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문무공 - 군웅대회와 반격(1)
41. 군웅대회와 반격
"너에게 부탁하노니 우리 화산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라."
화산의 가운데 자리한 태화전 앞에 있는 넓은 뜰에는 천여명에 이르는
화산 문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한 봉문을 해제하는 뜻 깊은 자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형식은 자의에 의한 무기한 봉문이나 무림맹과 천하문에 의해 강압적으
로 한 타의에 의한 봉문이었다.
그 봉문이 육년만에 해제가 되는 것이자 천하군웅대회를 맞이하여 대표
단이 출발하는 자리였다.
화산장문인 도인도장은 사제이자 화산의 장로인 도옥도장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부탁을 하는 것은 하나의 형식적인 선언이었다.
도옥도장은 화산의 최고 절기인 매화칠식을 나이 서른의 나이에 입문하
여 서른 아홉이된 지금에는 십성이나 터득한 태을자 이후의 최고의 기
재였다.
봉문한 이래로 줄곧 폐관 수련을 하여온 무재이자 이번에 실추된 화산
의 명예를 회복하라는 도인도장의 청에 의해 특별히 폐관을 마치고 나온
인물이었다.
만일 육년 전에 비무대회를 하였다면 화산의 대표로 나섰을 인물이었
다. 그런 기회를 다시 갖게 되자 기꺼운 마음으로 폐관을 마치고 나온
것이다.
"신명을 다하여 본문의 명예를 세우고 돌아오겠습니다."
도옥도장은 우렁찬 목소리로 다짐을 하였다.
화산은 일대제자와 이대제자를 주축으로 하여 이백여명에 이르는 대규
모 인원을 파견하기로 하였다. 봉문기간동안 그들은 특별히 할 일이 없
기에 무공 수련에 중점을 다하였고 이번 출정에서 아직 화산이 죽지 않
았음을 보여주기로 하여 그런 인원이 출정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문도들은 이번 군웅대회가 본문이 아직 건재함을 알리는 좋은 기
회라는 것을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비무에 임하고 본문의 명예를 훼손
하는 행동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도인도장은 커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태을자의 몰락이후에 화산은 커다란 내부의 변동이 있었다. 화산은 그
무공의 뿌리가 태을파, 소요파, 매화검파로 나뉘어져 있었고 태을자는
태을파의 거두였다. 그런 태을자의 몰락은 화산내부의 변화를 불러와서
태을파가 물러나고 소요파와 매화검파가 요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장문인도 태을파에서 매화검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외부에서는 아무런 일도 아닐 것이나 화산으로서는 상당한
변화였다. 백년이상 화산의 주류이던 태을파의 몰락은 일면 화산의 위
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 중 매화검파 최고의 고수이자 차기 지수로 각광을 받는 도옥도장의
행보는 이후에 화산내부에서 매화검파의 입지를 다지는 초석이었다.
봉문의 해제와 강호출도라는 두 가지의 경사를 맞은 화산의 문인들은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스스로 이일을 기뻐하면서 경축하고 있었다.
"사제, 이번 사제의 행보는 중요한 의미가 있네. 크게는 본문이 건재함
을 강호에 알리는 것이고 작게는 백년만에 우리 매화검파가 화산의 주
류로 자리한 이 마당에 우리의 입지를 완전하게 굳히는 것일세."
도인도장은 특별히 출발하기 전에 도옥도장을 자신의 거처로 불렀다.
"이 것은 매화신단일세."
도인도장은 옥병을 품에서 꺼내었다. 화산의 최고 신단은 태을선단이나
그 것은 태을파에서 화산의 주류를 차지할 때 알려진 것이었다. 매화신
단은 태을선단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는 매화검파 최고의 신단이었다.
"아니 이것은?"
도인도장이 꺼내는 것을 보던 도옥도장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매화칠식을 펼치자면 큰 내공이 필요할 것이네. 내가 바라는 것은 천하
신존을 이기라는 것은 아니네. 그저 비무대회에서 화산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것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천하문의 대표나 마
찬가지인 천하문의 지연룡, 지장룡 형제, 위지강천, 영웅성의 용소명에게
는 지지 말기를 바라네. 결국 그들을 이긴다는 것은 비무대회에서 우승
한다는 것일세."
도인도장은 비무대회에서 우승하기를 청하였다.
"그들은 이번에 천하문을 대표하여 나설 것이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천
하신존과 겨누어야 할 것이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공력으로 불가
능하네."
"그러면 이 것을 복용하라는 것입니까?"
"그렇네. 지금 이 자리에서 복용을 하게. 들어오십시오."
그렇게 말하자 명자 돌림의 전대 장로들이 나타났다.
"자네가 매화신단을 복용하면 개정대법을 펼칠 것이네. 본문을 위해서
라고 생각하고 따라주게."
도인도장은 도옥도장이 거절할 것 같자 얼른 말문을 막았다.
개정대법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대상자는 내공이
한단계 상승할 것이나 그 것을 펼친사람은 한단계 감소를 할 위험이 있는
것이었다.
"자네가 매화칠식을 십이성 익힐 내공을 마련해 줄 것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게."
도옥도장은 안된다고 말하려다가 결국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악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강을 건너야 했다.
그렇기에 나룻터에는 이십척의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천하 곳곳에서
군웅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준비해둔
배였다. 다른 때라면 뱃삯을 받아야 하였으나 지금은 공짜로 건네주고
있었다.
그 것은 용소명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화산파의 일행이 도착한 것은 대회가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다. 화산 문
인들이 나루터에 당도하자 사람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것은 아직까지 화산에 대한 적대감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예전의 세상이 아니라 대부분은 천하문의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
이기에 사람의 인심이라는 것이 화산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어서 오시오."
나루터에는 위지세가의 무사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그들 중에 우두머리
로 보이는 자가 나서서 화산 문인들에게 환영의 말을 보내었다.
"일단 군웅대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화산문하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이다. 소도는 화산의 도옥이라 합니다."
도옥도장은 자신을 소개하였다.
"숫자가 이백여명이 되기에 한번에 건널 수는 없고 두세 번에 걸쳐서 건
너가야 할 것입니다. 일단 저쪽으로 가셔서 줄을 서 주시고 순서대로 승
선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문파라면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건너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이었다.
도옥도장은 화산에 대한 대접이 소홀한 것 같아 내심으로 마음이 불편
하였으나 현재 화산의 처지가 그러했다.
다른 문파라면 뭔가 대접을 해줄 것이나 화산의 처지에서 그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마치 다른 삼류무사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
지만 여기서 그런 문제로 얼굴을 붉힌들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푸념이 되고 오히려 문제만 커지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화산의 문인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한 무더기의 사람이 몰려왔구나 하
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고 아는 자들은 그저 화산의 문인이라서 오히려
기피를 하고 있었다.
그 것은 그들에게는 상당히 치욕스러운 일이었지만 내심 화가 나도 참
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시진 정도를 기다려서야 모두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런 시간 내내 화산의 문인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침묵으로 일관하
고 있었다.
그 것은 주위의 시선이 따갑게 다가왔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보이지
않는 멸시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냉랭한 기운을 느끼기는 길을 떠나면서부터 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이 동시에 그런 빛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화산파가 방금 도착하였습니다."
용소명이 급히 와서 연락을 해주었다.
"그들이 참석하였다니 다행이군. 인원이 얼마이고 인솔자는 누구인가?"
"인원은 이백여명이며 도옥도장이라는 자인데 그자의 무위가 자못 심상
치가 않았습니다."
용소명은 무위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그 것은 용소명이 파악하기에 자
신보다 위라는 말이었다.
"자네보다 나아보이는가?"
"실전은 어떨지 모르나 내공은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그 기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용소명이 이렇게 직접 올 정도라면 경계를 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였
다.
"내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네. 이번에 무당에서도 제유도장이 참석을
한다고 하던데 그 것은 파악을 하여 보았는가?"
"예, 무당에서도 원래 비무에 나설 예정이던 제유도장이 나서기로 하였
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일단 그들에 대하여 최대한 파악해보게. 현재 형님의 무공 수준은 상당
한 경지에 올라 있으니 그들에 비하여 그리 처지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나
만일 그들이 강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지성룡의 말에용소명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어렸다.
"일단, 내일 군웅대회의 개막을 할 것이니 오늘 최대한 불상사를 방지해
주고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끝난 후에 마련되는 대연회는 최대한 각별히 신경을 서서 차질
없이 진행이 되도록 해주게. 참가대상들에게 통보하는 것도 잊지를 말고
직접 챙겨주게."
"이미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통보를 하였습니다. 참가대상은 삼백명으로
정하였으니 그 정도 모두 참가할 것입니다."
"군웅대회의 목적이 그 들과의 대면을 통하여 친교의 도모이니 그 일을
철저히 준비해 주게."
"그 일은 제갈소저가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음식들까지 철저하게 마련을 할 예정입니다."
"알았네."
혼자서 방안에 있는 지성룡으로서는 화산파의 대규모 출동이 내내 머리
에 남아 있었다.
화산파가 이렇게 대규모로 사람을 보내자 봉문을 해제한 것에 대한 화
답이라는 것을 생각하였지만 그 이면에 무너진 그들의 위신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가 있었다.
화산파의 뿌리는 깊기에 지금 한 때의 곤궁함을 당할망정 언제건 다시
성세를 회복할 저력이 충분한 문파였다.
그런 그들이기에 더 원한이 안으로 쌓이기 전에 봉문을 해제하게 해준
면도 있었다.
만일 시일을 더 끌어서 봉문을 오래가게 한다면 결국은 그 원한은 더 커
질 것이 분명하였다. 서로 적당한 선에서 명분을 챙기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데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지난세월 화산도 놀고 있지만 않았다는 증
거이다. 그렇게 본다면 일년 먼저 출도한 무당이나 다른 사파의 경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반격을 과연 형님들이나 위지형이나
용총사가 막아낸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네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우승을 하
기를 바랬지만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수가 있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자 공연히 비무를 하자고 하였지 않았나 걱
정이 되었다.
'그러나 군웅회의 인물들도 절치부심 노력을 하였다. 그들도 호락호락
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비무는 말 그대로 군웅할거의
장이 될 것이다. 몇몇은 등봉조극의 단계를 지나 삼화취정을 바라보고
있다. 당장 형님만 하여도 그렇다. 과연 누가 얼마나 강할지는 최후의 승
자가 갈려야 만이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처음에 비무대회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던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온통 비무대회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각 파에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최고의 정예가 총출동하고 있었다.
그 것은 이삼일 사이에 급속도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온통 악
양 인근을 술렁이게 하기 시작하였다.
그 것을 알게 되자 내심으로 마음이 무거워 졌다. 자칫 과열되어 불상사
라도 생기면 그 후유증으로 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결국 그 비무를 주관하는 무정선사와 지성룡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는 것을 의미하였다.
'어찌 되었건 최대한 비무에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렇
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승자와 비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도 대비하여야 한다. 각파의 최고의 정예가 출전하여
최고의 무공을 겨루는 대회가 되었다. 이제 강호는 이들의 활약에 의해
최소 십년, 아니 이후의 판도가 결정이 될 것이다.'
지성룡은 이후의 강호정세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행사라는 것에 생각
이 미치자 내내 마음이 무겁기 그지 없었다.
자신이 그 정도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그 일은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단 오늘 밤에 제갈맹주를 위시한 사람들과 대책을 협의하고 이후의
일을 결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후의 정세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도 모르고 커다란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한 건물에 대하여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여덟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지성룡을 비롯하여 왼쪽에 제갈휘미가 앉았고 오른쪽에는 용소명이 자
리에 앉았다. 그 정면으로 제갈중명과 인자기 지장룡이 앉아있으며 위
지강천과 지연룡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현 무림을 이끌어가고 잇는 자들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모임이었
다.
"일단 조정에서 온 자들에 대하여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를 하였습니
다."
지성룡은 그 일을 제일 먼저 언급을 하였다.
"그 일은 결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 문제는 문제가 아닐 것입
니다."
지성룡의 말이 끝나도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 일에 대하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비무대회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대되었다는 것입니다. 며칠
사이에 각파에서 온자들의 면면을 살핀다면 차기 무림을 이끌어갈 최고의
정예들이 참여를 하였습니다. 무당의 제유도장이나 화산의 도옥도장은
육년 전에 본문과 비무에 나올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대부분
참여를 한 것은 그때 하지 못한 승부를 이번에 하자는 의도라고 볼수
가 있습니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제갈중명과 인자기를 보았다. 그 둘은 지성룡
이 바라보자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일을 최초로 도모한 자들이
바로 제갈중명과 인자기였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나가는 사람은 두 형님과 몇 명의 천하군단의 단주들입니다.
물론 두 형님의 무위로 그들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나 화산의 도
옥도장의 기도나 무당의 제유도장의 기도는 두 형님의 기세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금 전에 제가 확인을 한 것입니다."
지성룡은 회의를 하기 직전에 그들을 염탐하고 돌아왔다. 그들의 기도
가 만만치 않다는 보고를 듣자 직접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지성룡의 선언에 두 사람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여기에 모인 사
람들중에 지성룡을 제외하고는 순수하게 무공으로 논한다면 지연룡이
조금 나았고 지장룡과 위지강천이 비슷하였으며 제갈중명과 용소명이
대등한 수준이었다.
"결국 막상막하의 기량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 때의 비무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위험한 결과가 나올 것
같으면 저나 무정선사는 바로 개입을 할 것이고 두 형님의 패배를 선언
할 것입니다. 우선 그 점은 먼저 알아 주십시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또한 내일 대회는 일단 네 분이 주관하시지만 이후의 일은 맹주님에서
주관한다고 선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성룡의 말에 제갈중명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 다음은 치루는 것이 좋겠는가?"
"장소는 이 곳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림맹이 있는 장안보다는 그
래도 청년들이 모이는 것이 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기는 사
년에 한번씩 한다고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겠네."
제갈중명은 이미 예상을 하였기에 그러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한데 비무 이전에 삼등급으로 예선을 치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것
은 실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일이네. 자칫 모든 무사들을 그렇게 서열
화하는 문제가 생길 수가 있고 이후에 강호무림에서 그 패를 쟁탈하는
쟁탈전이 발생할 수도 있네."
인자기는 우려를 먼저 표명하였다.
지성룡은 이자기의 말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후 세등급의 표
식이 될 통과패를 지급하는데 그 것을 받지 못한 무사들이 그 것을 획득
하고자 가지고 있는 자를 해치고 빼앗을 수도 있고 자격이 없는 자에게
그 것이 돌아가는 경우에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인자기의 지적은 생각지 못한 문제를 제기하였기에 모두를 침묵으로 몰
아넣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그 통과패라는 것이었다. 그 것
을 별 생각없이 추진하였지만 그 것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강렬하여 비
무대회의 열기에 못지 않았다. 우승자가 누구인가는 모두의 관심이었지
만 그 보다 더 관심있는 것이 자신과 자신이 아는 사람이 어느 패를 받느
냐가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그 것을 인자기가 먼저 지적한 것이었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지성룡은 생각없이 추진한 일의 후유증이 걱정되자 그렇게 물었다.
"패를 발행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미 한다고 하였으니 보완을
해야 합니다. 가급적 이름을 새겨야 하고 그 패를 가진 자를 무림인명록
이라는 장부를 만들어 기록하고 무림맹에서 이를 인수인계하여 매년 두번
씩 통과패를 주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 것도 무림맹과 천하의 중
요 요충지를 골라서 실시하는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지성룡은 언뜻 머리 속에 무림맹에서 모든 무림인들에
대하여 파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실로 무림맹으로서는 천하의 무림인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가 있는
방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것이 잘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성룡은 모두를 보았다.
그들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실로 절묘한 방법이 아닐 수가 없다. 이후에 무림에 큰 일이 있다면 천
급이나 지급무사들 이상으로 소집을 한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무림맹의 강호통제력이 상상외로 강해질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각 대문파야 이런 등급에 대하여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지만 중
소문파의 제자들이나 낭인들에게는 중요한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이 될
것이었다.
그런 것은 결국 무림맹이 그들의 총본산이라는 개념으로 그들의 실력을
인증해 주는 것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계획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각 세력이
반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용소명도 일의 본질을 파악하자 그렇게 걱정을 하였다. 당장 영웅성에
서 참여한 제자들의 무공 정도가 무림맹에 속속들이 파악이 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것은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당장 문제가 될 수가 있으니 일단 패에 이름을 새기도록 하
고 그 장부는 이후에 문제가 되었을 때만 개봉하는 것으로 합시다."
지성룡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바뀌는 것을 인식하였기에 그렇게 정리
를 하였다.
"이 문제에 관하여는 내가 좀더 연구를 하여 각 문파들과 의견을 절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자기는 그 문제가 이번 군웅대회의 가장 큰 핵심이자 이득이라는 생
각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지성룡도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별로 지금 상황에서 손해가 없다는 생
각을 하기에 일단 인자기에게 일임한다고 하였다.
"한데 누가 내일 최고의 대표가 될 것인가?"
제갈중명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큰 형님이 가장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성룡은 지연룡에게 대회주관의 책임을 지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자기가 찬성을 하자 더 이상 다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정에서 온 손님들은 맹주님이 일단 상대를 하는 것으로 해주
십시오."
지성룡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것들을 의논하였다.
삼짓날 아침은 화창하였다.
날씨도 삼월이고 남방이라서 벌써 따사롭기 그지없었다.
군웅대회가 사시에 개막하기로 하였지만 사람들은 진시가 되기도 전에
북적이고 있었다.
그 숫자는 진시 초에 이천여명이더니 진시 말이 되자 일만을 헤아리는
인원이 모여들었다.
연단에는 삼십여개의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준비하는 자들만이 분주하
게 움직이고 연단 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시경에 일단의 무리가 연단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무림맹주인 제갈중명과 조정의 대신인 이단현이 필두로 중요 귀빈이 자
리한 것이다.
지성룡은 맨 나중에 뒤쪽 자리를 차지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를 하자 모든 중인의 시선은 연단으로 향하였다.
"만장하신 여러분, 그 동안 고대하던 천하군웅대회의 막을 올리도록 하
겠습니다. 소생은 영웅성의 대총사 용소명이라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사의를 표합니다. 우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삼짓날 시작한 군웅대회는 앞으로
칠주야에 걸쳐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한시진간 개막식을 한
후에 오후부터는 비무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예심을 하기로 하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예심을 통과한 천지인 삼급에 대한 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소명이 우렁찬 소리로 연단에 나서서 외쳤다.
말을 마치고 한바퀴 장내를 돌아본 용소명은 말을 이었다.
"우선 이 천하군웅대회를 총 주관할 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천하
문의 소문주인 지연룡 대협입니다."
용소명이 지연룡을 소개하자 지연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맨 앞으로 나섰
다.
"만장 하신 여러분 이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시니 아무것
도 한 일이 없는 소생은 참으로 영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미거한 소생이
이런 큰 대회를 주관하게 되어 그 책임이 실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오
나 여러 무림의 동도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대회를 마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지연룡은 조정에서 온 이단현 일행을 소개 한 후에 이
단현을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참으로 무림의 뭇 영우들이 이렇게 모인 것을 보니 대명제국의 앞날과
황상 폐하의 앞날이 밝은 것 같습니다. 여러 군웅들이 강호의 안녕을 도
모하고 외적의 침입을 맞는 역할을 다하여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 대회를 축하하는 의미로 이번 군웅대회에 참여한 청년 무사
들을 군부의 기둥으로 발탁하고자 하오니 유능한 사람의 참여를 기대
하겠습니다."
이단현의 선언에 모든 군웅들은 자신들이 벼슬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
에 환호를 내질렀다.
지연룡은 지금이 기회다 싶어 '황제폐하 만세'를 연호하였다. 그 것은 조
정에서 참여한 자들에게 모든 의구심을 털어버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
것을 이끌어내자 이단현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하였다. 이보다 더한
증표는 없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지연룡이 시의적절하게 이런 일을 하자 미소를 지었다.
말로는 관부나 군부를 경멸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무사들은 그런 기
회를 잡고 싶어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그런 기회를 준다고
하니 환호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였다.
이단현의 말이 끝나자 다시 지연룡은 장중을 향하여 소리를 외쳤다.
"또한 이 자리에는 무림의 큰 어른뻘인 무리맹주께서 자리를 하였습니
다."
지연룡의 호명에 제갈중명은 앞으로 나섰다.
제갈중명은 이후에는 군웅대회를 무림맹에서 주관하여 사년마다 한번
씩 개최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무림맹은 이런 행사보다는
오직 각 세력의 수장들만이 참석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울러 이 대회를 준비하시느라 가장 수고한 영웅성의 용소명 대총사
에게 이 자리를 빌어 치하를 드립니다."
지연룡이 그렇게 말하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었다.
지연룡은 같이 발기를 한 위지강천과 지연룡을 마저 소개하였다.
"또한 이번 군웅대회의 비무대회를 총 주관하실 소림의 무정선사를 소
개해 올리겠습니다."
지연룡은 그렇게 무정선사를 소개하였다.
"능력도 없는 소승이 비무대회를 주관하게 되어 무한한 광영으로 생각
을 하옵니다. 아울러 이자리에서 지난 만천대전에서 희생된 자들에 대
하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 자리가 원래 만천대전에서 희생된 자들을
기리고 그 때에 참석한 정영들에게 감사를 드리고자 하여 마련하였습니다
. 또한 향후에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무림의 정영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비무도 그저
기량을 겨루는 것이지 생사지적을 상대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서로가 큰
불상사가 없도록 주의를 해주기 바라며 공증인으로 선임된 분들은 부상
이 염려되면 언제든지 개입하여 부상을 예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판정은 소승이 내릴 것이니 이에 불복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공증인으로 활동하실 분들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무정선사의 호명에 한 사람 한 사람 소개가 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각
세력에서 청년들을 인솔하고 온 장로급 인물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지성룡이 소개가 되었다.
"아울러 이번 군웅대회를 준비하는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연단에 있는 위지검한을 시작하여 여러 사람들이 소개가
되었다. 용소명의 소개가 이어지자 여기서 저기서 박수와 환호가 일었다.
"다음은 천하신존 지성룡 대협이 한 말씀 드리고자 하기에 소개해 올리
겠습니다."
용소명은 모든 소개가 끝나자 지성룡이 말할 자리를 마련하였다.
"만장하신 강호동도 여러분앞에 소생이 나선 것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
고자 함이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성룡은 만상문과 천지문의 일에 나서준 강호 제반 세
력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감사의 말을 하였다. 이런 지성룡의 태도에 그
자리에 참석한 여러 세력은 지성룡의 그런 태도에 감사의 마음을 오히
려 가졌다.
지성룡은 한참동안 그렇게 치하를 하였다.
"이 일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소생이 덕이 없어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 이런 불행한 혈겁이 발생
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며 그 일로 희생된 모든 정령들 앞에 사죄의 념(
念)을 바침니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여 말을 마치자 장내는 순식간에 숙연해 지고 말
았다.
지성룡의 태도는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히 베어 나오는 것이었으나 마지
막에 한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이기도 하였다.
지성룡에게 거리를 두는 세력의 입장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것은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역시 똑같이 처리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었다
. 그 것을 깨달은 자들은 대부분 연단에 앉은 사람이나 연단 근처에 자
리한 무림의 중요 인물들이었다.
지성룡의 말이 협박이라는 것을 아는 자는 적었지만 알아야 될 자들은
모두 알게 되었다.
"이 상으로 군웅대회의 개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군웅 여러분들께
서는 주변에 마련한 잔치 음식과 술을 챙겨 즐거운 자리를 함께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용소명은 그렇게 말하여 잔치음식을 나누어 주도록 하였다.