 운공했다. 진기는 겨우 일주천(一週天)밖 

에 돌지 않았다. 더구나 무리해서 운공하는 바람에 가슴에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벼락같이 신형을 날렸다. 

"타!" 

그의 오른손이 붉게 물들며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흑의인을 향해 뻗어갔다. 적살장 

(赤殺掌)을 펼친 것이다. 

"같잖은 놈!" 

흑의인은 코웃음쳤다. 장력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상체를 옆으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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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랍게도 면상에 장천린의 손바닥이 직선으로 날아와 박혀버렸다. 

"크아악!" 

흑의인은 비명을 질렀다. 면상에 시커먼 장인이 찍힌 채 그는 즉사하고 말았다. 

장천린은 재빨리 그의 무기를 빼앗았다. 그것은 묵직한 낭아도(狼牙刀)였다. 

그는 낭아도를 잡자마자 다시 흑의인들을 공격했다. 삼도귀변팔법과 풍뇌도법을 동 

시에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좌수를 갈고리같이 구부린 채 백골마조를 전개했다. 세 

가지의 무공초식이 한꺼번에 전개됐다. 

우르릉! 

뇌성이 울리며 낭아도가 세 갈래로 뻗어나갔다. 

"크아악!" 

세 명의 흑의인이 동시에 양단된 채 날아갔다. 그러나 장천린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등과 허리에 흑의인들이 휘두른 칼을 맞고 비틀거렸다. 

'으으.......' 

그는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이때 흑의인들이 날카롭게 외쳤 

다. 

"놈은 지쳤다! 해치워라!" 

"옥류향이란 놈부터 죽여라!" 

흑의인들의 외침에 장천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침 한 흑의인이 옥류향을 향해 

덮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낭아도를 날렸다. 

"흐흐! 어딜." 

불꽃이 튀며 다른 흑의인의 칼이 그의 낭아도를 막았다. 장천린은 손목이 시큰하여 

하마터면 칼을 놓칠 뻔했다. 그는 오인의 흑의인들 가운데 포위되고 말았다. 

"흐흐......!" 

옥류향에게 다가간 흑의인은 괴소를 흘리며 칼을 번쩍 들었다. 그는 추호의 망설임 

도 없이 옥류향의 머리를 내리쳤다. 

'끝... 났구나.' 

장천린은 그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참혹한 비명이 울렸다. 

장천린은 치를 떨며 눈을 떴다. 그는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비명과 함께 쓰러진 것 

은 옥류향이 아니라 흑의인이었다. 그의 이마에는 한 자루의 도끼가 박혀 있었다. 

"웬 놈이냐?" 

흑의인들은 크게 놀라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휙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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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넘어 날아오는 인영들이 있었다. 그들은 머리에 황색 두건을 두른 인물들로 손 

에는 창과 방패, 도끼 등의 중병기를 들고 있었다. 

황성마건-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조화성의 개새끼들이다! 한 놈도 남김없이 척살하라!" 

"옥대인이 여기 있다! 어서 구해라!" 

황성마건인들은 살기 찬 외침을 발하며 흑의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막아라!" 

"신산의 졸개들이다! 으아악!" 

장내는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황성마건이 뛰어들자 상황은 급변했다. 도끼와 방패, 

청룡언월도와 감산대도 등 황성마건이 사용하는 중병기들은 흑의인들을 몸을 통째 

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들이 휘두르는 장창(長槍)은 통째로 두 명의 가슴을 산적처럼 꿰뚫었으며, 도끼가 

날 때마다 흑의인들의 머리가 수박처럼 쪼개지며 피분수를 뿜었다. 

흑의인들은 애초부터 황성마건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짚단처럼 허망하게 

거꾸러지고 있었다. 

'저들이 바로.......' 

장천린은 힘없이 나무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면서 서있을 기력조차 사 

라진 것이다. 그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누군가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아스라히 들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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